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한 언어학자 촘스키는 사람은 타고날 때부터 누구나 다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 시기가 만 4세에서 만 12세인데, 이 시기에 모국어에 노출되지 못한 아이는 정상적인 언어생활이 어렵다고 한다. 그 예로 제니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제니는 1970년 로스앤젤레스의 한 작은 벽장 속에서 발견되었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13세였는데, 생후 18개월 되던 때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아버지가 그녀를 그곳에 가두었다고 한다. 앞을 보지 못했던 그녀의 어머니 또한 아버지에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학대를 당하고 있었던 탓에 제니를 돌봐줄 수 없었다. 제니는 이렇게 ?람과 접촉을 하지 못한 채, 그곳에서 10년을 넘게 보내야 했다. 그러다 제니의 아버지가 죽고, 이웃 사람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그녀를 발견하고 꺼내주었다. 당시 제니의 몸은 이미 소녀로 자랐지만, 한 단어로 된 말 몇 마디만 알아들을 뿐 말을 전혀 하지 못했다. 언어 습득의 결정적인 시기인 만 4세에서 12세 동안 모국어에 노출되지 못한 탓이었다.
이후 제니는 각종 심리치료를 받으며 집중적인 언어 교육을 받아 5년 뒤에는 좀 복잡한 문장도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지만, 결코 정상적인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지속적인 언어 교육의 효과로 어휘는 풍부해졌으나 기본적인 문법과 어순을 바꿔서 의문문을 만드는 법이나 대답할 때 ‘you’를 ‘I’로 바꾸는 법 등을 알지 못했다. 말을 할 때면 가끔 동사를 사용했지만 주로 명사들을 사용했고 형용사나 부사는 거의 쓰지 않았다. 결국 제니는 두세 단어 정도만 가지고 의사표현을 할 뿐이었다. 모국어에 제대로 노출되지 못한 채 만 4세에서 만 12세라는 언어습득의 결정적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제니는 나중에 집중 언어 교육을 받았지만 필요한 언어 모듈을 발달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제니의 이야기는 만 4세에서 만 12세 사이에 언어를 습득하지 못하면 정상적인 언어를 구사할 수 없다는 촘스키의 이론을 잘 뒷받침해준다. 뿐만 아니라 이 시기의 언어 습득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말해준다. 그렇다면 외국어인 영어를 배우는 시기도 모국어 습득처럼 결정적인 시기가 있을까?
한번은 스탠퍼드 대학에서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라틴계, 아시아계, 유럽계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영어 습득에 따른 패턴을 조사한 적이 있다. 여기서 도출된 결과는 언어 습득의 결정적인 시기가 있다는 사실에 더 큰 확신을 실어주는 내용들이었다. 만 4세에서 만 12세 사이에 체계적으로 영어를 배운 외국인들의 영어 발음이 원어민에 훨씬 더 가깝고, 영어를 구사하는 데도 더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이 문제를 연구했던 여러 명의 언어학자들이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모국어를 제대로 익히려면 만 4세에서 만 12세까지는 반드시 모국어 사용 환경에 많이 노출되어야 한다. 또한 외국어 습득은 모국어처럼 그 시기를 놓치면 습득이 불가능해지는 결정적인 시기가 있는 것은 아니나 ‘가장 효과적인 시기’는 역시 만 4세에서 만 12세 사이다.
즉 자녀의 영어 공부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초등 6년 동안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가장 효과적으로 일정한 수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