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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려면 타고나야 하는 건가요? - 『우리가 보낸 순간 - 시』 『우리가 보낸 순간 - 소설』 김연수

김연수 작가의 콤플렉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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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7일, YES24와 한겨레 신문사가 주최하는 ‘아름다운 책 이야기’에서 독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좀더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김연수 작가의 콤플렉스에 대한 이야기였고, 결국 어떻게 콤플렉스를 극복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간증이었고, 결국 날마다 읽고 쓰는 것에 관한 이야기였다.

성실한 게 나의 콤플렉스?!

김연수 작가는 ‘사람이 너무 좋다는 점’이 자신의 콤플렉스라고 말했다. 독자들은 웃었다. “농담이 아니고요.” 그는 이어 자신이 모범생 같이 성실한 분위기를 가진 게 콤플렉스라고 말해 또 독자들을 웃겼다. 사람 좋고, 성실함이라니. 아마 누군가는 올해의 목표로 삼아두었을 그런 미덕들이 그에겐 콤플렉스로 다가왔단다.

“그래서 한번은 나쁘고 불성실한 인간처럼 살아보려고 노력을 한 적이 있어요. 노력을 해봤더니…… 다들 비웃더라고요. 그걸 노력한다는 것 자체에…… 이게, 도저히 안돼요.(웃음) 방법이 없더라고요. 난 안 되는구나.”

2010년 유독 추웠던 겨울, 김연수 작가는 세 권의 책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보낸 순간 - 시』 『우리가 보낸 순간 - 소설』은 그가 웹진과 일간지에 연재했던 글을 묶어낸 책이다. 그가 읽고 사랑했던 시와 소설의 문장들을 싣고 짧은 에세이를 덧붙인 책이다. 또 한 권은 소설『7번 국도』를 개정한 『7번 국도 - revisited』다.



이 세 권의 책은 한 맥락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김연수 작가가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등단하고 스물 일곱 살에 쓴 장편소설 『7번 국도』. 아마 그때였다면 본인 스스로도 소설가로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 짐작하지 못한 채, 글을 쓰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매일 글을 쓰고 훈련하며 더 나은 소설가가 되기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일 터.

『우리가 보낸 순간』에는 그 당시 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비친다. 어떻게 그 기약 없는 시절을 지나왔는지, 그때 시와 소설이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 어떻게 매일 읽고 쓸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때론, 함께 실려있는 시나 소설의 문구보다 마음에 와 닿는다.

지난 1월 27일, YES24와 한겨레 신문사가 주최하는 ‘아름다운 책 이야기’에서 독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좀더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김연수 작가의 콤플렉스에 대한 이야기였고, 결국 어떻게 콤플렉스를 극복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간증이었고, 결국 날마다 읽고 쓰는 것에 관한 이야기였다.

소설을 잘 쓰는 수밖에 없다


김연수 작가의 “사람 좋아 보이고, 성실하다는 얘기가 엄청난 콤플렉스”였다는 고백이 처음에는 장동건이 “잘생긴 게 콤플렉스” 원빈이 “키 큰 게 콤플렉스”라는 말처럼 충격적으로 들렸지만, 그의 말을 듣다 보면 일리가 있다. 바로 작가나 예술가에게 붙어있는 재능, 혹은 천재라는 전설. 미신 때문이다.

이를 테면, 하루 밤새 긁적인 글이 당선되고, 취중에 썼다는 글이 두고두고 한국 문학계에 남는 그런 전설쯤 가져야 우리는 소위 예술가답다고 칭송하지 않던가. 어쩌면 재능이 남다르고 재주가 빛나야 한다고 당연히 믿고 있는 예술 분야에 경우 꾸준한 노력과 성실함은 작품의 성과와 비례되지 않았을 경우 미덕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노력만 열심히 하는 사람을 인정해주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김연수 작가는 각오할 수 밖에 없었다.

“성실하지 않을 수 없다면, 소설을 잘 쓰는 수밖에 없다.” 그가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드디어 매일 글을 쓰는 소설가라고 떳떳하게 말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그가 어떻게 매일 달릴 수 있게 되었는지 들어보는 게 우선이다.

“성실하지 않을 수 없다면, 소설을 잘 쓰는 수밖에 없다.”

