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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진과 구애정의 <최고의 사랑>은 어떻게 완성되는가?

내 사랑, 독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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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만 더 자면, <최고의 사랑>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월요일, 화요일을 ‘극복’한다. 수요일, 목요일은 본방 사수하는 마음에 하루 종일 두근~두근~♬

수치스러운 마음을 위로하는 드라마

 

출처 _MBC


하룻밤만 더 자면, <최고의 사랑>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월요일, 화요일을 ‘극복’한다. 수요일, 목요일은 본방 사수하는 마음에 하루 종일 두근~두근~♬ 이번 주에 나왔던 독고진의 명대사와 리액션을 따라 해보며, 금요일에는 <최사> 폐인들과 지난 밤 드라마 장면 장면을 거품 물고 리뷰 한다. 주말에는 재방송으로 복습하며, 마치 처음 본 사람처럼 키득거린다. 마지막 회에 예고편이 없다는 사실에 분개하며, 다음주 내용을 상상하며 한 주를 마무리한다. <최사> 폐인의 한주랄까. 윤필주가 그랬다. “마음은 한 칸이라 한 사람이 들어가면 다른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고. 지금 내 마음 속에 <최사> 있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 드라마만 있을 것 같은 나날. 드라마 폐인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최고의 사랑>은 뭘 해도 호감인 최고의 연예인 독고진과 뭘 해도 안티 팬을 양성하는 비호감 연예인 구애정의 로맨틱 코미디다. <쾌걸 춘향> <쾌도 홍길동> <환상의 커플> 등 깜찍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를 써오던 홍자매의 작품. 이번에도 살짝 엽기적이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안방 시청자들의 감성을 충전시키고 있다. 여기에 차승원과 공효진이라는, 다른 배우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최고의 캐스팅으로 캐릭터에 생생함을 불러일으켰다. 많은 부분 슬랩스틱 코미디로 이어지는 이 드라마에서 두 배우의 능청스런 연기는, 상황 속에 매복한 개그 도화선을 빵빵 터뜨리고, 어떤 극적인 설정도 어색하지 않게 전달한다.

출처_ MBC

 생활이 실시간 보도되는 연예계 속에서
어떻게 최고의 사랑을 만들어갈 것인가?


연예계를 배경으로 하는 <최고의 사랑>은 보여지고 꾸며지는 스타의 화려한 모습과 화면 뒤에서 빛을 거두고 우리와 다를 바 없이 사랑하고 우는 모습의 경계를 재치 있게 포착한다. 화려하게만 보이는 연예인들의 고충이나, 평생 오해를 무릅쓰고 비호감으로 추락한 배우의 이면 등은 지금의 연예계와 비교해봐도 흥미롭다. (우리는 앞으로도 결코 진실을 알 순 없다. 그저 보여지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만 믿을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배경을 떠나 최고 스타 독고진이 구질구질 구애정을 좋아한다는 이 이야기가, 수치스러운 마음 키우는 사람들을 위로한다는 점이다. 수치스러운 마음이란? 짝사랑을 이르는 독고진의 언어다.

“그때 덥썩 물었으면 화딱 깨고 후딱 까였겠네요?”

출처_ MBC

만약, 모두가 숭앙하는 최고의 스타 독고진이, 벚꽃 지는 밤 놀이동산을 빌려 당신에게 고백을 한다면? 막무가내로 당신이 좋다고 쫓아다닌다면 어떨까? 나라면? 냉큼 넘어갔을 거다. ‘두근두근’을 외치며, ‘내가 전생에 나라를, 아니 지구를 지켰구나.’ 불현듯 전생을 떠올리며 감격할지도 모르겠다. 과연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만인의 연인이 나만의 연인이 되고 싶다고 다가오는 것을!

