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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브, 포크볼… 투수는 변화구를 어떻게 던지는가?

치마를 살랑거리는 바람이 비행기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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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800명 이상 태우고 하늘을 12시간 이상 날 수 있는 비행기가 등장했다. 또한 지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비행기 내에서 샤워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사람을 800명 이상 태우고 하늘을 12시간 이상 날 수 있는 비행기가 등장했다. 또한 지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비행기 내에서 샤워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비행기표값이 버스표값처럼 내리지는 않았지만, 비행기가 대중교통 개념으로 변한 것이다. 같은 연료로 더 많은 짐과 사람들을 실어 나를 수 있다면 분명 지구환경을 위해서는 유익한 일이다.

560톤이나 하는 비행기가 어떻게 하늘을 날 수 있을까? 백 마리 코끼리의 무게가 가볍게 하늘을 날 수 있을까? 물리학적으로 하늘을 나는 원리는 간단하다. 날개와 바람만 있으면 된다. 바람이 없는 곳에서는 프로펠러든지 제트 엔진을 이용해 바람 속도로 바람을 만들면 된다. 아니면 사람 등에 날개를 달고 바람처럼 달려 나가면 된다. 문제는 중간에 하늘로 날 수는 있겠지만 하늘에서도 계속 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중간에 글라이더처럼 바람을 만나면 계속해서 날 수 있다. 이 원리를 이용한 것이 산 정상에서 타는 낙하산 모양의 파라슈트다.

날개에 바람의 압력차가 생기게 되면 어떤 물체도 하늘을 날 수 있다. 물론 날개 위쪽의 압력이 낮아야 한다. 헬리콥터의 날개가 끝임 없이 아래로 바람을 보내는 것은 날개 위쪽의 압력을 낮추기 위해서다. 모든 물리 법칙은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향하는 힘이 존재한다. 원리적으로 낮은 곳이 높은 곳보다 물리적으로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원리를 물리학적으로 밝힌 사람은 베르누이다. 그래서 베르누이 원리라고 부른다. 아마 베르누이는 분명 바람이 불면 치마가 살랑거린다든지, 우산이 하늘로 날아간다든지, 바람 부는 날 창고의 지붕이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생각해냈을 것이다.


물리적으로 강물을 거스르면 재앙이 온다

얼마 전 한강이 흙탕물로 변한 모습을 보고 베르누이 정리가 생각났다. 분명 상류의 강을 파헤친 상태에서 비가 오니, 강물 흐름의 속도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베르누이 정리에 따르면 강물의 흐름은 폭이 넓은 곳을 지날 때는 완만하게 흐르다가, 폭이 좁은 곳을 지나게 되면 좁은 만큼 빨라진다. 다리 밑의 물살의 흐름이 빨라지는 것을 보면 된다. 강을 둑이나 보로 막으면, 폭이 좁아져 강물 속도의 힘에 연약한 가장자리가 힘을 받게 되고, 만약 연약한 흙이라면 무너져 떠내려간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만약 강바닥을 깊이 팠다면 강바닥의 압력이 증가해 지반이 이기지 못하고 떠 내려와 흙탕물을 만들었을 것이다. 물속의 압력은 깊이에 따라 증가한다. 이를 수압이라고 한다. 수영장에서 깊이 들어갈수록 고막에 누르는 압력이 증가하는 것을 느끼는 이치와 같다.

자연의 물리적 이치의 핵심은 평형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성에 있다.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높으면 낮은 곳으로 향해 에너지를 낮춰 평형상태로 만든다. 강물의 흐름 역시 에너지 보존 법칙을 따른다. 우리가 보기에 강물이 아무 생각 없이 무심하게 흐르는 것 같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에너지 보존 법칙을 만족하면서 가장 안정된 에너지 상태를 만들면서 구불구불 흐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흐름을 바꿀 수 있다. 잘하면 더 안정된 상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무리하게 설계하면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그 힘은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물리학을 배우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투수는 물리적 직감을 가지고 있다

베르누이 원리의 최고의 꽃은 야구다. 야구의 힘은 투수의 파워에 있다. 가장 많은 시간 공을 잡고 있는 사람을 보면 알 수 있다. 투수의 직구도 파워풀하지만 투수의 매력은 변화구 구사에 있다.

어떻게 야구공이 홈플레이트에서 휘는가? 그 물리적 이유는 회전하는 공이 만들어내는 베르누이 효과다. 회전하는 공 주위로 공기의 흐름이 바뀌고 이 압력차의 힘으로 인한 쏠림현상이 일어난다. 이때 이런 쏠림을 만들어내는 핵심 요인 중 하나로 야구공의 붉은색 실밥이다.

야구공의 실밥의 어느 부분을 잡고, 어떤 속도와 방향으로 회전시켜 던지느냐에 따라 공이 커브볼이 될 수 있고, 포크볼이 될 수 있고, 마구가 될 수 있다.

가끔 투수들이 공을 손바닥으로 박박 문지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떤 투수는 야구공의 실밥을 유심히 쳐다보기도 한다. 실밥의 위치를 이용해 공의 회전과 베르누이의 물리적 원리를 마음속으로 곰곰이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심한 경우 투수가 손톱으로 야구공에 흠집을 낸다거나, 흙을 묻힌다든지, 일부러 실밥을 몰래 터트린다든지 할 수 있다. 이런 행동을 하는 투수는 분명 베르누이 원리를 파악하고 있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파울이다. 심판이 공을 자주 바꾸는 이유가 여기 있다.

에필로그


초등학교 시절 나는 야구선수였다. 포지션은 포수다. 덩치가 있어 포수가 된 건 아니고, 당시 캐처 글러브를 가진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그 당시 어머님께서 같은 값에 가장 튼튼해 보이는 글러브를 고르고 고른 것이 캐처 글러브였다.

투수를 했으면 잘했을까 생각해본다. 물리학적으로 베르누이 원리를 이용해 공을 잘 던졌을까? 물론 아니다. 원리를 안다고 공을 다 잘 던질 수 있다면 야구경기는 정말 재미없는 경기가 될 것이다. 정치도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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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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