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중국 아파트에 4층이 없는 이유: 숫자에 살고 숫자에 죽는다 - 8, 9는 좋고 3, 4는 싫다

우리 중국인들의 숫자 8에 대한 선호는 아마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7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8자가 많이 들어가는 전화번호나 자동차의 번호는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된다.

 
베이징 특파원 중국문화를 말하다
홍순도 등저 | 서교출판사
베이징 특파원 13인이 발로 쓴 최신 중국 문화코드 52가지 - 중국 문화를 알면 중국 경제가 보인다!
전ㆍ현직 베이징 특파원이 발로 써낸 책인 만큼 현지에서 직접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중국을 전혀 모르는 독자들도 술술 넘길 정도로 쉽지만, 준비 없이 앉은 자리에서 독파할 정도로 가볍고 만만한 책도 아니다. 흙먼지 휘날리는 중국 대륙 곳곳에서 건져 올린 특파원들의 오랜 경험이 농축된 만큼 객관적 설득력을 갖는 최신 중국의 문화코드와 묵직한 울림까지 담겨 있다.

중국은 과학적인 유물론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주의 국가다. 그런 나라에서 마땅할 사회악인 미신이 존재한다는 것은 도대체 말이 안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미신에 집착하는 중국인들의 성향은 무엇보다 숫자에 대한 호오(好惡)에서 엿보인다.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는 바로 8이다. 8의 발음이 돈을 많이 번다는 의미를 가진 파차이(發財)의 파 발음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중국인들은 숫자 8을 얼마나 좋아할까? 한때 역술인 생활을 했던 왕위(王予) 세계화교협회 사무총장의 말을 들어 보자.

“우리 중국인들의 숫자 8에 대한 선호는 아마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7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8자가 많이 들어가는 전화번호나 자동차의 번호는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된다. 또 백화점의 고급 상품들은 8888 위안이나 8만8888 위안 등으로 가격이 적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면 부자들은 가격이 얼마인지 따지지 않고 물건을 구입한다. 심지어 88만8888위안짜리 거대한 옥(玉)을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구입하는 부자를 본 적도 있다.”


8자를 너무 좋아해 서울 88올림픽을 부러워 한 중국

중국인들이 8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개회식을 8월 8일 오후 8시 8분에 연 것이다. 폐회식도 오후 8시에 거행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 개회식 역시 오후 8시에 열렸다. 그러니 8이 두 개나 겹치는 88 서울 올림픽을 중국인들이 얼마나 부러워했겠는가! 『런민르바오』 왕다자오(汪大昭) 축구 전문 기자의 회상을 한 번 들어 보자.

“중국인들은 1988년에 한국이 올림픽을 치른 것을 지금도 부러워하고 있다. 만약 그 올림픽이 베이징에서 열렸으면 아마 88년 8월 8일 오후 8시 8분에 열렸을 것이다. 기가 막힌 숫자의 배열 아닌가? 그러나 한국은 개회식을 9월 17일에 열었다. 그때 우리는 정말 안타까워했다. 어떻게 그런 좋은 기회를 헌신짝처럼 버렸는지 지금도 중국인들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중국인들은 당시의 부러움과 안타까움을 보상받기는 했다. 1988년 8월 8일 오후 8시 8분을 기해 수많은 청춘남녀들이 결혼식을 올렸으니까. 당시 전국의 예식장이나 공공장소가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전국 식당의 매출액이 평소의 두 배에 달했다는 것은 그래서 화젯거리도 되지 못했다.

중국인들의 숫자 8 선호 경향은 한국의 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인들을 상대로 영업을 할 때는 무조건 8을 앞에 내세우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국내 최초로 중국인만을 위한 제주행 전용기 ‘제주쾌선’을 운영하는 아시아나 항공이다. 전용기의 편명을 8989나 8988로 명명하는 마케팅을 벌여 나름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중국인들이 8 다음으로 좋아하는 숫자는 9다. 발음이 길다거나 장수한다는 의미를 가진 주(久)와 같은 탓이다. 때문에 해마다 9월 9일에는 젊은 청춘남녀들의 결혼식이 많이 거행된다. 9월 9일에 결혼했으니 오랫동안 해로할 것이라는 희망이 곁들여 있다고 보면 된다.

중국인들과 상대하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일반적으로 중국인들은 홀수를 싫어하고 짝수를 좋아한다. 때문에 결혼 등의 잔치에 부조금이나 선물을 보낼 때는 항상 짝수로 해야 한다. 1, 3, 5가 들어가는 부조금이나 선물은 피해야 한다. 하오스청솽(好事成?. 좋은 일은 겹으로 이뤄진다는 뜻)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하지만 1도 숫자 8과 함께 사용될 경우는 괜찮다. 이때는 1의 발음이 ‘이’가 아닌 ‘야오(要)’가 돼 “나는 돈을 벌겠다.”라는 의미로 좋게 해석되기 때문이다.

