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진짜 중도가 필요하다” - 『해방일기』 김기협
중도란 “원칙과 상식에 입각한, 보통사람이라면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입장”
좌우로 점철된 대한민국史에 중도라는 존재가 과연 있었던가? 『해방일기』의 저자 계명대학교 사학과 김기협 교수는 지금이야 말로 진정한 중도가 필요한 때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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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점철된 대한민국史에 중도라는 존재가 과연 있었던가? 『해방일기』의 저자 계명대학교 사학과 김기협 교수는 지금이야 말로 진정한 중도가 필요한 때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중도는 “원칙과 상식에 입각한, 보통사람이라면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것은 김기협 교수가 역사학자로 공부하고 말하는 데에 있어 추구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해방일기』는 그야말로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평범한 사람의 시각에서 일기로 써나간 해방정국의 상황이다. 이미 해방정국에 관해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해놓은 결과물을 김기협 교수가 포장하고, 유통한다. 밝혀진 사건을 두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한쪽에 치우쳐져 있는 팩트나 의견은 아닌지 검토하는 과정을 통해 그는 중도의 입장을 세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보통사람의 의견을 인정하지 않고, 소홀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 진보나 보수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오롯이 자신의 입장에서 얘기하면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어떤 문제를 비판 하더라도 ‘진보의 이름으로’ ‘보수의 입장에서’ 비판한다는 전제부터 내세우니, 상식의 기준에서 비판하는 얘기조차 나올 발판이 없다.”
그는 평범한 사람의 대표주자로, 이제껏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민족지도자 안재홍을 화자로 내세운다. 이념보다 이성을 앞세워 읽어나간 1945년 8월 1일부터 10월 29일까지의 일들이 『해방일기』에 담겼다.
“오늘의 문제, 해방공간에서 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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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문제, 좀 더 깊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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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빈 곳이 많으니, 여러 부분 추측과 판단으로 서술되고 있다. 일기라는 형식도 한몫 한다. 역사학에서 가정(if)하는 행위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역사학에서의 가정법은 매우 중요하다. 물론 가정이 적용될 범위를 벗어나 맹목적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역사학의 생산적인 영역, 새로운 팩트를 파악해가는 작업에 있어서는 가정을 중요시해야 한다. 역사책을 읽으면 저절로 ‘만약에~’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무조건 금기시하는 풍조도 있는데, 자연스러운 선에서는 가정을 용납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저자 나름의 추측에 문제 제기나 응답을 해온 사람은 없었나?
“그 동안 이 글을 블로그에도 올리고 프레시안에도 연재를 했다. 댓글도 달리고, 그 중에는 도움이된 이야기도 많았는데, 나는 지금보다 훨씬 피드백이 많길 바란다. 오늘부터 오프라인 세미나를 진행할 예정이다. ‘길담서원’ 운영하는 분이, 회원들 중에 『해방일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은데 강의를 해줄 수 있겠냐고 하더라. 원고 쓰기도 바쁜데 강의는 어렵겠다고 했다. 하지만, 세미나 정도라면, 작업하다가 떠오른 생각들을 주고 받기 좋을 것 같더라. 홈페이지에서 독자를 모집했는데 열댓 명 오시지 않을까 싶다.”
당대의 느낌과 감흥을 전달하는 게 이번 집필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했다. 21세기에 해방 전후를 추체험하는 일을 통해, 독자들의 어떤 반응을 기대하나?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를 두고 이런 저런 식으로 제기하고 비판하잖나. 그게 좀 피상적인 수준을 넘어서서 좀더 심층화되기를 바라는 거다. 심층화가 되면, 여러 가지 문제들이 단편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몇몇 사람의 비 양심 때문에 벌어지는 게 아니라, 사회 구조 자체가 어떤 틀에 짜여 있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다. 문제 인식을 심층화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역사를 보자는 것이다. 상당히 많은 부분이 해방공간에서 빚어지기 시작했다. 그때 굳어져버린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혹시 여러 사건을 다루고 생각하면서, ‘만약…!’하는 가정법이 가장 아쉽게 남았던 사건이라면 무엇이었을까?
“그런 마음이 작업하기 전에는 많았다. 하지만, 작업 중에는 ‘~했으면 좋았을 텐데!’하는 원리의 가정법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오늘 올린 연재 분에 좌우 합작 얘기를 했다. 46년도에 여운형, 김규식이 중심이 돼서 좌우합작 노력을 벌였는데, 그걸 찬양, 미화하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 이런 사람들의 노력이 좋은 성과를 얻었으면, 실제로 일어났던 참혹한 비극을 피했을 텐데…… 이렇게 마음이 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 노력을 만병통치약처럼 떠들기 보다는 가급적 냉정한 자세를 지키면서 검토했다. 거기에도 나름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보지 못한 걸 테다. 냉정한 눈으로 비판적인 검토를 한 후에도 뭐가 남으면, 그것은 거품 없이 가치 있는 노력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거다. 자칫 거품이 들어가서 미화하게 되면 잠시 기분풀이는 될 지 몰라도, 그때부터 지속되어 온 지금의 문제를 비춰볼 만한 거울을 삼기 어려울 수 있다. 냉정하게 본다는 건 그 거울을 닦는 다는 거다.”
“진짜 중도? 누구도 거절할 수 없는 합리적인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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