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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들이 병역 문제에 민감한 진짜 이유

‘평등’ 집착 사회 “So many men, so many minds” ‘무죄’ 선고 받은 MC몽, 세상은 ‘유죄’ 낙인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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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자유’나 ‘권리’ 보다 유독 ‘평등’에 집착한다. 아이들이 노스페이스를 교복처럼 입고 다니는 현상도, 부자에 대한 반감이 세계 어느 곳보다 강한 것도 이 때문이다. ‘Money talks’(돈이 좌우한다)라는 말까지 있는 서구, 특히 미국사회에서 부(富)와 부자는 인정과 존경의 대상이지 반감과 증오의 대상이 아니다. 남다른 노력으로 그 위치까지 간 데다 많이 버는 만큼 세금도 많이 내니 굳이 비난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최근 가수 MC몽이 고의로 생니를 뽑아 병역을 면제받은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5월 24일 입영을 연기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에만 유죄를 선고, 고의 발치 관련인 병역법 위반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년 간 ‘병역 기피범’의 주홍글씨를 안고 산 MC몽에게 결국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2010년부터 이어온 재판은 검찰과 MC몽의 팽팽한 줄다리기로 펼쳐졌다. 검찰은 MC몽의 고의 발치 혐의에 대해 의혹을 거두지 않았고 MC몽은 억울하다며 무죄를 호소했다. 지난해 11월 2심의 판결 뒤에도 검찰은 다시 상고를 했다.

무죄 확정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그에게 찍은 ‘유죄’ 낙인은 쉽게 지워질 리 없다. 그는 2010년 9월 13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여러분들의 마음속에 나는 이미 병역비리 MC몽으로 되어 있다. 12개의 생니를 모두 발치했다고 보도가 나간 뒤 나는 이미 도덕적인 쓰레기가 되었다”고 심정을 밝힌 바 있다. 이렇듯 연예인과 유명 스포츠인의 병역 비리 문제는 빠짐없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병역 비리 뉴스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 있다는 얘기다. 장ㆍ차관, 고위 공무원들의 인사청문회에서 병역 문제는 항상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이다. 올 초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병역 비리 의혹 때 MRI 사진을 든 의사들까지 동원돼 난리를 쳤으며, 1997년 여론조사 지지도에서 앞서나가던 이회창 대선 후보는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으로 결정타를 맞아 낙마했다. “대통령 얼굴이 바뀌면 나라의 운명이 바뀐다”는 말에 동의한다면, 병역 비리 문제가 결국 국정 운영 방향까지 좌지우지한다는 얘기다.

대한민국 대중들이 병역 문제에 이토록 민감한 이유는 자명하다. “돈 없고 빽 없는 나(내 자식)는 2년 동안 뺑이를 치는데 너(네 자식)는 무슨 통뼈라서 군대를 안 가는가”이다. 잘못된 말이 아니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 국가로 하루가 멀다하고 이데올로기 대결이 펼쳐지고, 국민 모두에게 병역 의무를 지우는 ‘국민개병(皆兵)주의’를 택하고 있는 상황이니 당연한 국민 정서다.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상의 이유로 집총(執銃)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현행법상 형사처벌을 받아 감옥에 수감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대체복무제 도입’ 권고가 먹히지 않는 것도 일반 국민의 감정이 이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이를 ‘평등 집착 사회’의 단면으로 본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우리 사회에서는 생각보다 이상한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얼마 전 여수엑스포에서 벌어진 소동이 그러하다. 당초 예약제 원칙을 세우고 전시관 바깥에서 줄서는 대기 시간을 최소화할 계획이었으나 인기 전시관 관람의 기회를 놓치게 된 200~300여명의 관람객들이 운영 사무국에 몰려가 항의를 하며 뒤집어 엎자 예약제를 전면 백지화한 것이다. 그 덕분에, 30분이면 입장 가능했던 일을 2~4시간씩 땡볕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처지로 바꿔놓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낳았다. “같은 돈 냈는데 관람 제한을 받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얘기다.

이러한 “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가” 류의 주장에는, 예약제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찾아 얻고 미리 스케줄을 짜 인터넷을 통해 예약을 한 사람들의 수고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 “되는(이루는) 사람은 될(이룰) 만한 무언가를 갖췄을 것”을 전적으로 배제 또는 무시하고 “나는 왜 안 되는가”에 집착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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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자유’나 ‘권리’ 보다 유독 ‘평등’에 집착한다. 아이들이 노스페이스를 교복처럼 입고 다니는 현상도, 부자에 대한 반감이 세계 어느 곳보다 강한 것도 이 때문이다. ‘Money talks’(돈이 좌우한다)라는 말까지 있는 서구, 특히 미국사회에서 부(富)와 부자는 인정과 존경의 대상이지 반감과 증오의 대상이 아니다. 남다른 노력으로 그 위치까지 간 데다 많이 버는 만큼 세금도 많이 내니 굳이 비난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우리의 경우, 의사ㆍ변호사 등 전문직종과 자영업자들의 공공연한 탈세 행위를 비롯, 부의 형성 과정에 대한 의구심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부의 세습과 빈부격차 현상이 심한 편인 필리핀에서도 부자에 대한 적대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의 친가와 시가(媤家)를 비롯한 200대 지주 가문이 전 농토의 8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나라가 필리핀이다. 15대 명문 가문이 필리필 전체 국부의 50%를 점유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필리핀 일반 주민들은 그 지배 엘리트 가문들이 일자리 창출에 일조를 하고 있다고 믿는 분위기다.

