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ime all the people living for today모든 사람이 오늘을 위해 살아간다고 상상해 보세요. Imagine there's no countries it isn't hard to do 국가가 없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다지 어렵진 않을 거예요.Nothing to kill or die for and no religion too신념을 위해 죽이지도 않고 죽일 일도 없고,
또 종교마저 없다고 상상해 보세요.Imagim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you모든 사람이 평화 속에 숨 쉰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대.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나를 몽상가라고 하겠지요. 하지만 나만 이런 꿈을 꾸는 게 아니랍니다.- 존 레논 「imagine」 中깊어가는 가을, 정독 도서관에서 열린 한창훈 작가의 신작
『꽃의 나라』 북 콘서트는 가수이자 진행자인 정현 씨가 부른 존 레논의 「imagine」으로 막을 열었다. 하늘엔 경계가 없고 수평선은 끝없이 이어져 있는데, 새들도 자유롭게 경계를 넘나들며 노래하는데… 사람만이 경계를 만들고 그 경계 속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국민을 위해야 하는 국가가, 사랑과 평화를 실천해야 하는 종교가 그 이념을 악용해 폭력을 행사했을 때 그것이 얼마나 큰 참사로 이어지는가를 역사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바다와 섬의 작가’로 대표되는 한창훈 작가가 팔 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꽃의 나라』 를 통해 폭력을 이야기한다.
< 작가소개 >1963년 전남 여수 거문도에서 태어났다. 소설집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 『가던 새 본다』
『세상의 끝으로 간 사람』 『청춘가를 불러요』 『나는 여기가 좋다』 , 장편소설
『홍합』 『섬, 나는 세상 끝을 산다』 『열여섯의 섬』 , 산문집
『한창훈의 향연』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 어린이 책
『검은 섬의 전설』 『제주선비 구사일생 표류기』 , 기행문 『바다도 가끔은 섬의 그림자를 들여다 본다』
『깊고 푸른 바다를 보았지』 (공저)가 있다. 한겨레문학상, 요산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 등을 받았다.
한마디로 얻어터지는 이야기입니다서울에는 언제 오셨나요?거문도에서 서울에 온 지 일주일 됐어요. 여러 군데를 들려서 일을 봤죠.
7살 때부터 낚시를 한, 생계형 낚시꾼으로 알려져 있으신데요예전처럼은 못해요.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 를 쓴 이후에는 잘 안 가게 되더군요. ‘내가 물고기를 너무 많이 죽였다’란 생각이 들어서요.
작가님이 섬에서 태어나셔서 그런지 섬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쓰셨네요.한 마디로 얻어터지는 이야기입니다(웃음). 대한민국에 태어난 한 생명이 폭력의 3단계를 거치는 과정을 썼어요.
폭력의 3단계가 뭐죠?사람이 태어나면 가장 먼저 가정폭력을 만나죠. 청소년기 때는 학교 폭력을, 성인이 돼서는 국가폭력을 겪게 됩니다. 폭력의 특징 중의 하나가 폭력을 가하는 사람은 그 폐해를 잘 모른다는 겁니다. 가정과 학교 폭력을 겪은 존재가 훗날 국가 폭력을 만나면 어떻게 되는가를 그렸습니다.
(관객에게) 여러분은 많이들 맞아보셨나요?(한창훈) 스무 분 정도가 고개를 끄덕거리셨습니다(웃음).
작가님은 어떤 쪽이셨나요?저희 때야 맞기도 많이 맞았죠.
작가님께서는 혹시 어둠의 세계에 계셨던 건가요?어둠까지는 좀 그런데. 착실하게 공부만 했으면 작가가 됐겠습니까? 이 도서관의 다른 층에 있었겠죠. 저희 때는 남성성에 대한 학습을 받았어요. 맞아도 울면 안 된다 같은. 차라리 때리지를 말던가요(웃음). 환경이 그러다 보니, 사실은 주인공과 비슷하게 컸습니다.
혈기 왕성했던 시절, 작가님의 제일 큰 고민은 무엇이었나요?그때는 맞는 게 다반사니까요. 학교에서 한 3일 안 맞으면 불안하죠. 그러다 보니 맞는 것보다는 억압이 더 싫었어요. 사회에서 던져주는 절대 가치 말고는 허용이 안 됐죠. 색다른 생각을 하면 바로 제재가 왔어요. 제게 뭔가 다른 걸 생각하고 행동할 기회가 주어졌다면 작가가 더 일찍 됐을 수도 있었겠죠.
그간 많은 작품을 쓰셨는데,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나요?대답이 어렵네요. 이번 책이 가장 애착이 가요(웃음).
