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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가 전망한 내년 한국 경제는… - 『카지노 자본주의』의 역자 이헌대 교수

“신용카드 남발로 금융위기 재현될 수도” 현대 자본주의와 도박판의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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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경제학계를 대표하는 세계적 경제학자이자 『카지노 자본주의』 저자인 한스베르너 진(Hans-Werner Sinn) 뮌헨대학교 교수는 개별적인 탐욕의 보편성을 지적했지만, 이를 탓하진 않는다.

“탐욕스러운 사람은 개탄스럽긴 하지만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탐욕은 은행의 이사진이나 경영진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복권을 사는 사람과 수많은 일반 예금자의 얼굴에서도 탐욕을 읽을 수 있다.”

유럽 경제학계를 대표하는 세계적 경제학자이자 『카지노 자본주의』 저자인 한스베르너 진(Hans-Werner Sinn) 뮌헨대학교 교수는 개별적인 탐욕의 보편성을 지적했지만, 이를 탓하진 않는다. 그것으로 지난 금융?경제위기를 설명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는, 그것이 제도와 시스템에 의해 제어되지 않았을 때, 세계에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를 설명했다.

맞다. 그것이 지난 2008년부터 본격 전개된 금융위기요, 경제위기였다. 탐욕의 개별성은 지금 시대에서 그다지 손가락질 받지 않는다. 누구나 적당한 탐욕을 갖고 있으니까. 제 것에 손가락질하길 사람들은 원치 않으니까. 그저 일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과도한 개별성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개별성도 숲을 이룬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 등에 따른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금융시장의 통합 등은 탐욕의 개별성을 무한 확장시켰다. 이른바 투기자본으로 변모한 탐욕은 세계경제를 교란시켰다. 그것은 도박판에 다름 아니다. 개별적인 탐욕이 숲을 이룬 카지노. 영국의 경제학자 수전 스트레인지가 처음 사용한 ‘카지노 자본주의(Casino Capitalism)’는 결국 대형 사고를 쳤다.

미국의 TOP 10에 드는 초대형 모기지론 대부업체가 파산하면서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가 본격적인 도화선이 됐던 금융위기는, 국제금융시장에 신용경색과 연쇄적인 경제위기를 불러왔다. 다만 전세계적으로 감행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각국의 적극적인 재정지출 등으로 세계경제는 차츰 위기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하지만, 진 교수는 그것이 ‘착시’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선, 아브라함 링컨의 격언. ‘당신은 모든 사람을 어떤 때 속일 수 있고 어떤 사람을 항상 속일 수 있겠지만, 모든 사람을 항상 속일 수는 없다.’ 이 격언, 모기지 금융시스템에 고스란히 적용된다. 이 시스템은 그 결함이 밝혀졌고 결국에는 붕괴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인가. 아니다. 위기는 늘 그랬듯, 밤 그림자처럼 다가온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한계에 도달했고, 부실채권은 여전히 숨은 뇌관으로 숨 쉬고 있다. 그 규모가 어느 만큼인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진 교수는 수많은 나라의 은행시스템이 파산할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자기 돈 아닌 남에게 빌린 돈으로 분수에 넘치는 생활을 하면서 아편을 피운 죗값이 금융위기라면, 임시방편으로 막은 둑이 터지면서 야기될 파탄은 좀 더 깊은 어둠을 초래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진 교수는 ‘위기의 세계’라고 진단했다. “밤이 가장 깊을 때 새벽이 다가온다(When the night is darkest, dawn is nearest).” 하지만, 그에 의하면, 아직 가장 깊은 밤은 오지 않았다. 개별적인 탐욕이 숲을 이룬 ‘카지노 자본주의’에 무방비로 당한 우리, 지금 반짝임을 선사하는 경기회복의 불빛에 현혹당해선 안된다고 그는 경고한다.

지난 3일, 뮌헨대학교에서 진 교수의 사사를 받았으며, 긴밀한 교류를 통해 『카지노 자본주의』의 번역 작업을 한 이헌대 경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서울 정동 부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현 세계경제 진단부터 위기의 원인과 처방, 앞으로의 전망 등을 들었다.


‘카지노 자본주의’. 이 명칭에 대해 생소한 분들이 많을 텐데, 간략하게 어떤 말인지 설명해준다면.

