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화’ 필요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한 『행복한 경제학』 펴내
전 세계에서 지역화를 향한 다양한 활동 진행
『오래된 미래』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신작 『행복한 경제학』 출간을 기념해 방한했다. 현재 국제생태문화협회(ISEC)의 대표로 활동 중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경제성장의 대안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은 지역화이며, 경제활동을 인간적, 생태학적 요구에 적응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작 『오래된 미래』를 통해 현대 산업사회의 경제 모델이 기존의 사회를 어떻게 파괴시키고 있는지 살펴보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상으로 ‘개발 이전의 생태적 공통체’를 제시했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행복의 경제학』을 펴냈다. 『행복의 경제학』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직접 제작한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토대로 집필한 책이다. 지난해 개봉된 이 영화는 호지가 공동 연출 및 내레이션을 맡았으며, 인도 환경운동가 반다나 시바, 미국 환경운동가 빌 맥키번, 일본 슬로라이프 운동가 쓰지 신이치 등이 세계적 위기의 원인과 대안을 이야기했다. 국내에서는 환경재단 주최로 영화가 상영된 바 있으며, 『행복의 경제학』은 한국 출판사가 제안해 출판된 책으로 한국에서 최초로 출간됐다.
“그동안 경제학자와 인류학자, 환경운동가들과 세계화 과정을 연구했다. 모든 국가가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세계화 전략을 택했는데, 그로 인해 빈부격차가 커지고 에너지 낭비와 환경오염, 실업 문제, 재정 불안 등 많은 문제들이 발생했다. 전 세계적으로 교역과 금융에 대한 규제완화를 추진하면서 다국적기업과 글로벌은행에 힘을 실어줬고 그 때문에 작은 기업과 개인들이 무너져버렸다. 신자유주의적 시각에 입각한 세계화 모델은 실패할 것이다. 내가 주장하는 지역화는 국가 간의 교역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책임 있고 지속가능한 경제를 발전시키자는 의미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행복의 경제학』을 통해 세계화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들을 파헤쳤다. 세계화가 우리를 얼마나 불행하고 불안하게 만들어왔는지, 천연자원을 얼마나 낭비하며 기후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는지, 빈부의 격차를 어떻게 심화시키고 있는지를 꼼꼼한 연구사례들로 밝혀냈다. 호지는 그동안 세계화를 위해 쓰는 재정의 일부라도 지역화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와 생산자의 거리를 좁히는 것, 즉 직거래를 통해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지역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티베트의 라다크 지역공동체가 서구문물을 받아들이면서 붕괴되는 과정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호지는 “라다크는 국제 문호를 개방하기 전과 후가 극적으로 바뀐 나라다. 지역에서 생산된 버터보다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온 버터가 더 저렴하게 팔리는 것을 보고 정부 보조금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경제활동의 규모를 근본적으로 줄이는 것이 곧 ‘지역화’
“지역화란 근본적으로 관계에 관한 것이다. 사람과 자연계와의 상호 의존적 관계를 재구축하는 것이다. 이런 관계는 인간의 본질적 욕구 이므로 경제활동의 규모를 줄여야만 행복을 증대시킬 수 있다. 수많은 사례가 보여주듯이 지역화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수많은 위기에 대한 현실적이면서도 아마도 유일한 해법이다. 다행히도 우리가 같이 노력하기 시작하면 지역화로의 이행은 비교적 간단한 일일 것이다. 잭 골드스미스는 말한다. ‘경제를 집으로 가져오고 지역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은 희생하라는 것도 중세 암흑기로 되돌아가라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에게 하기 싫은 일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우리의 삶을 살찌우는 것이다’ 경제의 지역화는 장ㆍ단기적으로 지구와 우리 자신을 위해 좋은 일이다. 데이비드 코튼이 설명대로 “공동체와 상호부조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 그 속에 진짜 행복과 진짜 복리가 있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진짜 ‘행복의 경제학’이다.”
