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는 젊은 시절, ‘외톨이 몽상가’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었다. 허나, 그것은 그의 극히 작은 면모다. 그는 결코 몽상에만 머물지 않았다. 말하자면, 저질렀다. 액션을 취했다. 애플 컴퓨터의 탄생이 그랬다. 천재적인 기술자 스티브 워즈니악(애플 공동 창업자)이 만든 컴퓨터 설계도를 본 스티브 잡스 왈. “우리가 손해를 본다 해도 회사를 차려볼 수는 있잖아. 일생에 한 번, 회사를 차려 보는 거야.”
애플 신화의 첫 시작이었다.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인 1976년 4월1일, 애플이 첫발을 내디딘 날이었다. 스티브 잡스의 실행력이 빚은 결과였다. 여담이지만, 잡스는 배우자를 잡을 때에도 ‘실행’의 힘을 보여줬다. 1989년, 스탠퍼드 대학원생을 위한 강연에 간 잡스는 로렌 파월이라는 금발 미녀에게 속된 말로 ‘뿅’ 갔다. 강연 뒤 중요한 출장이 있었지만, 그는 취소했고,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 저녁식사를 함께 한 두 사람, 2년 후 결혼했다. 사랑에 관해서도, 잡스는 대단히 공격적인 실행력을 보인 셈이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 하나. ‘실행이 답이다’. 생각만 갖고, 아이디어 좋다고 이뤄질 것은 없다. 세상의 모든 역사는 그것을 알려준다. 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실행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임을.
이민규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아주대 부설 아주심리상담센터 소장)가 실행의 중요성을 다룬 책을 내놨다.
『실행이 답이다』(이민규 지음|더난출판사 펴냄). 이에 이 교수는 지난달 23일, ‘아름다운 책 이야기’의 강사로 초청돼,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실행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그들이 위대한 이유는 그들의 지식이나 아이디어가 남달라서가 아니라 그들의 실천 때문이다. 99%의 평범한 사람들 역시 수천 가지의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실천하지 않는다. 반면 1%의 특별한 사람들은 다르다. 그들은 생각을 반드시 행동으로 옮긴다. (p.7)
그는 이날, 세 가지를 말했다. 첫째, 실행이 왜 그렇게 중요하며, 결심을 하고도 잘못된 습관을 반복하는 이유. 둘째, 성공과 실패, 행과 불행, 실천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1%의 차이. 셋째, 실행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갖고 있는 노하우나 팁. 우선, 그에 앞서 ‘질문하기’의 중요성에 대한 저자의 언급.
질문하기, 삶을 가꾸는 첫 번째 방법
이 교수, 한 번은 아침 일찍 학교에 나온 학생에게 물었단다.
“자네, 왜 학교에 나오는가?” 잠시 뜸들이던 학생의 답.
“그냥 나와요.(웃음)”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사회에서 열심히 일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은 동화 속 이야기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 교수는 말한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대개 가난하다. 생각만큼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 왜? ‘그냥’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원 학생들에게 절대 열심히 하라고 독려하지 않는다. 쉬면서 하라고 말하는데, 안타까운 것이 있다. 논문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게 뭘까, 스스로 묻지 않는다는 것. 학생들이 정말 열심히 하는데도, 그는 안타까울 뿐이다.
“세상엔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으로 넘쳐난다. 헌데 대개가 가난하다. 풍요로운 삶을 얻지 못한다. 나는 세상에서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무책임한 단어가, ‘그냥’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가 ‘어떻게든 되겠지’다. 그런 무책임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바로, 질문하는 거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왜(Why), 둘째가 무엇(What), 세 번째가 어떻게(How). 인간관계 서적을 쌓아놓고 읽는다고 해서 인간관계 개선이 안 되는 이유는, 그냥 읽기 때문이다. 책장 닫는 순간, 잊을 수밖에 없다. 자기 계발 강의에 수없이 다니면서 계발의 여지를 안 보이는 사람 많은 이유도, 그냥 듣고 느끼기 때문. 이 교수의 방점은,
“그러니 질문해야 한다.”
지렛대를 찾아 실행하라!
질문하기는 곧 실행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살다보면, 삶은 관성이 들게 마련이다. 그런데, 관성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그런데도 금세 실천하지 않는다. 왜?
“충분히 고통을 겪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은 고집스러운 동물이다. 충분히 고통스럽지 않으면 시도하지 않는다. 모든 생명체는 쾌락의 원리를 따른다. 변화를 시도하려면 고통이 필요하다. 문제가 생겼을 때,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지렛대가 있어야 한다. 강한 충격을 받으면 그때는 바뀐다.”
가령, 운동을 하겠다고 하는데, 운동을 못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의지박약이라고 자신을 탓한다. 이 교수가 꺼낸 하나의 좋은 예.
『노트르담의 꼽추』,
『레 미제라블』의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사례였다. 빅토르 위고도 글을 쓸 때, 옷을 벗어선 하녀에게 맡겼다. 해가 질 때까지 옷을 갖다 주지 말라고 하면서. 중간에 밖으로 나가 놀고 싶은 욕망을 제어하기 위해 빅토르 위고가 마련한 지렛대였다.
