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즘 선정 2011 올해의 싱글(가요)
올해 가요는 케이팝으로 대변되는 아이돌과, 각자의 색채를 발산한 인디 팀들로 양분되는 구도로 갈라졌다. 반면에 가요계의 허리를 담당하던 보컬리스트들은 아이돌의 공습과 < 나는 가수다 >에 전념한 탓인지 새로운 결과물로 어필하지 못하며 상대적으로 미약한 존재감을 나타냈다. 전반적으로는 신시사이저를 선봉에 내세운 일렉트로니카 성향의 싱글들이 올해도 대세를 이룬 2011년이었다.
강산에 「Kiss」가슴을 치는 가사와 땅을 뒤흔드는 사운드는 이제 그만 잊어라. 강산에는 긴 시간 이끌어온 공격적 메신저 역할을 놓아버린 대신, 삶에서 얻을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을 거둬들였다. 부드럽고 유연해진 목소리, 잘게 부순 소리의 조각을 하나씩 주워 담아 올리는 듯 섬세하게 이어지는 곡의 터치는 이제껏 몰랐던 연인의 새 모습을 마주하는 것 마냥 기분 좋은 변화다.
글 / 조아름 (curtzzo@naver.com)
김창완 밴드 「Darn it」텅 빈 애들 놀이터에 앉아 있었지 / 언제 내가 어른이 돼버린 걸까 / 차라리 내가 사라져버리면 어떨까 / 지금 / 사라져라자칫 루저들의 넋두리처럼 들리지만, 김창완은 무기력한 한탄을 1인칭 함으로써 ‘지금 당신의 모습이 얼마나 찌질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우울함과 회피로 일관하면서 ‘세상 탓’만 하는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거울을 들이미는 것이다. 힘껏 날을 세운 기타와 보컬은 이 노래가 위로곡이 아니라 반성을 촉구함을 은유한다. 방심한 채 맞은 뒤통수는 더 아프다. 전복의 기수인 김창완이 날리는 매서운 일격.
글 / 김반야 (10_ban@naver.com)
리쌍(feat. 윤미래, 권정열 of 십센치) 「TV를 껐네」인디 신과 손을 잡은 길의 묘수는 대성공이었다. 첫 카드가 장기하였다면 두 번째 조커는 십센치였다. ‘대세’인 인디 뮤지션을 섭외하여 피쳐링 진에 이름만 빌리는 장삿속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적어도 이들의 선택은 아니었다. 어정쩡한 혼색보다는 객원진의 색채를 최대한 보장하여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 것이다. 특색은 있지만 가라앉은 분위기로 제한될 수밖에 없는 보컬 길의 한계를 영리하게 타개하고 있는 싱글이기도 하다. 십센치 특유의 은근한 섹시코드가 야릇한 신경전을 펼치는 개리와 윤미래의 랩과 겹쳐지며 애욕의 밤을 노래한다. ‘연애의 목적’을 다르게 바라보는 두 청춘남녀의 달콤한 불통.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버벌 진트(Verbal Jint)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feat. 쿤타)」
올해 한국 힙합 계에서 단연 돋보인 인물은 버벌 진트다. 전작들과 비교가 될 정도로 다채로운 들을 거리를 모아 놨다. 이 싱글도 마찬가지. 끈적끈적한 기타 라인과 쿤타의 레게 보컬을 섞어놓은 후크는 그에게서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스타일을 발견하게 만든다. 시크하면서도 고소하게 어장관리녀를 조롱하는 이야기 흐름 역시, 씨 로 그린(Ceelo Green)의 「Fuck you」나 로이드(Lloyd)의「Dedication to my ex(Miss that)」에 이은 한국판 ‘반품남’송으로써 재미를 안겨준다. 기타와 보컬과 조우하고 있는 버벌 진트의 현재를 반영하는 증거물이다.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버블 시스터즈(Bubble Sisters) 「Moonfunk (feat. Hoody.H)」어떻게 보면 엔이알디(N*E*R*D)를 모사한 흔적이 엿보이지만 우리 대중음악계에서는 흔히 마주할 수 없는 꽤 참신한 스타일이었다. 펑크(funk)와 록 각각의 색채를 확실히 드러내면서도 난잡하지 않게 조화를 이루는 반주, 멤버들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원스러운 보컬과 적당한 그루브함을 발산하는 코러스 모두 훌륭하다. 그러나 청취자들로 하여금 팝 음악으로 느끼게 하려는 목적이었을까? 가사가 영어로만 구성된 것은 노래의 여전히 아쉬운 점이다.
