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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소중한 사람이 좀비로 변한다면? - 김중혁 『좀비들』

이것은 좀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좀비가 나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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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디제이 김중혁 소설가가 첫 장편소설 『좀비들』을 펴냈다. 신체 일부가 썩어 잘려나간 채, 우웨우웨 울부짖는 좀비들. 공포 영화 속에서 안면이 있는 그 존재들이 나온다. 다만, 김중혁의 『좀비들』 살점과 핏빛이 튀는 장르 소설은 아니다.

이야기 디제이 김중혁 소설가가 첫 장편소설 『좀비들』을 펴냈다. 신체 일부가 썩어 잘려나간 채, 우웨우웨 울부짖는 좀비들. 공포 영화 속에서 안면이 있는 그 존재들이 나온다. 다만, 김중혁의 『좀비들』 이 살점과 핏빛이 튀는 장르 소설은 아니다.

전국을 다니며 휴대전화 수신감도를 측정하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 채지훈은, 전파가 잡히지 않는 무통신지역 ‘고리오마을’을 발견한다. 1960년대 록그룹 ‘스톤플라워’, 수많은 정보를 저장하고 있는 뚱보130, 번역가 홍혜정을 만나면서 채지훈은 ‘고리오마을’에 살게 된다. 낯선 마을의 비밀이 벗겨지면서, 좀비의 정체가 드러난다.

이것은 좀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좀비가 나오는 이야기다. 그보다는, 죽은 것도 살아 있는 것도 아닌 좀비의 존재를 통해 질문하는 이야기다. 소중한 존재를 잃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죽음이 슬픈 까닭은 무엇일까?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좀비가 나타나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인물들은 끊임없이 농담을 이어나가는데, 같이 피식피식 웃다가도 문득 먹먹해지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김중혁 소설가는 잘 알려진 대로, 김연수, 문태준과 중학생 동기동창이다. 함께 문학의 꿈을 키우던 두 친구는 93년, 94년에 각각 등단을 했고, 2000년 등단한 김중혁 작가는 첫 소설집을 내기 전까지 다양한 활동으로 상상력을 비축했다. 한때 인터넷 서점의 서평 기자였고, 요리사 박찬일과 레스토랑 전문지 기자로 활동하며 전국의 맛을 보러 다녔고, 카투니스트로도 활동했다. (박찬일의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책에 삽입된 일러스트가 그의 작품!) 음악, 영화, 방송 등 여러 분야의 칼럼을 쓰고, 카툰을 그리는 일은 여전하다. “당연히 재미있어서” 한다는 전방위 창작활동은, 그의 블로그 (vonnegut.egloos.com)에서 엿볼 수 있다.

그의 소설은 이런 활동이 집약되어 있다. 단편 <펭귄뉴스>로 데뷔, 소설집 『펭귄뉴스』 『악기들의 도서관』 을 보면, 그의 소설적 재주뿐 아니라, 카툰 실력, 발명가라고 불려도 손색없을 남다른 상상력을 확인할 수 있다. 그가 매번 ‘젊은 작가’로 소개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재치 있는 상상력으로 아날로그 사물들에게 생기를 부여하는 그의 감각은 신선하고 유머러스하다. 특정한 취미나 취향에 관한 이야기로 보편적인 공감을 일으키는 것 역시 그만의 재주다.

전작을 통해 구축된 김중혁 월드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이번 소설 『좀비들』 역시 당신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좀비들, 죽음에 대해 제대로 질문해보고 싶었어요


이번 책, 제목이 『좀비들』입니다. 김중혁 작가님 소설이라면, 좀 더 감각적인 제목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좀 의외였어요.

“원래 영화 제목으로 가제를 붙였어요. 1920년대 영화였던,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 라는 제목이었어요. 좀비라는 말이 안 들어가는 제목이었으면 했는데, 좀비들 말고는 대안이 없더라고요. 좀 더 클래식하고 단순하게 가고 싶어서, 『좀비들』로 했어요. 농담 삼아서, 좀비들은 약자다. ‘좀’처럼 죽지 않고 ‘비’틀거리는 사람의 약자라고 했는데.(웃음) 『좀비들』이라고 하면 책이 안 팔릴까봐, 앞에 ‘이것은 좀비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써놨는데요. 그렇게 판매에는 별 영향을 못 미치는 것 같아요. (웃음)

지금 이때에, 좀비 얘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까닭이 있나요?

“평소 좀비 영화를 좋아하는데요. 좀비 영화 볼 때마다 재미는 있는데 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쟤들은 도대체 뭘까?’ 귀신도 아니고 이상했어요. 그 무렵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었는데, 죽음에 관해 길게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최대한 농담처럼 가볍게 시작해보자, 했더니 좀비들밖에 없더라고요. 죽음이라는 큰 주제를, 허그쇼크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존재. 살아 있는 것도 아니고, 죽어 있는 것도 아니고, 기억은 없고. 이런 것들이 겹쳐 있어서, 죽음에 대해 제대로 질문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좀비 존재에 대한 생각에서 출발한 거네요. 3년이 걸렸습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요?

