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살고 싶은 집은 어떤 집입니까?
넓은 마당이 있고, 여유롭게 커피 한잔 할 수 있는 테라스가 있는 전원주택…… 사람들은 ‘살고 싶은 집’에 대한 비슷한 꿈이 있지만, 대부분 그런 집에 살지 않는다. 주거는 인간 삶의 기본적인 조건이지만, 사람들은 집을 고르는 데 많은 선택권을 누리지 못한다. 회사나 학교 근처라는 지리적 조건, 가격 조건에 맞춰 정하는 게 최선이었다.
“그래? 아파트가 정히 싫으면 그렇다면 집 지어서 옮겨.”
7년 차 건축가 이현욱 소장의 제안이었다. 『두 남자의 집 짓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이 얘기를 들은 구본준 기자 역시 보통의 사람들처럼 고개를 저었다. “말이 쉽지, 돈도 없는데 어떻게 지어.” 이현욱 소장의 말인즉, 이러하다.
혼자 땅 사서 혼자 집 지으면 당연히 돈이 많이 들지. 돈이 모자라면 둘이서 땅을 같이 사고 둘이서 같이 집을 지으면 되지. (…) 땅을 둘이 사면 3억짜리가 1억 5,000씩, 집 30평씩 두 채 지으면 각자 1억 2,000씩, 취득세니 등록세니 다 내도 딱 3억이면 되겠는걸. (p.31)
| 용인시에 위치한 땅콩집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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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두 사람은 ‘월급쟁이가 10년 정도 일하면 모을 수 있는 돈으로 마당이 있고 따뜻한 단독주택 짓기’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6주 만에 두 채의 집을 완성해냈다. 땅을 고르고 집을 짓는 과정, 짓고 난 이후의 이야기까지
『두 남자의 집 짓기』에 꼼꼼히 담았다. 땅 매입부터 설계, 시공, 인테리어, 조경까지 총 소요된 비용은 7억 3,350만 원. 한 가구당 3억 6,675만 원이 들었다. 목표했던 3억을 넘겼지만, 이 정도면 목표 달성이라고 할만하다.
총 공사비용 3억 2,000만 원 ( 집당 1억 6,000만 원)
땅값 3억 6,000만 원 (집당 1억 8,000만 원)
마당 토목 조경 900만 원 (집당 450만 원)
인입비 450만 원 (집당 225만 원)
설계비 2,000만 원 (집당 1,000만 원)
건물 및 토지 취득세, 등록세 2,000만 원 (집당 1,0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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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짓기, 방법을 알면 꿈이 아니다
포화상태에 있는 주거환경 속에서 대안적 주거공간을 제시한 두 남자의 ‘땅콩집’(듀플렉스 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땅콩집’이란 한 필지에 같은 건물을 지어 붙인 별칭. ‘땅콩처럼 작은 집’이라는 의미도 있다. 집에 대한 문의와 요청이 많아 땅콩집 인터넷 카페
(
cafe.naver.com/duplexhome)도 만들어야 했다. 책도 출간된 지 한 달 만에 1만 부 가까이 팔렸고, 3월 첫 주 베스트셀러 8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두 사람은 한 목소리로
“가장 좋은 집은 내가 살고 싶은 집”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땅콩집’으로 단독주택은 비싸고 불편하다는 편견을 깼다. 독자들은 이들이 제시하는 대안적 주거공간을 보며, 공간에 대한 고민을 새롭게 하기 시작했다. 용인시 동백, 가장 좋은 집에 살고 있는 두 사람을 채널예스가 만났다. ‘나만의 집’에 대한 로망? 방법을 알면 꿈이 아니다!
건축, 인생을 담아주는 그릇 짓기
| 이현욱 소장과 구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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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인데도 상담하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네요. ‘땅콩집’ 카페 회원수도 7,000명이 넘었고요. 사람들의 반응이 굉장히 뜨겁습니다.