“그 표현은 진 교수가 처음 사용한 단어는 아니다. 영국의 경제학자인 수잔 스트레인지가 처음 그 표현을 썼다. 이 표현은, 국제 투기자본이 금융거래를 하면서 수익극대화를 위해 불법이나 탈법을 자행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다. 각국 정부도 투기자본에 대해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이 재정수익을 확충하는 것이라고 봤다. 그래서 자본이동의 자율성이나 자유화를 동의하곤 했는데, 결국 여러 부작용이 첨예하게 드러나면서 이 용어를 더욱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게 됐다.”

“이 책의 제목 ‘카지노 자본주의’는 금융시장에서 발생한 사건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 감정을 반영하고 있다. 금융위기 속에 쌓인 손실과 백일하에 드러난 투기적 사업 모델이 상상을 초월하며 실제로 금융계는 도박장에 비견되고 있다.” (p.81)

저자인 한스베르너 진 교수는, 2008년 이후 세계경제를 거의 붕괴된 상황에 처한 ‘위기의 세계’로 진단했다.

“진 교수는, 그것을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한 위기로 인식했다. 그 100년은, 1929~1939년 동안 전개된 대공황을 염두에 둔 표현인데, 이번 위기는 초기 10개월가량 산업생산이나 무역규모의 감소측면이나 금융측면에서 봐도, 대공황 때보다 심도나 강도가 컸다고 봤다.

“현 경기침체에서의 다른 지표들은 대공황 때보다도 훨씬 더 나쁜 추이를 보였다. 예컨대, 세계무역의 규모는 대공황 초기 14개월 동안 ‘단지’ 10퍼센트만 감소한 데 비해 현 경기침체의 초기 13개월 동안에는 무려 21퍼센트나 감소하였다.” (p.15)

그런데, 2009년 4월 G20을 계기로 미국이 양적완화조치를 취하고, 전세계가 케인즈식 양적확대조치에 동조하면서 회복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그 덕분에 경기가 지속적으로 나빠지지 않고,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금까지 왔지만, 그건 일시적인 회복이라고 본다. 다시 경제가 악화될 수 있는, 인위적인 회복이다. 내버려뒀다면 대공황 당시보다 더 심한 경기침체가 발생했을 것이다.

그렇게 인위적으로 올린만큼 내외생적으로 다른 임팩트가 충격을 가한다면, 더 심도가 강하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는 더블 딥(Double dip, 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기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진 교수의 입장이다.”


2010년 1월, 이 책을 마무리할 당시에 경기침체는 끝났지만, 이는 단지 일시적인 회복에 불과하다고 진 교수는 분석했다. 일시적인 이유로 은행위기를 들었다. 좀 더 부연한다면.

“경기가 다시 침체되는 중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금융위기라고 봤다. 왜냐면, 우선 금융위기의 핵심이었던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추가로 부실화된 파생상품이 잠복해 있다고 본다. 그것이 드러나면 뱅크 런(Bank run, 은행의 예금인출사태)이 발생하거나 추가적인 다른 사태가 생길 거다. 은폐된 추가 부실이 더 있다면, 금융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

그와 함께 은행위기와 연관된 재정위기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구제 금융 때문에 재정지출을 늘이거나 실물경기 악화에 따른 단기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시행하는 케인즈식 정책이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최근 그리스와 아일랜드 등의 경우가 그렇다.

유럽연합(EU)이 만들어질 당시의 ‘안정 및 성장에 관한 협약’에 따르면, EU 각국 정부 채무가 60%를 넘어선 안 된다. 하지만, 지금 100%를 안 넘는 나라가 없을 정도로 과도한 재정지출이 재정위기로 이어지고, 도미노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왜냐하면 은행위기가 아직도 근본적으로 회복되지 않았고 공공부채 위기가 곧 닥칠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p.3)

저자는 최근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일관된 규제시스템을 창출하지 못한 것을 들기도 했다. ‘카지노의 부산물’로 변형된 미국 금융시스템이 천방지축 날뛰도록 방조했다는 건데, 금융자본은 이른바 미쳐 날뛰는 망아지가 됐다. 그런 패착의 결정적 계기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미국은 세계금융의 중심지다. 그런 미국의 금융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자체가 세계금융의 안정성과 직접 관련을 맺는다. 미국은 유럽과 달리, 방만한 금융규제를 취해왔다. 많은 자본이 흘러오게끔 한 거다. 그렇지만 그런 느슨한 규제가 낳은 폐해가 크다. 결과적으로 규제 때문에 못할 것이 없다고 판단한 은행들이 투기판을 벌였다.

