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컬투 “우리의 롱런 인기 비결은요…”

관객과 가까이 더 가까이, <컬투> 대학로 소극장 콘서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개그맨들은 인터뷰 때 잘 웃지 않는다. 오히려 진지하다. 사람이 순수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가장 냉엄한 부분까지 알고 있어야 하듯이, 기발한 웃음을 전달하는 컬투에게는 무게감 있는 치밀함과 책임감이 느껴졌다.


두 사람을 한꺼번에 인터뷰하는 것은 참 힘들다.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을 한꺼번에 인터뷰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 게다가 그들이 개그맨이라면 수명이 1년은 단축될 정도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에서 만난 컬투는 첫인상부터 달랐다. 김태균 씨가 푸근한 목소리와 미소로 맞았다면, 정찬우 씨는 미간을 다소 찌푸리며 인사를 건넸다. 무슨 화나는 일이라도 있느냐고 묻자, ‘사람들이 자기만 보면 그런다며 화나지 않았다’고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지킬과 하이드를 함께 만난 기분이다. 그들의 답변 역시 거침없이 다른 길을 내달리다 묘한 지점에서 만나곤 했다. 직접 만나보자.

중대형 극장에서만 공연하다 오랜만에 소극장에 온 소감은?

태균 : “아무래도 대극장은 관객과의 호흡이 떨어지는데, 소극장에서는 관객들 반응이 더 직접적으로 느껴지니까 저희도 신이 나죠. 해프닝도 더 많이 일어나고.”

찬우 : “처음에는 관객들의 반응이 약해서 의아했어요. 대극장은 함성이 굉장히 크니까 반응이 정말 좋구나 생각하는데, 소극장은 함성이 그렇게 크지 않잖아요. 소극장에 섰던 게 8년 전이라 적응이 안 됐던 거죠. 조금 지나니까 이게 좋아하는 거구나 느끼겠더라고요.”

대학로를 벗어난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컬투는 대형스타가 됐다. 오랜만에 소극장에 돌아온 특별한 계기가 있나?

태균 : “머리만 대형스타예요(웃음).”

찬우 : “저희가 올해는 전국투어를 안 해요. 시간도 남고, 오랜만에 소극장 기분도 되살릴 겸 돌아온 거죠. 소극장 공연이 좋지만 여건이 안 돼서 못했던 거니까요.”


공연, 라디오 진행, TV 프로그램 MC, 꽃배달 등 사업에 간간이 행사까지. 인기 비결은?

찬우 : “그야 잘 하니까 그런 것 아닐까요?! 농담 삼아 그렇게 얘기하지만 진담이에요. 공연을 잘하니까 보러 오는 것이고, 방송을 잘 하니까 듣는 거겠죠. 비결이라기보다 우리만의 색깔이라면 솔직함,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고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웃음으로 승화해서 보여주니까 거기에 대한 공감을 얻는 것 같아요.”

고정관념을 깨는 모습이 가장 어필하지 않았을까?

찬우 : “물어봅시다, 어떤 고정관념을 깼는데요?”

공연장에서는 물론이고 오래 전 TV에서도, 그 시절 개그맨은 관객들을 웃겼지 본인은 웃지 않았다. 그런데 컬투는 삐죽 웃었다. 그래서 얼마나 웃기면 본인들도 웃음을 참지 못할까 하는 생각에 더 웃겼던 기억이 있다. 라디오에서도 모두가 생방송임을 강조할 때 대놓고 녹음이라고 알리고, 노래를 두 번 연속해서 트는 것도 기발한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태균 : “시도가 아니가 그냥 묻어난 거예요, 정말 재밌어서. 그런 부분에 긴장을 하지 않으니까요. 또 우리가 공연하면서, 관객들 반응 보면서 어이없어 웃은 적도 있고요.”

찬우 : “형식화된 면이 있어서 선배들은 못했지만, 우리 공연은 틀이 있는 게 아니라서 가능했죠. 그리고 방송에서 형식을 깬 건 박철 씨가 먼저였어요. 박철 씨 프로그램 들으면서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라디오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 우리 프로그램이 청취율 1등을 하고 있고 주목을 받다 보니까 우리가 한 것처럼 인식되는 거죠.”


공연과 달리 방송은 심의도 있고, 아무래도 수위조절을 할 것 같다.

찬우 : “그런 거 생각 안 하는데요. 평범하게 진행하는 것도 아니고, 워낙 많은 사람들이 듣다 보니까 타깃이 된 면이 있죠. 대부분 정말 막 한다고 생각하시는데, 막하는 과정에도 형식이 있어요. 형식이 없는 듯하지만 굉장히 치밀한 거예요, 18년의 노하우가 쌓여있는 거죠. 그 안에서 저희가 말을 편하게 하다 보니까 실수도 있는 건데, 또 그렇게 안 했으면 이 프로가 그렇게 큰 인기를 얻지 못했겠죠.”

태균: “그리고 이제 알잖아요, 어떤 게 심의에 걸렸나. 그런데 늘 쓰는 말인데도 심의에는 안 되는 말이 있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툭툭 튀어나와서 문제죠.”

아무래도 가장 문제되는 건 언어적인 부분?

찬우 : “그럼 라디오인데 언어적인 부분이지 비디오로 걸릴 일은 없죠(웃음).”

유머는 상대에 대한 악의 없는 공격일 때가 많다. 두 분의 강한 유머에 상처받은 관객이나 청취자도 꽤 있을 텐데, 컬투 만의 개그철학이 있다면?

찬우 : “그래서 안 좋은 직업이죠. 하지만 개그는 상대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니까요.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하는 게 저희 철학이죠.”

태균 :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저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보여주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죠.”

