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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잉 넛 “남자는 37살, 여자는 32살까지 깨져도 돼!” - 『어떻게 살 것인가』

‘환갑 크라잉 넛’, 바라는 이유, 존재해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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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잉 넛이라는 밴드가 15년 동안 걸어온 길도 유의미하지만, 그 세월을 같이 지나온 동시대의 같은 세대에게 더 큰 의미를 주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크라잉넛의 이런 의미.

“크라잉넛이라는 밴드가 15년 동안 걸어온 길도 유의미하지만, 그 세월을 같이 지나온 동시대의 같은 세대에게 더 큰 의미를 주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당신들, 무척 잘하고 있고, 잘 할 수밖에 없으며, 선명한 미래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의심하지 않고, 더 멋진 모습 보여줄 것 같다. 나도 60대 펑크밴드의 팬이 되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다.”

『어떻게 살 것인가』의 저자 크라잉넛을 초대한 향긋한 북살롱, 한 팬이 이렇게 건넸다. 그때 번쩍 손을 들고, 나도 한 표, 라고 외쳤다… 라면 좋았겠지만, 소심한 탓에 속으로만, 나도요, 나도요. ‘환갑 크라잉넛’,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나도 그걸 보고 싶으니까. 그날, 크라잉넛은 같은 맥락의 말을 두 번 들었을 거다. 향긋한 북살롱이 열리기 직전, 크라잉넛과 인터뷰(<여친과 헤어지고 5분만에 만든 노래 「말 달리자」>)를 했던 나는, 인터뷰가 끝나고 고맙단 인사를 했다. 진심을 담아. “나, 당신들과 비슷한 또래인데, 내 이십대 초반부터 당신들과 함께 나이 들고, 늙어가고 있다. 크라잉넛이 아직까지 건재하고, 이렇게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 게 무척 고맙다. 노래도 그렇지만 당신들의 존재가 나 같은 사람에겐 큰 힘이 된다. 계속 달려 달라.”

크라잉넛이 내게 최고의 밴드, 최고의 뮤지션은 아니다. 하지만, 그게 뭔 대수인가. 함께 늙어가고 있다는 것, 비슷한 또래의 함께 세월을 먹는 뮤지션이자 밴드를 알고 있다는 것, 얼마나 큰 복인가 말이다. 알고 지내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나는 그들의 음악을 여전히 들을 수 있음이 고맙다. 목 뽑아 기다린 건 아니지만, 그들이 새 음악을 내고, 존재감을 드러낼 때마다 나는 반갑다.

그건, 크라잉넛이 한 시대를 대표하거나 대한민국 펑크록의 대표선수라서가 아니다. 그것보다 지키기로 마음먹은 걸 지키면서 살아가는 것. 아마도, 그들은 그렇게 얘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하고 싶은 음악하면서 즐겁게 살았을 뿐이에요, 뭘 지키기로 마음먹은 것 없어요, 라며 손사래 칠 게다.

그들은 15년을 한 결 같이 인디로 살면서 숱한 후배 밴드와 인디 밴드의 롤모델이다. 바로 그것이 그들의 존재감. 차우진 음악평론가 왈, ‘욜 라 텡고’에게 인디는 정체성이면서 태도와 스타일이라고 했다. 이 말을, 나는 크라잉넛에게도 써보고 싶다. 크라잉넛에게, 인디는 정체성이면서 태도와 스타일이라고.

크라잉넛은 ‘주류를 넘어선 비주류’다. 그들은 주류에서 동떨어진 인디 신에서만 활개 치는 비주류가 아니다. 크라잉넛은 오버그라운드와 인디 신을 오가되 자신들의 정체성은 분명히 ‘인디’임을 확실하게 다지는, 주류 그 이상의 비주류인 것이다. (p.157)

15년을 한 결 같으면서 꾸준히 성장한 그들을, 앞으로도 계속 보고 싶다. 그리하여, 커피 만들고 잡문을 쓰는 나도, 나의 커피도, 나의 글도 그들처럼 한 결 같으면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무언가를 대표하거나 최고가 될 생각은 없는데, 크라잉넛과 그 팬들처럼 마음을 나눌 사람들과 함께 세월을 머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늙어, 갑년 무렵엔 ‘환갑 크라잉넛 발광기’ 같은 공연을 보고 60대 펑크밴드와 팬으로 만났으면 좋겠다.