미국은 특히 바젤시스템(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에 관한 국제협약)에 가입을 안 해서, 국제적인 공조에 협력하지 않았다. 특히, 자본금 비율에 따른 손실에 대해서만 책임지고, 이익이 나면 전부다 자기 것으로 하는 시스템, 즉 유한책임이 투자은행(IB)으로 하여금 적극적이고 위험한 투자행위를 하게 한 주범이었다. 미국(정부)은 그런 부분에 대해 상당히 관대했다. 바젤시스템에 가입하지 않은 것도 그런 저의가 있다고 본다.

반면 유럽은 엄격하게 그 부분을 준수했다. 진 교수는 자본금 비율을 규제하는 게 중요하고 보고, 자본금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바젤Ⅲ(2013년부터 2019년까지 금융기관이 단계적으로 충족해야 할 자기자본비율의 기준에 관한 국제금융협정)를 옹호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지난 9월, 바젤Ⅲ에 동의했지만, 이번 G20에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합의하지 못한 채, 포괄적인 입장만 확인한 채로 끝났다. 내년 3월에 구체화될 것 같지만, 진교수가 요구하는 만큼 자본규제가 강화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

진 교수는 또 회계규칙을 공조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럽은 국제회계기준에 입각하고 있으나, 미국은 그렇지 않다. 이렇게 회계 적용방식이 많이 달라 자본금 비율을 산정함에 있어, 편차가 생기고 불법이 자행되기도 한다. 미국 방식으로 하면 자본금 비율이 높아지는데, 이는 회계 기준의 방만한 또는 관대한 적용 때문이기도 하다.”


“금융상의 간과에서 분명한 결손이 발생한 진정한 원인은 시장의 자율규제에 대한 믿음이었다. 이러한 믿음 때문에 정부가 감독당국의 직원 수를 줄였고, 따라서 효율적 통제를 원활하게 하도록 업무가 분장되지 못하였다.” (p.157)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자는 주장을 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나.

“진 교수는 (은행의)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자고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바젤Ⅲ를 구축함에 있어서도, 위험가중치 체계를 변화시켜야 한다. 즉, 위험가중치도 단순하고 투명하게 만들어서 전세계가 활용할 수 있는 회계기준과 자본규제시스템으로 만들자는 주장이다.”

금융기관은 ‘공적’, ‘사회적’ 기능을 스스로 저버리고 ‘금융회사’로 전락했다. 최소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물론, 공공성을 찾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금융기관은 공적인 성격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도산 위기에 처했을 때, 금융시스템과 관련한 금융기관은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최근에도 그랬고.

그런 만큼 금융시스템과 관련된 금융기관은 공공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은행들은 시스템 상으로도 책임을 강화하고, 그 책임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이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손실이 발생해 그 부담이 커지면 주주들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도 경영진은 신중한 경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지금까지는 자기자본 비율이 낮고 자본금 손실부담이 적어서 주주들은 경영진이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를 하길 원했다. 수익률 낮은 투자 사업을 벌인다고 하면, 주주들은 이를 싫어했다.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하라고 미션을 줬다. 그것이 금융기관을 위험에 노출시킨 지름길이었다. 자본금 비율을 높이면 주주들의 그런 요구가 줄어들 것이다.”


월스트리트는 물론, 메인스트리트까지 부동산을 밑천으로 한 도박장이 되면서, 어떻게 보면 금융위기는 예견된 것이었다. 이윤이 사유화되고 채권자와 납세자의 손실은 사회화되는 현상은 금융위기가 터진 뒤에도 쉽게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우선 평상시에도, IB들이 이윤을 사유화하고 손실을 납세자나 채권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상존할 수 있다. 자기자본 비율이 낮을 때는 여전히 공격적인 투자 패턴을 보일 수 있다. 진 교수는 앞선 평상시의 이익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불하지 않고, 단 몇 년이었어도 그것을 자본금으로 전환했더라면, 이번 위기의 많은 부분을 감당할 수 있었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이윤을 자본금으로 전환하지 않았고, 위기가 터졌다. 투자자들이 돈이 없어서도 아니었다. 사유재산을 갖추고 있었지만, 은행에는 유한책임만큼만 투자를 한 것이다. 결국은 도덕적 해이, 곧 책임의 문제다. 유한책임의 문제를 저자가 강조하는 이유다.”


