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가 “야! 벌레, 벌레!” 소리쳐서 달려갔더니… - 하상욱 『서울 시』
시간낭비를 하지 않는 나만의 요령 캡처사진은 조작이 아닌 진짜
어릴 때부터 ‘특이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특이한 짓을 많이 하거든요. 20대 초반엔 사람들 앞에 나가서 노래한 적도 있고요, OT같은 델 가면 사회도 맡고. 아, 몇 달 동안 컨퍼런스 사회도 본 적 있어요. 심지어는 밀리오레 가요제도 나갔었어요. 여러분들 밀리오레 가요제 아세요? 나가서 “유후~” 하며 분위기도 띄우고 춤도 췄는데, 아예 반응이 없었어요.
SNS 유저들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인 작가 하상욱. 그가 쓴 『서울 시』가 종이책으로 발간되었다. 각 시의 주제에 맞춰 그려 넣은 일러스트는 보는 재미를 더한다. 겸손하지 않고 뻔뻔해 보이기도 하지만, 독자들의 시선을 받자 쑥스럽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그였다. 그런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작가와의 만남이 진행되었다.
“제가 ‘~중에서’ 라는 말을 쓰는 이유를 아시나요? 인생은 교집합이잖아요, 제가 경험했듯 글을 읽는 분들의 인생에도 분명히 저와 같은 상황과 감정이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그들의 인생을 인용하는 것처럼 쓰고 싶었던 겁니다.”
당찬 걸음걸이로 그가 등장했다. 아담한 키, 검은 뿔테 안경, 청량한 그린 컬러의 바지는 이미 하상욱 본인을 소개하고 있는 듯 했다. “반갑습니다. 편하게 질문해주세요. 제가 들어보고 답하기 싫은 건 하지 않을 거예요(웃음).”
등장한 지 몇 분만에 모두와의 긴장을 풀어버린 한마디였다. 그는 유쾌하게 웃었다. 2줄짜리의 시, 목을 발로 차는 모습을 담은 ‘목차’ 사진이 떠올랐다. 먼저 한 여성독자가 질문을 했다. “친구 결혼식장에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봤어요. 인상 깊었는데, 정말 직접 노래하신 건가요?”
“네, 제가 직접 한 거예요. 연습은 집에서 혼자 했고요. 원래 제가 ‘뻘짓’을 잘 하거든요. ‘내가 하면 어때?’하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책 속에 있는 ‘작가 소 개’에서 저의 사진도 그런 마음으로 찍은 거예요. 아, 오늘 입고 온 바지가 그때 그 바지예요. 뭐든 일단 시도해본 뒤, 반응을 보고요, 혹시 반응이 없다 싶으면 바로 삭제도 해요.”
“노래 잘하시던데요?”
“그래서 더 그런 짓을 하게 되는 거예요(웃음).”
“페이스북을 거쳐 e-book으로 출간한 다음에 종이 책이 나왔는데, 전개 과정을 자세하게 알고 싶어요.”
“7월26일이었나, 처음으로 ‘개허세’라는 글을 올렸어요. 다음 날 보니 페이스북에 ‘좋아요’가 30개에요. 그 당시에 ‘좋아요’ 30개면 굉장히 많은 거거든요. 희열을 느꼈죠. 그래서 그 뒤로 계속해서 시를 올렸고요, 역시 반응이 안 좋다 싶은 글은 바로 지웠고요. 지금의 『서울 시』 같은 글을 쓴 건, ‘넌 필요할 때는 내 곁에 없어. 넌, 바쁠 때만 날 괴롭혔지. 잠 중에서.’ 이런 글이에요. 그 글이 처음이었어요. 근데 반응이 정말 좋은 거예요. 그러다 같은 회사 직원들이 전자책으로 내보라고 권유했고, 처음에는 말을 듣지 않다가 두 번째 권유를 받았을 때는 진심이 조금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디자인 하고 만들어서 추석 전전날 등록했어요. 추석 다음날, 주변에서 ‘너 빨리 트위터 봐라. 난리 났다.’라고 해서 봤더니 누군가 올려놓은 저에 대한 게시물에 천 몇 백 개의 댓글이 달려있는 거죠. 아직 기억하는데, ‘악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분이 올린 게시물이었어요. 그 분을 찾아내어 책을 보내드렸죠, 감사해서. 그러다 전자책의 다운로드가 1만 건, 2만 건이 넘고, 그러던 차에 중앙북스 조한별 에디터와 편집장님께서 책을 써보자고 제안을 받았어요. 이미 『서울 시』를 80여 편 이상 써놓은 상태여서 ‘지금 여기서 좀 더 써서 내자’고 말씀 드렸어요. 그 후로 3달 걸려 종이책으로 나왔습니다. 전자책 다운로드는 지금 10만 건 약간 넘더라고요. 음, 근데 여러분들 표정이 굉장히 실망한 표정들이신데요? 제가 뭔가를 더 얘기해야 할 것만 같은……. (웃음) 저는 좌절과 극복, 뭐 그런 거 없어요! 한가지 확실한 건 출판사에서 연락온건 중앙북스, 여기 딱 한 군데라는 사실입니다. 딴 데는 연락 안 왔고요.”