좋겠다는 것 투성인데,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이 말, “나에게 설계를 맡긴 이상 당신도 완강하게 살아내겠다는 각오를 해주기 바란다”를 변용한다, 이렇게. ‘당신(크라잉넛)에게 음악을 맡긴 이상 나도 완강하게 살아내겠다는 각오를 한다.’ 크라잉넛은 “부에나비스타 할아버지들처럼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겠다”고 했고, “꼭 60살까지 음악을 해야 하는 이유가 생긴 것 같다”고도 했으니, 팬들이 해야 할 것은 버티고 견뎌서 살아내는 것.

자, 긴 머리말 자르고, 크라잉넛과 함께 달려보자. 행여, 이 글, 읽게 된다면 크라잉넛의 음악 하나 틀어주고, 알코올 한 잔 입에 적시며, 철없어서 즐거운 악동들의 수다에 동참해보자. 지난 12월6일 서울 홍대부근 상상마당. 『어떻게 살 것인가』 출간기념, ‘2010년 마지막 달을 크라잉넛과 함께 달려볼까요?’라는 주제로 펼쳐진 향긋한 북살롱. 바깥 기온은 뚝뚝 떨어져도, 북살롱은 불온한 다섯 땅콩 덕분에 후끈 달아올랐다.



참, 어떻게 살 것인가? 이 말도 참조. “문제는 심장 속에 뜨거운 피가 남아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인 거 같아요. 가끔 직장인 밴드 하는 어른들 보면 참 멋있어요. 살아 있다는 느낌이 충만하거든요. 정말 하고 싶은 열정에 몸을 사를 줄 아는 사람의 에너지라는 건 상상 이상이에요. 나이하고는 상관이 없죠.”(p.127)


임진모 음악평론가, 크라잉넛을 말하다


크라잉넛의 오랜 지기이자 형(兄)인 임진모 음악평론가가 알고 있는 크라잉넛. “앞 마음과 뒤 마음이 같은 사람이다. 많은 연예인을 알고 있는데, 앞 마음과 뒤 마음이 다른 연예인도 꽤 있지만, 크라잉넛은 진짜 똑같다.”

그는 이 책의 원고를 먼저 읽었다. 진한 감동이 물씬 왔다. 지금의 20대에게 혹은 젊은이에게 주는 메시지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20대를 지배하는 정서가 한마디로 ‘불안’이라고 생각한다. 취직 불안, 미래 불안 때문에, 불안이 영혼을 잠식했다고 표현해도 틀리지 않은 것 같다. 20대에 변화하지 않고, 도발하지 않고, 실험하지 않고, 어떻게 살 것인가. 지금 20대는 대학 들어가서도 학점 기계가 되고, 자신이 어떻게 살 지 모르는데, 이 책이 좋은 메시지가 될 거다.”

그는 1995년, 클럽 ‘드럭’에서 크라잉넛이 난장판 무대를 가진 것을 봤다. 이후 15년, 크라잉넛의 흔적을 지켜본 장본인이다. 그는 세상을 이렇게 나눈다. 음악을 하는 사람과 음악을 하지 못하는 사람. 그리고 또 이렇게 갈래를 지운다. 음악을 해도 밴드를 하느냐, 안 하느냐. 그에게 크라잉넛은, 음악도 하고, 밴드도 하는데, 밴드 한다는 것의 의미를 말한다.

“밴드를 한다는 것, 이게 쉬운 게 아니다. 밴드가 가진 갈등과 고민, 질펀한 담배연기와 술, 그 속에 어마어마한 고통이 있다. 크라잉넛은 그 고통을 음악적 유쾌함으로 풀어낸 팀이다. 그러니 오늘, 편안하게 함께 놀아보자. 우리 시대 마지막 청년, 다섯 땅콩을 모시겠다. 이들은 멤버 안에 쌍둥이도 있지만, DNA가 같은 팀이다. 「말 달리자」를 작곡한 드럼 이상혁, 「밤이 깊었네」를 만든 베이스 한경록, 크라잉넛에게 항상 여성 팬이 있는 이유인 미남 보컬리스트 박윤식, 이상혁과 쌍둥이인 기타리스트 이상면, 네 명은 초등 동창이고, 체급이 다른 어코디언 건반 담당 김인수가 그들이다.”