하지만 구애정은 쉽게 마음을 주지 않는다. 마음이야 그 마성의 매력 앞에 무너지지만 ‘안된다’는 의지로 버틴다. 그래서 이야기는 길어지고, 독고진의 구애도 깊어간다. 덥석 물면, 화딱 깨고, 후딱 까인다는 걸, 10년 전에는 최고의 아이돌, 지금은 최악의 비호감 스타 구애정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전 당신을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이 선택은 지금의 구애정의 선택이라기보다는, 행복하지 못했던 10년의 시간이 내린 결정이다.

출처_ MBC 

“영광이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지만, 구애정은 고민한다”


17년 정도 삶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의지나 각오가 사람을 쉬이 변화시키지 못한 다는 걸 잘 알 것이다. 무엇도 어지간해서는 미래의 나를 바꾸지 못한다. 사람은 온전히 자기 스스로에게 배우는 존재라, 뼛속에 새겨진 과거의 경험만이 지금의 나를 아주 조금 움직일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이 수치스럽지만 첫사랑을 짝사랑으로 시작하는 독고진과 상처와 냉대로 얼룩진 10년의 인간관계를 거치고 난 구애정과의 차이다. 독고진은 명상과 마인드컨트롤을 하며 구애정을 보고 싶은 마음을 300번쯤 참아내지만, 결국 견디지 못하고 구애정을 보러 움직인다. 그는 모든 것을 컨트롤 하려고 하지만, 그는 자신의 마음은 통제하지 못한다.

하지만 구애정은 애써 마음을 다잡는다. 짐작만 해도 얼마나 설렐까 싶지만, 그녀는 마음만 먹으면 독고진을 만나지 않고도 견딜 수 있다. 살 수 있다. 이것은 구애정의 애정이 독고진보다 덜 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녀의 기억에 삶에 아프게 남은 상처들과 기억들이 자신을 본능적으로 보호하려고 작동하기 때문이다. 한때 야쿠자의 애인(?)으로 불리기도 하고, 한때 소중한 마음으로 만났던 남자 배우는 스캔들이 나자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구애정 안티로 돌아섰던 그때의 경험들이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다. 순간의 설렘에 일회일비 하지 않는 여자. 찰나의 설렘보다 오래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소중한 여자. 입 밖으로 컨트롤을 외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여자로 말이다.

독고진의 하트[허-r트] 브레이크

출처_ MBC

독고진은 구애정의 ‘두근두근’ 노래를 들을 때 마다 심박수가 상승한다


독고진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독고진은 최고의 톱스타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마인드로 안하무인 거침없이 살아왔다. 가질 수 있는 건 뭐든 쉽게 가질 수 있었고, 세상은 그가 무슨 잘못을 하더라도 무조건 선한 쪽으로 이해 받을 수 있는 관용을 선사했다. “독고 최고야. 독고 멋져”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기획사에서 잘 관리한 이미지 덕분이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도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그의 Heart [허-r트]. 수치스럽고 민망하지만 구애정만 보면 두근두근 뛰는 하트가 문제다. 독고진은 많은 팬들의 사랑으로 누구보다 멋지게 사는 연예인이지만, 늘 집에 갇혀 산다. 기자들의 감시망이 쳐진 그의 빈 집은 그야말로 화려한 감옥. 그곳에서 오랜 시간 홀로 보낸 독고진을 생각해보면, 그가 쉴 새 없이 혼잣말을 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끊임없이 입 밖으로 내뱉는다.

물론 그의 마음을 드러내는 내레이션의 용도겠지만, 실제로 혼자 오랫동안 갇혀 산 사람은 스스로에게 말을 걸고, 대화하게 될 것 같다. “나는 독고진이야. 특별한 사람이야.” “눈코입이 사라져버릴 만큼 쪽팔렸지만, 난 극복했어. 난 회복할 거야.” 주문 같은 독고진의 혼잣말은 역대 짝사랑에 빠진 그 어떤 캐릭터보다 사랑스럽고 유머러스하다. 통쾌하다.

