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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우린 무엇을 위해 책을 읽는가 - 정혜윤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책 속에 삶이 있고 삶 속에 책이 있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방법, 읽고, 생각하고, 실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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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바쁜 세상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각자의 일상에 쫓기듯 살아간다. 그 와중에도, 사회는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요구하고 있다. 멋진 외모와 높은 스펙을 쌓기 위한 사람들로 인해 트레이닝 센터와 각종 학원들, 심지어 성형외과까지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 사이 우리가 놓치는 것은 무엇일까.

[인터뷰]
정혜윤 피디의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스페셜]
변영주 감독에게 듣는
정혜윤 피디




채널예스가 선정한 8월 집중탐구 작가는 정혜윤(CBS 라디오 피디)입니다. 정혜윤 씨가 2007년 11월 『침대와 책』으로 짠,하고 나왔을 때, 그 신선함과 참신함 때문에 책을 좋아하는 독서가들을 깜짝 놀래킨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흐뭇한 미소가 나옵니다. 왜냐구요? 『침대와 책』은 채널예스에서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칼럼을 묶은 책이기 때문입니다. 그 후 정혜윤 피디는 책과 사람과 여행을 횡단하는 모험을 마치 아이들이 즐겁게 촐랑촐랑대며 뛰어가는 것처럼 해왔고, 그 결과물로 우리들 앞에 놓여진 책들이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2008년 7월), 『런던을 속삭여줄게』(2009년 9월), 『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2010년 3월), 『여행, 혹은 여행처럼』(2011년 7월) 입니다. 2012년 6월, 이제 그는 책이 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지를 정색하며 독자들에게 말을 건넵니다. 약 5년간 책, 여행, 사람 사이를 오간 ‘인생 여행가’ 정혜윤이 누군지 채널예스는 여러분께 알리려 합니다. 정혜윤 피디의 인터뷰, 변영주 감독이 말하는 정혜윤, 정혜윤에 대한 생각(근간 업데이트)을 준비했습니다. 2012년 여름, 인생 여행가 정혜윤 씨를 만나보세요.

참 바쁜 세상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각자의 일상에 쫓기듯 살아간다. 그 와중에도, 사회는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요구하고 있다. 멋진 외모와 높은 스펙을 쌓기 위한 사람들로 인해 트레이닝 센터와 각종 학원들, 심지어 성형외과까지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 사이 우리가 놓치는 것은 무엇일까.

‘한국인의 월평균 독서량’을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대략 한 달에 한 두 권 정도면 꽤나 노력하는 축에 든다고 할 수 있다. 책을 한 권도 ‘못’ 읽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중요한 것은 안 읽는 것이 아닌 ‘못’ 읽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말한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언제 책을 읽나요.”

조금 더 잘 살기 위해, 꿈을 이루기 위해? 그 밖에 뭐가 됐든 간에 갖가지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자기계발에 공사다망한 사이 책은 점점 그들의 삶에서 멀어지고 있다. 게다가 스마트 폰, 테블릿 PC 등의 등장으로 최첨단을 달리는 시대가 되며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개중에는 뒤늦게 책의 중요성을 깨닫고 다시 책을 펼치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책을 ‘못’ 읽는 사람들과 달리 이들은 굳이 책을 읽으려 노력하는 축에 속한다. 하지만 그들 역시도 고민은 있다. ‘책을 완벽히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거나 혹은 ‘이렇게 불안한 삶 속에서 책이 과연 어떤 쓸모가 있을까’와 같은 생각들이다. 무슨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도 막연하다.

『삶을 바꾸는 책 읽기』의 저자이자 CBS 라디오 프로듀서인 정혜윤 씨는 그런 이들을 위해 단순히 방법론적인 책 읽기가 아닌 몸과 마음으로, 삶과 사색을 모두 활용하는 책 읽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녀는 “책은 단순히 읽는 대상을 넘어 ‘어떻게 살아갈까’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대화상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그녀와의 특별한 대화,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렇게 살아도 되요?