“투자은행, 아니 심지어는 모든 은행이 막대한 이윤을 누릴 수 있었던 기본 원리는 유한책임의 법인에 있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유한책임이 이윤을 개인화하고 손실을 사회화함으로써 단순한 위험 선호로부터 이윤을 확보할 수 잇도록 해주기 때문이다.”(p.82)


월 스트리트의 금융회사 CEO는 천문학적인 연봉과 인센티브를 받는다. 그것은 과연 정당한가, 그렇지 않은가.

“경제학적으로, 또 원리적으로 임금은 노동생산성을 준거로 형성돼야 한다. 금융회사 CEO에게 천문학적인 연봉을 주는 것은, 엄청난 돈을 벌어주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의문이 있다. 과연 이것이 정상적인 영업활동, 즉,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 해당 금융회사의 지속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상태에서 연봉을 획득했느냐, 하는 문제다.

CEO가 (주주의 요구 등에 의해) 할 수 없이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투기나 투자를 했을 때, 성공하면 높은 연봉을 받기 마련이다. 그런데, 실패하면 패널티를 받느냐, 그건 아니다. 물론 잘릴 수도 있지만, 지금은 이런 경영진들만 선호하고 그 부류가 높은 연봉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리고 이런 식의 보수체계를 갖추도록 주주들이 강요한 것도 사실이다. 손실이 발생해도 마이너스 보너스가 생기지 않는다는 거지. 해임당할 수도 있지만, 이는 또한 유한책임의 문제와도 연계가 된다. 주주 분배의 비대칭성이 은행 임금 비대칭성과도 연계 돼 있다.”


저자는 자본금 요건 강화, 좀 더 신중한 회계방식으로의 회귀, 투기적인 공매 금지, 중개인, 헤지펀드, 신용부도스와프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주창한다. 세계금융시장 개혁을 위한 우선 순위가 있다면.

“음, 가장 중요한 것은 계속 강조하지만, 자본금 비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건 유한책임과 연결돼 있고, 이번 금융위기도 책임의 문제가 설정돼 있지 않아서였다. 100이라는 손실이 발생했을 때, 5만 책임을 지고, 나머지 95는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다. 손실이 발생했을 때, 그 주체가 짊어지지 않고 대부분을 사회화 시킨다. 구제금융이 그런 것이다. 이는 납세자들에게 자신들의 부담을 떠넘기는 행위다. 책임의 사회화, 손실의 사회화, 이것의 문제가 심각하다.

그래서 월가가 도박판이 됐다. 그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이 신중한 회계방식이다. 이는 시가평가 방식을 지양하고 최저가치, 보수적인 회계원칙에 입각하자는 거다. 투기적인 공매금지도 중요하다. 공매는 투기만 조장할 뿐, 긍정적인 효과는 거의 없다. 공매에 대해서는 워낙 부정적인 견해가 강해서, 전세계는 금융위기 이후 거의 공매 금지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헤지펀드, 신용부도스와프도 규제를 철저히 해야 한다. 헤지펀드도 순기능이 일부 있지만, 지나치게 투기적인 측면이 강해 국제금융시장을 교란하는 경우가 많다. 신용부도스와프의 경우, 핵폭탄이라고 저자는 얘기한다. 불가피한 신용부도스와프는 순기능을 할 수도 있지만, 방만하게 실적 높이기 위한 것은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 우선 규모가 너무 커서, AIG 사태에서 볼 수 있듯, 강도 높은 규제가 필요하다.

사실 우선순위를 따지기 힘들 정도로 우리는 많은 과제를 갖고 있다. 그 과정에서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어떤 문제인가?)각국 간 자본이동에 대한 규제로 이어지면, 세계화가 후퇴할 여지가 있다. 세계화는 자본이동, 무역, 노동의 자유화가 3대 요소인데, 세계화가 진행되려면 세 개 중에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지금은 세계화의 후퇴에 대한 우려도 있다. 실제 후퇴하고 있고. 자본의 감독규제가 강화되면 보호무역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 미국과 중국이 환율전쟁을 하고 있는데, 당장 금융문제처럼 보이지만, 이는 무역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고, 정치군사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보호무역주의로 가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노동이나 이민 통제는 실행돼 왔고, 강화될 수 있다. 그리 될 경우, 세계화는 강도 높게 후퇴할 수 있다. 대공황이 2차대전과 무관하지 않다는 측면에서 세계화의 전면적인 후퇴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그래서 이런 예를 든다. 아기를 목욕시키다가, 구정물과 함께 아이를 버려선 안 된다고. 그런 식의 실수를 범해선 안 되고,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국제공조 유지를 위해, 역설적일 수도 있지만, 이런 규제가 더 필요하다고 보는 거지.”