글 /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아이유 「좋은 날」 이 한곡으로 아이유라는 가수의 이미지가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잔소리」까지만 해도 그저 가능성 정도로만 타진되던 스타성은 이 노래와 함께 3단 부스터를 올리듯 단번에 개방되며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특히나 아이돌 신의 필수요소였던 후크송 중심의 틀을 탈피해 리얼 세션 중심의 편곡, 선율 중심의 구조와 또래답지 않은 가창력 등을 승부로 건 모험이 더욱 그녀에게 희소성을 부여했다. 여기에 소녀의 설렘이 담긴 가사를 가미, 대중들에게 또 다른 ‘국민 여동생’과의 만남을 주선함과 동시에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경계에 서 있는 독특한 캐릭터의 시작을 알린 곡이었다. 가수는 노래 제목을 따라간다고 했던지 정말 본인에게 ‘좋은 날’을 가져다 준, 대중성과 작품성의 조화 측면에서 의심할 바 없는 2011년 한해 최고의 싱글!
글 / 황선업 (sunup.and.down16@gmail.com)
옥상달빛 「없는 게 메리트」어쿠스틱 스타일의 범람 속에서도 그들만의 ‘달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은 편안한 음색과 화음, 그리고 누구든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보편성 있는 가사 덕분이었다. 건반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는
“없는 게 메리트라네~”라는 한 마디는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에는 몰랐던 공감대를 서서히 형성해 나갔다. 젊음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옅어지고 있는 와중에, 조금이나마 다시 이를 진하게 채색해 주었던 밝은 빛 가득한 물감을 적신 붓과 같은 곡이 아니었나 싶다. 20대들조차 꿈이라면 지레 헛헛한 웃음을 지으며 손사래 치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옥달’은 한 해 동안 부지런히도 이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연말이 된 지금, 그 메리트는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전염된 듯하다.
글 /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이정 「Let's dance」7년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곡이다. 이정 자신만이 가진 음색의 특성에 적절한 기계음은 귀에 완벽하게 꽂히는 매력이 넘쳐남과 동시에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흡인력을 지녔다. 어줍지 않은 시류에 편승이 아닌 완벽한 부합이자 깨달음이다. 더구나 가수이자 작곡자, 프로듀서라는 직함이 이제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자신에게 부족했던 것을 철저하게 보완했으니, 오히려 ‘완벽한 환골탈태’란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글 / 신현태 (rockershin@gmail.com)
칵스(The Koxx) 「12:00」 처음 들었을 때는 일본 록 밴드의 곡인 줄 알았다.
‘열두시가 되면은 문을 닫는다’라는 가사가 귀에 들리기 전까지는.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된 계기는 아마도 이들의 노래가 국내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 무더기로 쓰였기 때문이겠지만, 「12:00」는 굳이 TV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충분히 이들을 인디의 새로운 혜성으로 띄워줄 수 있는 노래였다. 리버브 잔뜩 먹인 전자기타 멜로디는 몇 십 년 지난 후 다시 들어도 촌스럽게 들리지 않을 듯.
글 / 여인협 (lunarianih@naver.com)
투애니원 (2NE1) 「Ugly」‘밝게 웃어보지만 내 맘에 들지 않아/ 난 예쁘지 않아/ 아름답지 않아/’어? 어? 내 얘긴데? 이 세상에 태어났다면 누구나 적어도 한 번 이상은 해봤을 푸념이다. ‘내가 제일 잘 나가’라고 외치는 네 명의 여자들도 가끔은 그런 고민에 빠진다고 노래하고 있지 않은가. 일렉트로닉으로 시작해 라틴 풍 힙합 비트가 잠깐 등장하는가 싶더니만 후렴구에는 록 사운드까지. 다양한 패치들이 뭉쳐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협 없이 매끄럽게 진행된다. I think I’m ugly.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비하의 심경을 토로해 도저히 그냥 흘려보낼 수 없게 만드는 2011년의 트랙!
글 / 박봄(myyellowpencil@gmail.com)
제공: I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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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