그가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드디어 매일 글을 쓰는 소설가라고 떳떳하게 말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그가 어떻게 매일 달릴 수 있게 되었는지 들어보는 게 우선이다.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는

“97년에 IMF가 터져서 제가 다니던 잡지사가 폐간됐어요. 그렇게 잡지사를 그만두게 되어 집에 있었어요. ‘난 하루 휴가인 거야.’라는 자세로 동네를 거니는데, 어쩐지 사람들이 다 내가 직업이 없는 걸 알고 손가락질 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거기다 담배를 피우고 앉아있으려니 완전 실업자 꼴인 거예요.

그래서 달리기를 시작한 것 같아요. 내가 할 일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운동장을 뛰기 시작했는데, 오늘은 한 바퀴, 내일은 두 바퀴, 이런 식으로 계획을 짰어요. 자고로 사람은 매일매일 나아져야 하니까요. 하지만, 5일쯤 되니까 힘들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안 뛰었어요.

어느 날 『좋은 사람』이라는 만화책을 봤어요. 달리기 코치와 부원들이 나오는 얘기에요. 코치가 매일 꼴지만 하는 학생들에게 그러더라고요. “너네 들은 어차피 꼴찌니까 천천히 뛰어라.” 그래서 학생들이 천천히 뛰는데, 1등을 해요.(웃음) 정말 만화 같은 일이죠.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더라고요.

그 책을 읽고, 나도 가능한 적게 달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몇 바퀴가 아니라, 시간만 채우자고 생각을 한 거죠. 뛰다가 힘들면 걷고, 걷는 것도 힘들면 나가서 서 있는 식으로요. 그렇게 두 달을 30분씩 나갔더니, 30분은 계속 뛸 수 있게 됐어요. 그렇게 달릴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달리기를 즐길 수 있게 된 거죠.

그 때 마라톤을 나가게 됐어요. 달리기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체형이 달라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없어요. 항상 달릴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죠. 제일 잘 뛰는 사람은, 제일 연습을 많이 한 사람이에요. 고기도 골라서 먹고요. 엄청나게 관리를 하는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대회 날 좋은 성적을 내요. 정말로 상식적인 사회인 거예요.(웃음)”




재능은 계속 연습할 수 있는 연습


“작가에게 재능이란 전설 같은 거죠. 물론 재능이라는 게 있죠. 하지만 ‘저 사람은 어떤 짓을 하더라도 그 재능은 훼손되지 않는다. 천부적으로 타고난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재능은 미신에 가깝다고 봐요. 이봉주 선수가 마라톤에 재능이 있죠. 만약 그가 평상시 연습하지 않고, 자기 관리를 하지 않아도 당연히 1등을 할거야. 라고 할 수 있는 걸까요?

재주는 기술이죠. 기술은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고요. 재능이라는 건 따로 있는 것 같아요. 기술을 익히는 일이 지루하거든요. 김연아도 10대 때 매일 연습했다잖아요. 부상이 나도 계속 연습 하는 거죠. 아마 처음엔 비슷했을 거예요. 다만 차이가 나는 건, 김연아 같은 선수는 계속 해왔다는 거죠.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재능이에요. 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태도죠.

누군가는 그게 쉬운 일일 수 있어요. 문인인 부모님 아래서 태어난 사람은 아무래도 책과 글쓰기의 세계를 빨리 받아들이게 되겠죠. 익숙하면 좋아하게 되고, 그러면 지구력이 강해져요. 혹은 그저 정말 좋아해서 시작하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결국 반복적으로 연습할 수 있게끔 만드는 건, 무엇이 되겠다는 결과 지향적인 태도보다는 과정 지향적인 태도에서 비롯되는 거예요. 연습하는 게 좋아서 12시간씩 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재능은 기술을 익힐 수 있는 능력에 가까워요.”


매일매일 글을 쓰는 일, 모든 일이 가능하다고 믿는 상태가 되는 일

“날마다 글을 쓰자고 말하는 건, ‘글을 계속 쓰면 글을 잘 쓰게 된다’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에요. 재능 따위를 생각하면 아무것도 쓸 수가 없어요. 글을 쓰려고 하면 지난 번의 실패라든지, ‘재미없더라’ ‘어렵더라’ 지난 번에 들었던 말들이 떠오르죠. 이런 상태로는 어떤 글도 쓸 수가 없어요.