이현욱 소장(이하 이):
“저는 사람들이 아파트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방법을 몰라서 그랬구나 싶더라고요. 누군가 5년 전이라도 이런 방법을 제시해서 여러 루트를 제시했다면 다들 더 빨리 단독주택에 살지 않았을까 싶어요.”
구본준 기자(이하 구):
“근데 5년 전이면 관심이 없었을 거야. 그땐 아파트 사놓기만 해도 집값이 올랐으니까.”
이:
“하하하. 운이 좋은 건가? 딱 맞게 전세 대란이 일어나서. (좌중 웃음) 일반사람들이 주택에 살고 싶어도 물어볼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부동산이나 시공업체를 찾아가는데 이건 잘못된 거거든요. 집을 지으려면 건축가한테 물어봐야 하는데, 이제까지는 루트가 없었던 것 같아요.”
이현욱 소장님은 소극장, 공연장 설계 전문가이신데. 이 책을 낸 이후에 단독주택 상담과 설계가 몰리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전공’에는 지장이 없으신지요?
이:
“지장이 있어요.(웃음) 대학로에 극장설계 두 건이 들어왔는데 손도 못 댔어요. 하지만 장점도 있어요. 지금 땅콩 집 20호까지 나왔는데, 설계를 계속 하다 보니 도면이 점점 좋아져요.(웃음) 사람들과 2, 3개월 상담을 하는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사람들에게 공통점이 찾아지거든요. 2층에 세탁실이 있어야 한다, 이런 것에는 100퍼센트 공감해요. 저희 집에는 세탁기가 1층에 있고 2층에 안방이 있어요. 아내가 세탁을 하고, 옷을 들고 올라가 옷장에 넣죠. 그 부분을 얘기하면, 사람들은 다들 2층에 세탁실을 넣어달라고 해요. 도면이 업그레이드 되고 있죠.”
그럼에도 상담이나 설계를 계속 하고 계세요. 건축가로서 사명이나 책임 같은 것일까요?
이:
“재미있어요. 즐거운 작업이에요. 사람들이 이제까지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살 것인지 제가 듣고, 그 공간을 만들어주는 거잖아요. 인생을 담아주는 그릇을 만들어주는 거죠. 그래서 많은 대화가 필요해요. 또 이렇게 집을 짓고 실험을 하는 데이터로 제 건축관이 정립되잖아요. 아무리 디자인을 열심히 해도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는 한계가 있거든요. 집을 짓고, 이후에 사람들을 만나서 뭐가 불편한지 듣는 과정이 필요해요.”
단독주택을 원하면 먼저 땅을 사라, 능력만큼. 그리고 능력만큼 지어라, 크게 짓고 싶으면 나중에 중축할 수 있다. 이 간단한 방법을 다들 시도하지 않고 처음부터 큰 집만 생각해서 못 짓는 것이다. 그래도 경제력이 모자라면, 친한 사람과 같이 지어 마당을 공유해라. (p.32)
| 땅콩집 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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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지은 집, 반응이 뜨거워 오히려 놀랐어요
이 소장님은 이전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단독주택 실험을 해오셨는데요. 땅콩집에 대한 계획도 미리 있었던 건가요? 어떤 마음으로 구 기자님과 선뜻 집을 같이 짓겠다고 하셨는지요?
이:
“이 집이 세 번째 단독주택이에요. 첫 번째 집은 17평짜리로 죽전에 ‘모바일 하우스’를 지었어요. 너무 작더라고요. 단열에 문제가 있어서 관리비도 많이 나오고, 단독의 불편함을 경험했죠. 그 다음에 콘크리트로 60평짜리 집을 지었어요. 단열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집이 너무 커서 한 달에 30만 원 정도 난방비가 나오더라고요. 저희 가족 입장에서는 부담이 컸어요. 그래서 ‘60평 단독 필지에 두 집이 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된 거죠. 마침 구 기자가 ‘아파트가 어떻고, 아이한테 뛰지 말라는 소리만 하게 된다’길래 둘이 땅을 사서 집을 지으라고 제안한 거예요. 저랑 할 줄은 몰랐고, 두 명이 땅을 구해오면, 저에게는 좋은 실험이 되겠구나 생각했는데, 제가 동참하게 된 거죠.”