독특하지만 유난히 잘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라디오 PD라는 직업이 그리 호락호락한 것은 아닐텐데, 그녀는 이미 글을 쓰는 작가로서의 삶도 병행해 오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에 앞서 그녀가 몰입한 것은 읽는 행위였다. 단순히 책을 읽은 것을 넘어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고, 의문을 더하고, 깨닫는 과정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읽은 것을 삶 속에 적용하리라 결심했고, 다시 글로 써서 알리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 그녀의 글을 본 사람들은 다시금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던졌다. 『삶을 바꾸는 책 읽기』는 그런 무수한 스침 속에서 그녀에게 쏟아진 질문에 대한 진지한 답이기도 하다.

질문

이제까지 여러 권의 책을 쓰셨지만, 이번의 경우는 좀 다른 스타일 인 듯 한데요.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쓰게 된 계기를 말씀해 주신다면?

답변

몇 권의 책을 발표하고 서평을 쓰기도 하면서 도서관 강연을 할 기회가 많았어요. 강연을 마친 뒤에는 참석하신 분들이 건네는 질문에 답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어떤 책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시간이 없는데 언제 책을 읽으세요’, ‘책의 내용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방법이 있나요’, ‘읽을 때는 좋은데, 읽고 나면 뭐에 써야할지 모르겠어요’, ‘능력이 안되는지 책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등과 같은 질문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때마다 물론 충실히 대답하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마지막 질문 시간이라는 것이 매번 충분치 않았던 것이 사실이죠. 그렇게 은연중에 그런 충분치 못함이 제 마음에 쌓였나봐요. 그러다 어느 날 ‘그 질문들이 내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구나’를 깨달았어요.

‘시간이 없는데 언제 책을 읽느냐’는 질문은 ‘나도 내 시간을 굉장히 잘 쓰고 싶다. 내가 쓴 시간들이 나한테 힘이 되고 축척이 되길 바란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었죠. 오래 기억하는 방법을 묻는 질문은 ‘나름 좋고 의미있게 생각한 것을 잊고 살고 싶지 않다’는 바람이 포함돼 있었던 거고요. ‘이해 할 능력이 안된다’는 건 이해하고 싶은 안타까운 마음을 대신하는 말이었어요. 그걸 제가 놓쳤다는 생각이 퍼뜩 들기 시작한 거예요.

질문

많은 질문 중에 ‘그렇게 살아도 되냐’는 질문도 있었다고 알고 있는데요. 언뜻 오해하실 수도 있었던 질문 같네요.

답변

그 질문에 약간 충격을 받았어요. 이건 사는 법을 물어보는 거잖아요. ‘그렇게’라는 것은 절 비난하는 표현이라기보다 말해주기를 호소하는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그건 정말 함부로 대답 못하죠. 독서법을 말하는 자리에서 왜 사는 법에 대한 질문이 나오게 됐을까. 읽는 것과 사는 것을 연계시켜보려는 욕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 책에서 배운 대로 살고 싶고 새롭게 알게 된 것을 실천하며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는 걸 깨닫고 나서 이 책을 쓰기 시작한 거예요. 3월 13일 밤 12시였죠.

책을 써나가며 그녀는 의외로 자신이 놓치고 무심코 흘렸던 질문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충분히, 성실한 대답을 못했던 미안함은 그렇게 책 속에 녹아들었다. 읽는 것과 사는 것의 연결고리는 특이한 방식의 글로 전개되었다. 시간이 없는데 어떻게 책을 읽는가에 대한 답을 하면서는 시간 자체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되었고, 기억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기억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로 꼬리를 이어갔다.

질문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책을 인용하셨는데요. 전개 방식이 독특했습니다.

답변

독서법에서 점차 삶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되더라고요. 이를테면 ‘시간이 없는데’라는 질문에는 이렇게 썼어요. 사람이 살아가며 화분, 혹은 강아지, 금붕어 등 뭔가를 기르며 정성을 쏟잖아요. 그렇다면 자신 스스로도 하나의 화분처럼 키운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으면 어떨까라는 식이죠. 그런 것이 혼자 힘으로 되지 않았기에 정말 많은 책이 인용되었어요. 또 다른 분들의 입을 빌렸죠.