몇 개의 질의응답 후 프로젝터가 켜졌다.
하상욱 작가는 비공개 사진과 글을 보여주며 『서울 시』의 책 내용에 부연 설명을 했다.
“요즘에는 서로 대화하려는 태도가 없고 ‘아닌데? 맞는데?’라는 식으로 먼저 의심하는 자세가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썼어요. 예를 들어, 상대가 틀린 말을 했어요. 거기에 대고 ‘너 틀렸는데?’라고 공격적인 말을 해버리면, 저는 그걸로 두 사람의 관계는 끝난다고 봐요. 요즘 사람들이 너무 ‘그거 아닌데?’, ‘맞는데?’ 하는 태도를 갖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요즘 SNS문화가 바로 ‘셀카’문화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셀카는 내 모습을 담아내는 거죠. 그렇게SNS에는 내가 먹은 것도 올리고 본 것도 올려요. 남이 공감할지 안 할지는 생각하기 보다 스스로의 얘기에만 집중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남이 봐주기를 바라고요. 제3자는 이런 고민에 빠지죠. ‘내가 뭘 더 얘기해줘야 하지?’라고. 저도 철저하게 SNS문화에 빠져있는 사람이지만 남의 입장을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도 SNS로 시작하여 이름을 알리지 않았나. 하지만 그는 SNS로 인해 오히려 소통이 단절되기도 하는 부분에 아쉬워했다.
“한 가지 얘기를 말씀 드릴게요. 어색한 사이의 두 명이 있어요. 공교롭게도 둘이 같은 7호선을 타고 가요. 그러면 ‘아, 그럼 오늘 제가 7호선 타고 갈까요?’라는 식의 말을 하면 분위기가 편안해져요. 이건 제가 실제로 경험한 얘기예요. 꺼내기가 어렵거나 부끄러운 얘기를 찾아서 하면, 두 사람의 경계를 허물게 되는 거죠. 여러분도 한번 써먹어 보세요. 관계를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거고요.”
캡처사진은 진짜인가요? 조작되었다거나 콘셉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전혀 조작되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일화를 말씀 드리자면, 지금의 여자친구와 8년째 연애 중이에요. 이제는 그냥 동네 옆집 친구 같죠. 어느 주말엔가, 저희 집에서 각자 다른 방에서 놀고 있었어요. 갑자기 여자친구가 “야! 벌레, 벌레!”하고 소리치길래 얼른 약을 들고 달려갔죠. 근데 여자친구가 저를 가리키고 있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서로 장난을 많이 쳐요. 그래서 시가 떠오르면 여자친구에게 괜찮은지도 물어보고, 괜찮다 하면 올리고 그러죠.”
책에 대한 몇 장의 이미지를 더 본 뒤, 다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트위터에 자기 이름을 검색하기도 하시나요?
많이 해요. 아까 이 곳 오면서도 검색했어요. 포털 사이트로 말하자면, 하루에 ‘네X버’ 10에서 20회, 다X 10회, 네X트 4에서 5회, X글에서는 생각날 때마다 검색해요. 저에 대한 글이 올라왔나, 무엇을 재미있어 하는지도 보고요.
‘하상욱 별로다’와 같은 글이 있으면 어떻게 하세요?
일단, 기분은 좋지 않은 게 사실이고요. 너무 열이 받아서 “에잇!” “어우!”’하는 소리가 나오기도 해요. 저에 대해 꾸준히 비판하는 글을 쓰시는 분이 있더라고요,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실제로 그분은 시인을 꿈으로 갖고 계신 분이에요.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감히 ‘하상욱 따위’를 갖고 글을 쓰면서까지, 자신의 문학적 소양을 보여주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요.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했어요. 제가 원래 ‘시’를 썼던 사람이 아니니까. 게다가 저는 제 글을 ‘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시를 컨셉으로 한 글’이라고 생각해요. 짧으니까 ‘시’라고 한 거예요.
시를 길게 쓰실 생각은 없으신지?
시가 길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요. 저랑 비슷한 컨셉으로 책을 내신 분이 있어요. 그 분의 글은 10줄도 있고, 길죠. 근데 저는 본문이 길면 읽히지도 않고 읽기 싫어지더라고요. 짧게 쓰는 재미가 있는데, 그 재미가 없어지는 게 싫어요.
작가로 불리는 게 좋으신가요?
물론 좋죠. 뿌듯해요. 그렇지만 작가로 안 불린다 해서 싫은 것도 아니에요. 본래의 제 직업은 서비스 기획자이자 마케팅을 돕고 있는 ‘기획업무’이니까요. 뭐든 괜찮아요.