지금은 기업에서 성과급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오랜 기간 연공서열 임금체계가 유지된 것에도 평등 의식이 작용하고 있다. “같은 해에 직장 생활을 시작한 입사 동기인데 누구는 승진시키고 누구는 누락시킬 수 있냐”는 논리 아닌 논리가 먹혀온 것이다.

나는 우리 사회가 유난히 평등에 집착하는 역사적 연원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그걸 분석할 능력도 되지 않는다. 다만 헌법 조문을 살펴보며 국민의 기본권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을 뿐이다. 우리 헌법은 전문(前文)에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各人)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중략)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한다는 내용을 통해 평등의 이념을 선언하고 있다. 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제11조 1항)라는 조항을 통해 평등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서 알 수 있다시피, 헌법은 ‘상대적 평등’을 강조하며 ‘합리적 차별’을 인정하고 있다. 개인의 다양한 개성ㆍ능력ㆍ자질을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은 인정되지 않는다.

오랜 기간 봉건 영주, 왕과 귀족의 지배를 받아온 서구사회, 특히 유럽에서는 계급간ㆍ계층간 차이와 구별이 존재하며 또 그것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영국에서는 학문적 성과가 뚜렷한 학자, 심지어 엘튼 존ㆍ폴 매카트니 같은 대중가수에게도 작위를 수여하고 있지 않은가.

경험 한 가지. 임권택ㆍ박찬욱ㆍ홍상수ㆍ임상수 감독 등이 초청받아온 프랑스의 칸 영화제에서 배포하는 프레스 카드ㆍ아이디 카드엔 ‘레벨’이 있다. 모두 다섯 가지 색깔인데 가장 ‘높은’ 색깔은 흰색이다. 그 아래로 핑크, 블루 등으로 이어지는데, 칸 영화제 참가 이력이 길수록, 매체 영향력이 클수록 높은 단계의 카드를 발급 받는다. 부산국제영화제 등 한 번이라도 영화제에 참가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영화제 기간 내내 수백편의 영화가 스케줄에 맞춰 상영된다. 인기 감독, 블록버스터 배우가 출연하는 화제작은 서두르지 않으면 입장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칸에서는 각 상영관 앞의 대기 줄이 색깔 별로 따로 마련돼 있다. 가령 영화 시작 15분 전 쯤 블루 카드 라인에 100명 넘게 줄을 서 있어도 절대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는다. 화이트와 핑크를 먼저 들여보낸 다음에 문을 열어주는 것이다. 화이트와 핑크는 5분 전에 도착해도 무조건 우선 입장이다. 5월의 남불(南佛) 칸은 매우 덥다. 해변가에서 토프리스 차림을 볼 수 있는 것도 찌는 듯한 날씨 때문이다. 나(블루)는 영화 하나 보겠다고 그 뙤약볕에 30분 넘게 서 있는데 언놈(화이트, 핑크)은 영화 시작 5분 전에 느긋하게 도착해서도 먼저 들어간다? 나나 너나 똑같은(?) 기자인데?

만약 우리 나라에서 이런 제도를 시행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는 눈에 훤하다. 블루 이하급(級) 매체들이 ‘편파 운영’ 운운하며 도배를 해댈 것이다. 그러나 칸에 모인 전 세계 어느 기자도 단 한마디 불평이 없다. 당연하지. 룰을 정하는 건 주최측인 칸이고, 칸 입장에서는 ‘다 같은 기자’가 결코 아니니까. 그들 눈에는 ‘서열’이 분명 존재하니까.

백악관 브리핑 룸에도 앞줄 좋은 자리는 뉴욕타임스ㆍAP통신ㆍABCㆍBBCㆍFT(파이낸셜 타임스) 등 기라성 같은 언론에 고정 할당돼 있으며, 힘없는 나라에서 온 이름 없는(백악관 입장에서) 매체는 뒤에 서서라도 들으면 다행인 것이다. 매체간 객관적인 인지도와 영향력 차이가 있는 만큼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처사이지만, 우리 청와대에서 그 비슷한 걸 시도했다간 치도곤을 맞을 것이다.

한국 청년에게 고한다. ‘합리적 차별’을 받아들여라. 각인각색(各人各色), “So many men, so many minds”라지 않은가. 능력의 차이를 인정한다면, 처우의 차별을 수용할 수 있게 된다. ‘산술적ㆍ기계적 평등’에 집착하기 전에 지금 자신이 맞딱뜨리고 있는 ‘차별의 합리성’을 숙고하고, 그 부당함에 확신이 설 때 행동하라. 그것이 참된 용기요, 진정한 시민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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