진 교수를 비롯해서 일부 학자나 지식인들이 완전한 회복이 아님을 계속 경고하고 있으나, 사람들은 금융위기가 터질 때에 비해 크게 둔감해진 상태 같다.

“오늘자 신문에 미국 경기지표가 좋아진 것을 갖고, 미국경제가 회복세이고, 핑크빛처럼 얘기하는데, 아직은 섣부르다. 얼마든지 후퇴할 수 있다. 고용지표가 확연하게 좋아진 것도 아니요, 그것은 미국 정부의 대규모 양적완화조치의 일시적 효과일 수도 있다. 미국은 지금 어느 정도 단기적인 효과를 보고 있는데, 케인즈식 유효수요 확대 조치는 단기 효과를 누리고자 한 것이므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볼 수 없다.

복병은 인플레이션이다. 어느 나라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고, 미국은 달러의 평가절하를 통해 인플레를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인플레 막아야 한다는 과제가 있어서 미국도 경제를 다시 진정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경제가 양적 팽창정책에 힘입어 회복될 것이라고 보는 건 지나친 낙관주의다.”


“금융위기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관점에서 많은 관찰자들은 현재의 경기상승이 단명하고 세계경제의 추가적인 침체가 뒤이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제8장에서 다루겠지만, 추가적인 부실대출, 규제미비, 도산 등이 감지되어 전 세계적인 신용경색이 심화됨에 따라 세계가 몇 년 안에 더블딥 공황을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한층 더 고조되고 있다.”(p.14)

“사람들은 신문이나 본서와 같은 책에서 위기에 관해 읽긴 하지만,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언제 닥쳐올지는 잘 모른다. 사람들로 붐비는 상점과 돈이 넉넉한 은행계좌의 현실은 경제학자들이 하는 불길한 이야기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p.16)



저자는 시장의 자율성을 인정하되, 게임의 규칙이나 제도적 틀이 필요하다는 ‘질서자유주의(ordoliberalism)’를 내세우고 있다.

“질서자유주의에서, 질서는 제도를 뜻한다. 시장의 자율적인 작동이 중요하고 이를 전제로 하나, 시장이 스스로 질서를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본다.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 제도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법률적인 제도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학에서의 제도는 정책과 부차적인 시스템을 포괄하고, 이데올로기까지 망라하는 개념이다. 제도의 합리적인 도모가 경제효율화를 위해 중요하다는 것이 ‘질서자유주의’의 핵심이다.”

“경쟁에는 단순히 자유방임 이상의 그 무엇인가가 있다. 이것이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경쟁을 위해 제 기능을 다하는 제도, 즉 경쟁을 하고 있는 경기자들이 복종해야 하는 게임 규칙이 틀이 필요하다. 그 다음에는 이 틀에 입각하여 게임 규칙을 정하고 그것을 준수하는지를 감독하는 강력한 국가가 필요하다.” (p.181)

이번 ‘G20회의’ 어떻게 봤나. 국제공조 체제 구축에 미약하지 않나 싶은데.

“애써 긍정적으로 평가하려는 사람도 있다. 한국의 정치적 위상을 높였다는 등 여권에서는 성과로 보고 싶겠지만, 국제경제 차원에서는,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다.

환율안정을 위한 국제적인 합의가 얼마 안 돼 미국의 양적 팽창조치로 깨졌고, 미국이 경상수지 운운하면서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고, 중국은 완강하게 거부하고. G20에선 타협적으로 ‘시장결정적 환율’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환율이 시장에 의해서만 결정되느냐? 아니, 회의적이다. 기축통화를 가진 미국은 얼마든지 달러를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고, 달러가치는 미국의 정책의지와 긴밀하게 관련돼 있다. 우리는 완전한 변동환율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목격해 왔다.

