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무조건 놀아야 한다” - 한비야 『어린이를 위한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한비야 선생님과 함께 하는 문경새재 도보 여행’ 한비야와 아이들, 세계시민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다!
문경새재는, 백두대간의 중심에 위치한 우리나라의 동맥입니다. ‘한비야 루트’에서 가장 매력적인 곳으로 손꼽히는 곳이라고 하네요. 자, 함께 출발해 볼까요? 문경새재에서 한비야 선생과 아이들이 어떻게 거닐었는지, 알아볼까요? 아이들은 문경새재와 어떻게 친해졌을까요?
시끌벅적합니다. 한비야 선생이 등장했기 때문이네요. 특유의 하이톤이 공기 중에 퍼집니다. 에너지 또한 금세 전이되네요. 주변이 밝아지는 느낌이에요. 참 신기합니다. 한비야 선생은 주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재능을 지닌 것 같아요. 아이들과 엄마 혹은 아빠가 함께 한 선생 주변을 에워싸고 연신 사진을 찍어댑니다. 웃음이 터지고, 환한 기운이 완연합니다.
어린이를 위한 책, 어떻게 나오게 된 건가요?
어린이를 위한 책이 나오니 매우 좋아요. 처음에는 낼 생각이 없었어요. 농담처럼 100만부가 팔리면 (어린이책을) 내겠다고 그랬어요. 100만부, 꿈도 꾸지 못했던 부수니까, 안 내겠다는 얘기였죠. 그런데 100만부가 팔린 거예요. 그래서 내게 됐는데, 아주 기뻐요. 내 책 중에 가장 좋아요. 나오고 나서 펄쩍펄쩍 뛰었어요. (웃음) 책도 무척 예쁘게 나왔고요. 아이들이 책을 통해 하늘, 흙, 별, 보름달을 보고 이야기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 생각했어요.
한편으로 아이들이 이 책을 보면서, 일부러 의미를 찾으려고 읽는 건 아닐까 염려도 돼요. 우선 재미있어야 하는 건데 말이에요. 책 자체에 몰입하고 재미를 느끼는 게 아니라, 뭐가 좋고 의미가 있으며, 아포리즘에 대한 훈련을 받고 읽는 건 아닐까? 뿌듯함 반, 걱정 반, 그래요. 독후감과 같은 목적을 갖고 읽는 게 아니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어른의 영향을 너무 받는 것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아이들이 총체적으로 즐겼으면 좋겠어요. TV나 게임 외에 자연에 가장 풍성하고 큰 재미가 있는 존재가 있음을 알았으면 해요. 아이들에게 자연을 느끼게 하면 되는데, 요즘 어른들이 그걸 잘 못해요. 하늘, 별, 구름, 꽃 등을 보면 자연스럽게 즐거운 마음을 가질 수 있거든요. 자연이라는 샘, 자연이라는 또 다른 세상 말이죠. 이런 세상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조그만 것에도 감탄하는 버릇을 가질 수 있을 텐데...
세계 시민을 강조하고 계시잖아요. 세계를 바라볼 것을 권하고.
어릴 때부터 세계지도를 보고, 세계를 무대로 사는 게 당연하다고 봐요. 세계를 무대로 사는 게 대단히 큰일도 아니에요. 나에게 편지를 보내는 아이들은 사실 좀 별난 아이들이에요. 요즘 초등학생들이 제게 편지를 보내긴 하는데, 아이들이 되고 싶은 게 한정돼 있더라고요. 연예인이나 의사, 판사, 변호사 등과 같이.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어야 해요. 다른 방법이 없어요. 좋은 다큐멘터리를 많이 보든지. 책은 저자와 내가 만나는 것이고, 내가 가보지 않고도 다른 세계와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가령, 나만 해도, 방송(<무릎팍 도사>)을 보고 반가워하는 사람과 책을 보고 반가워하는 사람은 확실히 차이가 있어요. 책 본 사람이 훨씬 더 반가워하고, 살가워요. 반가워하는 정도나 악수의 힘이 다른 거죠.
아이들이 어른들 때문에 너무 무기력해졌어요. 어른들이 참 못할 짓 하는 것 같고요.
사람에게 생각의 뿌리가 어떻게 내려지겠어요! 책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이번 학기부터 대학생을 가르치는데, 대학생이 되면 더 이상 꿈이 없대요. 여태껏 엄마, 선생, 사회의 꿈이었을 뿐이었다는 거죠. 그런 말 들을 때마다, 저는 일기를 쓰라고 해요. 일기를 쓰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도 있고,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거든요.
걷기라면 이제 달인일 듯한데, 걷기의 매력이라면 무엇을 꼽고 싶나?
도보여행은 여행 중 최고이자, 종합적인 여행이에요. 걸으면서 생각을 하고 냄새도 맡으면서 오감으로 느끼죠. 걸어보면 알아요. 걷는 것이 생각보다 빠르다는 것을요. 걸으면서 생각이 차면 또 쓰게 돼요. 물론 아이들에게 그걸 강요하거나 요구하면 안 되죠. 흥에 넘치면 쓰고, 아니면 말고. 기록을 위한 기록은 그것 또한 기술에 지나지 않게 되거든요.
책은 주로 어떨 때 읽으세요?
