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 연구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 - 『다윈 지능』최재천
맑스와 프로이트는 죽었으나, 여전히 살아남은 건 다윈. 그 이유는?! 다윈을 모르는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도 아닌 후진국
최재천 교수(이화여대 에코 과학부). 한국에 다윈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가장 애쓴 학자 중의 한 명입니다. 2009년, 다윈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고,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다윈2.0>을 연재했죠. 그리고 이를 묶고 당시 싣지 못한 글까지 묶어 ‘공감의 시대를 위한 다윈의 지혜’라는 부제를 단 『다윈 지능』이 나왔습니다. 지난 3월10일, 서울 서대문자연사박물관, ‘SNS의 달인, 다윈’이라는 제목으로 최재천 교수의 특강이 열렸습니다.
지난 2009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이름을 꼽으라면 단연 ‘다윈’일 겁니다. 한국은 아주 덜 그랬고, 미국에선 ‘링컨’이라는 이름이 더 많이 호명됐겠지만, 다윈이 세상을 지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탄생 200주년. 1809년 2월12일 의사 로버트 웨어링 다윈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찰스 로버트 다윈(Charles Robert Darwin). 서양 특히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선 다윈에 관한 행사가 벌어지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참고로 같은 날, 링컨도 태어났지요.
“『종의 기원』은 1859년 11월 24일 영국 런던의 존 머레이 출판사에 의해 처음으로 출간되었다. 판매용으로 찍은 1,170권의 초판은 꺼내놓기가 무섭게 당일로 몽땅 팔려 나가는 진기록을 세우며 당시 빅토리아 시대 영국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우주의 생성과 생명의 탄생이 창조주의 은총과 의지에 의해서 이루어진 게 아니라 자연의 법칙에 따라 저절로 그리고 우연히 나타난 결과라는 주장은 그야말로 도발 그 자체였다.”(p.65)
그리고 150주년. 그 전까지 굳건하던 인류의 탄생 기원을 송두리째 바꾼 다윈 최고의 역작『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이 1859년 나왔습니다. 다윈의 탄생 200주년과『종의 기원』의 탄생 150주년. 다윈이 2009년을 지배했었던 이유였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그렇진 못했죠. 상대적으로 다윈에 대한 관심이 적고, 다윈의 업적에 대한 인식이 얕기 때문입니다. 진화론의 창시자 혹은 적자생존이라는 이론을 제시한 과학자, 딱 그 정도. 특히 적자생존은 경쟁 지상주의자나 시장 근본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펴기 위해 아전인수식으로 끌어들여 다윈을 욕보이기도 했죠.
그 와중에 최재천 교수(이화여대 에코 과학부). 한국에 다윈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가장 애쓴 학자 중의 한 명입니다. 2009년, 다윈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고,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다윈2.0>을 연재했죠. 그리고 이를 묶고 당시 싣지 못한 글까지 묶어 ‘공감의 시대를 위한 다윈의 지혜’라는 부제를 단『다윈 지능』이 나왔습니다. 지난 3월10일, 서울 서대문자연사박물관, ‘SNS의 달인, 다윈’이라는 제목으로 최재천 교수의 특강이 열렸습니다. 그런데, 다윈이 SNS의 달인? 최 교수는 어떤 근거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들어볼까요?
위대한 과학자, 다윈
최 교수에 의하면, 다윈, 이런 위대한 사람입니다. 1990년대 후반 미국, 『1,000년, 1,000인(1,000 Years, 1,000 People)』이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1000년 동안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 누구인가 묻는 설문조사를 토대로 만들어졌는데, 다윈은 7위였습니다. 참고로, 1위는 구텐베르크.『오! 이것이 아이디어다』라는 책에서도 ‘진화론’은 7위였고요. 1위는 인터넷.
그는 되묻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설문조사를 하면 다윈은 몇 등을 할까요? 장담하건대, 100위 안에도 못 듭니다. 한국은 다윈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고, 중요성을 몰라요.”
그런 한국적 상황에서 다윈의 중요성과 위대함을 알리고 공부하기 위해 최 교수, 2005년부터 <다윈 포럼(Darwin Forum)>을 열었습니다. 포럼을 통해 다윈의 저서들을 번역하는 작업 등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 저서가 번역이 다소 매끄럽지 않은 측면이 있어서 다윈의 중요 저서를 제대로 번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어요. 사실 다윈 책은 번역이 힘듭니다. 끝이 길어요. 어떤 문장은 1페이지가 넘는 것도 있을 정돕니다. (번역을 끝내는 게) 2009년이 목표였는데 그렇게 못해서, (웃음) 내년에 끝내는 게 목푭니다. 그냥 번역이 아니고 제대로 이해하자는 것이 목표라 늦어지고 있습니다.”
