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유치원을 꼭 보내야만 아이가 영어를 잘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 영어 유치원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영어 유치원에서 가르치는 커리큘럼은 엄마가 일상적으로 아이를 돌보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를테면 엄마가 한국어 읽어주듯이 아주 쉬운 영어책들을 사서 읽어주고,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비디오테이프를 보여주며 함께 놀아주기만 해도 영어 유치원에 다니는 것 못지않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내 조카는 미국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한 ABC비디오로 영어를 익혔다. 그 비디오는 무려 30년 동안이나 유치원 아이들의 교재로 사용되어온 검증된 알파벳 비디오테이프로, 화면 가득 꼬물꼬물 귀여운 동물들이 끊임없이 이쪽저쪽으로 움직이면서 아이의 시각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유치하다 싶은 동물 그림으로 저게 무슨 공부가 될까 싶은데도 아이들 눈에는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기 그지없나 보다. 그 비디오테이프에는 영어 듣기가 함께 들어 있는데, 내 조카는 그것을 엄마와 함께 들으면서 재미를 붙이더니 결국 테이프가 끊어질 때까지 100번도 넘게 보면서 알파벳을 익혔다.
많은 엄마들이 대체 아이의 영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난감해한다. 하지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국어를 배울 때와 마찬가지로 그저 아이 곁에서 매일 영어책을 읽어주면 된다. 또 플래시 카드(Flash Card)나 비디오테이프 등 좋은 도구 몇 가지만 있어도, 아이와 놀이를 하면서 아이가 얼마든지 재미있게 영어를 배우게 할 수 있다.
특히 이 무렵 아이들은 스펀지처럼 흡수가 빨라서 듣는 대로 보는 대로 따라 한다. 이 나이 때는 흡수되는 정보를 거르고 선택하는 두뇌 능력이 부족해서 입력되는 대로 거의 다 흡수된다. 그러므로 유치원이나 초등 시절에 수많은 단어와 재미있는 스토리를 긴 시간을 두고 놀이를 하듯 서서히 익히게 하면, 아이들은 이 내용들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면서 소리로 받아들여 두뇌의 기억장치 어딘가에 저장한다.
이 시기에 중요한 것은 영어 유치원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영어를 가르치느냐 하는 영어학습법이다. 특히 이 무렵 아이들은 집중하는 시간이 짧으므로 매일매일 틈틈이 영어를 하며 함께 놀아주면 영어 실력 향상에도 좋지만, 아이의 정서와 지능 개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영어는 공부야”라는 딱딱한 자세를 버릴 수 있게 게임식으로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무엇보다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대할 수 있도록, 간식을 만들어준다거나 산책을 나간다거나 하는 등 아이가 좋아하는 충분한 보상을 해주는 것도 좋다.
따라서 영어 유치원에 다니면 어려서 영어에 노출이 되는 것이 유리하지만 영어 유치원을 안 다녔다고 해도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