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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 점유율 95%!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2011년 시즌 종결자, 김우형

지킬과 하이드, 김우형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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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형 씨는 스스로를 잘 알기 때문에 자기에게 맞는, 느낌이 가는 작품만 오디션을 본다고 했다. 그래서 오디션 합격률이 100%라고.


2006년과 2009년에 이어 세 번째다. 남자 배우들이 간절히 바라는 지킬로 또 다시 무대에 선 소감은?

“누구보다도 저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서 굉장히 좋고 행복하죠. 26살에 지킬로 데뷔했는데, 그때는 겁 없이 열정만 갖고 무대에서 활개를 쳤던 것 같아요. 실력은 없었지만 열정이 넘쳤거든요. 그런데 계속 배우생활하면서 지치고 어려움도 겪으면서 열정이 좀 식는 걸 느꼈는데, 이번 무대를 통해 열정 하나로 도전했던 그 시절의 느낌들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해가 더해질수록 지킬에 익숙해지겠지만, 부담은 더 클 것 같다.

“데뷔 때는 정말 경력이 전혀 없는 신인이라서 조급하고 연기하기 바빴어요.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무대가 좀 부담스럽고 어려웠고요.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여유가 많이 생겼는지 재밌어요. 물론 마지막에 합류하게 돼서, 연습부터 6~7개월간 일궈놓은 과정과 성과를 제가 바통을 받아 유지하고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무대 위에서는 즐기면서 지킬을 할 수 있는 단계가 된 것 같아요. 하루하루 무대에서 어떤 일이 펼쳐지고, 내가 무엇을 느끼게 될까 무척 기대돼요. 지킬은 하면 할수록 재밌어서 제가 힘이 없어 쓰러질 때까지는 할 것 같아요.”

<지킬 앤 하이드>는 공연될 때마다 객석이 꽉꽉 찬다. 단연 남자 주인공에 의해 무대의 성패가 결정되는데, 한 번에 극히 다른 두 가지 캐릭터를 소화해내야 하는 배우로서는 무척 힘들 것 같다.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어느 부분에서는 대리만족을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사람들은 악한 면을 참고 살잖아요. 일탈을 꿈꾸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못하니까 하이드에게 열광하는 면이 있죠. 반면 지킬에게는 인간적인 고뇌와 연민을 느끼고요. 그런 관객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서는 배우들도 부단히 노력해야죠. 그런데 사실 연기적인 부분보다는 체력적인 면에서 힘든 것 같아요. 모든 지킬들이 체력이 관건이라고 말합니다. 자기 관리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바로 무대에서 나타나거든요. 저는 워낙에 놀고먹는 걸 좋아하는데(웃음), 지킬 하는 동안에는 철저히 관리해요.”
2006년 <지킬 앤 하이드>부터 대부분 대작들만 맡아왔다. 어쩌면 강한 캐릭터가 배우로서 또 다른 선을 긋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른바 말랑말랑한 작품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말랑말랑한 것은 대부분 아기자기하고 로맨스 위주인데, 저와는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팬들은 제발 대학로 공연 좀 하라고 하죠. 대극장 공연이 비싸니까(웃음). 그런데 잘 안 되더라고요. <쓰릴 미> 같은 독특한 작품이면 모를까. 어느 연출가가 그러더라고요. ‘너는 한국 사람만 아니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굉장히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죠(웃음). 아무래도 제 노래나 연기 선이 굵어서 대극장 작품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아요.”

실제 성격은 어떨지, 역시 말랑말랑하지 않나?

“말랑말랑하지는 않아요. 제가 말랑말랑하게 대하는 사람도 몇 안 되고요. 그렇다고 딱딱하고 어렵거나 무서운 사람은 아닌데, 조금 남성성이 강해요.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작품 속에서 가장 비슷한 캐릭터를 찾는다면?

“지킬 앤 하이드요. (지킬? 하이드?) 둘 다요. 지킬과 하이드를 단순히 흑백으로 볼 수는 없잖아요. 흑 안에는 또 흑백이 있는 것처럼, 지킬 안에도 순간순간 하이드의 모습이 나오고, 하이드의 모습에서도 인간적인 고통과 연민이 보이거든요.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순간순간 하이드가 튀어나와요. 사실 저는 스스로를 굉장히 잘 알기 때문에 무엇을 잘 못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알아요. 그래서 어려서부터 스스로 단속하며 사는 게 습관이 됐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굉장히 거칠고 비뚤어졌을지 몰라요. 그렇게 통제하고 노력했던 만큼 잠재된 의식 속에는 꿈틀대는 하이드가 있죠(웃음).”

분위기가 좀 달라진 것 같다. 앞서 열정이 좀 식었다고 했는데, 슬럼프인가?

“배우로서 올 때가 온 거죠. 5년차 남자배우, 나이 서른에, 정신적으로 한 번 꺾일 때가 온 것이죠. 내 자신을 알아간다는 게 무서운 것 같아요. 위치를 알고 나니까 자신감이 없어지고, 사실 지금까지 큰 어려움 없이 왔는데, 내가 관객들에게 박수를 받아 마땅한 자질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너무 쉽게 가지는 않았는지 생각도 들고요. 점점 무대가 무서워지고 두려워지는 것 같아요. 지난해 슬럼프가 크게 왔고 무척 힘들었는데, 그걸 지킬이 이겨내게 해주고 있어요.”

배우로서 빼어난 자질을 갖췄고, 그래서 첫 출발부터 거침없이 달려왔던 만큼, 한참 많은 생각이 들 것 같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스스로를 어떻게 정비하고 있나?

“배우로서 대단히 큰 욕심은 없어요. 현재 하고 있는 작품에서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창피하지 않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지킬로서 관객들이 원하는 것, 좋은 무대로 마무리하기 위해서 무엇을 조절하고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해 노력하죠. 배우는 잘 해야 해요. 열심히 하는 것에서 멈추면 안 되고 인정받는 배우가 돼야 하니까요. 신인도 아니고 나이가 어린 것도 아니고, 더 이상 면죄부는 없잖아요. 이제 다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하는데, 사실 뭘 해야 더 잘하는 배우가 될지는 모르겠어요.”

김우형 씨는 스스로를 잘 알기 때문에 자기에게 맞는, 느낌이 가는 작품만 오디션을 본다고 했다. 그래서 오디션 합격률이 100%라고. 누구나 한참 달리다 보면 새삼 내가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스스로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그렇게 멈춰선 발길은 도통 다음 걸음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배우로서, 31살의 남자로서, 김우형 씨의 마음속에 펼쳐지고 있을 수많은 지도에 함께 마음이 산란했다. 그는 아직은 스스로 말한 슬럼프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기적인 관객인 기자는 그래서 더욱 김우형의 <지킬 앤 하이드>가 기대됐다. 슬럼프는 어느 때보다 자신의 마음 구석구석, 바닥 깊은 곳까지 내려가 보는 시기가 아니던가. 한 사람 마음속의 극단을 보여주는 <지킬 앤 하이드>를 더욱 완벽하게 그려내기 위해 배우 김우형은 슬럼프를 겪어왔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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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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