이 책으로 단독주택에 대한 고정관념을 많이 바꾼 것 같아요. 이 책을 낸 가장 큰 성과, 보람이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이:
“저는 설계하는 사람 입장으로서, 고객들과 항상 부딪치는 문제가 사람들이 원하는 집이 크다는 점이었어요. 원하는 금액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거든요. 상담하는 동안 대부분 그 집의 평수를 줄이는 작업을 해요. 서재 필요 없다. 이거 필요 없다. 그런데 지금은 다들 책을 읽고 오셔서, 집을 줄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알맞은 평수를 찾아 오세요. 저로서는 무척 편하죠.”
구:
“집을 사거나 지을 때 중요한 질문들이 있어요. ‘내 삶에 맞는 집이 뭐냐’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은 어떤 공간인가?’ 마당, 마루, 부엌. 이런 것들이 사소하지만 중요하거든요. 이런 것에 대해 본질적으로 생각해볼 일이 없었던 것 같아요. 집을 살 때 가장 먼저 따지는 게 ‘땅값이 얼마냐?’ ‘얼마나 오를 것이냐’ ‘주변에 학군은 좋은가?’ 사실, 이런 질문은 본질적인 삶과는 먼 얘기거든요.
우리나라 주거 문화가 왜곡되고 뒤틀려서, 아파트가 제시하는 정형화된 틀에 길들여져 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놀랍다고 하지만, 이 집은 정말 상식대로 지은 집이거든요. 집에는 마당이 있어야 하고, 집을 지으려면 당연히 건축가를 만나야 하고요. 돈이 없으면 작게 짓거나 함께 지으면 되고요. 저희 입장에서는 굉장히 합리적이고 당연한 것들을 지키면서 했는데 반응이 뜨거워서 오히려 놀랐어요.”
단독주택에 관한 가장 큰 오해는 ‘나이 들면 집 짓는다’이다. 세상에, 완전 거꾸로다! 아이가 어리고 부부가 젊을 때 단독주택에 살아야 한다. 아이가 커서 마당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고 부부가 늙어 계단 오르내리기 버거워지면 아파트로 옮겨가는 게 맞지 않는가. 아이에게 학원과 시험이 아닌 추억과 사랑을 주고 싶다면 정답은 단독이다.(p.19)
무엇보다 단독주택이 굉장히 자유로운 삶을 보장해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이 맘껏 뛰고, 엄마는 필요한 시간에 세탁기를 돌리고, 아빠는 자유로운 작업공간이 생기고요. 땅콩집에 살면서 생긴 생활의 변화가 있을까요?
이:
“둘이 같이 산다는 게 장점이 많아요. 난방비도 절약되고 재산세도 반씩 내고요. 마당 관리도 혼자는 잘 안돼요. 둘이 있어야 같이 날 잡고 하기도 하고, ‘옆집이 게을러서 그런 거야’ 핑계도 대고.(웃음)”
구:
“저희 애가 마당 있는 집에서 처음 살아보는 데 정말 좋아하죠. 풀 이름도 강아지풀 밖에 모르고, 자연에 대해서 두려워하기까지 했거든요. 그런 면에서 아이한테 정말 상식적인 삶을 살게 해주는 것 같아 좋고요. 아파트에 살 때는 뛰거나 소음 문제로 신경 쓸 게 많았는데, 이제는 집이 아늑한 느낌이 들죠. 집이 펜션이 됐어요. 사람들은 자꾸 찾아와서 고기를 구어 먹자고 하고. 살은 자꾸 찌고. 그런데 말릴 수가 없어요. 단독은 고기 구워먹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어서.(웃음) 이런 게 단독주택에 사는 재미죠.”
‘모바일하우스?에서 땅콩 집까지. 이현욱 소장님은 계속 건축 실험을 하고 계신대요. 이번 땅콩 집을 짓고 난 이후 또 도전해보고 싶은 과제가 있다면요?
