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김봉석의 하드보일드로 세상읽기
미국으로 향한 핵폭탄을 막아라! - 『전몰자의 날』
“오늘의 아군이 내일의 적군이 되다” 워싱턴에 핵폭탄을 터트리려는 테러리스트들의 음모를 막아라!
『전몰자의 날』에서 미치 랩은 알 카에다의 음모를 알게 된다. 특수부대와 함께 파키스탄 국경의 마을을 급습한 미치 랩은 정보를 캐내기 위하여 전혀 망설이지 않는다. 핵폭탄이 미국으로 이미 향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어떻게든 막아내기 위하여 사력을 다한다. 하지만 적은 내부에도 있다.
‘하이테크 스릴러’는 톰 클랜시의 소설을 설명할 때 주로 쓰던 말이었다. CIA 전력분석관 잭 라이언이 등장한 <붉은 10월> <패트리어트 게임> <긴급 명령> <썸 오브 올 피어스>의 원작을 쓴 톰 클랜시는 첨단 무기와 시스템을 이용한 현대전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존 르 카레와 『자칼의 날』 『어벤저』의 프레데릭 포사이드가 현대 첩보전의 핵심을 꿰뚫어 보면서 비정함과 추잡함을 그려냈다면, 톰 클랜시의 하이테크 스릴러는 냉전이후 변화한 미국 중심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스펙터클한 첩보전을 그려냈다. 그러니 주인공인 잭 라이언이 이후 CIA 국장까지 오르는 것도 당연하고.
조국 미국의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꾸려가는 동안 이들 특수부대 요원들은 지구의 반대편에서 그들의 원한을 갚고 있었다. 그들을 그저 범죄에 대한 보복을 가하는 사람으로 여기는 것은 그들의 소양과 훈련수준에 대한 모욕이었다. 하지만 그들 자신도 보복이라는 임무를 행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
그는 현대판 암살자였다. 그것도 암살자라는 투박한 단어가 공개적으로 쓰이기에는 극도로 문명화된 나라에서 살고 있는 암살자였다. 그의 조국은 스스로를 세련미가 덜한 여타 나라들과 다른 존재로 차별화시키는 것을 몹시 좋아했다.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찬양하는 민주주의 국가, 다른 나라 국민의 은밀한 살해라는 구체적인 목적을 위해 공개적으로 자국의 국민 중 하나를 찾아서 훈련시키고 이용하는 일을 절대 용인하지 못하는 국가로 말이다. 하지만 랩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워싱턴 권력의 심장을 차지하고 있는 양식 있는 사람들의 감수성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편의대로 ‘요원’이라 불리는 현대판 암살자였다. |
랩은 모든 결정에서 정치가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개의치 않았다. 워싱턴과 같은 도시나 백악관과 같은 곳에서 정치가 그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랩에게도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다만 그것이 대단히 짜증스럽고 해로운 방식을 택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워싱턴에서는 거의 모든 회의에 난해하고, 그릇되고, 극단적인 정치적 정의가 만연하고, 정말로 중요한 사안은 무시되고 다른 사람에게 미뤄져 나중에 적당히 처리되면서 대수롭지 않은 일들이 논의, 분석되는 환경을 만나게 된다. 행동파인 사람이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유형의 장소가 아니라는 말이다. |
랩은 정부라는 거대한 관료제도의 한계 안에서는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다. 관료 사회는 너무나 천천히 움직였고 또 너무나 많은 규칙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경우에는 능력과 은밀함과 또 필요하다면 잔인함까지 조합해서 자신의 기술을 자율적으로 적용하도록 놓아두는 것이 최선이었다. |
9?11 이후 벌어진 워싱턴 정가 안팎의 불편한 정치적 논쟁들과 테러리즘에 관한 어마어마한 진실들을 CIA 대테러센터 비밀요원 미치 랩의 눈으로 풀어낸 빈스 플린의 액션 서스펜스 스릴러 ‘미치 랩 시리즈’는 출간될 때마다 뉴욕 타임스, 퍼블리셔스 위클리, 아마존닷컴 소설 부문 1위를 점령하며 1천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전미 최고의 인기 시리즈이다. 2012년 11월, 현지에서 13편이 출간 예정인 ‘미치 랩 시리즈’는…
관련태그: 전몰자의 날, 빈스 플린, 미치 랩, 하이테크 스릴러
대중문화평론가, 영화평론가. 현 <에이코믹스> 편집장. <씨네21> <한겨레> 기자, 컬처 매거진 <브뤼트>의 편집장을 지냈고 영화, 장르소설, 만화, 대중문화, 일본문화 등에 대한 글을 다양하게 쓴다.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컬처 트렌드를 읽는 즐거움』 『전방위 글쓰기』 『영화리뷰쓰기』 『공상이상 직업의 세계』 등을 썼고, 공저로는 <좀비사전』 『시네마 수학』 등이 있다. 『자퇴 매뉴얼』 『한국스릴러문학단편선』 등을 기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