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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라 황광우 저 | 생각정원 |
저자인 철학자 황광우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철학이 개인에게 생존이 되는 시기가 왔다”라고 한다. 사회가 불확실해질수록 '무너지지 않는 나'를 찾는 것이 중요한데 저자는 그 해답이 고전에 있다고 말한다. 수천 년이 지나도 그 빛이 바래지지 않는 이 고전들에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동서양 인문고전 40선과 함께 황광우의 깊은 사유가 담긴 『철학하라』는 동양과 서양의 고전 40선을 선정해 ‘인간과 역사’, ‘자유와 평등’, ‘정의와 도덕’, ‘변화와 용기’등의 주제로 불안의 시대를 이겨내는 힘을 제안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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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였다. 멍하게 있는 친구에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냐고 물었더니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덤덤히 대답한다. 그때까지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때가 한번도 없어서, 그럴 수 있다는 게 나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놀라움이었다. 지금은 정말 지쳐서 멍해지는 경우도 있고, 그런 휴식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당시에는 ‘사유’하지 않는 삶이 있다는 것이 참 낯설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
『철학하라』는 우리에게 사유하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스스로 생각하라. 먹고 살기 바쁘고, 눈 앞의 일을 처리하기 급급한 나에게 말을 걸어준 것이다. 나는 수많은 책 중에 지금 내가 읽고 싶은 책이 현재 나에게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이 책이 내 인연이었던 모양이다.
이 책의 저자 황광우씨는
『철학 콘서트』로 많은 독자들에게 알려져 있다. 1980년대 노동 운동, 민주화 운동을 했던 이력도 있다는데, 그 덕이라고 해야 할지 감옥에서 읽은 성경을 비롯하여 고전 원문을 읽게 될 기회도 많았다고 한다. 이 책은 동, 서양의 고전 40선의 개괄적인 안내서이자 저자가 던지는 철학적 메시지이다. 동양편에서는 내면 세계와 관련 있는 자아와 관계에 대해, 서양편에서는 외부 세계와 관련 있는 정치, 경제, 과학, 심리 등의 철학을 다루고 있어 철학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을 알기에도, 더 나아가 어떤 고전을 더 보고 싶은 지 결정하기에도 유용하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각 철학을 설명하면서 고전의 원문을 충실히 실었다는 점이다.
“측은해 하는 마음은 인仁의 실마리이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의의 실마리이며 사양하는 마음은 예禮의 실마리이고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은 지智의 실마리다. 사람이 네가지 실마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그들이 팔다리를 가진 것과 같다.” - 맹자 《공손추장구》 상 |
위의 내용이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을 설명하고 있다는 저자에 말에 ‘아하! 무릎을 절로 치게 된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맹자, 순자와 성선설, 성악설을 끼워 맞추던 학창시절 윤리시간이 생각나면서 많은 지식을 한번에 습득해서 시험을 봐야 하는 입시 제도 덕분에 어쩔 수 없었겠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원문을 보고 설명을 들었더라면 좀 더 쉽게 이해하고 기억에도 더 남지 않았을까 싶었다. 또 지식만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힘도 키울 수 있었겠지..
베이컨의 유명한 ‘동굴 우상’ 개념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원문을 들고 있는데, 읽으면서 새해 많이들 보는 사주와 별자리 등의 점성술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성격을 묘사한 동일한 문구를 보고 모두가 내 얘기인 거 같다고 생각하는 심리학 실험과 더불어 말이다.(실험이름은 까먹었다.)
“인간의 정신은 울퉁불퉁한 거울과 같아서 자신의 성질을 대상에 부여하여…. 대상을 왜곡하고 변형시킨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문제를 결정하고 그 다음에 비로소 경험에 호소한다. 경험을 자기 이론에 맞도록 왜곡한 다음, 개선 행렬 속에 끼어 있는 포로처럼 끌고 다닌다.”대학 때 동양철학, 서양철학 강의를 모두 들어봤는데, 고전의 원문을 본 기억은 거의 없다. 고전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문학 작품 몇 가지나 읽어봤지 정작 글쓴이 그대로의 텍스트를 읽어보지 못한 자신을 새삼 돌아보게 된다. 논어, 대학, 중용 등 사서의 고전으로 출세를 가르던 그 시절에는 많은 지식보다 사유에서 오는 힘과 윤리가 남아 있던 시대가 아니었을까? 더불어 책은 홍수처럼 몰려나오지만 정보만을 읽고 생각하지 않고, 고민하지 않는 자신을 돌아본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는 지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면 잠시 멈춰 이 책의 고전이 들려주는 근본적인 물음과 성찰에 귀 기울여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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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정인, 황광우 정인이라는 필명을 가지고 있는 작가. 1958년 광주 출생으로 고교시절, 반독재 시위를 주도하다 구속 및 제적을 당했다. 2년 뒤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에 입학, 틈틈이 고전을 읽었다. 1970년대에는 민주화운동에 동참하였다. 1980년대에는 노동운동에 뒤어들었다. 1980년 계엄포고령 위반의 이유로 두 번째 제적을 당하면서 공장에 들어가 노동자의 길을 걸었다. 1980년 군부독재 시절, 부조리한 현실에 맞선 곳에서는 언제나 그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0년대에는 진보정당운동에 앞장섰다. 1991년 월간 「길을 찾는 사람들」을 창간했고, 1998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2002년에는 민주노동당 중앙연수원장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전남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을 다니면서 광주 ‘다산학원’에서 제자들과 함께 고전을 공캺하고 있다 . 저서로는 『소외된 삶의 뿌리를 찾아서』, 『들어라 역사의 외침을』, 『노동자의 사상』, 『사회주의자의 실천』, 『뗏목을 이고 가는 사람들』, 『다시 생각하는 사회주의』, 『진리는 나의 빛』등이 있다. 대표작으로는 『철학 콘서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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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국어와 외국어 담당)
국어와 외국어 담당 MD. 일하는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은 A형이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있던 약속도 귀찮아서 취소하는 B형이다. 햇수로 입사 7년에 접어드는 지금도 책만 보면 갖고 싶고 모으고 싶은 욕심쟁이. 안타깝게도 어학 관련 공인 인증 성적은 모두 만료되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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