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동료애를 남녀 사이에서도 느끼게 하고파” - 『미생』 윤태호
샐러리맨 마음을 사로잡은 『미생』 윤태호 작가를 만나다 고단한 직장인들에게 따뜻한 위로
『미생』의 출간을 맞아 YES24와 롯데시네마가 <작가와의 만남>을 마련했다. 윤태호 작가의 작품을 사랑하는 많은 독자들은 물론, 누구보다 그와 그의 작품을 ‘격하게 아끼는’ 동료 만화가 강풀이 함께했다. 『미생』에 녹여내려 한 작가의 메시지와 준비과정의 이야기, 앞으로 전개될 스토리에 대한 귀띔까지. 완생을 꿈꾸는 이들이 함께한 그날의 기록을 옮겨본다.
『이끼』 이후 4년 만에 윤태호 작가가 새롭게 연재하는 웹툰 『미생』은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의 이야기다. 작가는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의 이야기로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야기는 파형을 그려내고, 사람들의 마음에 가 닿아 일렁이는 울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살아있기 위해서, 자신의 한 판 바둑(삶)을 승리하기 위해서 터벅터벅 한 수, 한 수 돌을 잇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
|||||||||||||
매 작품마다, 특히 『미생』에서는 묵직한 주제들을 현실감 있게 풀어내시는데요. 주제 선정에 담겨 있는 작가님의 문제의식 또는 고민이 궁금합니다.
불만이죠. 분노 또는 불만. 『미생』 같은 경우를 보면, IMF 당시에 돈 있었던 사람들 중에는 환율 때문에 돈 번 사람들도 대단히 많아요. 대부분 피해 본 사람들은 서민들이었거든요. 그런데 IMF를 누가 불러 왔느냐, 서민들이 불러왔느냐. 그건 또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산업화 시대 때 우리 아버지 세대가 자기 같이 살지 말라고 그렇게 밤낮 없이 일하시면서 기껏 길러놨는데, 우리 역시도 아이를 기르면서 밤낮 없이 일하는 거죠. 하나도 나아진 게 없는 이 상황을 도대체 누가 만들었지, 생각해 보면 몇몇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죠. 그런데 이 사람들이 신문이나 이런 데 나와서 몇몇의 영재들이 모두를 먹여 살리고, 이런 소리들을 한다는 말이죠. 그게 너무나 못마땅하고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큰소리를 치고 살 수가 있나, 이런 지점들이 너무 불쾌했어요.
우리가 종로를 점심시간에 걸어 다니다 보면 샐러리맨들이 나오잖아요. 하나같이 위에는 흰 와이셔츠에 아래는 쥐색 양복바지를 입은 모습으로 화석화돼서 온단 말이죠. 그 사람들 한 명 한 명을 채색하고 싶었어요. 이 사람 한 명 한 명이 다 가정이 있고, 정말 죽고 못 사는 딸 아들이 있을 것 같고, 아내가 있을 것 같고, 그들을 키워낸 부모가 있을 것 같고. 그 가정이 무너지고 있는데 기업이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거죠. 그런 지점에서 『미생』을 시작한 거죠. 그래서 『미생』의 테마는 그런 분들에 대한 연민과 응원, 격려라고 할 수 있어요. 궁극적으로는 가정으로 돌아가자, 그런 생각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미생』의 캐릭터는 하나 하나가 너무 현실감이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작가님의 이해가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따로 노력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내가 누군가를 볼 때 결국 남을 보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본 나의 뇌가 뭔가를 판단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모든 게 내 머리 안에 있는 거예요. 내 마음이 남을 판단하고 규정짓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제 얼굴 앞에 거울이 하나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요, 항상. 그래서 제가 만들어 내는 캐릭터들은 언제나 내 안에 있는 어떤 조각이 나와서 그것이 구체화된 거라고 생각해요. 제 안에 있는 어떤 면을 극대화시켜서 그려 보기도 하고요. 외부에 있는 특정한 누군가의 성격을 옮겨와서 캐릭터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이야기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걸맞게 인물을 배치시키는 것이지, 그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달라지지는 않죠.
작품마다 그림체가 많이 바뀌시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와 표현이 맞아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어떤 기준으로 그림체를 결정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같은 그림 그리는 것을 잘 못하고, 빨리 싫증내고 지겨워하는데요. 작품마다 그림체를 달리 하는 것은 새롭게 들어가는 작품이 어떤 걸 의도하느냐에 따라서 다르겠죠. 『이끼』는 부조리한 뭔가를 파헤치는 만화니까 약간 음습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어둡고 회색조의 톤으로 갔다면, 『미생』 같은 경우는 기본적으로 제가 갖고 있는 테마가 샐러리맨들에 대한 연민과 위로거든요. 그래서 조금 더 파스텔 톤이나 밝고 하얀 여백이 많이 남아 있는 그림으로 가고 싶었어요. 캐릭터들도 음영을 강하게 집어넣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요. 작품마다 그렇게 다른 그림체를 가져가려고 해요. 저에게 남은 작업 기간 동안 다양한 작업을 하는 게 목표거든요. 지금 성취한 것을 단물 다 뽑아 먹을 때까지 계속 해보자, 이런 생각은 별로 재미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어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장그래’라는 주인공 이름 자체가 굉장히 긍정적인 느낌을 줍니다. 작가님께서 의도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캐릭터 이름을 지을 때 제일 중요한 건 어감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문장을 머릿속으로 읽을 때 가장 쩍 하고 달라붙을 수 있는 이름이요. 『미생』 연재하면서 제일 고민했던 게 주인공 이름인데, 제가 너무 네거티브한 만화를 많이 그려 와서 이번 작품은 좀 밝은 느낌으로 하자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당시에 노홍철 씨가 <무한도전>에서 ‘YES!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이 오는 겁니다.’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저한테 ‘YES’ 라고 적힌 티셔츠가 있어요. 그래서 ‘그래! 장그래! 괜찮은데?’ 갑자기 딱 붙는 거예요. 바로 아내한테 전화해서 ‘주인공 이름 장그래 어때?’ 그랬더니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래서 여자 주인공 이름은 ‘안녕’ 하니까 ‘그래’ 하고 받는 걸 생각해서 ‘안영이’라고 지었어요. 정말 신기한 건 바둑 서지학자 중에 안영이 씨라는 분이 계세요. 이 분이 거의 모든 바둑인들에게 존경받는 분이시거든요. 그래서 주변에서 자꾸 물어봐요, 그 분 염두에 두고 한 거냐고. 저는 꿈에도 몰랐죠(웃음).
부모 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역시 많은 것을 희생하며 살아갑니다. 야근을 마다하지 않고, 쉬는 날이면 아이들 체험학습을 위해 무거운 몸을 밖으로 내쫓습니다. 보다 넓은 아파트를 궁리하고 더 나아 보이는 동네를 꿈꿉니다. TV에서는 꿈대로 살라고 외치는 미담자들이 득세합니다. 꿈대로 못 사는 이들은 위로받지 못하고 배려 받지 못합니다. 그저 시민, 서민, 대중으로 퉁쳐서 평가받습니다. (p. 5) |
||
45,900원(10% + 5%)
9,900원(10% + 5%)
9,900원(10% + 5%)
9,900원(10% + 5%)
29,700원(10%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