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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나와도 힘든 취업 현실, 도쿄대 학생들은 상상 못하는 일

‘맥도날드 난민’이 울음을 터뜨린 이유, 『살아야 하는 이유』 저자 강상중 교수 해답 없는 물음을 끊임없이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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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강상중 교수의 『살아야 하는 이유』 출간 기념 강연회가 열렸다. ‘고민하는 힘이 살아가는 힘이다’를 주제로 열린 강연은 전북대 임경택(일어일문학과) 교수의 통역으로 진행됐다. 강 교수에게 이 공간은 큰 의미가 있다. 재일동포 2세로서 그가 ‘한국인’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통해서였다고 한다.

“이 지진을 ‘2만 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으로 생각하면 피해자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한 사람이 죽은 사건이 2만 건 있었다’라는 거다. 2만 가지 죽음에 각각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곧 발생 2년에 다다를 일본 ‘3ㆍ11’대지진. 일본의 배우 겸 감독 기타노 다케시는 한 인터뷰에서 위와 같이 말했었다. 이것은 ‘태도’다. 죽음과 인간(의 존엄)에 대한 태도. 2만 건의 죽음에는 2만 건의 진실이 있고, 사연이 있으며 고통이 있을 것이라는 태도. 사소한 것 같지만 이런 태도가 생각과 행동을 지배한다. 그것들이 모여 세상을 이룬다. 대부분의 우리, ‘3ㆍ11’에 대해 하나의 사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태도를 취했을지 모른다. 인간에 대한 태도를 잃은 자세.

강상중 교수(도쿄대), 『살아야 하는 이유』를 통해 ‘태도’의 문제를 새삼 거론한다. “프랑클은 인간의 가치로서 이 ‘태도’를 가장 중시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지금 가장 중요하게 재검토해야 하는 것은 ‘태도’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사회 도는 시장 원리 앞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이 ‘태도’를 획득하는 일일 것입니다.” (p.175~176)

그것, 태도라는 가치에 대한 (세상을 향한) 질문이다. ‘성공인가 실패인가, 효율적인가 비효율적인가, 유효한가 무효한가’에만 골몰하는 세상은 과연 바람직한가. 사소해도 한 사람의 존엄을 소중히 하는 사회가 바람직한 것 아닌가. 강 교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 사고도 거론한다. 원전 사고 직후 반짝였던 성찰적 태도는 이내 사그라졌다. 지금, 원전을 향한, 세계의 파국을 향한 성장주의자들의 뜀박질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 26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만난 강상중 교수의 고민은 그래서 현재진행형이다.




한국 젊은이들이 통일에 관심을 가질 수 없는 이유

“당시의 나는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다. 이른바 ‘김대중 사건’(1973년)이 있어났을 때, 나는 스트라이크를 하고 있었다. 그 스트라이크 중에 처음으로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을 느꼈다. 수십 년 뒤 나는 도쿄대 교수가 됐고, 대통령 퇴임 후 도쿄대로 초청해 김대중 강연을 들었다. 정말 감개무량했었다. 1973년 사건에 대해 김대중은 일기에 쓰고 있다. 그 일기에는 일본이 부럽다는 말이 있다. 긴자 거리에는 네온이 빛나고 자유롭게 산보를 하는데, 한국은 야간통행금지에 군정독재 체제하임을 감안하면 일본이 부럽다는 것이었다.”

