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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권의 책보다 고전 한 권을 읽어라” – 이지성·황광우 『고전혁명』

황광우 “내 인생을 바꾼 두 권의 고전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고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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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멘토 이지성과 인문학자 황광우가 만났다. 『리딩으로 리드하라』와 『철학콘서트』로 대표되는 두 작가의 만남은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의 만남이요, 유비가 제갈량을 얻은 격이다.

리딩멘토 이지성과 인문학자 황광우가 만났다. 『리딩으로 리드하라』『철학콘서트』로 대표되는 두 작가의 만남은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의 만남이요, 유비가 제갈량을 얻은 격이다. 이 두 명의 작가가 나눈 고전과 인문학에 관한 대담은 사회적 통념으로 다림질 된 현대인의 뇌에 꼬깃꼬깃한 주름을 만든다. 그리고 그 주름에 사고의 씨앗을 뿌리고 열권의 고전을 통해 단비를 쏟아 붓는다. 이제 머리에 나무를 심을 때이다.


이제는 문화혁명이다!

황광우 작가는 철학자이자 혁명가이다. 고교 시절부터 반독재 시위를 주도했고, 1970년대에는 민주화운동에 동참했다. 그러다 1980년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대학에서 제적을 당하면서 공장에 들어가 노동자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그의 의지는 한시도 꺾이지 않았다. 처녀작인 『소외된 삶의 뿌리를 찾아서』를 시작으로 전두환 군사정권을 비판한 『들어라 역사의 외침을』 등의 저서를 펴내며 민중의 삶을 바꾸는데 열정을 다했다. 아직도 황 작가의 뇌리에는 혁명의 순간들이 고스란히 기억되어 있다.


“6월 민주항쟁과 전두환 독재정권의 몰락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1987년 6월 29일, ‘오늘같이 좋은 날’이라고 해서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커피를 공짜로 대접했고, 막걸릿집에서는 막걸리를 내왔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민주주의를 열렬하게 환영했던 날이었죠. 저는 6월 항쟁의 한가운데 있었기 때문에 남다른 감회가 있습니다.”

그런 황 작가가 2012년에 또 다른 ‘오늘같이 좋은 날’을 꿈꾸고 있다. 이제는 정치혁명이 아닌, 문화혁명이다. 이미 50년 전에 김구 선생은 “내가 만들고 싶은 나라는 경제력이 부유한 나라가 아니오, 군사력이 강한 나라도 아니다. 오직 한없이 높은 문화적 수준을 자랑하는 그런 나라를 만들고 싶다”라며 문화강국론을 펼쳤다. 당시의 대한민국은 1인당 GDP가 백 불도 되지 않던 처참한 나라였다. 그런 시절에 김구 선생이 강조한 것은 경제력이 아닌 문화였다.

“김구 선생의 말씀은 우리들이 깊이 천착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인간의 행복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와 깊이 관련된 문제에요. 동시에 1인당 GDP 2만 달러를 돌파한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말씀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경제성장 제일주의’라고 하는 미친 흐름 속에 놓여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흐름을 변화시켜 문화가 부강한 나라가 되기 위해 노력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문예부흥운동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 이지성 작가와 『고전혁명』이라는 책을 펴내게 되었습니다.”


불굴의 철학자가 꿈꾸는 세상


황 작가는 『젊음이여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를 펴낸 직후인 2007년 4월, 중풍으로 쓰러졌다. 몸의 오른편을 사용하기 어려워졌고, 겨우 왼손만을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인문학에 대한 의지는 더욱 불타올랐고, 정신적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건강했다. 황 작가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수년간 창작에 몰두해 올해 초 『철학하라』『고전혁명』 두 권의 책을 펴냈다. 황 작가의 삶과 저서는 물질주의적 풍조 속에서 인간이 추구해야 할 정신적인 가치를 표상한다.

“현대인들은 좀 더 많은 물질적인 부를 향해 달려나가지 않으면 불안하고 심지어 두렵기까지 한 상태가 되었어요. 이것은 가치의 부재로 인해 정신적인 여유를 잃은 황폐함이라고 봐야 할 거예요. 이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질적으로 수준 높은 삶을 향유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해답은 고전에 있어요.”