(박수와 함께 크라잉넛 등장)

벌써 15년이 됐다. 이번에는 재밌는 책을 갖고 왔다. 소감 한 마디씩 부탁한다.

상혁: “책을 기획했을 때, 15년 동안 겪은 일을 묶어 쓰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인터뷰 형식이 됐고,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제목처럼 ‘어떻게 살 것인가’를 제시하기보다, 사실 우리도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해본 적 많지 않아서, (웃음) ‘이렇게 사는 삶도 있다’정도로 봐주면 될 것 같다. 감회가 새롭다.”

경록: “즐겁고 재밌게 음악하고, 술을 마시다 보니 15년이 지났다. 이번 책이 처음 제대로 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부담스러운 제목인데, 이런 뜻도 있다. ‘이렇게 살아도 되더라’. 재밌게 봐 달라.”

윤식: “스무 살 때부터 음악을 했고, 15년을 했다. 참 많이 까불고 일도 많았다. 15년이라는 세월이 오래일 수도 있는데, 이제 중간 정도 온 것 같다. 책은 중간고사 같은 성격이고 어렵지 않으니까, 가볍게 읽어줬음 좋겠다.”

상면: “책도 같은 맥락에서 일기장 같은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는 뜻으로 봐 줬으면 한다.”

인수: “책이 두 권 나왔다. 우리가 공부를 많이 하는 사람들도 아닌데, 책이 두 권이나 나와서 감개무량하고 감사드린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물음표를 찍을지, 느낌표를 찍을지는 여러분에게 맡긴다.”

크라잉넛은 무대에서 난장판을 질러야 어울리고, 그것이 익숙한 밴드다. 하지만, 이날은 어쿠스틱이다. 임진모 평론가는, “우리가 갖고 있는 상식에 반란을 저지르는 존재가 크라잉넛”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니까, 이날의 어쿠스틱도 우리의 상식에 아주 작은 반란인 셈이다. 크라잉넛은 뭐니 해도 음악이다. 그렇다. 음악이 나와야 제 맛이지. 2집의 타이틀곡, 「서커스매직유랑단」과 3집 타이틀곡 「밤이 깊었네」가 연달아 울려 퍼진다. 관객 모두가 들썩인다. 바깥의 추위는 아랑곳없다. 기온 급상승.

“「밤이 깊었네」는, 펑크적 성향을 유지하면서 장르의 폭을 넓힌 명작이다. 「말 달리자」와 함께 크라잉넛을 대표하는 곡이다. 사실 나랑 크라잉넛이 비슷하다. 내가 불어서 그렇지. (웃음) 이 책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크라잉넛은 음악 때문에 대학도 포기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인디가 대체 뭐야, 이게 크라잉넛을 괴롭히기도 했다. 하지만 떠도, 인디는 인디지, 안 그런가. 이들은 환갑까지 크라잉넛을 할 것이다. 좋지 아니한가?”

50대를 전성기라 여기며 달려가는 철없는 땅콩들.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는 그들이기에 ‘그들에게 내일은 없다!’ 왜? 그들은 오늘을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 (p.127)

크라잉넛에게 이런 책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웃음) 음악하고 연습하고 술 마시려면 이런 여유가 없을 텐데, 책 낼 시간이 있었나, 어떻게 책을 냈나?

상면: “책 읽을 시간이 없는 건 아니다. 디지털 미디어가 발달해서 정보를 많이 얻는데, 그것도 책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우리가 얘기한 것을 인터뷰 형식으로 담았는데, 우리도 어떻게 나올지는 몰랐다.”

경록: “친구들에게 얘기하듯이 인터뷰했다. 아까 소개해줬듯, 이 책에는 우리의 15년 역사가 있다.”

윤식: “우리가 말을 잘 하는 편이 아닌데, 작가분이 잘 써준 것 같다.”

인수: “인터뷰를 술 먹으면서 했다. (웃음) 술 마실 시간을 쪼개서 인터뷰했다.”