이것이 과연 글로벌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였냐. 대부분 외환에 대한 수요는 투기자본의 수요다. 시장결정적이라는 표현은 혹세무민이 아닐까. 이번 G20에서 바젤Ⅲ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고, 금융시스템 안정에 대한 인식은 하지만, 국제기구 창설 등의 구체적인 결실이 없었던 것은 아쉽다.”


그리스에 이어 최근 아일랜드도 850억 유로(약 130조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게 됐다. 두바이도 그렇지만, 금융 의존도가 높은 경제의 취약성을 보여줬다. 한국의 금융업이나 제도도 불안한 것 아닌가.

“그들 나라의 금융의존도가 단순히 높다고만 볼 수는 없다. 이 나라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외국자본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나라다. 그밖에 포르투갈, 스페인 등도 위기가 거론되고 있다.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부동산 버블이 일어나고 있으며, 공통적으로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

물론 실물경제와 연결된 측면이 있지만, 외국자본이 계속 들어와서 투자가 되고, 외국자본이 재정지출 자금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실물생산을 위해 사용되면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그게 안 되면 빚더미가 쌓이고, 언젠가 터질 것은 뻔하다. 한국이든 유럽이든 재정 건전성을 도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신용위기 또한 거론되고 있다. 책에서도 신용카드 문제를 다뤘는데, 어떤 뇌관을 품고 있나.

“소비지출의 수단으로 신용카드가 부상했고, 더불어 신용카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신용카드가 또 다른 금융위기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 아까 은폐된 부실자산을 얘기 했는데, 신용카드는 제2의 핵폭탄까지는 아니라도, 강력한 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도 김대중 정권 시절, 소비 진작 차원에서 신용카드를 적극 쓰도록 했다. 지금 신용카드 활용률은 전세계적으로 톱클래스에 들어갈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나 신용카드 부실율도 낮지 않고, 연체율이 심각한 수준까지 갈 수 있다. 통계에 따라서는 현재 위험수위에 있다는 진단도 있다. 신용카드 남발에 대한 규제, 신용카드 사용자에 대한 정확한 파악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은행위기가 아직도 극복되지 않은 채 IMF가 이러한 가공할 만한 계획을 제시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신용카드 문제이다. 주택담보 대출의 성장과 함께 미국인들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점차 신용카드 대출을 더 많이 이용하였다. 슈퍼마켓과 백화점이 발급한 것까지 포함하면 가계당 평균 12개 이상의 신용카드가 있다.” (p.207)

한국경제도 내년에 부동산, 공공부채 등의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경제학자로서 어떻게 보고 있나.

“우리나라는 수출 지향적이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경제력 상위권 국가 가운데, 독일, 일본, 중국, 한국 등이 대외의존도가 높다. 우리나라 경제는 위정자의 정책에 영향을 받고, 물론 남북한 분단이라는 특수상황도 있지만, 세계 금융이나 경제 상황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수출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잖나.

위기상항에서 수출이 크게 위축되지 않은 건 다행스럽고 자랑스럽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리란 보장이 없다. 국제여건의 변화에 따라,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에 따라 우리나라는 어떤 나라보다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물론 중요한 것들은 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혁신이나 제도적 안정성, 합리성 도모, 인적자본을 육성하는 교육제도의 개선, 합리적인 교육 등이다. 그런 한편으로 늘 대외적인 변수를 염두에 둬야 한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해 달라.

“책을 번역하고 출간한 뒤에 다시 이 책을 음미해봤다. 나도 경제학자고, 이 분야에 관심도 많은데도, 솔직하게 읽고 이해하는 데 만만치 않다. 상당한 시간을 갖고 정독해야 이해가 가능하고, 경제학 원리를 모르면 이해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꼭 한 번 읽기를 바란다.

지금, 세계경제의 바이블과 같은 책이다. 번역한 입장이지만, 이 책보다 나은 책을 보지 못했다. 한 구절 한 구절이 완벽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인과관계가 분명하고 한 글자의 군더더기도 없다. 독자의 역량에 따라 천천히 혹은 빨리 읽어도, 시간을 두고 음미하면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웬만한 책 10권 이상이라고 확신한다. 이 책을 읽고 현실경제를 들여다보면 내 눈이, 내 통찰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스승이기도 하지만, 진 교수는 위대한 경제학자라고 생각한다. 통찰력 깊고 스마트한 학자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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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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