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뜨거운 인디 밴드는? 당신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이내 칵스(KOXX)의 이름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정규 1집 발매 이후 쏟아지는 평단과 팬들의 호평. 국내외 음악페스티벌에 연이어 초대받고, 매번 뜨겁고 멋진 무대라는 입 소문도 자자하다. ‘지산록페스티벌 2011’의 심야무대 ‘Hype stage’를 준비하고 있는 칵스를 채널예스가 만났다.
평균연령 23세! 이현송(보컬?23), 박선빈(베이스?25), 신사론(드럼?23), 이수륜(기타?23), 숀(신디사이저?21) 다섯 맴버는 학교 같은 선후배 친구들이었다.
“2008년 12월 31일날 밴드 공연도 하고 춤도 추는 파티를 했는데, 수륜, 현송, 사론이 또 다른 두 명의 친구들과 함께 커버 공연을 가졌다. 제대로 해보자고 이들이 먼저 2009년 6월부터 공연을 시작했고, 베이스 치던 맴버가 미국 간 사이 잠깐 도와주려고 내가 들어왔다. 이후에 숀(Shaun)이 들어와서 지금의 KOXX가 결성되었다.” 언론에서는 마치 칵스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천재 밴드인양 관심을 기울이지만, 그들은 고개를 젓는다.
“정규 1집이 나올 때까지 저희는 꾸준히 공연을 하며 여기까지 왔어요.” 일본과 태국을 비롯 수많은 록팬들을 매료시킨 그들의 음악은, 100회가 넘는 홍대 클럽 공연. 데뷔 앨범
<엔터(Enter)>, 6월 초 발매한 디지털 싱글 <점프 더 라이트(JUMP TO THE LIGHT)> 그리고 최근 선보인 정규 1집
<엑세스 오케이(ACCES OK)>까지 나름의 계단을 밟아 올라 도달한 것.
칵스는 최근 일본 ‘Nano-Mugen 페스티벌’에도 참가했다. 일본 록밴드 아시아 쿵푸 제너레이션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이뤄진 초청이었다. 일본에서 돌아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진행된 인터뷰 자리에서 그들은 일본에서 느끼고 겪은 감흥으로 달떠 있는 듯 했다.
“지산 공연, 스페셜 게스트가 올지도 모른다”
최근 일본에서 공연을 가졌다. 어땠나? 선빈:
“걱정했던 것보다 반응이 좋았다. 일본 관객들이 정적인 면이 있어 열광적으로 놀지는 않는다.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하는데(웃음) 간단한 동작 같은 걸 수많은 관객들이 같이 해주는 풍경이 좋았다. 이전에 레인보우 페스티벌은 정말 재미있게 놀았다. 낯선 나라에서 공연하는 게 힘든 점도 있지만 많이 배우는 것 같다.” 현송: “에그맨이라는 클럽에서 공연을 했다. 공연하기 전부터 다른 팀 구경을 갔는데, 사운드부터 다르다. 장비도 대단하고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앰프도 있더라. 스탭들도 상당히 프로페셔널해서 트러블이 없다.”사론: “일본도 둘러봤는데 레코드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레코드 타워가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어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인디 음악을 따로 다루는 층도 있더라.”수륜: “레코드 가게 말고도 일반적인 음식점, 술집에 흘러나오는 백그라운드 뮤직도 굉장히 다양하다.”작년에도 지산과 팬타에 공연하면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올해 특별히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현송: “작년에는 엠넷 스테이지라고 번외 무대에서 공간에서 공연했다. 정식 라인업이 아니었는데, 그때 내년에는 빅탑 스테이지에서 보자고 했었다.(웃음) 올해는 ‘Hype stage’에서 하게 됐다. 빅탑에 섰다면 해가 떴을 때 공연했겠지. 우리 ?악은 밤에 더 즐기는 게 좋잖냐. 시?도 새벽 두 시다. 작정하고 놀 사람들을 모아놓고 하는 공연이라 기대 된다.”선빈: “전날 가서 신나게 즐기고 낮에 푹 쉬다가 미친 듯이 공연할 것 같다. 스페셜 게스트가 나올지도 모른다.(웃음)”사론: “해가 지날수록 사람들이 페스티벌 대하는 자세도 달라지는 것 같다. 굉장히 잘 놀고. 공연하러 가는 입장에서도 신난다. 우리도 일로 가는 게 아니었더라면, 정말 재미있게 놀았을 것 같다.”‘칵스’라는, 전체 그림을 봐달라
새 앨범. 반응이 좋다! 실감 하나?선빈: “확실이 EP보다 반응이 좋고, 여기저기 리뷰를 보면 많이 좋아해주시고 인정해주시는 것 같아 뿌듯하다. 이 단맛을 보기 위해 그런 고생을 했나 싶고.(웃음) 기분이 엄청 좋다.” 수륜: “공연하기 전이나 공연하고 나서가 제일 실감 난다. 평소에는 잘 모르겠다. 굳이 찾아서 인터넷으로 칵스를 쳐야 기사가 뜨는 거니까. 일상에서는 실감할 일이 별로 없다. 다만 공연을 하는 날, 클럽 주변에 가면 느낌이 다르다. 팬들의 아우라가 있달까?(웃음) 뭔가 다르다.” 현송: “관객들이 음악을 얼마나 좋아해주는지 느껴진다. 떼창 할 때 희열이 있고, ‘이런 맛이 있구나’ 느낀다.”사론: “가까웠던 뮤지션, 함께 공연했던 형 누나들의 시선이 좀 달라졌다. 미니앨범 한장 뿐일 때는 뮤지션 사이에서도 ‘무슨 음악 해?’ 칵스는 물음표가 많은 밴드였다. 이번에 정규 앨범이 나오고 나니 우리가 이런 애들이다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 노래 들어보고 좋다고 연락도 오고. 기분 좋다. 이번 앨범을 통해 얻게 된 나름의 느낌표라면, 작업하면서 생긴 자신감이다.”
