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내가 되어주겠소?” 여자의 대답은…
단 한 번 그 순간
빵 굽는 냄새를 사랑합니다. 전생에 이름이 베이커가 아니었나 의심스러울 정도로요. 유학을 마치고 떠나는 분에게서 빵 만드는 기계를 얻은 적이 있는데, 별 생각 없이 받아 둔 그 기계가 행복 제조기 역할을 제대로 한 적이 있지요.
빵 굽는 냄새를 사랑합니다. 전생에 이름이 베이커가 아니었나 의심스러울 정도로요. 유학을 마치고 떠나는 분에게서 빵 만드는 기계를 얻은 적이 있는데, 별 생각 없이 받아 둔 그 기계가 행복 제조기 역할을 제대로 한 적이 있지요. 자기 전에 빵용 밀가루와 물, 호두 등을 넣고 시간을 맞춰놓으면 아침 6시부터 집 안 가득 빵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어요. 그 냄새가 어찌나 구수하던지, 눈은 안 떠지지만 코부터 킁킁대며 잠을 깼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손 선생님의 꽃 그림에 대적할 그림으로 저는 빵 그림을 골랐습니다. 일상생활을 주로 그리던 네덜란드의 화가들 중에 욥 베르크헤이데(Job Berckheyde, 1630-93)가 「빵 굽는 사람」을 그렸어요. 남자가 힘껏 뿔 나팔을 불면서, ‘갓 구워진 빵이 나왔습니다’ 하고 시장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곧 우르르 줄을 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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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가 쓴 『가난한 사람들』(1846)을 읽어보면 가난한 자의 심리를 세세히 알 수 있는데요. 인생이 줄곧 가엾게 흘러왔던 젊은 여자와 오래도록 가난이 몸에 밴 중년 남자가 동병상련처럼 애틋하게 편지를 쓰기 시작합니다. 책을 읽고 문학적인 토론을 나누는가 하면 꼬질꼬질 현실적인 돈 이야기로 편지를 잔뜩 채울 때도 있지요.
어느 날엔가는 여자가 물질적인 욕심에 대해 슬쩍 떠보는데, 남자는 완강한 어조로 그것이 하찮은 것이라고 단정 짓습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겠지요. 재물과 안락함이 필요했던지 여자는 어느 지주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눈물에 젖은 마지막 편지를 남자에게 남깁니다. 처음으로 남자의 글에 서툴지만 격렬한 감정이 실립니다.
“그자가 어떻게 해서 갑자기 당신에게 사랑스런 사람이 되었지요? 그가 주름 장식인가를 당신에게 사주었기 때문인가요? 도대체, 어째서요? 주름 장식이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걸레 조각이에요! 중요한 건 인간의 삶입니다. 알았어요. 나도, 월급을 타면 그 즉시 그걸 사주겠어요.”
어이없게도 여자를 단박에 물질적인 사람으로 몰아버렸군요. 남자는 여자가 자신과 함께 살 수 있으리라고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은 가난한 자로 타고났기에 무얼 가져본 적도 없고, 욕망한 적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결핍 또한 없었지요. 여자에게 글을 쓰는 동안 자신은 분명 행복한 사람으로 존재했고, 그 겹겹의 시간들이 그에겐 충만함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나 봐요. 『가난한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목적을 잃은 듯 안절부절 하는 남자의 안타까운 글로 끝을 맺습니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편지를 쓰겠습니다. 당신도 써주세요. 지금은 내가 무엇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고, 전혀 모르겠고…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이 쓸 수만 있다면, 그저… 아아, 나의 사랑하는 바렌카!”
여자가 떠난다 하더라도 그는 계속해서 편지를 쓸 수는 있겠지만, 그런다한들 편지 쓰는 일이 전처럼 행복할 수 있을까요? 이미 욕망을 품게 된 그는, 그럼으로 인해 결핍이 생긴 그는, 더 이상 자족한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도 행복을 위해서 욕망을 아예 품지도 말고 철저히 가난한 사람의 자의식을 갖자고 권하지는 못 하겠어요. 좀 다른 대답이 될까 해서 선별해 본 그림은 거리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집시의 모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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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을 고르면서 사실은 영화 <원스(Once)>(2007)를 떠올렸는데, 아마도 거리의 연주자가 나오는 설정 때문인가 봅니다. 수리공으로 일하지만 가수의 꿈을 품은 남자 그리고 가정부 일을 해야 하지만 피아노를 연주하고픈 여자, 두 사람은 거리의 연주자와 행인의 관계로 만나지요. 그리고 함께 음악을 만들면서 혼자서는 채울 수 없었던 기쁨에 젖어보게 됩니다. 그렇게 서로에게 단 한번 위로가 되어준 뒤 둘은 각자의 길을 떠나지요. 키스를 하고 영원을 생각하며 결혼을 약속해야만 남녀가 행복한 하나가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필연처럼 우연히 만난 사람이라든가 그 여름 흠씬 젖어 본 석양처럼 행복도 그런 식으로 경험하는 것 아닐까요.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이 오직 순간만 있는 채로…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 저/<석영중> 역12,420원(10% + 5%)
도스또예프스끼의 처녀작으로, 새로운 형식의 탐구와 진정한 완성에 대한 갈망으로 점철된 그의 예술적 엄격함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중년의 하급 관리인 마까르 제부쉬낀과 고아의 신세가 되어 갖은 고난을 겪으며, 가난으로 인해 마음에도 없는 부유하고 욕심 많은 지주와 결혼하는 가엾은 처녀 바르바..
<존 카니>,<글렌 한사드>,<마르게타 이글로바>7,160원(7% + 1%)
음악과 로맨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나는 너를 노래한다 “내가 여생을 지속할 수 있도록 영감을 준 영화!” - 스티븐 스필버그 “2007 최고의 영화 3위!” 로튼토마토닷컴(www.rottentomato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