강 교수가 한국을 처음 방문했던 건, 1972년이었다. 당시 한국은 가난했다. 재일동포로서 그도 일본이 부럽다는 생각을 했던 그때, 한국이 이렇게 변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공식적으로 한국은 ‘G20’의 일환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이자 선진국으로 불린다. 그가 보기에도 이것은 놀랍다. 식민지 압제에서 벗어나 해방, 전쟁을 겪고 독재를 이겨내고 민주화, 경제성장 등을 이룬 한반도 역사는 극단적인 역사이다. 일본인이 서울에 오면, 도쿄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분단국이고 아직 식민지 상처도 남아 있고, 그럼에도 포스트모던한 건축물도 있고, 한반도에는 그런 100년의 역사가 압축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반도 연구자 브루스 커밍스가 쓴 책이자 미국의 학생을 위한 한국 역사책인 『한국현대사』의 말미엔 이런 말이 있다. 한반도 휴전선 이남의 사람들은 많은 것을 획득해왔고, 반면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분단 현실에서 북한이 변화하면 한국엔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6월 북한을 방문했는데, 당시 내게 한 말이 남한 인구가 5천만이 안 된다. 통일이 되면 7천만으로 독일 인구 규모와 비슷해서 경제적 번영을 위해선 최소한의 규모가 된다며, 그런 규모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은 통일에 관심이 없다. 강 교수는 최근 만난, 한국 젊은이들의 통일에 대한 의식을 조사한 호주의 한 연구원 이야기를 꺼낸다. 연구원은, 통일이 되면 오히려 불리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조사 결론을 내렸다. 강 교수, 이런 결과는 통일에 관심이 없다기보다 자기 일로 머리가 터지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대학을 졸업해도 직장을 구할 수도 없고, 비정규직 비율이 5할을 넘어서는데다 정규직이 돼도 불안정함 때문에 결혼도 못하고 장래에 대한 전망을 가지기도 힘든 상황. 그러니 통일에 대해 관심을 가지라는 것은 무리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강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1979년에 구서독에 있었다. 당시 독일 대학생들과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독일 대학생들, 천년이 걸려도 통일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통일할 필요도 없고, 동독은 자신과 다른 나라라고 씁쓸하게 덧붙였다. 그러나 10년 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은 통일이 됐다. 처음 독일이 통일 됐을 때 힘든 일이 많았으나 유럽 경제가 침체돼도 지금 독일은 여전히 풍요로운 국가로 남아 있다.

“김대중처럼 한국에 통일을 원하는 사람이 많은데도 한국은 여전히 분단국이다. 일본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은 뭐가 다른가를 자주 생각한다. 20년 변화가 너무 대단해서 한국과 일본 학생 사이에 구분이 가지 않는다. 그런 공통점도 한 꺼풀 벗기면 굉장히 다르다. 병역문제도 남학생에게 부담이고, 여학생도 일본보다 심한 경쟁에 처해있다. 자신이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그만큼 긴장을 강요당하는 한국 학생들이 일본보다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 학생들은 군대 때문에 학업을 중지한다는 건 꿈에도 생각 못한다. 서울대를 나와도 직장을 찾기 힘든 현실은 도쿄대 학생으로선 상상도 못한다. 재벌이 장악한 한국 경제구조는 일본의 재벌 집적도나 독점도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느끼기엔 한국 학생들이 훨씬 밝다. 민족성에 기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는데, 작년 한국에선 3만 6천명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자신에게 관심이 없어지면 자동적으로 바깥 세계에 대해서도 시선이 가지 않게 되고, 결과적으로 사회에도, 정치에도, 종교적인 것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무감동하고 무관심한 상태가 퍼져 나갑니다. 즉 실업과 고용 문제는 단순히 경제 문제에만 머무르지 않고 커다란 그늘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입니다.” (p.166)




기존의 행복방정식을 폐기하라

강 교수가 보기에 한국은 과거 통일을 하고 민주화를 이뤄내면 많은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을 것으로 믿은 시기가 있었다. 물론 그것이 지금 전혀 맞지 않은 건 아니지만, 지금의 한국은 직장을 제대로 구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문제를 둘러싸고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 상태에 있다. 왜 일하고 살아가는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대다.

“경제가 고도성장을 하는 시기에는 왜 살고, 일을 하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아도 됐다. 행복방정식이나 자신의 행동에 대한 동기부여를 심각하게 하지 않아도 남 흉내만 내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보장되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시대였다. 나도 재일동포로서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올 수 있었다. 유명대를 나와 대학 교수가 되고, 재일동포로서 도쿄대 정식 교수가 된 것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만큼 많은 것을 얻었다. 하지만 많은 것을 잃었다. 그것은 저에게 가장 큰 보물이었던 아이가 죽었다는 것이다. 그 아이가 나에게 던진 질문은 ‘왜 살아가는가?’였다.”