리듬, 사운드가 확실히 다르다. 다른 사운드를 실험해보고 싶다는 야심이 있었나?
선빈: “상상하고 있던 것을 구현해보고 싶어서. 많은 도전이 있다. 벌써 다음 앨범 생각이 난다. 다음 앨범에는 이번보다 훨씬 많은 도전과 모험이 있을 것이다.”
현송: “드럼 소스, 음색과 톤을 다양하게 실험했다. 이런 신디사이저 소리는 안돼, 싶은 것들도 해보고.”
수륜: “한 명이 곡을 해서 만드는 게 아니라 여섯 명이 각자 파트를 분담해서 작업한다. 각자 생각하고 있는 것들과 그것의 이미지가 있었을 거다. 그걸 하나로 합치다 보면, 잘 맞지 않거나 날카로운 부분을 정제해야 할 경우가 있다. 이런 식으로 작업했다.”
영어 가사가 대부분이다.
현송: “영어를 잘해서라기보다, 영어가 좀 부드럽고 잘 굴러가는 삸이 있어서 빠른 템포 안에 영어가사를 쓴 거다. 라임을 위주로 맞춰 썼다.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목소리도 악기로 생각했다.”
최신 락트랜드를 흡수, 모르고 들으면 외국 밴드 같다는 상찬이 쏟아지더라. 이런 평에 대해서 멤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선빈: “그런 얘기는, 가장 핫한 음악이라는 칭찬, 혹은 외국 밴드 따라했냐는 비아냥. 둘 중 하나인 것 같다. 전자의 경우라면, 외국 밴드, 국내 밴드를 나누는 게 모호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냥 팝을 하는 거고, 전세계에서 많은 밴드가 하는 음악을 하는 것뿐이다.”
현송: “영어 가사를 쓴 것 때문에 그런 얘기가 많은 것 같은데, 영어는 공용어 아닌가. 딱히 이유가 있나? 어려서부터 팝 음악, 영미권 음악을 많이 듣고 자란 영향도 있을 거고.”
사론: “우리를 그림으로 비유하자면, 다섯 명이 열심히 그린 그림에서, 굉장히 외국 느낌 나는 물감을 썼다는 점에 주목하는데, 우리는 물감뿐 아니라 스케치나 선에도 신경을 많이 썼거든. 이국적이든 아니든 좀더 넓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칵스는 외국 음악 같고 굉장히 트랜디해’ 이런 편견이 생길까 두렵다. 그게 좋은 장점이기도 한데, 마냥 듣기 좋은 얘기는 아닌 것 같다. 우리 나름의 그림을 예쁘게 그렸으니 전체를 봐줬으면 한다.”
“음악, 돋보일만한 포인트가 있어야”
음악은 ‘자고로 이래야 한다’는 생각이 있나?
현송: “이래야 한다기 보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 음악에 정해져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선빈: “즐기고 싶은 대로 즐기고, 좋을 대로 받아들이는 것.”
현송: “다만 포인트는 있어야 한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됐든 한 부분이 됐든. 가사가 됐든. 랩이 됐든. 뭐든지 그 곡을 인식시켜 줄만한 포인트가 있으면 된다. 아니면 정말 실력이 굉장하든가. 노래가 진부해도 실력이 좋으면 돋보일 수도 있다. 그렇게 뭐든 돋보일만한, 희소성이 있으면 된다.”
칵스의 바람을 들려달라. 칵스라는 이름으로 갖고 싶은 게 있다면?
현송: “시간이 해결하겠지만. 연륜을 갖고 싶다. 음악을 어렸을 때부터 해왔지만, 이제껏 저희가 공연한 횟수가 160회 정도라면, 크라잉넛 같은 밴드는 천 번은 더했을 것 아닌가. 그런 무대 경험 횟수는 그때가 되지 않으면 가질 수 없는 거다. 그런 선배들의 공연을 보면 장악하는 뭔가가 있고, 관객들이 그들의 음악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느껴진다. 그 정도로 많은 무대경험을 갖고 싶다.”
선빈: “외국의 모든 음악 팬들이 ‘한국의 밴드?’라고 했을 때 칵스를 떠올렸으면 좋겠다.”
수륜: “세계가 아는 칵스가 됐으면 좋겠고. 우리 다섯 명 모두가 자아를 찾았으면 좋겠다. 또 계속 우리가 ‘멋있는 애들’이라는 생각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냥 에너지가 있는 애들이 아니라 이런 저런 스타일이 있고, 그게 ‘좋다’ ‘멋있다’는 느낌을 주었으면 좋겠다. 무게감 있는 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