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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300> 전사들이 나체에 가까운 이유 -『명화의 재탄생』문소영

대중문화 속 명화를 만나다 - 미술은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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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숍 간판 로고에 새겨진 라파엘로의 아기 천사부터 냉장고 광고로 재탄생한 마티스의 거실까지. 명화는 우리 삶 곳곳에 덕지덕지 붙어있다.

미술은 어디에나 있다! 커피숍 간판 로고에 새겨진 라파엘로의 아기 천사부터 냉장고 광고로 재탄생한 마티스의 거실까지. 명화는 우리 삶 곳곳에 덕지덕지 붙어있다. 대중문화라고 예외는 아니다. 대중문화 속 명화의 재탄생은 “원본이 미술관에 갇혀 죽어 가는 존재가 아니라 후대의 대중과 교류하고 살아 숨쉬는 존재가 되는 길”이 된다. 지난 4월 14일 밤, 삼청동 네스카페. 『명화의 재탄생』문소영 저자가 전하는 미술관 밖으로 나온 명화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밀레의 「이삭줍기」를 처음 본 곳은 어디인가요? 오르셰 미술관에서 직접 보셨을 지도 모르겠지만 많은 분들이 과자봉지나 텔레비전 등 대중문화 속에서 이 작품을 먼저 접하게 됩니다. 바로크 거장 페터 파울 루벤스의 그림을 ‘미술관에서’ 먼저 만난 분들도 아마 극히 소수겠죠. 대부분 교과서나 백과사전 같은 책에서 처음 봤을 것이고, 텔레비전에서 처음 본 분들도 많을 겁니다. 저도 어린 시절 텔레비전 애니메이션<플란더스의 개>에서 봤으니까요. 네로와 파트라슈가 루벤스의 제단화 앞에서 숨을 거두는 것을 보고 엉엉 울면서 말이죠.

이밖에도 르네상스 거장 라파엘로의 작품은 크리스마스 카드의 아기 천사 그림으로 처음 접했고, 알폰스 무하의 아르누보 일러스트레이션은 어머니의 손거울 뒷면 그림으로 처음 접했죠. 이렇게 많은 명화와의 첫 만남이 원본이나 원본을 충실하게 복제한 사진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 그림이 새로운 맥락에서 재현된 것을 통해 이루어진 셈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미술관의 원본 작품이나 원본의 사진을 보고 아득한 데자뷰 현상을 겪곤 하죠. 그 데자뷰를 추적해서 어린 시절 추억의 만화나 소소한 물건에 이르는 것은 그 자체로 재미나는 일이었어요. 그다음에는, 새로 접하는 영화와 광고와 길거리 간판과 그밖에 것들에서 숨은 그림 찾기 하듯 명화의 재현을 찾는 게 큰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그 커피숍의 천사는 어디에서 왔을까?


라파엘로의 「시스틴 마돈나」속 아기 천사들은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카드에서부터 커피숍 로고에 이르기까지 여기저기에서 계속 볼 수 있습니다. 이 꼬마 천사들이 등장한 라파엘로의 그림 「시스틴 마돈나」는 독특하게도 양쪽에 녹색 커튼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그 커튼 사이로 소녀 같은 청아한 얼굴의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고 구름 위에 서 있죠. 그녀는 두건과 옷자락을 나부끼며 막 한 발을 내디딜 것처럼 보입니다. 성모자의 뒤로는 안개와 구름으로 가득 찬 신비로운 하얀 공간이 있어요. 잘 보면 수많은 케루빔, 즉 얼굴과 날개만 있는 아기 천사들이 어렴풋하게 운무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신비롭고 엄숙한 그림에 명랑한 변주를 가하는 것이 그림 하단의 두 아기 천사들입니다. 왼쪽 녀석은 자뭇 진지하게 턱을 괴고 있지만, 오른쪽 녀석은 상당히 따분하다는 표정입니다. 녀석은 화폭 너머에서 발을 이미 동당거리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림에 발랄함과 부드러움을 더해 주는 날개 달린 꼬마들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회화에 수시로 등장합니다. 하나일 때는 푸토라고 하고 여럿일 때는 푸티라고 하죠. 수많은 푸티 중에서도 「시스틴 마돈나」의 아기 천사들의 인기는 단연 최고라서, 오늘날에도 크리스마스 카드, 보석 상자, 우산, 분유통 그림 등에 끊임없이 초대되고 있습니다.

공포 영화가 사랑한 화가, 르네 마그리트

영화 <블랙스완>과 <거울속으로>의 공통점이 있죠. 거울이 등장하고 거울에 비추는 인물이 실제 인물과 따로 ?직이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거울속으로>의 김성호 감독은 마그리트의 그림 「재현되지 않는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적이 있어요. 이렇게 마그리트는 공포영화 감독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아마도 마그리트는 공포 영화 감독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화가가 아닐까 싶어요. 오컬트 공포 영화의 걸작 <엑소시스트(1973)>의 포스터도 마그리트와 관련이 있죠. 이 포스터는 악령에 씌운 소녀를 전면에 드러내는 대신, 어둠에 싸인 소녀의 집과 이상한 빛을 내는 창문과 가로등과 퇴마사 신부의 실루엣을 내세워 신비롭고 불길한 분위기를 물씬 풍깁니다. 이 포스터는 바로 마그리트의 대표작 「빛의 제국」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해요.