좋은 디자인은 ‘더 이상 뺄 게 없는 디자인’이라고 하셨는데, 글을 쓸 때도 그렇나요.
네, 맞아요. 더 이상 뺄 요소가 없는데도, 애초부터 내가 계획했던 것이 잘 전달되는, 그게 좋은 디자인이죠. 그렇게 배우기도 했고요. 제가 그렇게 학습하다 보니, 글에도 접목시키게 되고요.
작가님의 인생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어릴 때부터 ‘특이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특이한 짓을 많이 하거든요. 20대 초반엔 사람들 앞에 나가서 노래한 적도 있고요, OT같은 델 가면 사회도 맡고. 아, 몇 달 동안 컨퍼런스 사회도 본 적 있어요. 심지어는 밀리오레 가요제도 나갔었어요. 여러분들 밀리오레 가요제 아세요? 나가서 “유후~” 하며 분위기도 띄우고 춤도 췄는데, 아예 반응이 없었어요. 당시에 ‘안되나요’ 라는 곡을 불렀는데, 제목처럼 정말 안되더라고요. 그래도 그땐 제가 이미 유명한 사람이 된 줄 알았어요. 한 때는 찌질한 정치 논객, 파이터이기도 했는데 신물이 나는 행동이란 걸 안 뒤로 관뒀죠.
라이프 스타일이 듣고 싶어요.
저는 인생을 계획 없이 살아요. 그렇게 살면 재미있어요. 오히려 계획을 세우면 거기에 도달하지 못할 때, 자신감을 상실해 버리거든요. 그런 건 시간낭비예요. 저만의 시간낭비를 하지 않는 요령이 있다면 ‘계획 없이 사는 거’예요.
덧붙여, 작가는 계획 없이 살다 보니 어느 날 자신이 이것저것 하는 사람이 되어있더라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를 즐겨 하는 사람이, 디자이너였다가 서비스 기획을 하는 기획자가 되어있었다고 했다.
원래 하던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바꾸는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냥, 자신감이죠. 저는 ‘아, 이것도 재미있겠는데?’하면서 재미있는 것이 보이면 바로 도전했어요.
TV에 나올 생각은 없나요? 인터뷰이로 나오는 것 말고, MC같은 걸로요.
별로요. MC를 해보니까, 제가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MC는 일찌감치 생각 접었어요.
애인과 싸우고 나서 잘 화해할 수 있는 요령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먼저, 자존심을 버리세요. 저는 “으어엉~내가 미안해애~”하며 막 울고 그래요. 효과가 떨어지면요? 그럼 더 많이 우시면 되요. 그리고 그 후엔 애인에게 티가 나게 잘해주세요. 단, 여성분들은 그러지 않는 편이 나을 거예요. 대부분 남자의 심리가, 여자가 그렇게 하면 기고만장 해지거든요. 음, 이건 별로 좋은 얘기가 아닌 것 같지만요. 아무튼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그래요.
시각디자인 전공을 하셨는데, 기획자부터 작가까지 하고 계신데, 또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으신지.
특별히 다른 걸 생각한 적이 없고요. 혹시 드라마에 조연급 정도로 캐스팅이 된다 ‘발연기’를 한번 펼쳐보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웃음) 그것 말고도, 앞으로 재미있는 것이 생긴다면 또 하겠죠.
마지막 대답을 한 뒤, 프로젝터 화면을 넘기더니 크게 ‘짝짝짝짝’이라고 쓰여있는 페이지를 보였다. 독자들이 박수를 치니, 작가도 박수를 치며 위트 있는 말로 마무리 했다.
“자, 우리 모두 건강을 생각해서 열심히 박수 치자고요! 하하.”
책의 맨 앞장에 사인을 받고 나서, 작가에게 단독 컷을 요청했다. 그는 옆에 놓여있던 의자를 끌고 와 앉더니, 금새 독특한 포즈를 취해주었다. 그를 닮은 유쾌한 책, 『서울 시』의 종이책 발간에 힘찬 ‘건강박수’를 보낸다.
닉네임은 가젤. 눈망울이 가젤을 닮았다고 친구가 붙여준 별명이다. 실제로 잘 뛰어다니며, 벌려놓은 일에 쫓기기도 한다.
인생 최대의 목표는 '재미'다. 문화와 예술, 철학과 심리학에 관심을 두고, 학습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
리듬감 있고 담백한, 그리고 위트있는 문장으로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 채사모 4기.
<하상욱> 저8,820원(10% + 5%)
단 두 줄의 짧은 글을 통해 SNS 10만 유저의 머리와 가슴을 관통한 『서울 시』 종이책이 출간됐다. 이 책은 무료로 출간되어 전자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1,2권이 10만 건 이상 다운로드된 컨텐츠다. 하상욱의 시는 짧지만 단숨에 읽을 수 있다. 찰나에 관통하는 순간적인 심상은 읽는 이들에게도 명료하게 다가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