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이영희의 도쿄를 읽다
내 딸을 죽인 사람은 바로 우리 반에 있습니다 『고백』외
두근두근, 요즘 재미있는 일본소설
일본의 문학상 하면 흔히 ‘아쿠타가와상(芥川賞)’과 ‘나오키상(直木賞)’을 떠올리지만, 일본에는 그 외에도 무수히 많은 문학상이 있다.
일본의 문학상 하면 흔히 ‘아쿠타가와상(芥川賞)’과 ‘나오키상(直木賞)’을 떠올리지만, 일본에는 그 외에도 무수히 많은 문학상이 있다. 다양한 취향을 고려한 개성 있는 상들도 많은데, 지난해 작가로 변신한 ‘엄친아 배우’ 미즈시마 히로가 대상을 수상해 유명해진 ‘포프라사 신인상’, 추리물을 중심으로 하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상’, 일본 최초의 추리작가를 기념하는 ‘에도가와 란포상’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서점 직원들이, 손님들에게 권하고 싶은 소설을 뽑는 ‘서점대상(本屋大賞)’은 독자들이 얼마나 재미있게 읽어줄 것인가, 즉 ‘대중성’만을 기준으로 작품을 평가한다는 게 특징이다.
서점대상은 지난 2004년 시작돼 올해로 8회를 맞은 ‘젊은 상’이다. 책을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시대, 책 시장은 물론 독자의 움직임을 가장 잘 아는 서점이 직접 나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온라인 서점을 포함한 전국의 서점직원들이 최근 1년간 출간된 신간소설 중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을 추천한 후 투표를 통해 1~10위까지 순위를 매긴다. 번외편으로 ‘중2상’이라는 것도 있는데, 감수성 한창이면서도 정작 책과는 가장 거리가 먼 ‘중2 남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뽑는단다.
“요즘 뭐 재미있는 소설 없나” 싶을 때, 서점대상 수상작을 찾아보면 최소한 후회는 하지 않는다는 게 일본친구들의 말이다. 역대 1위 수상작들을 살펴보면,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스토리텔링이 어떤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가 읽힌다. 심도 있는 분석이라고 하기엔 어렵지만, 재미로 한번 따져 본 ‘서점대상’의 트렌드 변화.
#처음에는 따뜻한 이야기가 대세였다. 파격은 없지만 잔잔한 감동이 있는 이야기들이 1회에서 4회까지 대상으로 선정됐다. 2004년 1회 대상 수상작인 오카와 요코의 『박사가 사랑한 수식』, 2005년 온다 리쿠의 『밤의 피크닉』 2006년 릴리 프랭키의 『도쿄타워』, 2007년 사토 다카코의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까지. 세대불문, 성별불문 누구나 좋아할만한 휴먼스토리가 중심이었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기억력이 80분만 지속되는 수학자와 이십대 파출부의 우정을 그린다. 스물여덟 살의 미혼모 파출부와 그녀의 아들 ‘루트’는 “실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수학의 질서는 아름답다”고 말하는 박사를 통해 ‘수학’이라는 세계의 매력과 그 안에 담긴 인생을 배워나간다. 평범한 듯 매력적인 여배우 후카츠 에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영화 역시 소설의 다소 심심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장점을 충분히 살린 수작. 요리를 하면서 ‘우애수(어느 한 수의 약수를 모두 더하면 다른 수가 되는 쌍)’를 찾아내려 숫자를 끄적이는 그녀의 모습은, 어떤 이익도 바라지 않고 진리 탐구 그 자체에 몰두하는 이에게서 느껴지는 아름다운 열기를 실감하게 해 준 명장면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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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상작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역시 전형적인 추리물의 형식에 요즘 일본 대중문화의 다양한 트렌드를 첨가했다. 작품 속에서 사건해결에 나서는 형사 콤비는 야구선수를 꿈꾸던 재벌 2세 도련님과 퇴근 후에는 ‘오죠사마(아가씨)’로 돌변하는 재벌가의 외동딸이다. 두 사람은 누구보다 수사에 열심이지만, 결국 매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여주인공 호쇼 레이코의 집사 가게야마다. 알다시피 ‘집사’는 최근 몇 년간 일본 대중문화의 대표적인 트렌드 중 하나였다. 2009년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메이의 집사> 이후 도쿄 아키하바라에는 여성들이 몰리는 집사 카페가 등장했고, 그 여세를 이어 만화 『흑집사』도 여전히 인기리에 연재중이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의 가게야마는 아가씨에게 무조건 순종하는 충직한 집사 캐릭터가 아닌, 아가씨에게 “눈은 멋으로 달고 다니십니까?” 같은 ‘막말’을 일삼는 ‘쿨한 집사’다(물론 출중한 외모는 기본이다).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너무 단순하다고 불만을 가질 만한 스토리지만, ‘아가씨-집사물’과 ‘형사 추리물’이라는 두 가지의 이야기 패턴을 적절하게 결합한 구성이 젊은 여성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게다가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처럼 책 표지에 일러스트를 넣어, 표지만 보면 “만화책인가?”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또한 요즘 일본 출판계의 트렌드다. 지난해 일본 전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던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드러커를 읽는다면』이 대표적인 사례. ‘만약’이라는 뜻의 일본어 ‘모시(もし)’와 드러커의 일본식 발음인 ‘도라(ドラ)’를 따와 ‘모시도라’로 불리는 이 책 역시 피터 드러커의 경영서 ‘매니지먼트’의 내용을 소설 형식에 담은 ‘하이브리드 소설’인데, 교복차림 여고생들의 일러스트가 들어간 표지가 젊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위에서도 몇 편 소개했지만, 대중성이 강한 ‘서점대상’ 수상작들은 예외 없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아직 영상화가 되지 않는 『천지명찰』과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도 예외는 아니다. 『천지명찰』은 ‘V6’의 오카다 준이치가 주연을 맡아 내년 1월 개봉을 목표로 촬영 중이며,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도 드라마화가 진행중. 인기그룹 ‘아라시’의 멤버가 집사 역할을 맡는다는 소문이 솔솔 흘러나온다. 댄디와 코믹의 경계를 오고 가는 다소 과장된 두 주인공의 캐릭터를 실제 배우들은 또 어떻게 소화해낼지, 기대 속에서 ‘두근두근’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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