제겐 그냥 습관이에요. 비행기에 타서 책을 많이 읽어요. 비행기를 기다리면서도. 비행기에서는 집중해서 읽을 수 있어요. 전화도 안 오고, 책 읽기 가장 좋은 시간인 것 같아요.
요즘 읽고 있는 책은 무엇인가요? 또 요즘 특별히 하고 계신 거라면?
『고독의 위로』라는 책이 있고, 장자 책도 읽기 시작했어요. 혜민 스님 책과 같이 약간 짧고 가벼운 것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탔을 때, 읽기 좋은 것 같아요. 지금 하고 있는 거라면, 중국어를 배우고 있어요. 나중에 중국어로 강의도 하고 싶고요. 저는 아직 꽃 피지 않았어요. 열매도 맺지 않았고요. 에너지 넘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저는 에너지를 한곳에만 쓸 뿐이에요. 한가지에만 몰두하는 거죠.
남이 정해준 목표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의 인생을 그들이 어떻게 알겠어요. 꽃마다 피는 때가 다르듯 개인마다도 개화시기가 달라요. 나도 젊을 땐, 야, 너 라고 불렸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어요. 저는 가을에 피는 꽃이에요. (웃음)
한국엔 일정한 때가 되면 이런 것을 해야 한다는 시간표가 있는 것 같아요.
자기의 속도는 자기가 잘 알아요. 대신 세상은 노력하는 사람의 편이죠. 내가 노력하는 한 세상은 나의 편이에요. 그게 원한 것이 아니더라도, 하드웨어가 아닌 전혀 다른 방법으로 보상을 받을 거예요. 그래서 저는 노력하는 제가 마음에 들어요. 나이 50에 성장을 멈추는 건 슬픈 일이에요. 전 아직 풀어보지 못한 선물이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제가 어떻게 될지, 커서 뭐가 될지 정말 궁금해요.
우리사회는 조로하는 사회인 것 같아요. 50대면 뭔가 할 나이인데, 절반 밖에 안 살아서 해야 할 일도 많은데. 그래서 저는 새로운 것을 늘 배우고, 배우는 것이 재밌어요.
어릴 때, 롤모델이 있으셨어요?
저는 롤모델이 없었어요. 그래서 20대 한비야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우리는 사회적 고아 같아요. 언제까지 어른이 없는 사회에서 살아야 할까요? 어른 노릇할 수 있는 사람이 말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해주지도 않고. 멘토 없는 시대는 우리 세대로 끝났으면 좋겠어요.
지치고 힘들거나 위로 받고 싶을 때, 어떻게 하세요?
일기를 매일 쓰고 일기에 다 털어놓아요. 그리고 수녀였었던 가장 친한 친구가 있고, 나머지 하나는 하나님. 그러면 마음에 찌꺼기가 남질 않아요. 무겁지 않고요. 셋 중에 하나만 있으면 돼요. 그러면 상처도 안 남고, 깊은 상처가 되기 전에 치료가 돼요. 저는 일기를 쓰지 않았으면 건달이 됐을 거예요. (웃음)
절 멘토라고 해주면 참 부러워요. 전 멘토 없이 살아서. 멘토 노릇 잘 하고 싶은데, 저는 지금 비정규직인데, 지금 뭔가를 열심히 해하니까 멘토라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제가 서울대 출신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말도 하더라고요. (웃음) 좋은 기운은 남에게 준다고 내 에너지가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내 안의 불을 많이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내 불이 좋은 에너지였으면 좋겠고.
한비야 선생은 그렇게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사는 표상의 한 분이죠. 자존감도 그만큼 강하고. 그렇기에 많은 사람이 그를 멘토로 삼고, 롤모델로 삼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많은 우리는 어이없게도 남의 인생을 삽니다. 남의 욕망을 자기 것으로 착각하고도 살고요. 아이들에게도 그런 것이 투사됩니다. 어미 혹은 아비의 욕망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아이들을 억압하죠. 그것이 아이들을 위한 것이고,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억지 위안하면서. 정작 아이들의 마음은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그러니 멘붕의 시대, 그냥 온 것이 아니에요.
“휘황한 거리에는 ‘나’라는 광고 문구가 넘치건만 왜 갈수록 나를 잃어버리며 산다는 느낌이 드는 걸까. 나의 실종에 불안하면서도 남들 사는 대로 살지 않으면 또 다른 불안이 엄습하는 기이한 닫힌 회로. 출구 없는 일상의 쳇바퀴로부터 어떻게 ‘나’를 찾을까.”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김선우 지음|청림출판 펴냄) 중에서) | ||
1. 지금 행복한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행복합니다. |
1권에서는 전라남도 해남 땅끝 마을에서 경상북도 문경시와 충청북도 괴산군 사이에 있는 문경 새재에 당도하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한비야의 국토 여행에서 주된 관심사는 ‘자연’과 ‘사람’이다. 자동차를 타고 쉽게, 빨리 오갈 수 있는 편한 길을 두고 ‘걸어서’라는 우회로를 선택한 것 역시 자연과 직접 호흡하고 사람들과 몸으로 부대끼기 위해서이다...
관련태그: 한비야,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바람의 딸, 문경새재, 백두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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