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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전 특강 2회] <논어>를 씹으면 씹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이유 - 신정근 교수 편

실패한 뒤 쓴 책이라 고전이다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나는 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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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적인 직관에 의해서 쓰여진 책이 있습니다. 그런 책들은 천재들의 재기발랄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패에서 느낄 수 있는 깊은 맛은 없습니다. 반면에 공자의 삶은 당대에는 실패로 가득했습니다. 논어는 거듭된 실패를 삭히고 삭혀서 분노조차도 느껴지지 않은 편안한 상태에서 쓰여진 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논어는 씹으면 씹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옵니다.

일반적으로 동양 고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은 무엇일까? 십중팔구 논어일 것이다. 논어는 공자의 사상을 담은 책으로, 공자 사후 그의 제자들이 엮은 책이다. 논어는 중국 유학뿐 아니라 중국 철학 전반에 걸쳐 영향력이 거대했다. 그 영향력에 걸맞게 주희 (논어집주), 오규 소라이 (논어징), 다산 정약용 (논어고금주) 등 당대를 호령했던 유학자들은 자신의 관점으로 풀어 쓴 논어의 해설서를 저술했다.

 

반면에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며 날카로운 비판을 하는 학자들 또한 존재했다. 이처럼 다양한 관점이 얽혀있는 논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대중 강연에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유학자 신정근 교수와 함께 논어의 속을 들여다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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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과 감속의 균형 잡인 인생 운전을 위한 논어 읽기

 

학이 1)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 不亦君子乎?"
자왈,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시습(時習)하면 뭐가 생각나세요? 앞에 김만 붙여보세요. 김시습. 이처럼 논어는 옛날에 이름이나 자, 호 등을 지을 때 주로 활용된 책이었습니다. 논어의 첫 구절은 학(學)자로 시작합니다. 만약에 유일신 문화였더면 아마 믿을 신(信)으로 시작했을 겁니다. 하지만 논어는 믿으라고 시작하지 않고 배워라라고 시작합니다."

 

사서에는 군자와 소인이라는 두 가지의 인간상이 존재한다. 이 두 가지 인간상은 사람들에게 모두 내재되어 있다. 어떤 부분은 군자답고 어떤 부분은 소인다운 것이다. 당연히 군자다운 부분이 더 많으면 좋지만 제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유학에서는 자신에게 존재하는 소인다움을 메우고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배움을 강조한다. 무언가를 배운다면 배우기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배움은 공자뿐 아니라 순자, 주희, 장즈둥 등 중국 에서 지속적으로 강조되어 왔다.

 

요왈 3)
孔子曰, "不知命, 無以爲君子也, 不知禮, 無以立也, 不知言, 無以知人也."
공자왈, "부지명, 무이위군자야, 부지례, 무이립야, 부지언, 무이지인야."

 

학이 1)이 논어를 시작하는 구절이라면, 요왈 3)은 논어를 마무리하는 구절이다. 논어를 마무리하는 요왈 3)에서 신정근이 강조한 단어는 명(命)이었다. 운명이나 수명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명이 뜻하는 의미는 최대치다. 그러므로 명을 모른다는 것은 자신의 삶에서 최대치를 모른다는 것이고, 명을 모르면 군자가 될 수가 없다. 신정근은 명을 모르면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게 되지만 한계를 알고 그것을 인정하게 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한다.

 

학은 삶의 향상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다. 반면에 명은 삶의 최대치를 인식하는 것이다. 학은 삶의 가속을 위한 장치이고, 명은 삶의 한계를 알고 제동을 거는 장치이다. 자동차는 가속장치만 있어서도, 제동장치만 있어서도 안 된다. 두 가지가 동시에 존재해야 운행을 할 수 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가속이 없으면 삶이 무료해지고, 감속이 없으면 삶이 위태로워진다. 신정근은 논어의 앞뒤에 학과 명이 배치된 이유를 고려하며 논어를 읽으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곤(困)을 이겨내는 꺼지지 않는 열정. 분(憤)과 호(好)

 

계씨 9)
孔子曰, "生而知之者, 上也. 學而知之者, 次也. 困而學之, 又其次也. 困而不學, 民斯爲下矣."
공자왈, "생이지지자, 상야. 학이지지자, 차야. 곤이학지, 우기차야. 곤이불학, 민사위하의."

