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에는 아침 일찍부터 엄청난 폭우가 기습적으로 쏟아졌다. 신기하게도 무대가 끝날 즈음 빗줄기가 굵어지고, 무대 준비하는 동안에 폭우가 내렸으며, 막상 공연을 시작하면 비가 잦아들기를 반복했다. 잔디밭에 깔아놓은 돗자리 위에는 빗물이 찰랑거렸고, 무대 바로 앞은 진흙투성이였다.
삼일 내내 비가 온다던 예보에 장화를 신고, 이틀씩 마른 땅을 걸어야 했던 여성 관객들은 그날에야 빛을 봤고, 낮은 굽의 샌들을 신은 관객들은 진흙이 잔뜩 묻어 발과 신발이 분간이 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많은 팬들이 지산의 잔디밭 위를 떠나지 않았다. 마지막 헤드라이너 스웨이드가 등장할 때까지, 쭈욱.
“여러분 좋겠어요. 국카스텐 라이브를 볼 수 있어서”
올해 뷰티플 민트라이프에서는 어쿠스틱으로, 그린플러그드페스티벌에서는 헤드라이너 급으로 무대를 책임졌던 국카스텐을 지산벨리록페스티벌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최근 멜론 악스에서 단독공연을 갖기도 한 국카스텐은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여러분, 좋겠어요. 제 라이브를 직접 볼 수 있어서. 저도 제 라이브가 참 보고 싶어요.”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 보컬 하현우도 밉지 않다. 그만큼의 볼만한 라이브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이날 역시 ‘붉은 밭’,‘싱크홀’을 부를 때 원곡보다 훨씬 높은 음역대로 자유자재로 소리를 뻗어가면서도, 조금도 흐트러짐 없는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더 큰 무대가 기대되는 밴드다.
“쉴 틈 없이 신났던 지미잇월드”
‘지미가 세상을 먹는다’는 흥미로운 제목의 그룹 ‘지미잇월드’, 보컬인 짐 애드킨스의 형이 짐이 지구를 먹어 삼키는 그림을 그린 적이 있는데, 그걸 보고 팀 이름을 전했다는 후문이다. 지구를 먹어 삼킬 기세는 아니었지만, 비가 퍼붓는 낮에 맨발로 빗물을 튕겨가며 듣기에 제격이었다. 신났다. 의욕에 넘치는 짐 애드킨스의 눈빛이 무대 한참 멀리서도 형형하게 빛을 냈다. 10년 전, 라디오만 켜면 들려오던 인기곡 ‘The Middle’이 라이브로 울려 퍼지자, 빗물에 움츠리던 관객들이 단숨에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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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능숙하게 관객들을 지휘했던 장교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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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미를 뿜어내던 인큐버스 | |
“스웨이드가 시간을 돌렸다. 절정이었다”
스웨이드 무대가 세팅 될 즈음, 빗줄기는 낮보다 훨씬 거세졌다. 간신히 펜스 앞까지 접근은 하였으나 지붕 위에 맺혀있는 빗물이 폭포수처럼 떨어져 눈앞을 가렸다. 그러니까 흡사, 침몰하는 타이타닉 위에서 마지막 공연을 보고 있는 심정이었다. 그럼에도 스웨이드 만큼은, 마성의 브랫 앤더슨만큼은 좀더 가까이 보고 싶었다. We want suede! We want suede!
공연 시작 전부터 빅탑 근처는 흥분의 기운이 물씬했다. 브랫앤더슨은 무대로 뛰어 나와 ‘She’를 첫 곡으로, ‘Trash’ ‘Filmstar’ 등 유수의 명곡들을 쏟아 부으며 비 오는 지산의 밤을 화려하게 불태웠다. 헤드라이너 답게 그는 조금도 쉬지 않고 무대 위를 뛰어다니고, 팬들에게 마이크를 넘기거나 무대 아래로 내려와 교감(!)을 시도했고, 마이크를 돌리거나, 카메라에 마구 얼굴을 들이미는 등 90년대 향수가 묻어나는 액션들로 그는 “시간을 돌렸다.” 18곡을 부르는 동안 브랫은 한결같이 힘이 넘쳤고, 얼굴에는 미소가 가시질 않았다. 양동이로 들이붓는 듯한 빗줄기도 객석의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마지막 곡은 ‘Saturday Night’이었다. 절정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맷 오스먼이 트위터에 후기를 남겼다. 처음 방문한 한국, 폭우는 최악이었지만, 2011년 최고의 관객들이 있었다고
“Well that's a turn - worst rains for 100 years country we've never visited before = best crowd of 2011. Thank you Jisan Valley.” (좋았지, 맷? 또 와 ^^)
9만 관객이 환각에 빠지다!!(지산 첫째날 후기☞)
“UV, 지산에서 레전드급 인기 인증”( 지산 둘째날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