““왜 태어난 것인가? 왜 살아야만 하는가? 왜 세계에는 행복한 자가 있고 불행한 자가 있는가? 인생에 의미는 있는가? 왜 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가?” 아들의 물음에는, 이 세계를 찢을 만큼의 절박감이 감돌고 있었다.” (p.6)

현재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혜택 받지 못한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패전 이후 비정규직 고용화가 진행되고 있고 일본 젊은이들도 장래에 대해 어떤 그림도 그릴 수 없는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 이런 질문을 한다. 왜 하필이면 이 시대에 태어났는가? 왜 나는 이리 혜택을 받지 못하는가? 왜 나는 혜택 받은 집안에서 태어나지 못했을까? 왜 나는 좀 더 다른 인생을 걸아갈 수 없었을까? 강 교수의 진단은 계속 된다.

“거기에는 굉장히 불우한 의식이 있다. 일본에서는 그런 것들을 지렛대 삼아 자신에 대해 자만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일본 젊은이들에게 반향을 일으킨 『미래는 홈리스, 희망은 전쟁』이라는 글이 있다. 그 글을 쓴 사람은 대학도 졸업 못하고 취직도 못해서 휴대전화로 지령을 받아 일 하고 수천엔 정도의 돈을 받아서 노숙생활을 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유형의 젊은이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런 것은 20~30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다.”

일본에서 최근 클로즈업된 기사 중의 하나가 ‘맥도날드 난민’에 대한 것이었다. 맥도날드 난민은 맥도날드에 가서 100엔 커피를 시켜서 새벽 2시 문 닫을 때까지 있다가 다시 헌책방에 가서 문 닫는 5시까지 있다가 공원에 가서 그날 일자리를 찾는 사람을 뜻한다. 그는 NHK에서 만든 <워킹푸어>라는 4부작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도 이었다. 주인공은 30세 정도의, 어릴 때 양친이 이혼하고 고등학교 졸업 후 취직했다가 병에 걸려서 홈리스로 살게 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편의점에서 버린 잡지를 수거해 팔아서 생계를 유지했다. 그에게 마이크를 들이대고 물었단다. 당신에게 희망이 있습니까? 답을 않았다. 질문이 바뀌었다. 당신에게 희망이 있‘었’습니까? 그는 답했다. 희망이 있었다. 지금은 그딴 거 어딘가로 사라졌다. 방송은 그 주인공을 계속 쫓았다. 그는 1년 후, 시청에서 하는 도로공사 일을 하게 됐다. 1개월간 일을 하고 10년 만에 목욕탕에 갔고, 다시 그에게 물었다. 지금 어떻게 생각하나. 희망이 있나?

말없이 있던 그,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말을 이었다. “나는 1년 전,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도로공사 일을 하는 현장에서 어느 할머니가 수고한다는 말을 내게 하더라. 15년 동안 누구로부터도 수고하네, 고생 하네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도로에 널린 자갈 취급을 받았었는데, 할머니의 그 말 한마디에 눈물이 났다.” 수고한다는 말 한마디가 이룬 기적이었다.

“일본에도 한국과 다른 의미의 빈곤자가 존재한다. 이 같은 워킹푸어, 새로운 빈곤이 한국과 일본 사회를 잠식하고 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다 보니 지금 50~60대는 은퇴해도 연금을 받지만, 젊은이들은 20~30년 뒤 연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여기 계신 분 중에 10년 후 한국이 나아질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분이 몇 분이나 있겠나. 일본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지만, 거슬러 올라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비정규직을 강요당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일정 수준의 교육과 수입을 가진 부모, 일정 평수 이상의 주거를 가진 부모 밑에서 혜택을 받지 않으면 부모와 같은 생활을 재생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사람의 수만큼 행복을 느끼는 방식이 있어도 좋은데, 그것이 없어져 버렸다는 데 요즘 세상의 불행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불행이 있는데, 그것은 행복의 ‘합격 기준’이 사실 굉장히 높다는 것입니다.” (p.24)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다. 강 교수가 보기에 좋은 교육을 받고 돈을 쓰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방정식이 이젠 붕괴돼 가고 있다. 30년 전만 해도 집 팔고 소 팔아서 자식을 서울대에 보내면 입신출세한다는 방정식, 통했다.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그런 ‘행복방정식’에 대한 착각으로 그런 과거의 행동과 생활을 답습하는 게 문제다. 강 교수는 최근 중국을 다룬 NHK 다큐멘터리 <양극화하는 중국>에 대해 언급했다.