 

"이 대목은 신분적으로 독해할 수도 있고, 학습의 발달 단계로도 볼 수 있습니다. 네 가지 범주의 인간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한 인간의 네 가지 특성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또는 학습이 점차 진전되어가는 과정으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저는 곤(困)에 주목하려고 합니다."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더 나은 삶을 위해서 필요하다. 이는 논어를 읽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많은 경우 배워야겠다는 마음만 가질 뿐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물론 누구에게나 핑계는 있다. 무언가 해보려고 마음만 먹으면 주변 상황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버린다. 이처럼 진전된 삶으로 나아가려고 할 때 나를 막아서는 방해요인을 신정근은 곤이라고 말한다.

 

신정근은 곤을 정당화 시키지 않고 더 나아가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막연하게 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이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는 무언가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꺾이지 않을 무언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분(憤)과 호(好)다.

 

술이 19)
葉公問孔子於子路, 子路不對. 子曰, "女奚不曰, 其爲人也, 發憤忘食, 樂以忘憂, 不知老之將至云爾."
섭공문공자어자로, 자로불대. 자왈, "불해불왈, 기위인야, 발분망식, 낙이망우, 부지노지장지운이."

 

그 유명한 고사성어 발분망식(發憤忘食)의 유래가 되는 구절이다. 발분망식은 어떤 것에 열중하여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린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신정근이 강조한 단어는 분(憤)이다. 분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는 자세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게 된다. 이처럼 자신의 부족함을 주변의 탓으로 돌리지 않으며 전진하려는 자세가 바로 분이다.

 

술이 12)
子曰, "富而可求也, 雖執鞭之士, 吾亦爲之. 如不可求, 從吾所好."
자왈 "부이가구야, 수집편지사, 오역위지, 여불가구, 종오소호."

 

신정근은 밤새도록 통화하는 커플을 예로 호(好)를 설명했다. 좋아하기 때문에 떨어지려 하지 않고, 떨어지고 싶지 않으니 밤새도록 통화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렇게 통화를 해도 지치지 않는다. 반면에 싫어하는 사람과는 몸이 따라주지 않아 그토록 오랫동안 통화할 수 없다. 즉, 좋아한다는 것은 떨어지지 않으려는 마음 가짐이다.

 

신정근은 분(憤)에 호(好)가 더해지면 꺼지지 않는 열정으로 바뀐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에서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기가 어렵다. 많은 이들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방황한다. 신정근은 지금 당장 좋아하는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당장 좋아하는 것을 찾기 보다는, 한 단계 눈을 낮춰서 자신이 좋아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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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하는 삶과 공존하는 삶

 

위정 11)
子曰,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자왈,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

 

창조라고 말하면 무언가 어렵게 느껴진다. 대단한 것이 하늘에 뚝하고 떨어져야 창조하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논어에서 말하는 창조는 그런 거창한 것이 아니다. 신정근은 창조란 과거에 했던 것 중 쓸모 없는 것은 버리고, 쓸모 있는 것을 채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창조란 지금까지 했던 모든 것을 없애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것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 실패했던 그 지점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위령공 24)
子貢問曰, "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 子曰, "其恕乎! 己所不欲, 勿施於人."
자공문왈, "유일언이가이종신행지자호?" 자왈, "기서호! 기소불욕, 물시어인."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다양하다. 돈도 있을 수 있을 수 있고, 권위도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공자가 바라는 이상적인 방향은 아니었다. 공자의 제자는 3천명 정도였다고 한다. 고대사회에 (물론 조금의 과정은 있겠지만) 3천명의 제자가 타인의 의지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모였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들을 자발적으로 공자의 제자로 만들게 해준 힘이 바로 서(恕)다.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타인에게 시키지 않은 인간미가 공자의 제자들에게는 인간미로 다가왔을 것이다.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나는 논어

 

"천재적인 직관에 의해서 쓰여진 책이 있습니다. 그런 책들은 천재들의 재기발랄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패에서 느낄 수 있는 깊은 맛은 없습니다. 반면에 공자의 삶은 당대에는 실패로 가득했습니다. 논어는 거듭된 실패를 삭히고 삭혀서 분노조차도 느껴지지 않은 편안한 상태에서 쓰여진 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논어는 씹으면 씹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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