“저는 원래 큰 플롯을 짜지 않고 시작하기 때문에, 일단 첫 문장만 써놓고 몇 달 동안 있었어요. 한동안 그 문장을 부르면서, 끊임없이 좀비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한 문장 써놓고 멍하니 생각하고, 또 한 문장 쓰고 생각하고.

“첫 번째 장편이라기보다, 제가 10년 동안 썼던 글의 완결판처럼 보였으면 좋겠고, 그런 생각들이 다 집약되어 긴 시간 동안 써내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문장을 많이 쓰진 않았지만, 늘 생각했어요. 주인공들은 뭘 하고 있을까? 현실과 ‘고리오 마을’의 세계를 동시에 운영하고, 오가며 지냈던 것 같아요. 딱 끝나고 나니까, 한 세계를 지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취향’의 이야기에서 ‘관계’의 이야기로

김중혁 작가가 직접 그리고 쓴 『좀비들』작가의 말

좀비물에 이런 말이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어쩐지 이 소설이 멜로소설 같이 느껴졌어요. 서로에게 허그쇼크(물리적인 충격을 완벽하게 흡수하여, 달리는 차 안에서도 LP를 들을 수 있게 해주는 턴테이블)가 될 수 있다면, 좀비가 있는 세계에서도 잘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웃음)

“허그쇼크가 실제로 있었으면 좋겠어요. 전 실제로 장착한 사람입니다. 충격 잘 안받고, 잘 안 놀라고, 시큰둥해요. 예전에 소설 열심히 쓰던 20대 무렵, 투고하면 매번 떨어졌어요. ‘소설 쓰는 게 재미있긴 하지만, 내 길이 아닐지 모르겠다. 이제 이번에 안 되면, 마지막, 끝’하고 보낸 원고가 당선됐거든요. 그때 든 생각이, 소설을 열심히 쓰기 보다는 오래 써야겠다. 내가 가진 걸 100퍼센트 쏟아 붓지 말고, 70퍼센트씩 쏟아서 천천히 오래 써야겠다 싶었어요. 소설을 계속 쓰다 보니, 크게 매달리지 않고, 너그러워지고, 마음이 점점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등단할 무렵에는 그렇지 않았나요?

“서른 살에 등단했는데 청탁이 없어서, 3~4년간 혼자 단편, 장편 소설을 썼어요. 그때 마음이 많이 정리된 것 같아요. 앞으로 뭘 써야 할까? 내 평생의 테마는 뭘까? 사람들이 내 소설의 어떤 걸 재미있어할까? 어떻게 하면 소설에 오래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작가의 첫 단계를 밟아나간 것 같아요. 그전에 장편으로 최종심에 올라간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덜컥 당선이 됐다면 그 시기가 없었을 지도 모르죠. 내가 이끌어갈 소설 세계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그 시기에, 많은 것들을 정할 수 있었어요. 어떤 것이 더 낫다고 할 순 없지만, 그때가 제게 아주 중요한 시기였어요.

그때 어떤 걸 알게 되었나요?

“답을 구하진 못했지만, 일단 잘 읽히게 쓰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잘 읽히는 소설을 쓰고 싶다. 일단 내가 잘 읽히게 하는 재능은 있는 것 같다고 깨달았어요.

『펭귄뉴스』에 첫 번째로 실린 소설 「무용지물 박물관」이 떠오르는데요. 작가님 특유의 유머, 묘사, 마니아적인 소재 등이 총체적으로 담긴 소설 같았어요.

“「무용지물 박물관」은 첫 번째 책에 실린 원고 중 가장 나중에 발표한 소설이었어요. 그 소설은 3일 만에 썼는데, 쓰고 나니까, 내가 이런 소설을 쓰고 싶어 했구나, 이런 소설을 쓸 수 있겠구나. 알게 된 기분이었어요. 「펭귄뉴스」에서 거대한 세계의 이야기를 다루려고 했다면, 「무용지물 박물관」에는 미세한 세계의 움직임, 자신도 모르는 새에 미풍처럼 움직여 있는 세계가 있었거든요. 이런 게 저에게 더 잘 맞는구나, 알았죠.


10년 동안 쓴 소설의 완결편이길 바란다고 하셨는데요. 그래서인지 이번 소설은 이전의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은 더해지고, 다루고 있는 세계는 전보다 확장된 느낌이 들었어요.