싸구려 유랑단처럼 하루하루 살아왔는데, 지금도 우린 관객 앞에 서는 게, 무대에 올라 공연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밌어요. 공연 끝내고 선후배 밴드들과 술 마시며 시시덕거릴 때가 제일 행복하고요. 한 시간 연습하고 일곱 시간 술 마시는 게 낭비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로커는 무엇으로 단련되는가. 술이거든요. (p.7)

내가 크라잉넛을 알아서 그런데, 인터뷰 내용에 각자의 어조가 살아 있더라.

상혁: “술 마시면서 녹음을 했고, 그걸로… (웃음)”

20대들은 불안에 젖어있다. 이 책은 청춘에 보내는 메시지도 있는 것 같다.

경록: “청년들에게 요즘은 너무 어려운 것 같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대학을 무조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대학을 나오면 취직부터 해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꿈에 접근도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니, 재밌을 수가 없다. 이런 것들을 얘기하고 싶었다.

정말 자신들이 좋아하고 즐겁게 하는 게 일이 됐으면 좋겠다. 불안하기 하겠지만, 우리도 15년 동안 그렇게 살아봤는데, 괜찮더라. 돈을 많이 버는 건 아니지만, 어른들이 보기에 ‘딴따라’ 쳀미지가 있지만, 우리 건전하다. 마약도 안 하고. (웃음) 젊은이들이 뭔가 저질렀으면 좋겠다. 우리도 많이 넘어져 봤는데, 넘어지고 다쳐봐야 나중에 넘어져도 덜 다치는 법을 알 수 있다.”


부럽다고요? 우리처럼 살면 돼요! 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불행하다고 되뇌기만 하고 바꾸려 하지 않는지 우린 그게 더 이상해요. 물론 저마다 사정이 있겠지만 돌파구를 찾지 않고 ‘난 불행하니까’라고 합리화하면서 다른 걸로 보상받으려는 건 좋은 태도가 아니라고 봐요. 그런 건 옳지 않아요. 자기가 가진 것에서 행복을 찾아야지 왜 다른 데서 보상을 받으려 하는 거죠? 그런 게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정신이에요. (p.8)

예전에 함께 술 마시면서 상면 씨가 이런 말을 했다. “남자는 37살까지는 깨져도 돼, 여자는 32살까지 깨져도 돼.” 이걸 지금도 내가 써먹고 있다. (웃음)

상면: “글쎄, 어떤 의미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나진 않는다. (웃음) 나이를 더 올려도 된다. 정년퇴임해도 다른 일에 도전하는, 그런 걸 보니 참 좋다는 생각도 들더라.”

지금의 인디 밴드들이, 크라잉넛처럼 할 수 있을까, 인디밴드들이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윤식: “어려운 질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즐겼다. 초반에 우리도 실력 없다고 욕 많이 먹고 좌절도 많이 했다. 그런데 우리는 욕먹어도 즐기면서 우리 음악을 했다. 당장 하루하루 힘들지만, 그래도 계속 달려 나가서 히트곡도 생기고. 술만 마시는 것처럼 얘기됐지만, (웃음) 우리는 노력도 많이 했다.”

이젠 우리를 보고 음악을 시작한 친구들이 우릴 보면서 ‘인디 음악을 하면서도 먹고살 수 있구나’ 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싶어요. (p.8)

다섯 명 중에 세 명은 유부남이다. 배철수 씨가 내게 하는 얘기가 있다. ‘임진모, 너도 철들면 안 돼.’ 나는 답한다. ‘이미 철이 들어버렸다.’ 크라잉넛의 무기는 철이 안 들었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결혼해서 애도 키우는데, 철이 안 들면 안 되지 않나?

상혁: “배철수 아저씨가 말한 ‘철’의 의미는 나쁜 쪽의 철드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즉, 머리가 편협해지는 그런 것. 근데, 우리는 철드는 걸 좋게 생각한다. 예를 들어, 예의 바르고, 남을 생각해 주는 것이 철드는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응, 철없는 미중년, 괜찮지. (p.130)


상혁 씨는 아내가 크라잉넛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상혁: “15년 전에 세 명을 놓고 공연했을 때, 그 중 한명이 지금의 아내다. 오래 사귀고 결혼해서 크라잉넛 모두와 함께 친구다. 그런데 이젠 공연을 안 보러온다. 지겨워서. (웃음)”

다섯 명이 척척 다 모이나.