“원하면서도 변화를 못하는 건 의지박약이 아니다. 아직 지렛대를 찾지 못했을 뿐이다.” 자신만의 지렛대를 찾아 실행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소설가 이외수 선생 역시 집에 감옥철창을 설치해두고 원고를 집필할 때는 그 안에 들어가서 아내에게 밖에서 문을 잠그도록 부탁하여 스스로를 가뒀다. 평범한 사람들뿐 아니라 위대한 일을 해낸 사람들 역시 이런저런 유혹을 받는다. 그들이 유별나게 의지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들만의 지혜로운 방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일은 할 수밖에 없도록 상황을 조절해주는 ‘지렛대’를 가지고 있었다. (pp.228~229)
실행력이 높은 사람, 무엇이 다른가
처음 이 책의 가제는, ‘행하는 사람은 1%가 다르다’로 잡고자 했다. 앞선 이 교수의 베스트셀러,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에 이어 ‘1% 브랜드’를 계속 살리고자 함이었다. 헌데, 제목에 1%를 담고 있는 책이 너무 많아서 포기했다는 제목에 얽힌 비하인드도 있었다.
“1%, 정말 중요한 개념이다. 이건 중요한 과학적 근거가 있다.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 구조가 98.7%가 같다. 침팬지와 인간은 약 1% 밖에 다르지 않다. 실행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도 1%의 다른 점이 있다.”
첫째, 즉각적인 만족과 장기적인 보상 사이의 선택이다. 실행하고 성공하는 사람은 단기적이고 작은 만족이 아닌 장기적이고 더 큰 보상을 찾는다. 행복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것을 파생효과, 지렛대라고 얘기한다. 대개 그걸 못하는 이유는, 단기적인 결과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둘째, 성공하고 행복한 ?람들은 목표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김연아의 공통점. 자신이 하는 일을 내내 생각한다. 목표에서 생각의 끈을 놓지 않는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부자들은 하루 11시간씩 돈을 어떻게 벌까를 생각한다더라.
셋째, 연애를 잘 하는 사람, 돈을 잘 버는 사람, 자녀와 관계가 좋은 부모에게 있는 공통점.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하는 사람과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심리적인 메커니즘이 다르다. 크리티컬한 포인트가 있는데, 즉 임계점이다. 영어 공부하면서 어느 순간, 탁 트이는 순간, 그것을 크리티컬 포인트라고 일컬을 수 있다.
“인간은 한 번 노라고 말하면, 예스라고 다시 말하기가 정말 힘들다. 그러니까, 명분이 있어야 한다. 이게 크리티컬 포인트다. 자녀와 관계가 좋아지려면 이걸 잘 알아야 한다. 뭔가 시도하려고 할 때, 두세 번 시도해보고 안 된다고, 의지박약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임계점을 가정하지 못했을 뿐이다. 임계점에 다다를 때까지 도달하지 못했을 뿐이다.”
실행력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이 교수의 조언.
“99%의 사람들은 현재의 관점에서 미래를 본다. 오늘 대충 살아도 별 문제 없으니, 내일도 대충 살아도 되겠구나, 이렇게 생각한다. 고객에게 친절하게 대하지 않아도 장사가 되니까, 계속 이렇게 가도 되겠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99%다.”
1%의 소수는, 다르다. 미래의 관점에서 현재를 본다. 이것이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 이에 따라, 이 교수는 개미가 되기보다 가끔 멈춰서, 장기적인 파급효과를 생각해야 할 것을 권한다.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
“물론 이것은 쉽지 않지만, 지금 벌어지는 일만 생각해선 안 된다. 혹시 아나. 지금 내가 한 말이 5년 후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
실행력은 타고난 자질이 아니라 배우고 연습하면 누구나 개발할 수 있는 일종의 기술이다. 실행력이 부족한 것은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아직 효과적인 방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p.8)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이 교수에 의하면, 실행력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거창한 목표와 계획을 갖고 있다 해도, 바로 지금, 작은 일부터 하는 것. 그것이 실행력을 높이는 길이다. 뭣보다, 스스로를 의지가 박하다고 내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실천할 수 없는, 엄두가 안 나는 목표를 정하면 안 된다. 실패하는 요인이다. 담배를 여러 번 끊겠다고 했다가 실패해도 자신을 의지박약아로 생각해선 안 된다. 모든 문제는 자신을 부정적으로 규정하는데서 시작된다. 자기학대는 아동학대보다 더 나쁘다. 자신을 나쁘게 규정해선 안 된다. 아이에게도 마찬가지다. 정말 무섭다. 창조적인 사람은 스스로를 창조적인 사람으로 규정한다. 우리도 실행력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해야 한다.”
또 하나의 방법. 세일즈를 잘 하기 위해선 세일즈 테크닉만 해선 안 되듯, 관계실행력을 높여야 한다. 오늘 하루만 명상하기, 10분만 조깅하기 등 하루에 하나씩, 정말 작은 것부터 하면서 실행력을 높이자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부분적으로 믿는다. 아름다운 마음을 드러내고 만들어야 한다. 그 누구도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아주 작은 일, 원 데이 원 씽. 하루 한 번만 멈춘다. 사람을 만나거나 문자를 보내거나, 원고를 쓸 때, 1분만 생각한다. 어제와 1%만 다르게. 다른 사람과 1% 남다르게 보내보는 거다.”
실행력은 ‘결심-실천-유지’라는 3단계를 포함하며, 탁월한 실천가가 되려면 이 3단계에 적용되는 효과적인 지렛대를 갖고 있어야 한다. 생각을 성과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3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p.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