반면 3은 4와 함께 대표적으로 불길한 숫자로 여겨진다. 우선 홀수인데다 발음이 흩어진다는 의미의 싼(散)과 비슷하다. 게다가 중국에서는 나쁜 단어에는 항상 3이 들어간다. 예컨대 부부나 연인 사이에 끼어들어 삼각관계를 만드는 사람은 안 좋은 의미에서 디싼저(第三者)라고 불린다. 또 소매치기는 싼즈서우(三只手)라 불리고 마음을 다잡지 못한 채 딴 마음을 품는 것은 싼신얼이(三心二意)로 표현된다.


중국의 빌딩과 아파트에는 4층, 13층, 14층, 24층이 없다


4는 짝수이기는 해도 중국인들이 가장 증오하는 숫자다. 죽음을 의미하는 쓰(死)와 발음이 같다.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 좋아할 턱이 없다. 같은 짝수인 10은 두 가지 점에서 경원의 대상이 된다. 발음이 쓰와 비슷할 뿐 아니라 모든 것이 끝났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물론 일부 중국인들은 일이 잘 마무리됐다는 의미에서 10이라는 숫자를 좋아하기는 한다.

13도 싫어하는 숫자다. 이유는 없다. 굳이 찾으라면 외국인들이 싫어하는데 굳이 우리가 좋아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정도다. 상하이에서는 스싼뎬(13点)이라는 은어가 쓰이는데 바보, 멍청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싫어하는 숫자도 그냥 혐오하는 것이 아니다. 실생활에서 웬만하면 마주치지 않으려 고 적극 노력한다. 전국 곳곳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고층 빌딩과 아파트에는 4층과 13층, 14층, 24층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식적으로는 30층인 고층 아파트가 사실은 26층인 경우가 많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두 자리나 세 자리 숫자에서도 중국인들의 호불호는 분명히 갈린다. 우선 좋아하는 세 자리 숫자는 588이 가장 먼저 꼽힌다. 한국에서의 뜻과는 완전히 다른 “나는 돈을 벌어 부자가 되겠다.”라는 의미의 ‘워파파(588)’로 발음되고 있다.

한국의 타짜들이 손에 잡았다 하면 로또가 부럽지 않게 되는 숫자 38은 아이러니하게 중국에서는 가장 터부시되는 숫자다. 여성들의 수치심을 유발하는 욕이 되기 때문이다. 행실이 좋지 않은 매춘부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홍콩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정설이다. 싼바포(三八婆) 또는 바포(八婆)로도 불린다. 멀쩡한 여자들 앞에서 이런 숫자를 입에 담았다가는 귀싸대기가 온전하지 못하게 된다. 250은 13과 뜻이 비슷한 숫자로 바보나 멍청이를 의미한다. 과얰 은(銀) 500량(兩)은 일봉(一封), 250량을 반봉(半封)이라고 했다. 그런데 반봉의 발음은 반 미친 사람이라는 의미의 반펑(半?)과 비슷했다. 나중에는 이게 멍청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자연스럽게 바뀌게 됐다. 이 숫자 역시 아무한테나 입에 올렸다가는 크게 보복을 당하는 당사자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중국인들의 숫자에 대한 집착은 한국 사람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심하다. 이런 사실을 안다면 중국에 가서는 숫자를 마구 입에 올리는 것을 조심해야 마땅하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베이징 특파원 중국문화를 말하다

<홍순도> 등저 15,300원(10% + 5%)

중국은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이다. 중국을 모르고서는 먹고살기도 힘들어진 세상이 된 지 오래다. 중국인들이 수천 년 동안 형성해온 기질과 습성, 문화코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이 치열한 경제전쟁에서 생존 공간을 넓혀나가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중국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는 아직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낮다. 등잔 ..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장재현 감독의 K-오컬트

2015년 〈검은 사제들〉, 2019년 〈사바하〉, 2024년 〈파묘〉를 통해 K-오컬트 세계관을 구축해온 장재현 감독의 각본집. 장재현 오컬트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준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오리지날 각본은 영화를 문자로 다시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독자를 오컬트 세계로 초대한다.

위기의 한국에 던지는 최재천의 일갈

출산율 꼴찌 대한민국, 우리사회는 재생산을 포기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원인은 갈등이다. 대한민국의 대표 지성인 최재천 교수는 오랜 고민 끝에 이 책을 펴냈다. 갈등을 해결할 두 글자로 숙론을 제안한다. 잠시 다툼을 멈추고 함께 앉아 대화를 시작해보자.

어렵지 않아요, 함께 해요 채식 테이블!

비건 인플루언서 정고메의 첫 번째 레시피 책. 한식부터 중식,일식,양식,디저트까지 개성 있는 101가지 비건 레시피와 현실적인 4주 채식 식단 가이드등을 소개했다. 건강 뿐 아니라 맛까지 보장된 비건 메뉴들은 처음 채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할 말, 제대로 합시다.

할 말을 하면서도 호감을 얻는 사람이 있다. 일과 관계, 어른으로서의 성장을 다뤄온 작가 정문정은 이번 책에서 자기표현을 위한 의사소통 기술을 전한다. 편안함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대화법, 말과 글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끄는 방식을 상세히 담아낸 실전 가이드를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