“지역화는 세계화된 기업자본주의에 대한 체계적이고 폭넓은 대안이다. 경제활동의 규모를 근본적으로 줄이자는 것이다. 그렇다고 국제 무역의 철폐를 의미하거나, 자급자족을 위해 노력하자는 건 아니다. 단지 보다 책임 있고 보다 지속 가능한 경제를 발전시키고, 우리가 정말 필요로 하는 것들을 집 가까이에서 생산하자는 것이다. 그런 경제를 만들려면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세 가지 해결 메커니즘에 주력해야 한다. 먼저 국가적ㆍ국제적 차원에서 무역 협정을 통해 무엇을 규제하느냐의 문제다. 두 번째로는 어떻게 과세를 하느냐의 문제고, 세 번째는 무엇을 보조해야 하느냐의 문제다.”
호지가 말하는 지역화란, 국제교역이나 해외여행을 금지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역화를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고, 과거에 국가 지도자들이 금융규제 완화를 논의했듯이 지금은 그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것. 호지는 같은 제품을 국가 간에 경쟁적으로 수출하지 말고 문화의 다양성을 중시해 문화생태학이 정한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적 조건에 맞춰 생산품을 생산하고 공동의 가치와 삶의 양식을 공유해, 화합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호지가 말하는 지역화의 핵심이다.
또한 다양하고 지역적인 이니셔티브(initiative, 주민 발의)들이 정책 지원을 받게 된다면, 문화적 다양성과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호지는 “지역민들과 함께 신선한 식재료를 기르는 도시 농부가 70만 명이 넘었다”며, 한국에서는 대표적으로 ‘성미산 공동체 마을’을 꼽았다. 성미산 마을은 서울 마포 성미산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 모여서 공동육아를 비롯한 커뮤니티를 이룬 마을로, 서로의 물건을 나누는 가게와 유기농 음식을 파는 가게, 어린이집 등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지금 대한민국의 서울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호지는 “서울이 지금보다 더 커지는 것을 그냥 둘 건지, 규모를 줄일지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에는 작은 경작지에서 다양한 작물을 재배해 성공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한국도 가능하다는 것. 호지는 “생산과 소비의 거리를 좁히면 많은 파괴를 막을 수 있다. 농부들은 더 많은 작물을 키울 수 있고 환경오염도 줄어든다. 그러면 야생동물의 서식공간이 늘어나면서 생산성도 오히려 커진다”고 강조했다.
생태주의와 문화를 위한 ‘국제생태문화협회(ISEC)’ 발기인이자 대표를 맡고 있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1986년, 대안적 노벨상으로 불려지는 스웨덴의 바른생활상(Right Livelihood Award)을 받았 으며, 올해 빌 클린턴과 디팩 초프라 등이 수상한 일본의 고이평화상을 수상했다.
행복의 경제학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저/김영욱,홍승아 역 | 중앙북스(books) 2012년 신작 『행복의 경제학』에서는 이전보다 더욱 날카로운 비판과 문제제기를 통해 세계화 제일주의의 종말을 예고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거대한 위협과 수많은 문제상황을 가져온 것이 바로 ‘세계화’라는 것이다. 자유무역이라는 미명과 국제협력기구들의 보호 아래 얼마나 많은 초국적 기업들이 기세등등하게 수익을 올리고 있는가. 이러한 기업들은 앞으로 더 많은 부와 권력을 지닌 채 더욱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다. 세계화에 대한 인식의 재정립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저자는 글로벌 경제, 신자유주의 모델이 초래하는 현장의 문제점을 꼼꼼히 짚으며…
40년 동안 전 세계에 행복의 경제학을 전파하고 있는 로컬 경제 운동의 선구자. 글로벌 경제와 국제 개발이 지역 사회와 경제, 개인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분석해 왔으며, 이러한 영향에 반대하는 방법으로 ‘지역화’를 주장해 왔다. 2012년 그 공로를 인정받아 권위 있는 고이 평화상을 수상했다. 저서 <오래된 미래>는 같은 제목의 영화와 더불어 40개국 이상에서 번역되었으며 수상작 다큐멘터리 영화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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