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로 77명 희생된 ‘순진한 나라’ 노르웨이의 비극 - 요 네스뵈 『스노우맨』
노래를 부르고 경제를 연구하며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 인생의 목표는 악(惡)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 그리고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
북유럽 소설 특유의 분위기에, 스티븐 킹을 연상시키는 스토리텔링과 레이먼드 챈들러를 연상시키는 하드보일드적 요소가 어울러져, 오직 요 네스뵈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세계를 구축해내고 있는 이 비범한 작가를 채널예스가 서면으로 만나보았다.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는 지금, 그의 추리소설로 더운 밤을 시원하게 새보는 것은 어떨까.
북유럽 추리 소설이 인기다. 아서 코난 도일과 애거서 크리스티라는 양대 산맥이 이끄는 영미 추리소설을 약간은 기이하고, 낯설고, 으스스한 북유럽 추리 소설이 추격하고 있다. 스웨덴과 덴마크, 노르웨이, 그리고 아이슬란드의 소설을 통칭한 북유럽 추리소설은 눈이 덮인 풍경과 혹독한 추위를 배경으로 복지국가의 평화로운 모습 뒤에 숨은 범죄의 그림자를 다루는 게 특징이다. 여기에 완벽하기는 커녕 인간적인, 가끔은 초라하기까지 한 주인공이 등장한다. 북유럽 추리소설 열풍의 시작은 2011년 재출간된 스웨덴 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다. 기자 출신 작가 라르손의 유작이기도 하며 북유럽을 시작으로 유럽과 영미를 휩쓸고 지난해 영화로 제작됐다.
북유럽의 인기 추리소설 작가를 읊어본다면 크옐 에릭손, 하칸 네세르, 애사 라르손, 오케 에르바르드손, 리자 마르클룬드, 마리 융스테드트 등이 있겠으나 가장 인기 있는 작가는 요 네스뵈. 요 네스뵈는 노르웨이의 국민작가로 불릴 만큼, 그의 작품은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른다고 한다. 이 인기는 자국 노르웨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럽 각국의 서점가에서 ‘다시 없을 최고의 소설’ ‘올해의 소설’로 거의 매년 선정이 된단다.
북유럽 소설 특유의 분위기에, 스티븐 킹을 연상시키는 스토리텔링과 레이먼드 챈들러를 연상시키는 하드보일드적 요소가 어울러져, 오직 요 네스뵈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세계를 구축해내고 있는 이 비범한 작가를 채널예스가 서면으로 만나보았다.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는 지금, 그의 추리소설로 더운 밤을 시원하게 새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 사람들은 노르웨이를 복지정책이 아주 잘 되어 있고, 자살률이 높은 나라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는데요, 작가 님께 노르웨이 소개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북유럽의 작은 나라죠. 전 그 작은 나라의 무명 작가이고요 (웃음) 노르웨이에 관한 정보라면 백과사전이나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특별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범죄는 어디서든 일어난다는 사실입니다. 이곳의 사회 안전망은 훌륭하고 문화 수준이나 삶의 질도 높지만, 정신적 공허감이나 겨울만큼 깊은 고독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해리 홀레’라는 인물에 대하여 질문을 안 드릴수가 없는데요, ‘해리 홀레’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태어나게 되었는지요.
해리 홀레의 탄생에는 저를 포함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우선, ‘홀레 아저씨’가 있겠네요. 저희 할머니가 사는 마을의 경찰관 ‘올라브 홀레’씨인데, 제가 어렸을 때 말썽을 피우면 할머니가 곧잘 “홀레 아저씨가 잡으러 온다!” 하고 겁을 주시곤 했어요. 그 외에도 헨릭 입센의 ‘브랜드’, 프랭크 밀러의 ‘배트맨’, 찰스 부코스키의 ‘헨리 치나스키’와 같은 소설 속 주인공들도 홀레의 탄생에 일조했고요.
해리 홀레가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알코올중독자에 일중독자라는 점입니다. 그를 이렇게 그리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해리 홀레 시리즈에 착수하면서 제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바로 ‘아킬레스건’입니다. 마음속에 내재된 어떤 악마성이라고나 할까요? 외모나 행동, 언어를 통한 외적 표현 외에도 내적 긴장감을 늘 팽팽하게 유지시키려 했습니다.