상면: “만날 같이 있어서, 그냥 늘 같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공연이나 일이 아니면 안 마주치려는데, 밤에 꼭 만나고. (웃음)”

음악 등을 놓고 안 싸울 수 없는데, 갈등은 어떤 때 생기고 어떻게 푸나.

인수: “갈등은 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다. 우리를 제외한 다른 모두가 적이었을 때가 있었다. 그때 우리끼리 술 마시다가, 술잔에 담배꽁초가 들어가서 싸우기도 하고. 갈등을 끝까지 가져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주먹다짐으로… (웃음)”

상면: “서로 잘 하자고, 음악 잘 하자는 갈등임을 서로 잘 알고 있어서, 갈등이 오래가지 않고 금세 풀린다.”

상혁: “오랫동안 싸워 와서, 싸움을 끝내기 위해 싸운다. 빨리 끝내고 뒤풀이하기 위해서. (웃음)”

학교를 그만뒀다. 포기한 거 후회하지 않나.

상면: “할 만큼하고 포기했다. 4학년1학기하고 그만뒀는데, 크라잉넛 어느 정도 정립됐다고 생각했고, 부모님께 학비 달라고 하는 것도 옳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았고.”

윤식: “솔직히 아깝다. 등록금을 다 계산하면, 그 돈을 다른데 ?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사실, 졸업장 한 장 때문에 6년 보내고, 돈을 쓴 건 아깝지만, 졸업장 받고 나와서 도움이 되는 것도 없는 것 같더라. 우리끼리 얘기할 때도, 학교 그만둔 게 멋있는 거 같고. (웃음)”

경록: “이건 그만둔 애들 얘기고. 졸업한 나는 나름 의미 있었다. 교생 실습도 다녀오고. 나는 2급 정교사 자격증도 있다.”

상혁: “대학 3, 4학년 때? 「말 달리자」가 떠서 정신없이 바빴다.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다가 드럭으로 방향을 바꾸고 그랬다. 어느 날, 학교에서 드럭으로 전화가 오더니, 제적이라고 말하더라. 그땐, 그런 것에 신경 쓸 새가 없었다. 다음 공연 준비해야 하고, 거기에 빠져 있어서.”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다 똑같이 철들고, 다 똑같이 반듯하게만 산다면 지루하잖아요. 우리 같은 사람도 있어야 사회에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요? 하하하. (p.7)

임진모 평론가는, 크라잉넛이 나오기 전까지, 아니 나온 직후까지도 펑크가 한국에 어느 정도 자리 잡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말 달리자」가 그런 생각을 편견으로 만들고 깼다. 「말 달리자」라는 곡 하나로, 한국에 펑크록이 회자됐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에 모던록 시대가 열렸다. 크라잉넛은 이른바 인디록의 시작이다.”

그런데, 인디록에 대한 편견 역시 아직 자리 잡고 있다. 인디록은, 명성이나 부와는 거리가 멀어야 한다. 과연 크라잉넛은 그런 편견에 어떻게 맞서 싸웠을까. 어떻게 답을 하고 싶을까.

경록: “대중들이 예술 하는 사람들에게 순결성을 강요하는 것 같다. 입장만 바꿔 생각하면, 그건 잘못되고, 이기적인 생각이다. 인디밴드들이 왜 돈을 못 벌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돈을 좀 벌고 후배들을 위해 잘 하고 싶다. 자녀들이 부모 직업란에 인디 밴드라고 당당하게 쓸 수 있고, 그랬으면 좋겠다.”