『좀비들』은 제 글이 달라지고 있는 게 보여요. 앞부분과 뒷부분이 흐름도 리듬도 달라요. 제가 쓰는 사이에 바뀐 것 같아요. 앞쪽은 예전 작품의 느낌이 강하고, 뒤쪽은 최근 쓰고 있는 소설에 가까워요. 톤을 맞출까 생각도 했는데, 그대로인 채로 두는 게 더 좋더라고요. 제 시간이 기록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크게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요.

어떤 식으로 변했나요?

“이전에는 정지되어 있는 사물, 마니아적인 취향을 다뤘다면, 최근에는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예전에 비해 대사를 좀 더 잘 쓰게 된 것 같고요. 요즘은 도시의 미세한 세계를 발견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 도시에 대한 단편도 쓰고 있어요. 좀 더 다루고자 하는 세계가 역동적이고 넓어지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방에서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거리에 나가서 이야기하는 느낌이랄까요?

『좀비들』에서 사건의 연관관계를 중요하게 언급하잖아요. ‘모든 사건이, 모든 인연이 도미노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얘기가 이전 소설들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진 것 같아요. 이 명제가 작가님에게 어떻게 인식되나요?

“가끔씩 시간에 대해 생각해요. 시간은 무엇일까? 시간은 직선이 아닐 텐데, 우리는 시간을 생각할 때 늘 직선의 형태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 일이 있어서 지금이 있고, 오늘 때문에 어떤 일이 생기고. 하지만 이건 인간이 거대한 시간을 자신의 생각에 맞게 재조립한 느낌이 들거든요. 그게 이야기(서사)가 아닐까 생각했고요. 첫 번째 책의 작가의 말에도 썼는데, 저는 많은 곳에서 영향을 받은 레고 블록 같은 소설가고, 수많은 사람이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나도 그 사람들에게 받은 영향으로 소설을 써서, 누군가를 약간 넘어뜨릴 수 있는 존재였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도 담겨있는 것 같아요.


대책 없이 해피엔딩, 각자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살아간다는 결론

김중혁 월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는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많이 보냈나요?

“낙서를 했어요. 지금도 많이 하고요. 낙서가 정말 중요한 문화활동인 것 같아요. 종합예술이죠.(웃음) 그렇게 계발이 된 것 같아요. 하다 보니 그림도 나아지고, 어떻게 하면 이 얘기를 더 잘 전달될까 생각하게 됐고요.

낙서의 흔적일까요? 표나 그래프 그리는 일, 무척 좋아하시잖아요.(웃음)

“그게 낙서의 형태인 것 같아요. 어떤 방식이든 완벽하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글로 쓰다가 안 되면 숫자나 기호로 쓰기도 하고, 표를 그리기도 하는데, 숫자로 치환해버리면 명쾌해지는 게 있어요. ‘오늘 컨디션은 4. 밖에 안 나갈래.’ ‘나는 김치찌개보다 된장찌개를 2만큼 더 먹고 싶어’라든지. 숫자로 만들어버리면 단순할 위험이 있지만 마음을 쉽게 정할 수 있는 지표가 되거든요. 세상을 명쾌하게 보고 싶어서 그런 것 같아요.



『펭귄뉴스』에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나는 무수히 많은 조각들로 이뤄진 덩어리’라고, 무수한 조각들 목록을 나열하셨죠. 작가님이 좋아한다고 꼽아놓은 많은 목록의 공통점은 뭔가요?

“제가 좋아하는 디자인이나 그림을 보면, 가장 단순한 형태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것들이에요. 장식은 덜해도, 기능에 충실한, 심플해서 더 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이요. 아마 『펭귄뉴스』 작가의 말에 꼽은 리스트도 그런 성격의 것들이 많을 거예요.

작가님 소설은 해피엔딩이 많은데요. 선호하는 특별한 까닭이 있나요?

“현실 세계를 그대로 옮겨놓은 리얼하고 잔혹한 영화, 이런 걸 보면 가상의 세계에서까지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불편해서 못쓰는 것 같아요. 해피엔딩이 아니면, 왠지 모르게 덜 끝낸 것 같고요. 제가 생각하는 해피엔딩이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까지는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살아낸다는 결론이에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결론이기도 하고요.

“현실 세계를 그대로 옮겨놓은 리얼하고 잔혹한 영화, 이런 걸 보면 가상의 세계에서까지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불편해서 못쓰는 것 같아요. 해피엔딩이 아니면, 왠지 모르게 덜 끝낸 것 같고요. 제가 생각하는 해피엔딩이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까지는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살아낸다는 결론이에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결론이기도 하고요.

좀 더 강한 수위의 이야기를 하려는 소설, 영화들 사이에서 오히려 이런 해피엔딩이 인상적이에요.