우리나라는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동시에 가계부채와 실업률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 인터넷과 핸드폰보급률은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성인의 독서율은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현시대에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이 경제성장은 아닌 거 같습니다. 이제는 성장 과정 속에서 발생한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를 완화시켜야 해요. 모두가 고루 잘 살 수 있는 평등사회로 나아가야 하고, 동시에 문화적 수준이 높은 국가가 되도록 노력해야지요.”

고대 아테네인들은 수준 높은 그리스 비극을 비롯하여 풍부한 문화생활을 누렸다. 그리고 아테네의 통치자인 페리클레스는 정치의 중심을 문화예술의 육성에 두었다. 페리클레스는 문화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국민이 없도록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는 공연을 관람한 이들이 관람료를 내는 것이 아니라, 관람료를 받을 정도였다. 공연을 관람하느라 일하지 못한 것에 대한 벌충이었다. 아테네인들은 돈을 벌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었다. 아테네인들은 풍부한 문화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돈을 벌었다. 아테네는 그런 문화적인 힘을 바탕으로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황금기를 맞게 된다.

“우리는 한 해에 세금을 300조 원 내고 있습니다. 정말 천문학적인 금액을 국가에 바치고 있죠. 그런데 정작 국민들은 좋은 뮤지컬이나 미술작품 한번 구경하러 가기가 어렵습니다. 엄청난 물질적 부를 바치면서도 국민의 삶의 질은 그만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무엇인가 잘못된 거죠.”


품격 높은 문화생활을 저렴하게 누리는 방법!


‘먹고 살기도 바쁜데 무슨 얼어 죽을 문화생활이냐’는 말이 관용어처럼 쓰이는 세상이다. 하지만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남는 시간을 활용해서 문화생활을 누리는 최고의 방법이 있다.

“그건 바로 고전을 읽는 것입니다. 저는 한 번에 책을 20, 30권씩 주문해서 읽습니다. 밤새워 가며 읽어요. 그런데 서른 권 중에 ‘정말 이 책 잘 만났다’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 한 권이라도 있으면 아주 행복한 독서를 한 것입니다. 그런데 고전은 천 권의 책을 구입해도 만나기 어려운 책이에요. 천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고전 한 권을 읽으면 비용도 절약될뿐더러, 훨씬 더 위대한 효용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얼마나 경제적인 선택인가요.”

수천만 원의 가치를 능가하는 고전. 이러한 고전 강독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이제는 많은 이들이 고전 읽기를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영상이나 가벼운 취미 서적 읽기에 길들어 있는 현대인에게 고전은 여전히 낯설다. 마음먹고 구입해도 조금 읽다가 책장의 진열품이 되어버리기 일쑤다.

“조급함을 버리세요. 고전에 담긴 지혜를 인간이 알기까지 천 년의 세월이 걸렸어요. 천 년의 세월이 걸려서 확보한 정신적인 알갱이를 어떻게 하루에 다 소화해낼 수 있겠어요. 이 지혜의 정수를 욕심내지 말고 꾸준하게 매일 한 페이지씩만 읽어나가세요. 그렇게 6개월, 1년이 지나면 어느덧 고전 한 권을 다 통독하게 될 거예요. 고전 읽는 방법은 다른 게 없습니다. 고전은 머리가 좋아서 읽는 게 아니에요. 인내력, 즉 엉덩이가 좋아야 합니다. 처음에는 힘들어도 습관이 들면 어렵지 않아요.”


내 인생을 바꾼 두 권의 고전


황광우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의 前총장인 황지우 시인의 동생이기도 하다. 황지우 시인 역시 독재와 폭압에 항거하는 격동의 시기를 보냈다. 형제가 지성의 빛으로 암흑의 시대를 밝힐 수 있었던 것은 고전의 힘이었다.

“제가 오늘날까지 고전을 손에서 놓지 않고 꾸준히 읽게 된 배경에는 형의 영향이 컸어요. 대학교 입학식을 하고 집어 들어오는데 형이 4년 동안 책을 2권만 읽으라고 하더군요. 그 말에 저는 상당히 자존심이 상했어요.”

황지우 시인이 동생에게 권한 두 권의 책은 플라톤의 『국가』와 공자의 『논어』였다. 단, 황지우 시인은 단서를 붙였다. 원서를 읽으라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플라톤의 『국가』는 희랍어로 읽어야 하는데 당시엔 무리인 듯하여, 황 작가는 『국가』는 영어로 읽고, 『논어』는 한문으로 읽어가기 시작했다.