돈이 성공의 척도가 아니란 건 맞는 거 같아요. 돈이 많으면 뭔가 누리는 게 많긴 하겠지만 행복에 대한 기회비용을 잃을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재벌 2세가 ‘아빠, 외제 차 한 대 뽑아줘’ 해서 차를 받았다 쳐요. 그게 그렇게 행복할까? 우린 3년 동안 할부해서 국산 차 한 대를 사도 그 성취감이 정말 크거든요. 그렇지만 걔들은 우리만큼 행복하지 않을 거 같아요. 그러니까 돈 많다고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은 틀린 거 같아요. (p.21)

역시나 노래가 빠질 수 없다. 술이 빠질 수 없는 크라잉넛에게 ‘딱’인 노래, 「마시자」, 펑크록으로 리메이크한 「스탠 바이 미」가 이어진다. 흥겹게 방방 뛰는 관객들. 한층 업 된 경록 씨가 이날 남녀 성비가 마음에 든다(여성이 훨씬 많았다)며 「말 달리자」를 외친다. 「말 달리자」, 콜? 당연히 콜. 어쿠스틱으로 처음 연주하는 「말 달리자」, 신난다. 참, 2010년의 마지막 날, 12월31일 상상마당에서 크라잉넛의 어쿠스틱 공연이 펼쳐진다.


크라잉넛에게 묻고 답하다


언론 등에서 인디, 인디 하는데, 국가와 사회에서 인디를 키울 순 없는 노릇이지 않나. 성공한 인디 밴드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인수: “내 생각엔 국가와 사회가 나서야 한다. 우리가 못 만드는 부분도 있지만, 문화는 지원이 없으면 힘들다. 처음 하는 사람들은 태반이 없는데서 시작하는데, 돈 되는 것만 하면 순수한 것은 없어진다. 국가와 사회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실제로 외국에는 그런 게 있다. 스웨덴은 우리나라로 치면, 충주 정도의 동네인데, 아카데미센터에 문화나 예술과 관련한 모든 기자재 등을 지원한다. 그 정도까지 바라진 않는데, (국가나 사회가) 지원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면: “실제 지원이 있긴 한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춤을 춘다. 어느 장단에 놀아야할지…(웃음) 그런 게 체계적으로 정립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우리가 인디 밴드라고 말할 때 인디란 상업 자본에서 벗어난 독립 자본, 소자본을 의미하는 거잖아요. 주류 유통망에서 벗어난 대체 유통망을 통하는 방식인데, 이제야말로 인디 밴드다운 인디 밴드가 나올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요. (p.9)

페스티벌 등 붐이 일고, 조명도 있는데, 국가와 사회가 인디 음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건 요원하지 않을까 싶다.

상면: “어떻게 지원해줘야 할지 모르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상혁: “건물에 큰 녹음실이나 스튜디오, 기자재를 사놓고, 쓰지는 않더라. 검증된 사람 아니면, 활용을 못하는 거지. 기?재나 하드웨어만 갖춰놓는 보여주기식 지원도 있다. 하드웨어가 갖춰지면 활용하고 그래야 할 것 같다.”

인수: “최근에 안 건데, 스마트폰이나 휴대폰은 정부 지원을 받는다. 그런데 생리대는 지원을 못 받는다. 정책적으로 무엇에 정말로 도와주야 하는지 정립이 돼야 하지 않나? 스마트폰 없다고 못 살진 않잖나.”

경록 씨는 잘난 척하지 않는 말로 아름답고 진정성 있는 가사를 쓴다고 생각한다. 약자나 작은 것에 대한 따뜻한 시선의 노랫말이, 예술가로서 직관적으로 나오겠지만, 그게 대체로 일필휘지로 쓰는지, 고민하면서 쓰는지 궁금하다. 또 그런 가사는 타고난 부분이나 재능이기도 하지만, 소양이 갖춰져야 가능할 것 같은데, 좋아하는 작가나 영향을 준 아티스트나 뮤지션이 있다면.

경록: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다. 어렸을 때 눈 나빠진다고, 어머니가 책을 못 읽게 했다. 그래서 지금 눈이 굉장히 좋다. (웃음) 가사를 어렵게 쓰지 않는 이유는, 어린이들도 이해할 수 있고, 흥얼거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서다.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고, 이리 저리 바라볼 수 있는, 그런 걸 배운 것 같다. 사람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주고 싶다. 조금이라도 여운이 남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치 않고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찰리 채플린. 울음을 웃음으로 바꿀 수 있는 마법의 소유자라고 생각한다.”