평생 불안감에 쫓기다 병이 나서 죽는 게 현대인의 모습이죠
이 이상한 집에서 살아야 하나 잠깐 동안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만나본 사람 중에 이상하지 않은 이는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 조금씩 이상했다. (『꽃의 나라』 p. 11)
작가님께서는 세상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정상이 따로 있나요? 의사에게 들은 건데, 우리나라 국민의 50%가 치질이래요. 합당한 비유가 아닐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겉으로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들도, 그 삶을 들여다보면 다 치명적인 병을 가지고 있죠.
소설을 보면 주인공이 ‘박정화’라는 담배를 피우는 불량한 여학생한테 반하는데요. 혹시 작가님께서도 나쁜 여자한테 꽂히는 타입이신가요?
저를 주인공에 대입하려고 하시는 건 좀 곤란해요(웃음). 사춘기 때 이미 자신이 더렵혀졌다고 느낀다면 맑고 이상적인 존재한테 다가가기는 어렵잖아요. 주인공은 사춘기 소년이고 키스를 하고 싶은 거예요. 주인공이 생각하기에 청순한 아이보다는 불량한 아이가 키스할 수 있는 확률이 높지 않을까요? 17살의 주인공 입장에서 생각해주세요.
사람들이 순차적으로 죽어갔다. 트럭 뒤에 숨어서 총을 쏘던 사람이 쓰러졌다. 그러면 다른 사람이 뛰어가서 그 총을 잡았다. 버스 옆에 서 있던 이십대 청년도 넘어졌다. 그는 가슴을 관통당해 한순간 뻗어버렸지만, 그 옆에 쓰러져 있는 사십 대 사내는 아직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지금 자신의 이력이 담긴 파노라마필름을 보고 있을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꽃의 나라』 p. 11)
소설의 배경이 광주민주화항쟁이란 걸 알 수 있는데요, 작가님께 광주민주화항쟁이란?제가 실제 고 2때 그곳에 있었어요. 사태가 진정되고 나서 교사가 이런 말을 했어요. “전쟁이란 내가 안 죽으면 레크리에이션이야.” 그때는 그 말이 멋있어 보였어요. 그런데 그 이면을 보면, 그런 폭력마저도 의연하게 봐야 한다는 학습된 마초적 시각이 있었던 거죠. 피해자조차도 그런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살아온 거예요. 사실 그 모든 사태가 한 인물이 권력을 잡기 위해 벌인 술수잖아요. 한 사람이 권력을 갖기 위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겠는가를 생각하면 끔찍하죠. 그게 또 우리의 인류사라면 얼마나 암울할까요.
학교 폭력을 통해서 하시고 싶으신 말씀은?한 나라의 통치 철학이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곳이 학교입니다. 학교가 국가의 바로미터가 되죠.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고, 무엇을 못하게 하는가를 살펴보면 미래의 국가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십 대가 얼마나 감수성이 예민할 때입니까? 그런 중요한 시기에 자신의 가치나 미덕을 배양시킬 기회가 사라진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죠. 모든 아이가 똑같이 열심히 공부한다 하더라도, 서울대 정원은 정해져 있죠. 그런 환경에서 아이들을 명문대에만 입학시키려고 하는 건, 아이들에게 일찌감치 실패자의 낙인을 찍는 것처럼 보여요.
그리고 저는 학교와 동시에 또 하나의 문제가 병원이라고 봐요. 지금 우리의 아이들은 항상 뭔가를 준비하면서 살아야 하죠. 그리고 그건 우리 세대도 마찬가지고요. 20대는 30대를 준비하라. 30대는 40대를 준비하라. 그리고 50대는 은퇴 후를 준비하라. 그렇게 평생 불안감에 쫓기다가 병이 나요. 그리곤 병원에서 번 돈을 다 써버리고 죽죠. 제가 과하게 말씀드리는 게 아니에요.
우리나라의 5월엔 주로 흰 꽃이 핀다 하더군요나는 ‘희망’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 이 소설을 쓰면서 엘레니 카라인드루(Helene Karaindrou) 음악을 자주 들었다. 그녀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다른 곳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졌다. (
『꽃의 나라』 작가의 말 中 )
엘레니 카라인드루(Helene Karaindrou) 음악을 자주 들었다고 하셨는데.「율리시즈의 시선」이라는 영화를 보고 엘레니 카라인드루의 노래에 꽂혔어요. 그런데 노래를 소개하는 것에 대한 걱정도 조금 있긴 해요. 생선과 낚시에 관한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라는 책을 냈을 때도, 책은 안 사고 횟집을 가시더라고요. 그때처럼 책은 안 사고 노래만 검색하실까봐 걱정이에요(웃음).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쓰시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가요?저는 섬에서 태어났어요. 육지에서도 20km 정도 떨어진 변방 중에서도 변방이죠. 제가 섬에서 언어와 정서를 키웠으니, 제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며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섬에 관한 거죠. 더욱이 그런 변방을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저라도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이 속해있는 집단 전부인 거 같지만, 세상엔 다양한 부분이 존재하죠. 저라도 변방을 고수하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계속 불편하게 만들고 싶은 거예요.