하지만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의 입을 빌린 것이 아니라 정말 삶을 살아가는 분들의 입을 빌렸어요. 그분들은 책에서 이야기하는 가치를 자신도 모르게 삶 속에서 구현하고 사는 분들이었어요. 그 삶에 대해 감탄하고 배우자고 생각했던 거죠. 누군가 책을 읽고 제일 좋은 것이 뭐냐고 물으면 저는 항상 ‘보이고 들리게 됐다’고 말해요. 이게 좋은 거라는 것, 이게 생생하게 사는 거라는 것에 눈을 뜨고 귀를 기울이게 됐다는 거죠.


책 속에서 얻은 즐거움, 값진 깨달음

누구나 타고난 관심사가 있다는 말을 그녀만큼 절실히 동의하는 이가 또 있을까. 독서에 대한 무수한 질문 이전에 그녀에게 먼저 찾아 온 것은 책을 향한 이유 없는 관심과 호감이었다. 개인적인 관심사에서 시작해 방대한 독서를 하게 된 과정을 이야기하는 그녀는 책읽기라는 행위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깨달음과 기쁨을 이야기했다.

질문

책에서 언급한 질문들을 PD님 역시 고민했던 적은 없나요. 처음 책을 접할 무렵부터 한창 책에 빠져들던 시절까지 어떤 과정을 경험하셨는지 궁금하네요.

답변

어린 시절에는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대개 사람들은 잘 모르잖아요. 제일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라고 하지만 사실 찾기가 쉽지 않죠. 제게 행운이었다면, 그걸 빨리 찾았다는 거예요. 어떤 식이었냐 하면, 아주 지루한 자리에 가서도 누군가 책 이야기를 하면 좀 더 있는 거예요. 지하철을 타서도 누가 책을 보고 있으면 궁금해서 훔쳐보는 거죠. 사람들끼리 신간 이야기를 할 때면 제목을 한 번 이라도 더 묻는 저를 발견했던 거예요. 그러면서 ‘아, 나는 책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스스로를 발견하는 과정을 경험했던 것 같아요.

전 그런 식으로 저를 관찰했던 것이 정말 기뻤어요. 책과 관련 된 일을 하는데 나를 소비하고 쓴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사실 이번 제 책에 나온 질문보다 빨랐어요. 그렇게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책에 빠져들었던 시간도 있죠. 그런데 책이 너무 좋으니까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충동도 생기고, 이야기를 해주려고 하니까 기억하게 됐고, 황급하게 이야기해주다보니 빨리 쓰게 된거죠. ‘이거 너무 좋은데, 궁금하지 않아?’ 이런 심정으로 살았던 것 같아요.

질문

독자들은 PD님의 책읽기 패턴에 대해서도 궁금해 할 듯합니다. 호기심에 따른 즉흥적인 것인지, 아니면 일던한 분야를 정해서 읽는 편이신지요.

답변

전 차분한 성격은 아니에요(웃음). 어쩌면 파닥파닥하다고 할까. 맞아요. 독서 리스트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았어요. 사실 제 경우 책을 통한 최초의 관심은 사람이라기보다 여행이었어요. 저는 여행을 참 좋아하고 늘 떠나고 싶어 해요. 하지만 크레타에 한 달을 가 있는 다거나 산토리니에 일 년을 머무는 것은 지금 제 상황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잖아요. 늘 ‘하고 싶다’만 있는 결핍 상태에 있어요. 그럴 때면 대개 여행 정보서를 모아 보기 시작하죠. 기차 시간표라던가 시장, 호텔 정보가 있는 것들…….

하지만 사실 그런 것은 가지 않으면 쓸모가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 다음에는 그 나라 작가들이 쓴 책을 읽기 시작했죠. 파리에 가고 싶으면 파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파리 출신 작가가 쓴 소설을 ‘파리’라는 단어에 밑줄 쳐가며 읽는 거예요. 덕분에 제 최초의 독서 리스트는 ‘가고 싶다, 알고 싶다’가 됐고요(웃음). 그런데 그렇게 읽다보니 최초의 책에서 언급되는 또 다른 책들이 있더라고요.

