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예스에서 ‘신진 아티스트 특집’ 인터뷰를 진행한다. 아직 수많은 매체가 달려들지 않았지만, 개성 있는 작업물로 남다른 싹을, 조짐을 보이고 있는 신진 아티스트들을 채널예스가 먼저 찜한다. 이 특집 인터뷰는 시공사 NFF(New face of fiction) 시리즈와 함께 한다. 시공사에서 발간한 NFF시리즈는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나라의 작가들을 소개하는 해외문학 컬렉션이다. 이와 짝을 맞추어 채널예스는 총 5주간, 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신진 아티스트들을 만나볼 예정이다.
|
상상력 돋구는 3차원 일러스트
|
Travel Etiquette I. Illustration for The Traveller (출처: www.9styles.net) | |
일러스트레이터 노준구 │ 80년 생이다. 홍익대학교 BFA 광고학과를 졸업하고 킹스턴 대학원에 일러스트레이션과 에니메이션 석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다섯 번의 단체전을 가졌고, 주로 잡지, 책 등 인쇄매체 작업을 해왔다. 런던 디자인 뮤지엄 전시 디렉터 Donna Loveday가 선정한 전시 하이라이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책 일러스트│
『오스카 와일드 환상동화』 『꿈꾸는 행성』 『파랑치타가 달려간다』 『책여행책』 『SF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 『백화점』 들이 그가 일러스트 작업을 한 책들. 이 중에 한 권이라도 알고 있다면, 당신은 노준구 작가의 일러스트를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간결하고 세밀한 묘사, 한 톤 낮은 따뜻한 색감, 이야기를 담고 있는 특유의 연출력은 그림을 다시 한번 골똘히 들여다보게 만든다.
여행│스물 한 살 때 처음 해외여행을 떠났다.
“낯선 충격이었다. 이국적인 것에 둘러 쌓였을 때의 좋은 느낌이 남보다 오래 지속되었다”고. 자신도 몰랐던 역마살이 돋았다. 최근에는 발칸 여행을 다녀왔다.
“주변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조용하고 이국적인 장소에 가면 오감이 살아나는 듯 하다. 괜히 흥분되고 그림을 그리고 싶어지기도 한다” 때문에 여행 관련 콘텐츠 작업이 가장 즐겁다. 여행 콘텐츠와 별개로도 그의 그림은 이국적이다. 분홍빛 피부를 지닌 이국적인 얼굴의 사람들이 종종 등장하고, 많은 그림의 배경들은 ‘여기 어디’보다는 ‘저기 멀리’를 담고 있다. 영국에서 유학할 당시의 환경이 초기 그림체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줬다.
“초현실적인 이미지에 끌린다”
킹스턴 대학원│1년 반의 과정이었다.
“당시에 원대한 꿈을 품었다. 졸업과 동시에 현지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 그럴만한 그림 체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림을 그려서 돈을 버는 사람이 프로라면 프로가 되자고 맘 먹었다.” 의욕과 의지로 영국까지 날아갔다.
“막상 도착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그림을 그리는 친구들이 많았다. 이 친구들에게 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당시 갖고 있는 그림 체로는 많은 것을 그리기 힘들었다.” 몇 시간이고 화실에 앉아 그림만 그리던 나날이 이어졌다.
“학생 신분으로 공부했던 시절이 가장 큰 바탕이 되었다. 그때 공부했던 스타일을 아직도 쓰고 있으니까.”퍼블릭 디자이너│학교 다닐 때는 환경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이것도 여행에서 비롯된 생각일 텐데, 유럽의 공원을 가보면, 우리나라 공원보다 훨씬 예쁘고 쾌적한 느낌을 받는다. 대중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 상당히 잘 만들어져 있다. 그런 직업을 가지면 더 여행을 많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으나 낙서를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걸 더 좋아했던 탓에, 2008년 졸업 후 자연스럽게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었다고.
작업 스타일│주로 연필로 드로잉하고, 검정색과 흰색을 많이 쓴다.
