홍콩인들은 장국영의 죽음을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더라
주경철 『그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 장국영 추모 10주기 특별 상영회 영원히 잊지 못할 배우 장국영을 추억하다
장국영의 10주기를 맞아 책을 쓰기로 결심하며 만난 홍콩영화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장국영’에 대해 물어보면 누구나 깊게 한숨을 쉬며 자기가 죽였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장국영에게 일종의 원죄의식을 가지고 있다.
2003년 4월1일, 홍콩이 낳은 영화 스타 장국영이 방년 47세(우리나라 기준)의 나이로 스스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2013년 4월 1일,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10주기를 맞아 최근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을 펴낸 주성철 기자가 광화문 스펀지하우스에서 장국영의 팬들과 작지만 특별한 상영회를 열었다. 저자와 독자가 함께 「아비정전」을 감상한 뒤 주성철 기자와 독자의 짧은 대담이 이어졌다.
죽기 직전 뭐가 보이는지 궁금했어. 난 눈 뜨고 죽을 거야. 죽을 땐 뭐가 보고 싶을까?
발 없는 새가 태어날 때부터 바람 속을 날아다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그 새는 이미 처음부터 죽어있었어.
난 사랑이 뭔지 몰랐지만 이젠 알 것 같아. 이미 때는 늦었지만.... - 영화 아비정전 中에서
장국영의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와 그 이유는?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해피투게더」다. 동성애를 다뤘다는 이유로 상영이 불가했다. 후에 상영이 되었을 때도 많은 부분이 삭제되어 온전하게 볼 수 없었던 작품이다. 10년이 지난 지금에야 온전히 그 영화의 색감, 촉감을 보았다는 사실에 슬펐다.
책에 장국영을 반추하기 위해 만난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실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누구였나?
기억에 남았던 인물은 성룡과 적룡, 두 명이다. 둘 다 공교롭게도 장국영의 장례식장에 오지 않은 사람이다. 성룡은, 영화 「차이니스조디악」 홍보로 바빴는데도 길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더라. 장례식 때 독일에서 영화촬영 중이라 가지 못했다면서 그의 죽음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적룡은, 그의 죽음에 슬퍼하며 보름이나 집밖에 나가지 않았다고 하더라. 그는 연기력이 좋은 배우는 아니었지만 장국영과 함께 했던 영화에서 항상 상을 탔다. 자신의 연기가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은 장국영 덕분이라고 말하는 그의 말 속에서 장국영의 모습이 떠올랐다. 더 슬프더라.
그의 흔적을 찾아 여행을 다녀왔다. 영화 촬영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였나.
아비정전에 나오는 장소. 하나는 황우상 광장의 '중국은행'이다. 철문이 닫히는 순간 나오는 동그란 시계 장면이 바로 그곳이다. 그 주변은 모습이 바뀌었지만 그 시계만은 그대로였다. 시계를 발견한 순간 느낀 감동에 그저 보고만 있었다. 다른 하나는 노스포인트의 '퀸즈까페' . 여자친구 미미와 아비의 친구가 같이 담배를 피던 장면에 나오던 퀸즈까페는 없어졌지만 다른 곳으로 이전을 했다. 노스포인트의 가게는 영화에 등장한 내부 장식물 모습을 본따서 꾸몄다. 하지만 퀸즈까페의 음식은 맛이 없으니 참고하라.(웃음)
장국영 10주기를 맞아 공식적인 행사는 더 이상 없을 것 같은 분위기다. 장국영의 기일을 맞이해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장국영의 10주기를 맞아 책을 쓰기로 결심하며 만난 홍콩영화인들의 반응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장국영’에 대해 물어보면 누구나 깊게 한숨을 쉬며 자기가 죽였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장국영에게 일종의 원죄의식을 가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죽음이라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론도 많지 않았나.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니, 그의 죽음을 두고 원죄의식을 가지거나 음모론을 생각하기보다는 그를 기리는 마음으로 장국영을, 그가 출연한 작품을 기억했으면 한다.
스스로를, 물음표와 느낌표의 이성과 감성을 두루 갖추었다 자칭하는 일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라디오와 함께 생활한 탓에 책, 음악,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얇고 넓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항상 다양한 매체를 향해 귀와 눈, 그리고 마음을 열어두어 아날로그의 감성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채사모2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