다윈, 얼마나 중요한가!
“일찍이 위대한 유전학자 테오도시우스 도브잔스키는 “진화의 개념을 통하지 않고서는 생물학의 그 무엇도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젠 다윈의 진화론은 생물학의 범주를 넘어 다른 많은 학문 영역들은 물론 우리 일상생활에도 폭넓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제 감히 이렇게 말하련다. “진화의 개념을 통하지 않고서는 우리 삶의 그 무엇도 의미가 없다.”고.”(p.20) |
“진화론은 이제 생물학뿐만 아니라, 사회학, 경제학, 인류학, 심리학, 법학 등의 인문 사회 과학 분야는 물론 음악, 미술 등의 예술 분야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진화 심리학, 진화 게임 이론, 진화 윤리학, 다윈 의학 등은 모두 다윈이 뿌린 작은 겨자씨들이 만들어 내고 있는 화려한 이파리와 꽃들이다.”(pp.21~22) |
“다른 학문 분야도 대체로 비슷하겠지만 다윈의 이론을 연구하는 진화학에 있어서 대한민국은 거의 완벽하게 후진국이다. 개발 도상국도 아니고 그냥 후진국이다.”(p.9) |
“책 한 권이 하루아침에 인생관과 가치관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을 수 있을까? 내게는『이기적 유전자』가 그런 책이다.”(p.214) |
진화론을 연구하는 학자이신데, 교회에 다니진 않으시나요?
저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과 결혼했습니다. 결혼 후 지금까지 착실하게 교회에 나가고 있어요. 물론 세례는 안 받고 다니지만요. (웃음) 저는 계속 공부합니다. 종교도 귀 기울여 공부합니다. 종교와 과학이 함께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생에게 알맞은 진화론에 관한 도서를 추천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직은 초등학생에게 좋은 진화론 책은 없는 것 같아요. 내가 써야할 것 같은데... (웃음) 진화는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진화가 진보냐? 진화는 방향성이 없습니다. 내가 노력한다고 다음 세대가 나보다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어요. 라마르크는 노력하면 된다고 했지만. 다음 세대 환경을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어떻게 될지 몰라요. 지구 역사는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어졌습니다. 노력할 수는 있지만 노력과 결과가 진화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진보라는 말 속에는 목적 또는 목표의 개념이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진화에는 목적성이 없다.”(p.68) |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은 성립될 수가 없어요. 틀린 이론입니다. 하지만 제 마음 한 구석엔 라마르크가 맞기를 바랍니다. 다윈에 기대면, 진화가 너무 느리거든요.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이 조금 적용되면 좀 더 진화를 알맞게 설명할 수가 있어요. 최근 후성유전학이 나오면서 라마르크 이론의 효과를 보여주는 유전 메커니즘이 발견되고는 있습니다.
호모 심비우스에 기대어 SNS를 이야기해 주신다면요?
SNS가 때론 사람을 죽이는 신형 무기가 됐어요. 그렇다고 힘을 합쳐 (SNS를) 없애자고 할 수는 없습니다. 어차피 겪는 과정이고 그런 과정을 거쳐 세련돼 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경거망동 하는 사람들은 (SNS를) 응징하는 방법을 찾을 겁니다.
개미의 세계를 보면, 일개미의 반란 행위가 꽤 많은데, 이를 여왕개미가 찾는 게 아니라 서로 찾습니다. 우리 사회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고, SNS도 세련되어 지면서 나름의 메커니즘을 만들 겁니다. 세월이 가면 험한 일이 줄어들도록 만들 거예요.
저는 호모 심비우스 정신이 우리 마음에서 조금씩 진화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나가수 시즌1>를 보면, 한 사람이 떨어진다고 좋아하지 않고 다 같이 슬픔을 나눠요. 그게 진화요, 우리 삶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봤습니다. <나가수 시즌1>가 1명만 살아남았다면, 따듯한 프로그램이 됐을까요? 1명이 떨어지니까, 6명이 다 감싸 안아 주잖아요. SNS에서도 조만간 서로를 보살펴주는 메커니즘이 만들어질 겁니다.
통섭의 과학자 최재천 교수가 출간한 『다윈 지능』은 150여 년간 진화 이론이 발전해 온 과정과 진화론을 둘러싸고 벌어진 두뇌들의 설전, 그리고 현대 진화 이론의 핵심을 담은 최고의 진화 생물학 교과서이다. 진화론이 생물학의 범주를 넘어 철학과 경제학, 법학, 문학, 정치학, 예술 등 다방면으로 영향을 미침에 따라 보다 풍성하고 다양해진 21세기 지식 생태계의 전망을 총망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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