오늘날까지 나를 있게 한 인물이 있다면

인수: “살아 계신 분 중에는 존경하는 사람은 없는데, 아버지를 제일 존경한다. 나는 도저히 아버지처럼 살 수 없을 것 같다. 꽉 막히기도 하셨고, 위험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 해방 이후 북에서 넘어오셨다. 생각이 세신 분이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해도, 네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며 타협점이 전혀 없으신데, 매일 5시에 일어나셔서 운동하시고, 12시까지 술 마시시고. 여하튼 되게 성실하게 사는 분이다.”

상면: “부모님이라고 얘기하고 싶은데, 가족들과 지금까지 친구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우상인 것 같다.”

윤식: “‘그린 데이(Green Day)’. 어릴 때 살던 아파트에 일본 방송이 나왔는데, 낮에는 안 나오다가 밤에만 나왔다. 주민들이 야하다고 끊고 그랬는데, 나는 옥상에 올라가 케이블을 연결해 보고 그랬다. (웃음)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봤는데, 정말 멋있는 거다. 그걸 보면서 나도 저렇게 돼야지, 생각했다. 단순한데도 에너지가 있는 거다. 지금도 좋아하고, 내한공연을 갔었다. 굉장히 좋았다.”

상혁: “가족 중에 엄마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존경스럽듯이, 엄마가 되면 사람이 변한다고 하더라. 아내도 아기 엄마가 되니까, 많이 변하더라. 아내는 내가 방황할 때, 날 사람답게 만들어줬다. (웃음) 남자 중에선 ‘머틀리 크루(Motley Crue)’의 토미 리를 존경했다. 록을 처음 들은 게 중3인가 고1 때였다. 당시 뉴키즈 온 더 블록의 팬이었다. 어느 날, 친구가 머틀리 크루의 음악을 들려줬는데, 그때부터 록음악에 빠졌다. 그게 내 인생 바뀐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좋아하는 걸 하자니 배고플까 봐 두려워 망설이는 이유가 자기한테 솔직하지 못해서 그래요. 남들 눈, 특히 부모님 눈을 신경 쓰는 거란 말이죠.… 자식들이 지혜롭게 싸워야 할 거 같아요. 부모님이라고 져주면 안 돼요. (p.139)


책에도 나온 45살의 펑크로커 철류다. (박수) 얼마 전 책을 사서 지인에게 줬는데, 2시간 있다 문자가 왔다. 굉장한 걸, 이렇게. (웃음) 15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음악을 해 줘서 고맙다. 질문은, 경록과 윤식은 결혼을 아직 안 했는데, 지금 혹시 사랑하고 있는지. 또 하나는, 외국 록페스티?에 갈 계획이 있는지.

윤식: “사랑하는 사람은 없고, 쑥스럽고 외롭다. 얼마 전에 사촌형 소개로 소개팅을 했는데, 잘 안 됐다. 사촌형이 좀 보수적이라, 소개팅에 넥타이에 양복을 입고 갔다. (웃음) (소개팅한 여성을) 공연에 초대했는데, 공연에 와 준 뒤 연락이 없다. 씁쓸하다.”

경록: “저는 사랑을… 할 준비가 돼 있다. 가볍게 만나는 것도 좋지만, 이젠 진실퇇 사랑이 필요하다. 밤이 너무 길다. (웃음) 록페는 운 좋게도 후지 록페스티벌에 두 번 다녀왔고, 엊그제도 일본과 교류가 있었다. 일본은 올해 세 번을 다녀왔고, 내년에는 일본의 레이블과 계약을 하고 일본에서도 활동할 계획이다.”

인수: “페스티벌은 아니지만, 500~1000명 규모로 1월15일 교토에서 공연할 계획이다. 일본의 밴드와 얘기가 잘 됐다. 여러분도 시간이 되면, 와도 좋을 것 같다. (웃음)”

절박함을 느껴서 자기의 태도가 바뀐 게 있는지.

상혁: “우리는 글쎄, 절박한 건 아니었고, 하루하루 공연을 위해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무대가 있다는 게 즐거웠다. 우리 관점에선, 성공하기 위해서는 절박함보다 즐거움인 거 같다. 우리는 지금도 뭘 이뤘다고 생각하지 않고, 즐거운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어서 좋다.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다.”

