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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플로이드, 그들을 경배하는 이유

Why Pink Flo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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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 순서대로 차근차근 음반을 듣다보면 왜 이들을 경배해야 하는 지 대번 알게 된다. 다음은 핑크 플로이드의 위대한 유산들에 대한 간략한 안내서이다.


핑크 플로이드의 정규 앨범 14장 모두를 리마스터해 박스세트로 모은 < Why Pink Floyd…? >가 최근 공개됐다. 발매 순서대로 차근차근 음반을 듣다보면 왜 이들을 경배해야 하는 지 대번 알게 된다. 다음은 핑크 플로이드의 위대한 유산들에 대한 간략한 안내서이다.



< The Piper at the Gates of Dawn >(1967)

시드 바렛의 환각 여행과 함께 핑크 플로이드도 첫 발을 내딛었다. 우주로 향하는 환상 특급에 몸을 투신했던 시드 바렛은 사이키델리아의 세계가 ‘히피의 성지’ 샌프란시스코의 헤이트 애시베리(Haight-Ashbury) 보다 훨씬 광대하다는 것을 데뷔작에서 보여줬다. 스페이스 록과 사이키델릭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Astronomy domine」, 임프로비제이션이 압권인 연주곡 「Interstellar overdrive」는 음반의 백미.

< A Saucerful of Secrets >(1968)

환각 신세계를 꿈꿨던 시드 바렛의 바벨탑은 2집과 함께 무너졌다. 앨범 작업 도중 불안정한 정신 상태로 인해 팀을 떠나야만 했고, 데이비드 길모어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결국 시드 바렛과 데이빗 길모어의 노래와 기타 연주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기묘한 작품이 됐다. 음반에서 유일하게 시드 바렛이 작곡한 「Jugband blues」, 릭 라이트의 작곡 솜씨가 빛을 발한 애시드 팝 「Remember a day」등이 하이라이트.

< More >(1969)

프랑스 출신의 감독 바벳 슈로더(Barbet Schroeder)의 데뷔작 < 모어 >의 사운드트랙. 영화는 스페인 이비자 섬에서 약물에 중독되는 히피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핑크 플로이드는 특유의 실험적인 아방가르드 접근과 아름다운 포크송, 하드 록, 아기자기한 소품 연주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소리샘을 구현했다. 특히 데이비드 길모어의 울부짖는 보컬과 거친 질감의 기타 연주가 인상적인 「The nile song」은 추천 트랙.

< Ummagumma >(1969)

‘섹스’를 뜻하는 영국 속어를 타이틀로 한 최초의 더블 앨범. 첫 번째는 무관중 라이브로, 두 번째는 스튜디오 작품으로 구성됐다. 스튜디오 음반은 네 명의 멤버들이 쓴 자작곡들을 혼자 연주하고 녹음하는 형태를 취했다. 멤버들 각자의 음악적 개성이 다양한 효과음과 전개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들의 디스코그라피 중에서 가장 아방가르드한 앨범으로도 종종 평가받고 있는데, 대중음악의 틀에서 벗어나 클래식에 기초한 문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Atom Heart Mother >(1970)

영국 앨범 차트 1위에 오를 정도로 실험성과 함께 대중성까지 확보한 첫 번째 작품이다. 발매 당시 LP A면을 차지했던 23분의 대곡 「Atom heart mother」는 오케스트레이션을 시도하며 ‘진보적’ 음악의 완성에 성큼 다가섰다. B면에 수록됐던 로저 워터스의 「If」, 릭 라이트의 「Summer '68」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꿈의 팝송’이다. 젖소 한 마리가 풀밭에 서있는 너무나 평범한(?) 앨범 커버도 화제였다. 자신들의 음악을 매번 사이키델릭 스페이스 록이라고 규정하는 것에 대한 반발심에서 ‘자연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 Meddle >(1971)

시드 바렛의 그림자가 짙게 그리워진 사이키델릭을 훌훌 털어버리고 < Dark Side Of The Moon >에서 완성되는 프로그레시브 록으로 완전히 방향을 전환했다. 2집 이후 처음으로 멤버들이 협업하며 만든 앨범이지만, 로저 워터스의 음악적 욕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20분이 넘는 「Echoes」와 연주곡 「One of these days」, 리버풀 축구팀 찬가가 삽입된 「Fearless」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운드를 선보였다.

< Obscured by Clouds >(1972)

1969년 < 모어(More) >에 이어 바벳 슈로더 감독의 영화 < 라 발레(La Vallee) >의 사운드트랙이다. 영화 음악이라고 해서 핑크 플로이드 본연의 사운드를 벗어난 것은 아니다. < Atom Heart Mother >< Meddle >에서 보여줬던 감상적인 무드(「Burning bridges」, 「Wot's… uh the deal」)는 OST에서 더욱 환하게 빛난다. 미국 라디오에서 처음으로 흘러나온 경쾌한 로큰롤 넘버 「Free four」도 강추! 빌보드 앨범 차트에 처음으로 50위 안에 든 작품이다.