짝사랑 할 때 우리는, 견딜 수 없는 수치스러움을 어떻게 스스로 극복하는가? 여기, 독고진을 보면 된다. 그의 혼잣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사랑에 빠진 사람의 심리 상태의 경과가 보인다. ① 처음엔 무조건 마음을 부정한다. “싼티나는 껍데기에 빈티나는 배경을 가진 너에게, 도대체 내가 왜 이러는 걸까” ②이것이 (짝)사랑임을 수치스럽게 고백한다. ③그 마음과 싸운다. ④ 결국 이렇게 말하게 된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못돼 처먹은 이기주의자야……” 천하에 독고진이 이렇게 고백한다. 독고가 심은 동백꽃, 진달래꽃, 감자 꽃은 이렇게 피어난다.

출처_ MBC

‘브레이크’ 된 ‘하트’를 진달래꽃처럼 ‘즈려 밟고’ 가라는 독고진


게다가 그의 하트는 물리적으로도 고장이 났다. 독고진은 10년 전 바이러스로 인해 심장에 문제가 생겼고, 인공심장에 의존해 살아왔다. 팔에 찬 심박계로 항상 60-90 심박 수를 관리해야 했다. 그런데 그 인공심장마저도 고장이 난 것. 재수술을 앞두고 있는 독고진의 생존 가능성은 고작 5퍼센트다. 드라마에 진행 속도를 상승시키고, 사건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시한부 설정의 새로운 버전이다.

죽음이 목전에 닥쳤는데 제아무리 독고진이라도 헐리우드 진출이, 최고의 인기와 이미지가 무엇이랴. “지구를 지키기 보다는 같은 소속사 동료를 지키는 남자”가 되고 싶다고,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고백하게 된 것도 바로 생사가 걸린 수술 덕분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우선순위 없이 뒤섞여 있는 일상을 성찰해볼 기회를 준다. 극단적이지만, 죽음이라는 마감 시간은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내 속마음을 점검해볼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독고진이 어떤 무리한 일을 하더라도 우리는 이해할 수 있다.

언젠가 심장이 멈출 지 모르니, 원하는 일을 유예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독고진의 간절함은 비단 그의 것만은 아니다. 믿을 수 없지만 우리의 진짜 심장도 언젠가 멈춰 선다. 관리하고 조심해야 하는 인공(人工)심장이다. 막연히 몇십 년 후쯤 뒤라고 생각하지만, 언제 어디서 멈출 지 모르는 심장이 가슴에서 뛰고 있다. 그렇다고 대책 없이 마구 덤비고, 고민 없이 행동한다면, 그 누구의 드라마든 재미도 없고 매력도 없을 거다. ‘인생 뭐 있냐!’고 덤벼봤자 인생은 시큰둥하게 어깨를 으쓱이고 말 것이다. 간절히 원해도 뭔가 이뤄줄까 말까한 걸. 인생은 그다지 자상하지 않다. 그렇다면 <최고의 사랑>의 최고의 캐릭터들은 이 난국을 어떻게 타계해나가는가?

구애정씨 현실감 믿고 하는 얘긴데

출처_ MBC

한때 최고의 스타였지만, 10년 후 생계형 연예인으로 전락한 구애정.


“우리 현실감 있게 살자. 우선은 오늘 개구리 되기에 충실해야지.”

시청자들에게 독고진에게 민폐녀 구애정이 매력적으로 비춰지는 지점은 어디일까? 그것은 바로 그녀의 현실감(각)이다. 만약 구애정이 후딱 넘어갔거나, 눈먼 여주인공처럼, 독고진의 구애에 ‘나만 모른척’ 내숭을 떨었다면, 결코 최고의 사랑이 되지 못했을 거다. 최선을 다하지만, 악바리같이 억지부리지 않고, 남을 배려하지만 자기 것을 포기하지도 않는 그녀의 현실감각이야 말로, 구애정 캐릭터를 매력 있게 만든다. 아무리 개구리 변장을 하고 나와도, 지방 나이트 무대를 뛰더라도 그녀의 그런 태도 때문에 적어도 구차하진 않다. 시청자가 그녀에게 감정이입하고 토닥이게 만드는 지점이다.