“대학교 1학년 내내 플라톤의 『국가』를 읽었어요. 그렇게 어려운 책이 아님에도, 처음에는 100페이지 읽기가 힘들더군요. 그래도 인내력을 발휘해서 150페이지까지 읽었습니다. 그러다 시국사건과 옥살이를 겪으며 책을 내려놓아야 했고, 이후에는 공장에서 노동자로서의 삶을 사느라 책 읽기가 더뎠지요. 결국, 마흔의 나이가 되어서야 플라톤의 『국가』를 다 읽을 수 있었습니다.”

황 작가가 공자의 『논어』 원본을 독파한 것은 34살 즈음이었다. 그 이후로도 황 작가는 『국가』『논어』를 틈틈이 반복해서 읽어왔다. 황 작가에게 격동의 시대를 살아갈 힘을 준 것은 고전이었다.

“내 삶의 깊이만큼 고전이 보여주는 경지가 새로워진다는 것을 느꼈어요. 고전은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기본적인 실력과 사상의 자양분이 된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황 작가는 『철학하라』에서 동서양 고전 40선을 소개했다. 그리고 『고전혁명』에서는 이지성 작가와 함께 10권의 고전을 엄선했다. 황 작가는 풍요로운 삶을 위해 『철학하라』『고전혁명』에서 소개하고 있는 고전의 강독을 권유한다.

“경제학과를 나온 사람이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읽지 않고,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읽지 않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입니다. 예컨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원서를 완독한 경제학도가 전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제가 한번 도전해봤습니다. 영어로 천 페이지가량 되는데, 절반 이후가 무척 쉽더군요. 앞의 대목이 산이면 중간 이후는 평지였어요. 그런데 산을 넘지 못하고 포기한 이가 많았던 거죠.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유익한 역사 상식들이 풍부하게 담긴 아주 재미있는 책입니다.”


국가의 미래를 고전에서 찾다!


황 작가가 인문학을 공부해가면서 느낀 것은 중국이나 서양 학문의 우수성이 아니었다. 황 작가는 대한민국의 문화적 우수성에 놀라움을 느꼈다고 한다. 세계에서 대한민국만큼 문화적 역량이 높은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정말 대단한 민족이었습니다. 19세기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문화적인 수준과 밀도가 주변국 중에서 가장 높았어요.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에나 서당이 있었죠. 논어, 중용, 대학 같은 어려운 책들을 읽었고, 선비들은 한시로 대화를 나눴어요. 그리고 한글이라는 위대한 문자도 가지게 되었죠. 그 이후로 문맹률이 급격히 감소했어요.”

그런 나라가 일제강점기 36년 동안 문화적으로 피폐해졌고, 위대한 문화유산의 맥은 끊기게 되었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이후에는 산업화에 모든 초점이 맞춰졌다. 그래서 황 작가는 우리나라가 문화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의미의 문예부흥운동을 시작할 때입니다. 우리나라는 한글이라는 위대한 문화적 도구를 가지고 있어요. 덕분에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위대한 책들을 손쉽게 읽을 수 있죠. 새로운 문예부흥의 시대에 이지성 작가와 제가 함께 집필한 『고전혁명』이 변화의 첫걸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고전혁명 이지성,황광우 공저 | 생각정원

리딩멘토 이지성과 인문학자 황광우의 생각경영 프로젝트. 고전이 전하는 가르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메시지와 희망을 전하는 책이다. 저자들은 이 시대의 혁명이란, 세상을 뒤엎는 일이 아니라 생각을 뒤집는 일이라 이야기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이 다른 생각을 만들고, 다른 나를 만들고, 다른 내가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전에 담긴 치열한 고민과 새로운 해법을 통해 내 머리로 생각하고, 내 두 발로 당당히 우뚝 서는 삶의 길을 제시한다…

 





◈ 작가소개

황광우
1958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고교 시절, 반독재 시위를 주도하다 구속 및 제적을 당했다. 이후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에 입학했으나 민주화운동으로 또다시 구속 및 제적을 당하게 된다. 이후 공장에 들어가 노동자의 삶을 살며 현실에서 인문학을 꽃피우게 된다. 2002년에 민주노동당 중앙연수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광주의 ‘다산학원’에서 제자들과 함께 고전을 통해 삶의 길을 찾고 있다. 주요저서로 『철학하라』, 『철학콘서트』, 『레즈를 위하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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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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