이 프로그램에 의하면, 중국 내 경제격차는 한국과 일본을 능가한다. 중노동에 시달리고 경제적 격차에서 오는 중압감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과거 마오저뚱(모택동)을 그리워하는 풍토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 젊은이들에겐 지금 정의도 없고 인간관계는 붕괴됐으며 공산당은 도둑놈이라서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널리 퍼지고 있다고 한다. 중국 인구의 0.007%가 중국의 부 60%를 차지하는 현실. 문제는 그런 불평등이나 격차가 금방 시정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한중일 체제도 다르고 역사적 배경도 다르지만, 3국 젊은이들의 공통점은 그런 걸 시정할 수 있는 정치에 관심도 없고 기대도 하지 않는다. 그런 사회에서도 패배자가 되지 않으려고 기존의 행복방정식을 따라 영어를 하고 위로 올라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젊은이들에게 사회를 변혁시키고 유토피아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돈키호테 취급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신경 쓸 거면 그 시간에 토익 점수를 올리는데 신경 쓰라는 말을 들을 것이다. 그런 꿈같은 이야기가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늘고 있다.”

그 대신 사람들에게 관심 끄는 것은, 오로지 ‘시장(마켓)’이다. 인격적으로 훌륭해도 시장가치를 가지지 못하면 가치 없는 인간으로 인식되는 지금의 세상이다. 더 큰 문제는 무디스 등의 신용평가회사가 국가등급을 정하는 것처럼 개개인에게도 등급을 매기기 시작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등급이 인간 주위를 맴돈다. 좋은 생각과 양심적인 행동도 시장에서 가치를 가지지 못하면 그 사람의 등급은 최하위로 평가된다. 대학에서도 교양이나 휴먼 사이언스는 관심 밖이다. 학교는 이미 직장인양성소로 전락했다. 사는 의미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쓸데없고, 시장에 통용되는 실용적이고 전문적인 지식만 쫓는 사람들이 점점 늘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20년 동안 한국이나 일본 대학은 크게 변했다. 종교학이나 철학, 역사 등 실학이 아닌 학문은 무시당하고 있다. 철학이 전공이라고 했을 때, 밥 벌어먹고 사느냐는 질문을 가장 먼저 받을 것이다. 그런 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상식이 되고 있다. 최근 서울대나 도쿄대 총장 등의 경력을 보면 공대 출신이 많다. 공학적 지식은 해답이 존재한다고 전제를 하고 문제를 푼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의 폭발이 있었는데,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 대답하고 있는가?”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는 식의 착각을 하며 돌진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예지로 자연을 모두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도를 넘어선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3ㆍ11’ 대지진과 원전 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p.153)




질문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라!

가장 큰 쓰나미가 온 지역도 제방이 16미터를 넘었다. 높이 뿐 아니라 최신 기술로 세운 제방이었다. 후쿠시마 원자력도 최신의 원자력 공학지식으로 만들어냈다. 그러나 비참한 결과만 남았다. 2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일에 왜 일어났는지 아무도 대답을 못했다. 강상중 교수,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서 절감했다. 삶에는 대답이 없는 물음이 있을 수 있고, 중요한 것은 해답이 아닌 해답 없는 질문이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을.