자기 안에 그런 자아가 있잖아요. 시니컬한 목소리를 내는 그 자아의 목소리를 꺼야 해요.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 꺼져 있는 상태, 밝고 맑고, 모든 것에 열려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거죠. 그때는 모든 일이 가능하다고 믿는 상태가 돼야 해요. 그런 마음 상태에 도달하는 일이 바로 매일 매일 글을 쓰는 일인 거죠.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은 너무나 쉽게 이루어지고요. 정말 원하는 일은 너무너무 힘들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서로 하겠다는 사람도 너무너무 많아요.(웃음) 이런 판국인데 저까지 가세해서 얼마나 힘든지 얘기할 필요는 없잖아요. 우리는 귀도 얇은데! 그러니까 계속 해야 해요. 투자하면 재능이 되거든요. 그때부터 뭔가 되는 거죠. 우리가 꿈꾸던 것들, 혹은 그 비슷한 거라도요.”


모르죠! 얘길 안 하면 그 사랑, 알 수가 있나요

강연 후에, 독자들은 김연수 작가에게 질문했다.

행복하자는 얘기를 종종 하시는데, 20대~30대가 행복해지기 위한 제안을 해주신다면요?

“우리가 얼마나 행복하지 않으면 그런 얘기를 하고 다니겠습니까,마는 행복이 뭔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알게 된 게 있다면 건강한 삶이 있는 것 같아요. 행복과는 무관하게 건강한 삶. 친구들과 자주 만나서 떠들고 놀며 시간을 보내잖아요. 그런 일이 삶이 건강해질 수 있는 일이죠.

행복하다고 해도 그런 순간은 짧고, 지속되지 않죠. 지속되는 일은 짜증나는 일들뿐이에요. 시간 없는데 밥은 먹으러 가야 하고, 매일 뭘 먹어야 하는지 정하는 일도 힘들어요. 그 와중에도 다른 것에 마음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 겨울의 절정은 지났나 보다. 이제 추위도 내리막이구나. 좋다.’ 할 수 있는 것. 세상이 약간씩 변하고 있는 걸 느끼는 것. 그게 제가 생각하는 행복한 상태예요. 결국 또 싸우겠죠. 울고 불고, ‘괴롭히고 복수할거야!’ 하는 시간이 오긴 하겠지만, 그런 시간과 동시에 마음에 여유 같은 걸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행복한 삶이라는 게 변화가 없는 삶, 늘 만족스러운 삶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매 순간, 자기에게 추억이 많은 사람들이 진짜 건강한 삶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중학교 국어 교사입니다. 미래의 작가가 될 수도 있는 아이들에게 국어교사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책을 많이 보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고전들은 읽기가 되게 힘들잖아요. 저도 어릴 때는 고전보다 만화방에서 더 많은 책을 읽었는데. 어떤 고전들은 그 시기 때 읽어야만 하는 책들이 있어요. 『폭풍의 언덕』같은 건 10대 때 읽어야, 빠져들 수 있거든요.

좀 더 바란다면, 소설이나 시를 공부할 때, 언어적인 부분을 더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왜 이렇게 표현하는 게 아름다운지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이가 들어야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있어요. 전부 이해할 수 없더라도, 좋은 말에 대해, 언어에 대해 감상할 수 있는 힘을 배울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세계의 끝 여자친구』읽고 진짜 소통이 가능한가 묻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잘 안돼요. 특히나 가까운 사람 사이에 소통이 안되면 진짜 안타깝잖아요. 경상도에 그런 말이 많은데. ‘내가 얘기해야 아나.’ 이런 거. ‘낯간지럽다.’ 이런 말들이 싫었어요. 모르죠! 얘길 안 하면 그 마음을 알 수가 있나요. 집에 와서 소리만 지르는데. 사랑하는지 모르죠. 동네 아저씨들을 보면 그러다 세상을 떠나요. 남은 사람들은, 어느 날, 그이가 귤을 꺼내면서 ‘묵으라’ 했던 그 말이 사랑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는 거죠. 그런 게 잘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소통은 안되지만, 말은 계속 해야 해요. 그게 노력인 거죠. 이런 얘길 하면, 친구들은 손발이 오그라든다고 해요. 저는 비관적이어서 그런 얘길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너무나 소통이 안되기 때문에 계속 해보자는 셈이죠.

그런데 때로는 오히려 잘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을 경험할 때가 있어요. 나와 어떤 사람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경험하는 경험이 있어요. 『세계의 끝 여자친구』에서는 가까운 사람들끼리 소통이 중요하다는 얘길 했지만, 뜻밖에 공통점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무언가 공유할 수 있다는 것도 새롭게 발견한 거예요. 그게 굉장히 놀라운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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