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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드는 커피, 최적의 맛을 내려면?

커피도 물의 온도에 따라 맛이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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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압 100℃의 끓는 물을 사용한다. 높은 산은 기압이 낮다. 따라서 물의 끓는점이 100℃보다 낮은 85~90℃ 정도다. 산에서 밥을 지으면 밥이 푸석해진다. 100℃가 되기 전에 물이 끓기 때문에 쌀이 제대로 익지 않는다. 그래서 뚜껑에 돌을 올려놔 수증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면 그나마 압력을 높이 유지할 수 있다. 돌이 무거워 밥이 잘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돌을 쌀과 함께 끓이는 사람도 있다. 절대 아니다. 돌과 밥 사이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10년 전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후배에게 커피 머신을 선물 받았다. 모델명 KRUPS Type 963/B. 지금은 자취도 없이 사라진 모델이다.

“형 앞으로 이런 커피 마셔야 해요!”

귀국해 아침저녁으로 이 기계로 커피를 뽑아 먹었다. 연구실 문을 열고 커피를 만들면 복도에 커피향이 자욱했다. 압력이 올라가면 증기기관차처럼 커피머신 위로 증기가 품어져 올라갔다. 그 모습을 보고 학생들은 박수를 치곤 했다. 말로는 에스프레소 커피머신이지만, 물을 끓여 증기를 커피에 통과시킨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엔 첨단의 압력장치에 의한 에스프레소 커피머신이었다. 학생들에게 한 잔 나눠주면 학생들은 소위 봉지커피를 마셨다.

“한약을 드시네요!”


세월이 10년 흘러 우리 연구실에 봉지커피가 사라지고 커피머신이 들어왔다. 역시 KRUPS. 압력 3.5바(bar).

여기서 바(bar)는 무엇인가? bar는 기압의 단위다. 우리는 대략 1bar의 대기압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다. 커피머신의 3.5bar는 우리가 느끼는 압력보다 3.5배 큰 압력이다. 면적에 대해 생각하면, 가로세로 1cm의 면적에 3.5kg의 힘이 가해진 경우다. 참고로 세차장에서 사용하는 고압세척기들도 약 60bar 정도다. 그 압력으로 직접 한 대 맞으면 병원에 실려가야 한다. 150bar의 경우는 쇠를 절단할 수 있는 압력이다. 초고압 수류 절단장치가 이에 해당된다. 압력으로 쇠를 뚫는다니 얼마나 큰 압력의 힘인가?

그건 그렇고, 음식을 할 때 대부분 끓는 물을 사용한다. 1기압 100℃의 끓는 물을 사용한다. 높은 산은 기압이 낮다. 따라서 물의 끓는점이 100℃보다 낮은 85~90℃ 정도다. 산에서 밥을 지으면 밥이 푸석해진다. 100℃가 되기 전에 물이 끓기 때문에 쌀이 제대로 익지 않는다. 그래서 뚜껑에 돌을 올려놔 수증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면 그나마 압력을 높이 유지할 수 있다. 돌이 무거워 밥이 잘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돌을 쌀과 함께 끓이는 사람도 있다. 절대 아니다. 돌과 밥 사이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반대로 압력이 높아지면 물은 높은 온도에서 끓는다. 높은 온도에서 끓는 물이 에너지가 더 큰 것은 당연하다. 이런 물리법칙을 이용해 응용한 것이 압력밥솥이다. 솥 속의 증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압력이 높아지도록 만든 것이다. 이렇게 하면 끓는점이 높아져 잘 익지 않는 음식을 빨리 조리할 수 있다. 요리시간이 짧아진다. 그 효과로 요리 과정에서 쉽게 파괴되는 비타민이나 무기질의 손실을 최소한으로 할 수 있다. 물론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부분 압력밥솥의 압력은 대기압보다 높은 1.2기압 정도다. 물은 약 120℃에서 끓게 된다.

커피머신의 원리 역시 압력밥솥 원리와 다르지 않다. 압력을 이용해 높은 온도에서 물을 끓인다. 높은 압력의 수증기는 가벼워 위로 올라가고, 이 증기를 가로막는 것이 커피가 담긴 필터 홀더다. 이것이 가로막고 있어서 압력이 생긴다. 압력이 가해지면서 수증기가 액화되어 물이 된다. 액화된 물과 커피가 만나 에쏘가 추출된다.

낮은 압력보다는 높은 증기압으로 커피의 맛을 우려내는 것은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맛에도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압력은 약 9~12기압 정도에서 10~23초 사이에 추출되는 원액이 최적의 맛을 만든다. 물론 간 커피의 크기와 압력 상태에 따라 다르다. 약 7g의 에스프레소 원두에서 에스프레소 샷은 한번에 15ml가 추출된다.

기본적으로 커피 맛은 필터홀더에 담긴 커피에 압력을 얼마만큼 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를 템핑이라고 한다. 이 역시 압력의 문제이다. 필터홀더의 커피를 약하게 눌러주면 커피입자 사이의 간격이 넓어 물이 빨리 통과되어 커피의 맛이 싱거워진다. 커피의 산도가 올라간 듯 느껴지고 크레마가 적어 커피 맛이 가벼워진다.

반대로 템핑 압력이 너무 과하면 커피의 압력이 커 추출 시간이 길어지고 농도가 진해진다. 커피의 쓴맛이 올라간다. 반면 커피 고유의 산도가 떨어진다. 물론 크레마의 양은 많아지나 크레마 층과 액체 층이 이질적으로 분리된다. 따라서 뭐든지 과하면 좋지 않다.

압력과는 관계없이 떨어지는 물을 이용하여 추출하는 커피가 드립 커피다. 끓는 물의 압력을 이용해 종일 필터에 담긴 커피에 통과시켜 커피를 우려내는 방법이다. 맛과 농도는 종이 필터에 담긴 커피의 양과 ?의 양 따라 달라진다. 물이 적으면 압력이 낮아져 천천히 떨어지고 물을 빨리 부으면 압력이 커져 빨리 커피가 떨어진다. 물의 양을 적당히 조절해야 한다. 물의 온도는 끓는 점 바로 직전인 92~96℃ 정도가 적당하다. 커피 10g에 물 180cc가 가장 최적의 맛을 낸다고 하다.


에필로그
나는 사실 콩다방이나 별다방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가장 선호하는 커피는 터키식 커피이다. 아르메니아공화국에서 가면 매일 마시는 커피이다. 물리적인 압력, 기압, 뭐 이런 거 없다. 가장 원시적이지만 가장 테이스팅하다. 커피라는 공식에 맞는 방법이다. 커피와 설탕을 함께 끓인 후 필터링 없이, 원두를 가라앉힌 후 마시는 커피이다. 모르고 처음에 찌꺼기까지 다 마시는 사람도 있지만, 작은 잔에 파우더가 가라앉으면 위에 남은 두세 모금의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입 안에 향기가 아니라 커피의 파우더가 살짝 씹히는 맛이 마치 사막의 고운 모래의 느낌처럼 이국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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