첫 번째 선택은 주제에 대한 제 관심사였다면 또 하나는 그 책들 속에서 거론되는 책들, 예컨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등장하는 『안나 카레리나』이야기를 보곤 ‘안나카레리나를 한 번 읽어봐야겠어’가 되는 거죠. 그런 식으로 제 시간을 썼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역시 제가 방송 PD니까, 어떤 주제를 다루고 싶을 때 제대로 다루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만약 ‘스마트폰의 유해성’이란 주제를 다룬다면 검색만 해서 쓰고 싶진 않았던 거죠. 관력 서적을 찾고 또 그 책을 읽는 거예요. 잘 하고 싶을 때 책이 참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스스로를 부산하다고 했지만, 정혜윤 PD의 독서 패턴은 세 가지로 분류가 되었다. 우선 개인적인 관심사에 따른 것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이른바 그녀가 ‘책 속의 책 여행’이라고 이름 붙인 방식이다. 세 번째는 현실에서 업무적 필요에 의한 선택이다. 그런 설명을 듣고 보니 질문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무슨 시간이 그렇게 있어 그 많은 책을 읽었나’ 그녀는 오래 기억하는 노하우까지 곁들여 말을 이어갔다.




질문

책에서 언급된 사람들의 첫 질문도 그렇고, 지금 말씀을 들으니 PD가 만만한 직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간적으로 어떻게 그런 많은 양의 독서가 가능한지 궁금한데요. 틈 나는 대로 읽는다고 하시지만 집중도가 떨어지진 않나요.

답변

제 경우 좋았던 것은 제가 어디까지 읽었는지를 잘 모른다는 거였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책에 표시를 해 두진 않았어요. 그래서 틈 나는 대로 읽고, 끊긴 부분을 찾을 때 까지 또 앞에서부터 훑어가며 읽어요. 그러다 ‘여기구나’ 하고 찾고 보면 반복해서 읽는 부분이 생기는 거죠. 그렇게 읽으면 ‘내가 도대체 이 책을 읽은 거야 아니야’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웃음). 하지만 그런 방식은 자꾸 되돌아가며 이해가 되지 않던 것을 이해 할 때 문기가 되더라고요. 책에 포함된 많은 의미를 이해한다는 것은 자기의 삶에도 적용시킬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거예요. 또 하나는 책을 읽다가 ‘이것은 내 생각과 같다’ 혹은 ‘이런 생각이 있었나’ 하고 멈출 때, 멈춤에 더해서 말풍선처럼 자기와 겹쳐지는 기억과 질문이 덧붙여질 때 진정한 독서의 행위가 발생한다고 생각해요.

질문

첫 부분이 너무 재미없거나 어려우면 끝까지 읽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이들도 많은데요. PD님의 경우는 어떠신가요.

답변

저는 이해 못하는 책이 재미없는 게 아니라 매력을 상실할 때 재미가 없어요. 이미 우리가 다 아는 말들만을 자신의 생각 없이 쭉 적어나가는 책들이 있거든요. 어려운 책을 읽을 때는 자신만의 각주를 다는 것도 방법이에요. 제 후배는 그래서 모든 책을 ‘아코디언’이라고 표현해요. 원래는 200페이지 정도의 책인데 자기가 몰랐던 것을 찾고 덧붙이면 400페이지가 된다고요(웃음).

하지만 어려워서 포기하는 것보다 더 심각하게 나쁜 것은 중요한 문제제기가 없는 독서에요. 그래서 저는 ‘서평쓰기’를 권하고 있어요. 진지한 서평이 아니더라도 책을 읽고 단 몇 줄이라도 자신의 생각, 인상적인 문장을 써보라는 거죠. 두꺼운 한 권의 책 속에서 ‘왜 난 이걸 골랐을까’를 고민하고, ‘이 문장이 담고 있는 의미는 이런 것 같다’고 하며 책이 던지는 문제를 받아들이고 대답을 구해보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거죠. 전 그래서 ‘고매성’이라는 말을 좋아해요. 마치 작가처럼 고민을 해 보라는 거죠.