얼마 전 방송에서 정성한 씨와 함께 출연하는 모습을 봤다. 서로 잘 지내나?

찬우 : “잘 지내고 말고 할 게 없어요. 서로 바빠서 1년에 한 번 만나면 많이 만나는 거니까. 마음이 어떠냐가 중요한데 나쁘거나 그런 건 없어요. 예전에는 좀 앙금도 있었지만, 시간이 몇 년이에요. 이제 같이 늙어 가는데.”

두 사람 역시 서로 많은 부분을 맞춰왔겠지만, 이 자리를 빌려 ‘이거 하나 만은 고쳤으면 좋겠다’ 얘기해 본다면?

찬우 : “타고난 것은 고쳐지지 않아요, 이제는. 그걸 알고 있는 것이죠. 나쁜 일이든 좋은 일이든 결과가 있는 것은 어느 한쪽의 잘못이 아니잖아요. 태균이는 꼼꼼하고 저는 확 밀고 가는 편이라서 거기에서 오는 트러블이 있지만, 서로 다름을 인정하기 때문에 절충하는 것이죠.”

태균 : “시원하게 말할 건 하지만, 또 묻어둘 건 묻고 가는 거예요.”

 

 

음악활동도 계속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찬우 : “사실 저희가 음악활동 했다고 하면 민망한 거죠, 그냥 음반을 내는 것이지(웃음). 이미지 메이킹이죠, 컬투가 음반도 내고 공연도 하고.”

태균 : “사실 뮤지션 마인드는 없어요, 히트곡에 대한 열정만 있죠(웃음). 공연할 때 히트곡이 있으면 얼마나 좋은데요.”

있잖은가, ‘사랑은 야야야’

찬우 : “그 정도로는 안 되고, ‘얼마나 얼마나~’ 이 정도는 돼야 히트곡이죠(웃음).”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질주해 왔는데, 컬투에게도 남모를 슬럼프가 있었나?

태균 : “삼총사에서 컬투로 바뀔 때겠죠. 사람들에게 둘이서도 잘 한다는 인식을 갖도록 노력해야 했으니까요.”

찬우 : “저는 개인적으로 작년까지 늘 슬럼프였던 것 같아요. 스스로의 성향 때문에 옹골지지 못하게, 너무 헤프게 살아왔다는 생각을 했는데, 늙은 거죠. 나이를 먹고 보고, 긴 시간 많은 사랑을 받았으나 스스로를 다잡지는 못했던 것 같더라고요. 지금은 많이 편안해졌고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알 것 같아요. 고치고 싶지는 않은 부분도 조절은 가능할 것 같고요.”

스타급 개그맨들은 주로 MC로 활동하는데, 꾸준히 무대를 고집하는 이유는?

태균 : “무대는 우리는 태어나게 해준 곳이고, 앞으로도 가야할 곳이니까요. 무엇보다 공연장에서는 우리 맘대로 할 수 있고요.”

찬우 : “돈이 되니까, 돈이 안 되면 안 해요. 아무리 우리가 공연을 좋아해도 관객들이 안 오면 어떻게 하겠어?. 관객들이 박수를 쳐주고 찬사를 보내주니까 무대에 서는 것이죠. 아니면 의미가 없잖아요. 무엇보다 공연이 방송보다 재밌고 좋으니까요.”

개그맨들은 인터뷰 때 잘 웃지 않는다. 오히려 진지하다. 사람이 순수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가장 냉엄한 부분까지 알고 있어야 하듯이, 기발한 웃음을 전달하는 컬투에게는 무게감 있는 치밀함과 책임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솔직했다. 아마도 그것이 20년 가까이 관객에게 사랑받는 무대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일 것이?. 컬투의 소극장 공연은 7월 1일까지 이어진다. 무대에서 객석 뒷자리까지 고작 10미터에 불과한 농밀한 공간에서 컬투의 사정없는 웃음 포탄에 온 몸을 맡겨보기 바란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5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오늘의 책

김훈이 담아낸 시대의 눈물과 웃음

우리 시대 문장가 김훈의 신작 산문집. 생로병사의 무게를 실감하며 지나온 그의 치열했던 '허송세월'을 담은 책은 간결하고도 유려한 글맛으로 이 시대의 기쁨과 슬픔을 마주한다. '본래 스스로 그러한 세상'을 파고들어 삶의 비애와 아름다움을 포착한, 김훈 산문의 미학을 만나볼 시간이다.

사라질 직업에 관한 세밀화

『고기로 태어나서』 한승태 신간. 기술 발달로 없어질 확률이 높은 직업과 작업장의 모습을 세밀하게 담았다. 그 대상은 직업 소개소, 콜센터, 택배 상하차, 뷔페식당, 빌딩 청소다. 힘들고 괴로운 노동 현장이 마냥 슬프지만은 않게 느껴지는 건, 한승태 저자의 필력 덕분이다.

우리는 서로를 계속 안아줄 수 있을까?

한국 청소년 문학의 가장 뜨거운 이슈, 이꽃님 작가 신작. 『죽이고 싶은 아이 2』가 이꽃님 월드의 완벽한 결말을 알린다. 서은의 죽음에서 시작된 두 여고생의 진실과 믿음, 그 절망 끝에서 피어난 희망을 그렸다. 아무리 무너져 내린 삶이라도 다시 일으켜 세워야만 하는 것이 삶이므로.

나만의 ETF 투자 전략

국내 최고의 ETF 전문가인 김수정 저자가 ETF 투자를 위한 모든 것을 한 권에 담았다. ETF의 종류부터 투자자가 알아야 할 내용과 투자 전략까지 상세히 다룬다. 안전하고 성공적인 투자는 물론, 나에게 맞는 ETF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 최적화된 투자서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