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알면 사랑한다' - 최재천 교수의 통섭원

‘알면 사랑한다.’ 아이가 오늘을 기회로 나에게 익숙한 것, 내 관심만 있는 것뿐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며 폭넓게 편견 없이 알려는 노력, 그것을 통해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사랑받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내 친구 서울>의 어린이 기자로 오늘 이화여자대학교 자연과학부 최재천 교수님을 인터뷰하러 간다는 말에 저도 덩달아 따라나서게 되었네요. ‘최재천 교수님을 너희가 아느냐?’ 하고 물어보니 두 아이의 대답이 각각 다르네요.

큰아이는 예전에 읽었던 프랑수아 플라스의 『마지막 거인』이란 책 뒤에 책 내용만큼이나 의미심장한 독후감(?)을 썼던 글 잘 쓰는 교수님으로, 둘째는 지난번 민우회 주최로 서울 여성플라자에서 열렸던 ‘제인 구달’ 강연회에서 영어로 말하는 제인 구달의 말을 온화한 우리말로 통역해주던 영어 잘하는 교수님으로 기억했습니다.

저는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라는 책에서, 다양한 동물의 미처 알지 못했던 재미있는 행동특성을 소개하면서 인간의 삶과 연관지어 촌철살인의 글을 날리던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에게 책에서 읽은 내용 중에 ‘흡혈박쥐’ ‘꿀단지 개미’ 등 재미있게 읽은 부분을 이야기해주며 이대 정문을 지나 종합과학관으로 걸어 올라갔습니다.

이대 종합과학관 건물 앞에서

이대 종합과학관 B동 365호에 있는 통섭원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에서 이대 생명과학과 석좌교수로 부임한 최재천 교수는 자신의 연구실을 새롭게 단장하고 그 이름을 ‘통섭원’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모든 사물은 다 통한다’라는 뜻을 지녔다고 하는데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이라는 책 제목이 순간 떠오르더군요.

‘행동·생태연구실’이라는 팻말이 붙은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니, 통섭원과 함께 다른 연구원들의 연구실이 있었습니다. 유리문을 마주한 한쪽 벽에 관련도서가 가득한 책장이 방문객을 맞이했어요.

최재천 교수 관련 기사를 게시한 통섭원 옆 복도
통섭원과 다른 연구원들의 연구실이 있는 ‘행동·생태연구실’
연구실 앞 복도 책장에는 책이 가득하다

취재를 시작하기 전, 교수님을 기다리는 동안에 살짝 통섭원을 들여다 보기로 했습니다. 평범한 연구실의 문손잡이를 돌리는 순간, 아이들의 입에서는 ‘우와’ 하고 탄성이 나왔습니다. 두 개의 벽면을 천장까지 가득 채운 책장에 빼곡히 들어찬 책, 볕이 잘 드는 두 개의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볕을 받으며 읽어줄 주인을 기다리는 많은 책. 그러나 아이들의 눈을 끈 것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최재천 교수의 연구용 책상 뒤편 벽에 있는 멋진 그림이 바로 그것이었지요. “내 방보다 더 예쁘다.”

연꽃이 한가득 피어있고, 나비가 한가로이 날아다니는 모습이 그려진 벽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 같았습니다. 알고 보니 건축가 유이화 씨가 신사임당의 초충도와 화조도의 이미지를 콜라주하여 직접 디자인한 것이라고 하네요.

조금 뒤에 인터뷰시간이 되어서 조용히 방을 나와 기다리며 저렇게 자신만의 방을 꾸미고 그곳에서 마음껏 연구도 하고 책을 읽을 공간을 가진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고 무척 부럽기도 했습니다.

책이 빼곡히 들어찬 통섭원의 책장
창가 책장에도 책이 가득하다
통섭원의 한쪽 벽면을 멋지게 장식한 그림

인터뷰가 끝나고 나온 큰딸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엄마, 교수님은 왜 과학자인데도 그렇게 글을 잘 쓰시느냐고 물었더니 책을 많이 읽고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이 있다면 미리미리 원고를 써두고 그것이 완벽해질 때까지 몇 번이고 고치는 작업을 꼭 해야 한다고 하셨어. 책도 안 읽고 노력도 안 하고 좋은 책을 썼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요새 논술이니 뭐니 해서 평소보다 많은 책을 읽고 또 글도 써봐야 하는 아이에겐 어쩌면 당연한 질문이었겠지만, 아이는 자신의 질문에 성심껏 답변해주며 용기를 준 과학자이자 인생의 선배에게 오늘 많은 감사와 감동을 느낀 것 같네요.

함께 사진 한 장 찍자고 부탁드리자 “우리, 아까 사진 찍을 때 뭐라고 하기로 했지? 자, 다 같이 침팬지~”하며 아이들보다 더 큰소리로 외치시는 교수님 덕에 즐거운 추억의 사진도 남길 수 있었습니다.

최재천 교수님과 함께!

아이가 들고 온 책에는 교수님의 메시지가 씌어있었어요. ‘알면 사랑한다.’ 아이가 오늘을 기회로 나에게 익숙한 것, 내 관심만 있는 것뿐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며 폭넓게 편견 없이 알려는 노력, 그것을 통해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사랑받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Tip]
이대 자연사 박물관(//nhm.ewha.ac.kr/index.jsp)
- 운영: 오전 10시~오후 4시(월~토)/일, 공휴일 휴관(1,2,7,8월 방학기간 토요일 휴관)/관람 무료
- 문의: 02-3277-3155
- 특별전시: 개미제국을 찾아서(~2007. 5. 3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4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오늘의 책

트럼프의 귀환, 위기인가? 기회인가?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거머쥔 트럼프.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들 트럼프 2기 정부의 명암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하는 박종훈 저자의 신간이다. 강경한 슈퍼 트럼프의 시대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어떠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그 전략을 제시한다.

이래도 안 읽으실 건가요

텍스트 힙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독서가 우리 삶에 필요해서다. 일본 뇌과학계 권위자가 뇌과학으로 입증하는 독서 예찬론. 책을 읽으면 뇌가 깨어난다. 집중력이 높아지고 이해력이 상승하며 즐겁기까지 하다. 책의 장르는 상관 없다. 어떤 책이든 일단 읽으면 삶이 윤택해진다.

죽음을 부르는 저주받은 소설

출간 즉시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 관련 영상을 제작하려 하면 재앙을 몰고 다니는, 저주받은 소설 『밤이 끝나는 곳』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등장인물들이 함께 떠난 크루즈 여행 중 숨겨진 진실과 사라진 작가의 그림자가 서서히 밝혀진다.

우리 아이 영어 공부, 이렇게만 하세요!

영어교육 전문가이자 유튜브 <교집합 스튜디오> 멘토 권태형 소장의 첫 영어 자녀 교육서.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초등 영어 교육의 현실과 아이들의 다양한 학습 성향에 맞는 영어 학습법을 제시한다. 학부모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침과 실천 방안을 담았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