이:
“계속 ‘모바일하우스’쪽으로 연구하고 있어요. 중고시장도 생기고, 집이 그런 방식으로 지어져야 한다고 봐요. 점점 작아지고 더 합리적일 수 있다면, 공사가 한 달이 아니라 일주일이 될 수도 있거든요.”
구:
“땅을 사면, 집을 새로 짓지 않고 내가 살던 집을 그대로 들고 가는 거예요. 그게 훨씬 더 경제적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땅콩집, 돈 모아서 짓겠다? 준비 기간 너무 길어지지 않길
‘어떤 집이 좋은 집인가? 당신만의 답을 찾아보라’고 했는데요. 두 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가장 좋은 집은 어떤 집입니까?
구:
“남의 눈보다 자기 생각에 맞춘 집이 좋은 것 같아요. 마루가 필요 없으면 마루 없는 집 지을 수 있고, 집 전체가 작업실이었으면 좋겠다 싶으면, 그게 가장 좋을 거고요. 삶이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다르니까, 각자 원하는 공간을 디자인해보는 일은 즐겁고도 중요하거든요. 단독의 좋은 점이 내 능력만큼, 나에게 최적화된 공간이 나온다는 점이죠. 내 맘대로 짓는 집, 생각대로 짓는 집인 거죠.”
이: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멋있는 집은 중요하지 않고요. 따뜻하고 편하면 되는 거죠. 아파트 살 때 모델하우스를 둘러보며 벽지가 어떻고 마루가 어떻고 고민하는데요. 그보다 마당이 있나 없나 이런 문제가 더 중요할 수 있거든요.”
구:
“그보다 마당에 대추나무 심는 게 낫나, 자주 나무 심는 게 낫나 고민하는 게 훨씬 재미있는 고민인 것 같아요. (웃음)”
‘다른 삶의 주거 방식이 있다’라고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로 직접 지어 보여줘서 파장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지금의 삶이 최선인가? 고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 이런 고민이 이어지면 주거문화도 나아질 수 있겠구나 기대도 되고요.
구:
“서울 같이 땅이 좁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아파트가 좋죠. 서울에선 아파트가 최선이라고 보는데요. 지금의 아파트가 조금 더 합리적이고 경제적이었으면 좋겠어요. 굳이 집을 짓지 않아도 각자 처지와 취향에 맞게 살 수 있으면 그게 최선인 거죠. 다만 너무 아파트에 길들여져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단독주택이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파트가 조금 더 친환경적이고 합리적이고 경제적으로 바뀌어갔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땅값과 교육, 학군 등으로 떼돈을 벌 수도 있다는 개인들의 욕망이 뒤범벅되어 있는 거잖아요. 경제적인 아파트와 경제적인 단독주택이 늘어나면, 훨씬 주거환경이 나아지겠죠. 합리적인 건축가가 늘어나고, 이런 관심이 지속된다면 주거문화가 금방 변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땅콩집’, 지금도 고민하는 분도 많고, 계획하고 계신 분도 많을 텐데요. 그분들께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이:
“어떤 분들은 돈을 모아서 연락을 하겠다고 하세요. 자금을 준비하겠다고 하시는데, 그런 준비 기간이 너무 길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이는 계속 자라고 있거든요. 돈 보다는 절실하다는 의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집이 10평이라도 마당이 있는 집을 원한다면 지을 수 있거든요. 10평 너무 작지 않아? 20평은 돼야 하는데? 그 돈을 모으는 사이에 아이가 커버려요. 집을 짓는 일은 의지의 문제지 돈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구:
“저도 이현욱 소장을 만나기 전까지는 단독이 돈도 많이 들고 방법이 막연한 일이라고 걱정을 많이 했?요. 몰라서 생기는 고민인데요. 크게 고민할 일이 별로 없더라고요. 도둑이 들면 어떡하지? 쓰레기는 어디다 버리지?(웃음) 경비실 대신 ‘세콤’을 달고요. 쓰레기는 이틀 씩 버릴 수 있어서 더 편해졌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