『스노우맨』이 전세계적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스노우맨』을 착상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아는 사람이 영화를 제작한다며 영화 제목을 지어달라는 의뢰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스노우맨』이라는 제목을 제공했고 퇴짜를 맞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사람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영화였거든요. (웃음) 하지만 어째서인지 ‘눈사람’이라는 단어가 뇌리에서 떠날 줄을 몰랐습니다. 여느 집의 정원에 놓인 눈사람, 바깥에서 돌아와 입김을 뿜으며 아이를 칭찬해주는 엄마, 하지만 놀라서 굳어져버리고 마는 아이, 그리고 눈사람을 만든 적 없다는 아이의 대답… 이런 것들에 대해 내내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소설을 쓰게 되었습니다.
『스노우맨』은 작가님께 어떤 작품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스노우맨』을 보고 내용이 상당히 ‘세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그러나 스노우맨에 ‘피’가 나오는 장면은 사실 많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스노우맨』을 집필하면서 제가 원했던 것은 피로 물든 뜨거운 스릴이 아닌 눈의 맛, 눈의 냄새까지 전하는 서늘한 스릴이었습니다. 폭폭, 무릎까지 올라오는 눈을 밟는 느낌과 질척거리는 눈의 뒷맛까지 전해드릴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뮤지션, 경제학자 등 다양한 일들을 하고 계시는 프로필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입니까. 그리고 많은 일 중에서 ‘글쓰기’ 혹은 ‘소설 쓰기’는 작가님께 어떤 의미입니까.
음악을 듣고 있으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생각도 자유로워집니다. 제게 음악은 긴장을 풀어주는 특효약과도 같습니다. ‘일’이라고 생각했으면 아마 못 했을 겁니다. 그에 비해 글쓰기란 상상력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므로 늘 어떤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지요.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음악보다 작품 활동이 우선입니다.
작가 님께서 영향을 받았다고 할만한 작가나 작품이 있으십니까.
나보코브의 『롤리타』, 짐 톰슨의 『내 안의 살인마』, 크누트 함순의 『판』, 찰스 부코스키의 『호밀빵 위의 햄』등을 특히 좋아합니다. 같이 글을 쓰던 친구들이 속속 데뷔하는 것을 보며 조급한 마음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계속 책을 읽으면서 글 쓰는 것을 최대한 나중으로 미뤘습니다. 도저히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만큼 글이 쓰고 싶어졌을 때, 정말 미친 사람처럼 글을 쓰기 시작했죠.
작가 님께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가치는 무엇입니까. 사랑? 혹은 연대?
해리 홀레 식으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Stephane Hessel의 『분노하라』라는 책을 아시는지요. 젊은이들에게 사회 양극화, 외국 이민자에 대한 차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금권 등에 저항할 것을 주문한 책으로, 한국에서도 큰 호응을 얻은 책입니다. 이런 점이 시사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시대의 삶이 팍팍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텐데요.. 행복보다는 불행이 더 당연스레 여겨지는 삶을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작가 님의 메세지를 부탁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폭탄선언을 하나 했습니다. “우리 집 파산했다.”라는 내용이었지요. 그때나 지금이나 아버지는 존경받을 만한 분이고, 빚을 모두 갚을 수 있다고 장담하셨죠. 그 후로 집은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때 부모님은 빚을 컨트롤할 만한 여건이 되지 않으셨던 거죠. 이러다가 길바닥에 나앉으면 어쩌나, 어린 마음에 걱정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때의 경험이 머리가 굵어진 지금까지도 제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인기 작가 마이클 코넬리와 제임스 엘로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와 주인공’으로 서슴없이 꼽으며, 외국소설 안 읽기로 유명한 영국 서점가에서 석 달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른 글로벌 화제작, 인구 450만의 노르웨이에서 150만 명이 읽는 등 스칸디나비아는 물론, 유럽 각국과 영미권 독자들까지 단숨에 사로잡은 냉혹하고 뜨거운 소설이다. 이야기는 첫 눈이 내리는 오슬로의 풍경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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