「빛의 제국」에서 하얀 뭉게구름이 떠 있는 푸른 하늘은 분명히 햇빛 가득한 낮의 하늘이 있습니다. 반면에 아래쪽에 있는 거리의 집과 숲은 그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밤의 상태에 있고 가로등과 실내등까지 켜져 있죠. 우리나라의 2007년에 개봉한 공포 스릴러 영화 <검은 집>의 경우에는 신태라 감독이 미술팀에게 이 그림을 보여 주면서 사이코패스가 사는 음산한 집의 세트를 이런 분위기로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검은 집>의 시나리오 제목이 ‘빛의 제국’이었을 정도였죠. 그래서 이 영화의 티저 포스터는 마그리트의 「연인들」과도 닮아있죠.

마그리트가 공포 영화 감독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시 「빛의 제국」을 보죠. 이 그림에서 하늘 부분과 집 부분을 따로따로 봤을 때는 그로데스크하거나 환상적인 데라고는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두 가지가 공존하면서 이 평범하고 익숙한 것들이 낯설게 변모합니다. 이것이 바로 20세기 초현실주의 화가들이 즐겨 사용한 데페이즈망기법입니다. 어떤 대상을 상식적으로 있어야 할 곳이 아닌 이질적인 환경으로 옮겨서 모순되는 것과 결합시키거나 크기와 배치를 왜곡해서 충격과 신비감을 주는 기법을 말합니다.

마그리트의 작품은 기발함의 쾌감과 유머가 공포를 압도하는 경우도 많고, 이 때문에 광고에도 많이 차용됩니다. 그런 예로 「골콘다」가 있죠. 이 그림에서는 수많은 중절모 신사들이 작은 부유물처럼 공중에 떠 있는데, 어떻게 보면 비처럼 쏟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어느 보험회사의 광고를 포함해서 수많은 광고로 재탄생했습니다. 일상적이고 사실적인 것들이 엉뚱한 배치와 크기로 초현실적이 되는 데페이즈망은 일상의 상품을 선전하면서도 충격적인 이미지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어야하는 광고의 생리와도 잘 맞는 것이죠.

영화 과 자크 루이 다비드의 「사비니 여인들의 중재」


<300>에서 단연 화제가 된 것은 스파르타 전사들의 나체에 가까운 독특한 전투 복장과 그 복장으로 돋보인 그들의 조각 같은 근육입니다(웃음). 이 전사들의 모습은 프랑스의 신고전주의 화가인 자크 루이 다비드의 유명한 그림 「사비니 여인들의 중재」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비록 페르시아 전쟁이 아니라 로마 창건에 얽힌 전설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말이죠.

다비드는 신고전주의 화가로서 고대 그리스 조각에서 추구했던 것 같은 이상적인 인간 육체의 아름다움을 나타내기 위해서 이렇게 전사들을 나체로 묘사했다고 하죠. 기본적으로 나체로 묘사하면서도 전투 중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투구와 샌들을 걸쳐 놓고 장렬한 분위기를 위해 진홍색 천을 둘러 준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영화 <300>의 스파르타 전사들의 이미지와 그대로 겹쳐집니다.

다비드는 영화와 같은 주제를 다룬 「테르모필레의 레오니다스」라는 그림도 그렸습니다. 이 작품은 다비드의 그림답게 장렬한 분위?가 감돌고, 투구와 샌들과 휘날리는 빨간 망토 빼고는 인물들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죠. 영화<300>의 전사들은 이 그림 속 전사들과 정말 많이 닮았습니다.

물론<300>은 정통 사극이 아닌 판타지에 가까워요. 참혹하면서 숭고함이 느껴지죠. 서양고미술을 기저에 깔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 제작진도 잔혹한 아름다움의 액션 신에 치중했을 뿐 별 의도 없이 그저 서구의 ‘전통적인’ 오리엔탈리즘을 답습했을지 모르겠습니다.

LG의 명화 광고 시리즈 중 으뜸은 ‘마티스’ 편


마티스의 많은 그림들, 특히 지중해 연안의 햇빛 가득한 풍경과 그 햇빛을 담뿍 받은 실내를 묘사한 그림들은, 그 하나하나가 이렇게 즐거움과 활력이 넘치는 작은 낙원들입니다. 그래서 그는 유럽 화가들을 관통해 온 아르카디아(전원적 낙원)정신을 가장 잘 구현한 화가 중 하나로 꼽히죠.

그리고 마티스의 이런 특징들을 생각하면, LG그룹의 2008년 명화 광고 시리즈 중에서 마티스 편이 가장 설득력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광고에서 마티스의 붉은색 식당에 은근슬쩍 끼어든 붉은 냉장고는 시리즈의 다른 편들, 즉 에드가 드가의 「발레 연습실」 속 에어컨이나 빈센트 반 고흐의 「밤의 카페」에 걸린 LCD 벽걸이 텔레비전보다도 훨씬 더 자연스러웠어요.

마티스 편 광고에서는 춤추는 사람들이나 꿈틀거리는 벽지 무늬도 놀랍게 자연스러웠습니다. 그것은 원래 마티스의 실내 그림들이 음악적인 색채 흐름과 율동적인 패턴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마티스의 그림들을 관통하는 주제인 ‘현실 속의 작은 낙원’이, 기업의 제품으로 소비자의 생활을 작은 낙원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기업 이미지 광고 전략과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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