예컨대 ‘현대사회의 불안’에 대한 주제로 소설을 쓴다면 ‘나라면 어떤 문제를 지적했을 것이다’, ‘어떤 예를 들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생각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이해를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이 책이 나에게 도움이 안된다’는 태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게 만드느냐’에요. 적어도 서평이 자신을 위한 글이라면 판단에 앞서 훨씬 중요한게 문제를 맞닥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서평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따지고 보면 모두가 서평을 쓰죠. 무심코 블로그에 올리는 이야기, 친구와 말을 할 때 언급하는 것 역시 일종의 서평이거든요.

질문

한편으로 책을 읽을 때 반드시 깨달음이나 교훈이 있어야 올바른 책읽기 인가 하는 생각도 해보는데요.

답변

일차적인 책읽기는 삶이랑 비슷해요. 어떤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노력해야하는 부분도 있고, 리듬과 맥락이 있는 것 같아요. 책에 따라 좀 다르지만, 문장 하나에도 리듬이 있죠. 그 리듬을 잘 타다보면, 어떤 책은 굉장히 즐겁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고 어떤 책은 나한테 놀라운 충격, 작가의 의도는 무엇일지 몰라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어요. 물론 그 책이 아무것도 주지 못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즐거움, 기쁨이라는 것은 절대 가벼운 가치가 아니거든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다면……. 제가 말하는 깨달음이라는 것은 교훈과는 다른 차원인 것 같아요. 즉각적인 교훈을 얻으려 한다기보다 ‘혜윤아 넌 어떻게 살고 싶어?’ 이런 식으로 고독한 시간에 책이랑 나랑 대화하면서 읽는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질문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중에는 자기계발서에 대한 부정적 생각도 엿보이는데요. 한편으로 이 책 역시 그런 요소를 가지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답변

전 ‘자기계발’이라는 말 자체를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단지 호도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죠. 자기계발이 마치 자격증을 따거나 승진을 하고 취업을 하는 문제로만 국한되고 있는 것 말이에요. 스스로를 계발하는 것은 누구한테나 기쁜 일이죠. 하지만 진정한 자기계발은 ‘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할 수 있더라’와 같이 몰랐던 나, 기대했던 나로 스스로를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 경쟁적인 관점에서 스펙 쌓기를 위한 과정으로만 인식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야기한 것뿐이에요.


책읽기를 통해 나를 만들어 나간다

그녀는 PD라는 본업 외에도 다양한 사회 참여적 활동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모두 책 속에서 발견한 깨달음과 자신의 생각이 화학작용을 일으킨 끝에 이뤄진 일들이다. 그러나 그녀가 바라는 세상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조금씩의 변화가 가능한 세상, 그래서 ‘지옥 같은 세상에서 지옥 같지 않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도록 하는 것이 그녀가 생각하는 진짜 삶이다.

질문

PD님께서 행동하는 모든 활동들을 역시 책읽기라는 행위를 통해 얻게 된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답변

맞아요. 조금씩 그 과정을 통해 제가 만들어져 간다고 생각해요. 책을 통해 ‘이렇게 사는 것이 의미있다’라는 맥락을 잡아가고 있죠. 이번 책에서도 인용했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에요. 그 책을 보면 마르코 폴로와 칸이 대화하는 장면이 나와요.

여행자인 마르코 폴로는 자신이 여행한 수많은 도시들을 칸에게 설명하는데 그 도시들의 묘사는 칸이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어요. 그래서 칸은 마르코 폴로에게 “다른 사람들은 위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너는 왜 매번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느냐”라고 묻죠. 마르코 폴로는 이렇게 말해요. “우리는 모두 여행자로서 길에 만나서 이야기를 합니다. 자기 여동생 이야기나 늑대이야기나 자기가 아는 온갖 이야기를 나눕니다. 길을 떠나며 여행하다 집에 돌아오면 우리가 아는 여동생은 원래 알던 모습에서 약간 달라져 있죠.”