< The Dark Side of the Moon >(1973)

핑크 플로이드 음악의 결정판. 알란 파슨스가 엔지니어를 맡은 이 앨범의 웅장한 매직 사운드는 전 세계 지성인들을 매료시켰다. 앨범 제목처럼 메시지는 현대 사회의 ‘어두운’ 측면에 초점을 맞췄다. 소외와 스트레스, 조울증, 편집증 등을 테마로 삼아 자본주의가 빚어낸 병폐들을 통렬하게 고발했다. 「Time」, 「Money」, 「Us and them」 등 무거우면서도 가슴과 머리를 동시에 울리는 노래들의 성찬이다. 음반은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을 차지했고, 무려 741주간 차트에 머무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 Wish You Were Here >(1975)

< The Dark Side of the Moon >의 대성공은 핑크 플로이드에게 도리어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이 혼돈의 시기에 로저 워터스는 밴드의 영혼을 지배했던 시드 바렛을 떠올렸고, 그에게 바치는 앨범을 제작했다. 총 9부작으로 구성된 「Shine on you crazy diamond」는 릭 라이트의 신디사이저와 데이비드 길모어의 기타가 서로 주고받으며 ‘광기’의 인생을 걸었던 옛 친구를 추억한다. 타이틀 곡 「Wish you were here」는 이 작품의 요약본이다.

< Animals >(1977)

조지 오웰의 소설 『 동물 농장 』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영국 사회를 향해 거침없는 독설을 날리고 있다. 탐욕스럽게 부를 축척하는 개(자본가), 권력의 힘으로 세상을 맘대로 휘젓고 다니는 돼지(정치인)에 의해 온순한 양(노동자)은 매번 착취당한다는 콘셉트다. 당시 대척점에 서있던 펑크 밴드 섹스 피스톨즈의 명반 < Never Mind the Bollocks, Here's the Sex Pistols >에 버금가는 충격적인 비판이다. 욕설이 없다는 게 다를 뿐이다.

< The Wall >(1979)

핑크 플로이드 음악의 정점이자 의식의 완결판이다. 밴드는 < The Dark Side of the Moon >에서 이야기했던 어두움의 근원을 < 벽 >에서 밝혀냈다. 그 벽은 바로 획일을 강요하는 전?주의적 사고, 폭력의 가장 극악한 형태인 전쟁, 인간과 인간 사이의 자유의사를 차단하는 현대사회의 소외와 잔인성이었다. 대표적인 노래가 획일성을 조장하고 억압하는 교육제도를 비판한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2)」였다. 「The happiest days of our lives」도 부조리한 교육제도를 고발한 노래. 사실 이 작품은 핑크 플로이드의 앨범이라기보다 로저 워터스의 독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었다. 이 음반을 끝으로 핑크 플로이드는 내리막을 향해 내달렸다.

< The Final Cut >(1983)

더블 앨범 < The Wall > 이후 로저 워터스의 독재에 불만을 품은 릭 라이트가 탈퇴했지만, 로저 워터스의 고집은 그 누구도 꺾을 수 없었다. 혼자서 모든 노래를 작곡, 작사했고, 「Not now john」에서 데이비드 길모어가 보컬에 참여한 것을 제외하고는 전곡에서 리드보컬로 이름을 올렸다. 또한 2차 세계대전 당시 세상을 떠난 자신의 아버지를 추모하며 반전을 테마로 정했다. 결국 로저 워터스가 가담한 핑크 플로이드의 마지막 작품이 됐다.

< A Momentary Lapse of Reason >(1987)

로저 워터스 탈퇴 후 나머지 멤버들인 데이비드 길모어, 릭 라이트, 닉 메이슨이 모여 만든 작품이다. 데이비드 길모어의 솔로 앨범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기존 핑크 플로이드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키보디스트 밥 에즈린(Bob Ezrin), 킹 크림슨의 베이시스트 토니 레빈(Tony Levin) 등 초호화 세션을 초빙해서 무겁고 진지한 프로그레시브 록과 함께 경쾌하고 쉽게 다가오는 팝, 록 사운드도 들려준다. 「Learning to fly」가 대표적이다.

< The Division Bell >(1994)

핑크 플로이드의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 의사소통의 중요성이라는 콘셉트로 제작했다. 전작에서 세션맨 역할로 참여했던 릭 라이트가 정규 멤버로 돌아와, 데이비드 길모어의 블루지한 기타와 함께 사운드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인류의 가장 큰 성과는 말을 함으로써 이루어졌다”는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브 호킹 박사의 TV 연설을 보고 만든 「Keep talking」을 비롯해, 「Lost for words」, 「Poles Apart」 등이 핵심 곡들이다. 영국과 미국 차트 정상을 차지했고, 미국에서만 1,200만장이 넘게 팔렸다.


글 / 안재필(rocksacrifice@gmail.com)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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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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