“고장 났으니까 언젠가 서겠죠?”
“그래. 내가 설 때까지 잘 피해봐, 구애정.” (…)
“제대로 한번 말해봐요. 니가 좋으니까 계속 옆에 있으라고.”
“그렇게는 못하지.”


독고진은 구애정 곁에 있겠다고 마음을 먹고 서도, 그녀에게 계속 내 곁에 있어달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잠시 고장 났으니 한달 쯤(수술 받기 전까지) 잠시 충전해달라고 말한다. 아무리 매혹적이라 할지라도 끝을 아는 사랑을 시작하는 일은 얼마나 두려운가. 사랑이 끝난 뒤에 너는 몰라도 나의 심장은 멈추지 않을 텐데. 누구도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게 단기 계약직 마인드로 임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다만 이 순간에 용기를 내는 것은, 끝난 후의 두려움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지금 이 순간의 확신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애정은 발걸음을 돌려 독고진을 충전해주러 간다. 견딜 수 있는 만큼 견디되, 억지 부리지 않는 것. 매 순간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알고 후회하지 않는 쪽으로 ‘노력’하는 것. 구애정이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불러 일으키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꽃피는 독고가 오면

출처_ MBC

독고진이 준비하는 최고의 사랑은 완성될 수 있을까?


사랑은 타이밍의 문제라는데, 그 타이밍이 꼭 즉각적으로 눈 맞은 순간을 말하는 건 아니더라. 꽃을 피우는, 꽃이 피는 타이밍이라는 걸 독고진이 보여줬다. 싹이 결코 물만으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그 앞에서 그리운 눈빛으로 애정도 붓고 눈물도 흘리고 기대하고 좌절하는 가운데서도 꽃을 피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액션에서 꽃이 필 징조가 다가온다는 것. 물주기를 포기하고 그 앞을 떠나지 않아야 감자 싹이 말라 죽지 않는다는 걸 <최고의 사랑>이 보여줬다.

“최악의 스캔들이 될 거야. 그런데 만약 나한테 마지막이 오면 최악이 아니라 최고가 될 수도 있어. 살아서 구애정 좋아한다고 하면 추락이고, 죽어서 구애정 좋아했다고 하면 미화되고…… 그러니까 나는 쭉 최고의 이미지를 지킬 거야. 그리고 잘못되면, 그거 다…… 구애정 주고 갈 거야.”

독고진은 생사를 결정할 수술을 앞두고, 최악의 스캔들을 최고의 사랑으로 끌어올릴 준비를 한다. 이게 연예계의 룰을 아는 독고진이 구애정을 지켜주는 방법이다. 차승원이 “꾸애정~ 꾸애정~” 탄식을 뱉을 때마다 ‘꾸애정 → 꾸애줭 → 구해줘’ 라고 들리는 건 나뿐일까. 구애정은 독고진을 어떻게 지켜줄 수 있을까? 최고의 사랑은 어떻게 완성될까? 독고진의 마음을 투사한 감자는 과연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이래서 앞으로 수, 목요일도 본방 사수다.

p.s. 더불어 연기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비호감이라고 무리하지 않고, 메소드(!) 연기로 부담감을 주지 않고, 원래 구애정 인양 능청스러운 연기를 하는 공효진. 개그, 엽기코드와 진지, 섹시한 매력을 눈빛 만으로 쥐락펴락하는 차승원의 연기는 그야말로 마력적이다. 차승원이 아니고서는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캐릭터. 그 어떤 연예인 캐릭터도 떠올리지 못하게 하는, 새 캐릭터다!

아큐정전 아큐의 정신승리법을 넘어서는 독고진의 정신극복법. 이런 무리한 연기가 진짜로 다가온다. 이처럼 개그와 멜로를 완벽하게 소화해야 하는 연기, 차승원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출처_ MBC
극복!

출처_ MBC
회복!

출처_ MBC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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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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