사실 조금씩 달라지는 것의 가치를 이것처럼 잘 설명한 장면을 전 본적이 없거든요. 완전히 달라져 있지 않지만 조금씩 달라져가는 상황이라는 거죠. 칸은 또 다시 폴로에게 물어요. “유토피아 본적 있어?” 폴로는 없다고 해요. 칸은 다시 “디스토피아뿐이라면 왜 그리 여행을 하느냐”고 묻죠. 그때 폴로는 “세상은 어차피 지옥입니다. 그런데 지옥 같지 않게 사는 방법있다”고 말하죠. 그 첫 번째는 ‘내가 지옥이 되면 안된다’는 것이고 두 번째가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지옥같이 않게 사는 사람들을 찾아내 그 사람들의 공간을 넓혀주는 것’이에요. 제게 그 말은 엄청나게 큰 의미로 다가왔고 이후 제 삶에 많은 태도를 결정했어요.

질문

책 읽기를 통해 ‘알고 보게 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글도 쓰시잖아요. 읽는 것을 넘어서 글까지 쓰는 것을 통해서 PD님이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답변

음……, 그건 이렇게 생각하시면 될것 같아요. 제가 짧게 인용한 『나를 보내지마』 라는 책이 있는데 거기 보면, 한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나와요. 남자와 한 여자가 커플인데 사실 남자는 다른 여자와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속으로 깊이 연결 돼 있었죠. 그러다 결국 커플인 여자가 죽고 나서 진정 사랑했던 여자와 사랑을 나누며 ‘이렇게 좋은 것을 이제야 하다니’ 하며 슬퍼하는 장면이 있어요. 남자 역시 죽음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죠. 저도 책을 읽을 때 ‘이렇게 좋은 것을 이제야 읽다니’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때는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해요. 늦게 알아서 슬프고 지금이라도 알아서 너무 좋죠. 그때는 사실 표현의 욕구가 좀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새로 알게 된 것들에 대해서요. 또 그때는 에너지와 힘이 있어요.

책에도 썼는데 일전에 어떤 할아버지를 만난 이야기를 해줄게요. 그 할아버지는 많이 배우지 못한 분이지만 버려진 나무를 깎아다가 좋은 글귀를 나무에 새겼죠. ‘바다를 사랑하자, 촛불처럼, 소금처럼, 걸레처럼, 흙처럼, 빗자루처럼, 충무공정신, 사랑합니다. 바람처럼, 들꽃처럼, 구름처럼, 고맙습니다, 물처럼, 나는 누구를 위하여 무엇이 되어야 하나’ 등의 글귀였어요. 할아버지가 글을 새겨 넣은 것은 두 가지 의미에요. 자신이 좋아하는 마을 아이들에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잘해’ 하는 것, ‘나는 이렇게 살겠다’는 의지를 만인에게 공표하며 대못박듯 해놓은 것이죠. 저는 그게 바로 이해되더라고요. 제가 글을 쓸 때 제일 기쁜 것은 쓴 대로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에요. 최초엔 읽은 대로 살고 싶었고 글을 쓰면서 쓴 대로 살고 싶게 된 거죠. 써버리면 공개적인 게 돼 버리니까요.




질문

한 사람의 인생을 두고 봤을 때 굉장히 두꺼운 책 한권이라는 말도 있는데, PD님은 자신의 책에 어떤 내용을 채우고 싶으세요.

답변

맞아요. '인간은 중간 부분이 펼쳐진 책이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런데 전 지금 그런 생각이 없어요. 그리스인 조르바에는 ‘키스할 때 키스만 하게, 잠 잘 때는 잠만 자게’ 이런 구절이 있어요. 저는 지금 저한테 맡겨진 주제에 굉장히 충실한 편이죠. 옛날보다 훨씬 뜨거워져 있어요. 지금 제가 만드는 다큐가 불안이란 주제의 다큐에요. 제가 선택한 주제인데, 되게 잘하고 싶어요. 잘 한다 개념이 옛날에는 ‘내가 뛰어난 PD인가, 아닌가’를 의미했는데 지금은 그것보다 ‘내가 불안에 문제를 직시하고 있는가’가 훨씬 중요한 거예요. 그래서 지금은 매일매일 불안에 대한 이야기만 읽고 자기 전에 불안, 눈떠도 불안, 이러고 있어요(웃음).