불편한 책이 좋은 책이죠. 좋은 작가세요.그런 이야기 참 많이 들었어요. 잘 팔리는 작가라는 소리 한 번만 들어봤으면 좋겠어요(웃음).
그런 이야기가 듣고 싶으세요?글쎄요. 항상은 아니지만, 한번쯤은 괜찮지 않을까요.
가장 중요한 질문을 해야 할 거 같아요. 이 소설의 내용은 폭력인데, 왜 제목은 『꽃의 나라』 에요?문학 동네에 연재할 때만 해도 제목이 ‘남쪽 역으로 가다’였어요. 그러다 시 쓰는 친구에게 우리나라 5월에는 거의 다 흰 꽃만 핀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에게는 폭력이 중요했지, 장소는 중요치 않았어요. 그래서 광주라는 지명도 연도도 빠져 있죠. 그래서 제목에도 지명이나 시간이 들어가는 것이 싫어서, 시인 친구의 말에서 착상을 얻어
『꽃의 나라』 라고 제목을 짓게 되었어요. ‘흰 꽃’에서 ‘흰’자가 빠진 거죠.
독자 질문싸우는 장면이 많이 나오던데, 전교에서 싸움으로 몇 등 하셨어요?전교에서 몇 등 했는지 알려면 전교생하고 다 싸워봐야 하잖아요(웃음). 싸움하는 체질은 아니었지만, 싸우게 되면 잘 맞지는 않았어요.
제일 맛있는 생선은 뭐에요?배고플 때 먹는 생선이 제일 맛있어요(웃음). 생선은 다 고유의 맛이 있어요.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놀라워하는 생선이 고등어예요. 갓 잡은 싱싱한 고등어를 구워주면, 다들 그 맛에 놀라워해요.
예전 소설의 작가 후기에 책을 팔아서 따님 피아노를 사주고 싶다고 하셨는데, 따님 피아노는 사주셨나요?책이 하도 안 팔려서, 작가 후기에 썼었죠. 이 책을 팔아서 딸 피아노를 사주게 되었으면 좋겠다고요. 그 책을 팔아서는 못 사줬고요, 다른 책 인세로 딸 피아노를 사주었어요. 막상 딸 소원대로 피아노를 사주니, 딸이 피아노를 안쳐요(웃음).
학교 다닐 때 공부는 잘하셨어요?고등학교 2학년 때 ‘이제 공부는 이만큼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때마침 5?18이 일어났어요. 그 사건을 통해 상실을 겪고 나니, 다시 중심을 잡기가 힘들었어요. 그리고 5?18의 진실을 안 것도 나중이었어요. 그때는 그냥 큰 사건이었죠. 5?18이 발생한 당시에 기차를 타고 광주를 벗어날 기회도 있었는데 일부러 안 탔어요. 재미있을 거 같아서요.
작가님께 바다란 무엇인가요?가장 많이 듣지만, 가장 어려운 질문이에요. ‘당신에게 인생은 무엇인가?’ 하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질문이기 때문에 난감하네요.
폭력의 원인은 무엇인가요?딱 하나에요. 폭력을 당한 사람이 폭력을 행사합니다. 폭력은 대물림되는 거죠. 옆으로 대물림되고, 아래로도 대물림되죠. 그리고 꼭 물리적인 것만이 폭력이 아닙니다. 스트레스를 줘서 인간관계를 끊게 만들고 여가를 활용할 줄 모르는 인간으로 만드는 것 또한 폭력이죠. 그리고 혼자서는 판단을 못 하게 만드는 것도 폭력입니다. 현대인은 자신이 판단해서 여가를 즐기지 못해요. 거문도가 1박 2일에 한 번 나오니까 섬이 5m는 가라앉았어요. 그게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의 모습이죠.
작가님은 언제 가장 행복하세요?저는 날씨가 좋을 때 가장 행복하더라고요.
(진행자) 작가님 오늘 무대는 어떠셨나요?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두서가 없는 이야기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진행자) 이번엔 책 팔아서 뭘 사실 건가요?일단 팔아봐야 줘(웃음).
▶ 채널예스 ‘만나고 싶었어요’ : 한창훈 작가 편
“욕망의 주체가 사라진 시대… GNP가 2만 불이면 뭐합니까?” - 한창훈 『꽃의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