“관찰하는 걸 좋아한다. 평소 자잘한 것들을 많이 눈 여겨 본다. 공간이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의 그림을 많이 그린다. 뭔가 서로 다른 두 개의 성질이 교차하는 느낌을 좋아한다. 평범한 것도 반으로 툭 갈라 공중에 띄워놓으면 초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그러다 보니 공간성이 두드러진 그림을 많이 그린다. 평범한 풍경도 비현실적인 구도에 담아내면 낯설어지므로, 공간의 제약을 많이 두는 편이다. 독자들이 봤을 때 ‘이게 뭐지?’ 호기심을 유발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초현실적인 이미지 │ 일러스트를 공부하기 전부터, 기괴한 사람 얼굴을 그리는 걸 좋아했다.
“코를 비틀고 눈, 코, 입의 위치를 바꾸기 일수였다. 에곤실레 같이 삐딱한 그림들을 좋아했다. 친구들이 그 그림을 보고 정말 좋아해줬고, 덕분에 대학교 때 ‘그림을 제대로 해보지 않겠냐’는 얘기를 들었다. 역시 초현실적인 이미지에 매료되는데, 지금은 정교 종교화나 인도 페인팅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중동, 이집트, 터키의 옛날 그림도 좋아한다. 원근이 제각각이고, 시선이 혼재되어 있는 점 자체가 회화적인 것 같다.” 영국의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들도 좋아한다.
“노준구의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
|
Sky Travel I. Cover work for a mathematics textbook published by SINSAGO. (출처: www.9styles.net) | |
책이 나오는 순간│
“가장 기분이 좋은 순간이다. 내 그림이 종이 질감에 박혔을 때가 좋다. 때로는 일러스트가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대신할 수 있다. 글보다 그림을 볼 때 정서가 더욱 풍족해질 때가 있잖나. 일러스트의 그런 매력이 좋다.” 책이 상품화되어 나오면, 재미있는 기분이 든다고.
“아직은 ‘이게 내 책이다.’라고 보여줄 만한 책이 없다. 언젠가 일러스트로 채워진 나만의 책을 만들어보고 싶은 꿈이 있다.”『SF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 이 소설은 코믹하고 우울하지만, 결말은 희망적이다.
“애매해서 컨셉을 잡기 힘들었는데 ‘SF지만 현실적이고 인간애를 다룬 이야기’라는 편집자의 이야기를 듣고 구상을 시작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층 구조를 바탕 삼아, 디테일을 살리면 어떨까 싶었다. 배경은 우주 공간인데 식사를 하거나, 맥주를 마시는 등 풍경은 일상적이다. 내용은 SF이고, 비주얼은 아날로그로 그려보려고 했다. 불상이나, 건축물에서 볼 수 있는 파이프 등 내가 좋아하는 구조물을 차용해 넣기도 했다.”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자세│
“현실적으로 머리를 굴릴 줄 모른다.(웃음) 단지 좋은 그림을 재미있게 그려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다만 좀 더 부지런해져야겠다고 생각한다. 독립적으로 일하다 보니 게으름이 죄악인 것 같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이 일이 언제까지 들어올까 고민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서 더 매진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항상 재미있게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언젠가 이 일이 재미 없어지면 어떡하지, 고민하기도 한다.(웃음) 불안과 불확실함을 적절하게 즐길 줄 알아야 하는 일이다.”업그레이드│
“훗날 책이든 전시를 위한 것?든 내 그림체를 한 단계 발전시키고 싶다. 더 다양한 것을 보여주고 싶고, 지금의 틀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내 그림을 봤을 때 ‘노준구다!’라고 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고, 나만의 그림책을 만들고 싶기도 하다. 일러스트라는 영역은 작다. 책의 일부분이고, 일러스트가 들어가는 책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책이 많다. 어른들의 동화책이 더 많이 나오고, 사람들이 좀 더 다양한 루트를 가지고 그림을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또 다른 일러스트 문화가 형성되지 않을까?”
|
Kami There is a young barber who should have been a hair stylist. Located in Kingston. | |
|
Reconstruction2 This is depicting cultural, social, architectural characteristics graphically. Most objects are from my travel. | |
|
Self Anatomy. Sometimes we should be able to see ourselves. | |
|
Touch Entertainment. Train, feed, play dogs as using the touch screen. Image for ‘Asiana Cultur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