윤식: “클럽에서 밴드 하다가 TV출연하기 전에 우리끼리 싸웠는데, 지나고 나니 그게 아무 것도 아니더라. (웃음) 그때 싸워서, 머리가 열렸다. 그런 굴곡이 있어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떻게 되고 싶다는 게 있나. 또 하나, 후세나 미래에, 크라잉넛의 어떤 모습을 가장 큰 음악적 특징으로 내세우고 싶나.

상면: “사실, 구체적인 계획이나 비전은 없다. 다음날 공연을 어떻게 하면 잘 할지 그 생각만 한다. 앞의 것을 잘하면 그게 연결돼서 앞으로도 잘 할 거라고 생각한다.”

인수: “난 기본적으로 속 좁고 꼬인 사람인데, 딱 하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있다. 오늘 살아 있으면 내일도 살아 있을 수 있다. 내가 꿈꾸는 이상형이 있다. 술 많이 마시고 살아도 무병장수 할 수 있구나, 그게 나의 모토다. (웃음)”

우리가 바라는 미래는 거창하지 않거든요. 좋아하는 음악 하면서 밥 먹고 살 수 있는 밴드가 되는 것이죠. 돈을 엄청 번다든가 인기를 얻는다는 게 아니라 음악만 하면서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후배들이 우리를 보고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말이죠. (p.132)

술을 자주 마신다는데, 술 마실 때 어떤 곳에서, 어떤 코스로?

경록: “우리는 활동량이 많아서, 맥주로 기본적으로 좋아한다. 간에다가, 오빠 들어갈 테니 긴장하고 있어, 하며 살짝 긴장시킨 뒤 소주를 섞어서도 넣는다. 해장할 때는 막걸리로. 통장에 돈 들어오면 위스키도 마시고. (웃음)”

윤식: “4박5일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정말 무서웠던 건, 상면이가 잠을 1시간도 안자고 술잔을 들이붓더라.”

상면: “출몰하는 지역은 말 안 해도 잘 알 거다.”

인수: “힌트를 주자면, 뮤지션이 장사한다고 하는 집에 간다. 거기가 싸다. T모, S모 가게.”

우린 술 마시면 다 괜찮아져! (p.130)

스무 살이다. 친구들과 얘기하면, 대학 나와서 뭐 할 건지를 생각하고, 고시원에 가겠다는 친구도 있다. 깨져보고 실험해보라고 했는데, 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데 두려움도 크고 좌절도 있을 테고, 열등감도 생길 것 같다. 그런 것을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이 어디서 나왔는지.

윤식: “고등학교 때 기타를 되게 치고 싶었다. 낙원상가에 갔는데, 형들도 고등학교는 졸업하라고 하더라. 인생 한 번 살잖나. 젊었을 때 놀자는 좋은 속담도 있는데, 젊었을 때 신나게 놀아야 할 것 같다. 돈이 있어야 나중에 재밌게 놀 수 있다는데, 사실 지난 뒤에는 놀긴 힘들다. 젊었을 때 놀아라. (박수)”

상혁: “무책임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자신감을 가지려면 그 일에 대해 열심히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음악 하니까, 무대에서 1시간 하려면 연습을 100시간 한다. 우리가 납득해야 실력이 느니까, 자신감을 갖기 위해 연습을 많이 한다. 다른 사람과는 다른 방법으로 하려고 노력했다. 남들 다 하는 건, 못 따라갈 게 뻔하니까, 다른 쪽에서 우리가 잘 하는 걸 찾아보자고 했다.”

상면: “서로가 의리를 지켜온 게 불안감을 떨칠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나 싶다. 맞아, 친구!”

이 책을 읽고 여러분이 고개를 끄덕이고 어깨를 토닥여주며 ‘즐겁게 신나게 살아보자’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 그것으로 우린 됐습니다. 자, 다 같이 로큰롤!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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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크라잉넛> 저9,000원(10% + 5%)

음악도 사는 것도 자주독립한 어느 밴드의 인생성공법 멤버 교체 하나 없이 15년간 이어져 온 장수밴드 크라잉넛이 자신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전한다. 세상에서 통용되는 성공의 법칙에는 따르지 않았으나 스스로 성공했다고 말하는 이들은 자기들만의 성공 이야기와 행복 이야기를 자신있게 들려준다. 그들이 행복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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