전 어느 날 부터인가 나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그저 책이 좋아서였죠. 그때 제가 잘한 게 있다면 그냥 즐겼다는 것이에요. 이걸로 책을 내야한다거나 다른 무엇을 한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내가 나의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쓴다면, 기쁘게 산다면 그것으로 족했죠. 그래서 그 시간은 오롯이 기쁨의 시간이자 자율성의 시간이 됐죠. 누가 시키지 않았어요. 제 스스로 했어요. 그러다보니 바빠졌어요. 읽을게 많으니까. 그래서 좀 뛰어다니는 사람이 됐죠.

불안을 예로 든다면 부모들이 자식한테 하는 말 중 ‘그러면 큰일난다’라는 표현이 많잖아요. 그 말에는 사실 부모가 자신의 불안을 자식에게 전가하는 것이에요. 책을 예로 들자면 ‘지루하다’는 표현이 그렇지 않을까요. 지루하다는 건 세상을 누군가가 정해놓은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 외에 다른 기쁨은 없다는 체념의 마음이 깃들어 있거든요. 책을 읽으면서 그런 것들을 알게 되는 과정이 제일 좋았어요. 내가 남한테 해서는 안되는 말, 표현을 삼가야하는 것들, 더 많이 표현하고 봐야하는 것들……, 이런 것들에 대해 형태를 잡아가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쓴 대로 살고 싶다. 읽은 대로 살고 싶다’는 저한테 정말 중요한 마음이에요. 반복되는 사명이기도 하고, 늘 도전 받고 늘 위기에 처하는 것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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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책 읽기 정혜윤 저 | 민음사
장르를 가리지 않는 방대한 독서와 생생하고 감각적인 글쓰기로 매번 신선한 감동을 선사했던 감각의 독서가 정혜윤의 신간이다. 책은 우리가 흔히 던지는 독서에 대한 여덟 가지 질문으로 시작한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언제 책을 읽나요?”, “책 읽는 능력이 없는데 어떡하나요?”, “삶이 불안한데도 책을 읽어야 하나요?”, “책은 써먹을 데가 없는 거 같아요. 책이 쓸모가 있나요?” 등. 저자는 그동안 읽어 온 수많은 책을 통해, 삶의 현장에서 인터뷰를 하며 만난 ‘거리의 스승들’을 통해 위 질문에 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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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황정호

최선을 다해서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합니다. 언제나 꿈꾸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오늘의 책

역사계 어벤져스, 어셈블!

책으로 탄생한 지식 유튜브 보다(BODA)의 인기 시리즈 <역사를 보다>. 중동의 박현도, 이집트의 곽민수, 유라시아의 강인욱, 그리고 진행을 맡은 허준은 여러 궁금증을 역사적 통찰과 스토리텔링으로 해결해준다. 역사에 대해 관심 없는 사람도 이 책을 읽는다면 역사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2022 배첼더 상 수상, 판타지 걸작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세계관에 영향을 준 일본 아동문학계 거장 가시와바 사치코의 대표작.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소원이 이뤄지는 곳, 귀명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판타지 동화. 속도감 있게 펼쳐지는 모험 속에 삶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손안에서 여름을 시작하는 책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황인찬 시인의 책. 7월의 매일을 여름 냄새 가득한 시와 에세이로 채웠다. 시를 쓰고, 생각하고, 말하며 언제나 '시'라는 여정 중에 있는 그의 글은 여름의 무성함과 닮아있다. 다신 돌아오진 않을 오늘의 여름, 지나치는 시절 사이에서 탄생한 시와 이야기들을 마주해보자.

여름엔 역시 '꽁꽁꽁' 시리즈!

휴대폰을 냉장고에 두고 출근한 엄마에게 걸려온 민지 담임 선생님의 전화! 학교에서 다친 민지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셀러리 누나와 소시지 삼총사는 강아지 꽁지와 함께 엄마의 회사로 달려가는데... 과연 꽁지와 냉장고 친구들은 엄마에게 무사히 휴대폰을 잘 전해 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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