“해답 없는 물음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고,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우리는 젖어왔다. 그런데 왜 일어났는지 설명할 수 없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리먼 브라더스 쇼크는 왜 일어났고 유럽발 금융위기는 왜 일어났는지 물어봤을 때, 궁극적이고 최종적인 대답은 내놓지 못할 것이다. 숱한 경제학자와 이코노미스트들 누구도 리먼 쇼크를 예측 못했다. 자연재해와 사람이 만든 여러 일들은 질적으로 다르나 그런 사건사고가 일어난다. ‘설마’하는 일들이 일어난다. 『고민하는 힘』부터 여러 글을 써왔는데, 이 시대 안에서 해답 없는 물음에 대해 중요성을 알고 다시 생각해보자는 것이 내 의도다. 옛날에 그런 것은 종교가 맡아왔다. 그러나 지금 신앙을 제대로 갖고 살아가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강 교수는 ‘3ㆍ11’ 대지진이 발생하고 2주일 뒤 현장을 찾아갔었다. 모든 것이 죽음의 세계였다. 그런 비참한 상황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고, 왜 누군가는 살고 누군가는 죽는가 생각했다. 과거라면 신앙, 종교가 답을 해주었겠지만, 지금, 해답은 없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해답이 없다고 그 질문이나 물음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나는 ‘how to’에서 탈피해서 해답 없는 물음을 끊임없이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드린다. 그러면 인간이 도저히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도 깨닫는다. 그런 상황에서 인간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절망에 빠질까? 힘을 얻게 될까? 그 안에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힘이야말로 살아가는 힘이다. 2년여 전, 2만 명의 사람이 죽거나 행방불명됐는데, 지금, 없었던 것처럼 생각하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 당시 일본 사회의 가장 중요한 단어가 ‘연대’였다. 그런 생명줄을 이어가는 분위기가 지금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아무런 수단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사회를 변혁할 힘을 가지자는 뜻에서 『고민하는 힘』을 썼다. 하지만 고민하는 힘 자체가 일본에 정착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정치적으로 봐도 과거로 돌아가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자신은 물론 옆 사람이 변화하고 지금과는 다른, 기존의 행복방정식과는 다른 것을 찾아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들을 써왔다.”

“제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런 낙관적 인생론이나 행복론을 체로 쳐서 비관론을 받아들이고 죽음이나 불행, 슬픔이나 고통, 비참한 사건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인생을 마음껏 살아가는 길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p.195)

강 교수는 거듭 강조한다. 기존의 행복방정식을 바꿔야 한다! 물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그도 당장은 그럴 능력이 없다. 하지만 그는 우리가 그것을 낳기 위한 고통을 앓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10년 후 한국사회를 상상해보자고 말한다. 만약 10년 후 지금보다 더 격차가 벌어진다면 그 사회는 근본적인 결함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2기 취임사를 언급한다. 오바마는 미국은 일부 행복한 사람을 위한 사회가 아닌 소수자, 약자, 빈곤자, 실업자, 혜택 받지 못한 자를 돌볼 수 있는 힘을 가질 때 위대한 국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개인적으로 오바마라는 사람을 낙관하지 않지만, 불행한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국가의 위대함이라고 말한 것에 감동받았다고 했다.

“오바마가 백악관에 처음 들어가 부시와 악수하고, 부시가 손을 씻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미국은 많은 병을 안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와 같은 리더를 뽑았다는 것에 기대를 약간 하고 있다. 현재 일본 정치계가 하는 일이라곤 생활보호대상자의 부정수급을 적발하고 지급 보장액을 낮추면서 빈곤자를 힘들게 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중요한 것은 해답 없는 물음에 끊임없이 응시하면서 나뿐 아니라 주변 사람과 손을 잡고 고민하는 것에 희망이 있지 않을까?”

“병 때문에 일할 수 없는 사람이나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타자로부터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직업만이 인간의 존엄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회 안에서 일을 함으로써 뭔가 생산물을 낳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하는 것만이 인간이 가진 인격의 모든 원천은 아닙니다. 직업 이외의 것을 통해서도 충분히 자신답게 살 수 있습니다.” (p.180)

강상중 교수를 통해 다시 나의, 우리의 태도를 생각하고 고민한다. 그리고 니체의 말을 떠올린다. “인생을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지닌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살아야 하는 이유와 태도가 연결돼 있음을 새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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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야 하는 이유 강상중 저 | 사계절
한국사회가 삶을 보존하기에 부적합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개인들은 불안과 좌절 속에서 힘겨워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불안과 좌절의 시대에 다시금 생의 의미를 찾고 있다. 강상중은 일찍이 근대적 삶의 의미를 궁구한 일본의 국민작가 소세키와 독일의 사회학자 베버, 심리학자 빅토르 에밀 프랑클, 윌리엄 제임스 등의 치열한 고민과 통찰을 들려주고, 근대라는 특수한 시대적 조건에 처한 개인들의 불안한 삶을 응시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를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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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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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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