“김중혁의 소설은 무조건 해피엔딩이니까, 읽어도 나중에 괴로워할 일은 없다는 믿음이 생기지 않을까요?(웃음) 기본적으로 제 소설에 지독한 악인이 등장하지는 않죠. 이번에도 장 장군 정도? 그 인물도 자기 나름의 세계관이 있으니까 그렇게 행동하는 것일 뿐이고요. 제가 세계를 바라보는 게 그래요. 특별히 나쁜 사람이 있기도 하죠. 하지만 그들은 제 소설에 들어올 수 없어요. 인간 취급을 안 하기 때문에 들어오지 못하는 게 아닐지. 오히려 그런 사람들보다는 사물이 훨씬 중요한 존재죠.

그런 세계관을 갖고 있는 사람은 실제로 나쁜 짓을 못할 것 같아요.(웃음)

“그건, 모르겠어요. 노코멘트.(웃음)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예의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예전에 칼럼에 쓰신 글을 보니 욕도 안 하신다고.(웃음)

“술 먹으면 가끔 해요. 젠장, 빌어먹을 이 정도?(웃음) 욕을 하면 약해 보여서 싫어요. 정말 미운 사람이 있으면 깐죽거려요. 욕을 직접 안 해도 상대방이 욕을 들은 것 같은 효과를 내죠.(웃음)


삶에서 중요한 일들이, 중요한 원인 때문에 생기는 건 아니에요

삶이 이전과 이후로 나뉠 만큼 각별한 경험, 작가님에게는 언제였나요?

“한 번은 아까 말한 등단이었고, 또 한 번은 고등학교를 떨어진 경험이에요. 제 성적은 항상 1학년 때 되게 잘하고, 2학년 때 못하다가, 3학년 때 바닥을 쳤어요.(웃음) 김천 고등학교는 유명한 데라 시험을 쳐야 되거든요. 김연수, 문태준 씨는 합격했는데, 저는 떨어졌어요. 고등학교 떨어지니까 되게 패배자가 된 것 같았고, 그 시절을 보내면서 제가 많이 바뀌었어요. 그때 많이 성장한 것 같고요.

그 경험은 어떻게 극복해나갔나요?

“그때 원 없이 놀았어요. 이전까진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학생이었는데, 이후로 조금씩 활달해지고, 명랑한 아이가 됐어요. 긍정적으로 사는 게 중요하다는 걸 조금 깨달은 것 같아요. 오히려 저에게는 잘 된 것 같아요. 김연수 씨와 학교는 달랐지만, 만나서 시도 썼고, 문학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던 때였고요. 감수성이 더 발달할 수 있던 시간이었죠.



김연수, 문태준 작가님과 함께 ‘김천 3인방’으로 자주 이야기되는데요. 두 분이 일찍 등단하셨잖아요. 그 때문에 영향을 받은 점은 없었나요?

“저도 그랬죠. 문학을 하고 싶어 했으니까. 부러운 마음이 제일 컸던 것 같아요. 나도 빨리 소설도 쓰고 유명해지고 싶단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워낙 저는 놀기 좋아했기 때문에, ‘쟤는 열심히 했으니까 된 거야.’ 그런 생각이 들었고요.(웃음) 제가 데뷔한 2000년에 김연수 씨는 잘 나가는 작가가 되어 있었어요. 직장생활이었다면 제가 정말 루저였을 텐데, 소설은 1등과 2등을 가리는 게 아니라, 다른 역할을 필요로 하잖아요.

그걸 알게 되니까, 콤플렉스도 없어지고, ‘쟤는 이런 세계가 있구나, 난 이런 세계가 있지.’ 생각하게 됐어요. 판매 부수와는 아무 상관 없이. 다른 세계, 다른 영역이기 때문에 존중하고, 응원해줄 수 있죠. 그런데 가끔씩 김연수 씨도 저를 부러워할 때가 있어요. 제가 대책 없이 행복해하고 있으면, 부러워하는 것 같기도 해요. 낙천적이고 걱정 없이 사니까.(웃음)


어렸을 때부터 이야기꾼이었나요? 이야기하는 재미를 느낀 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야기를 잘하는 아이는 아니었어요. 서사보다는 묘사를 잘하는 학생이었어요. ‘내가 뭘 봤는데, 그게 어떻게 생겼냐면’하는 식의 이야기를 잘했던 것 같아요. 어이없이 농담처럼 흘러가는 이야기가 좋아요. 이상하게 일이 꼬이고, 더 이상하게 해결되잖아요. 너무 완벽하게 아귀가 맞는 이야기보다 어이없이 흘러가는 편을 선호하고, 그런 글을 더 쓰고 싶어요.”

그런 이야기를 선호하는 까닭은, 독자들의 어떤 예상을 깨고 싶은 마음에서인가요?

“그보다는 우리 삶에서 생겨나는 중요한 일들이, 중요한 원인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라는 인식 때문인 것 같아요. 김중혁 식의 우주 코미디 써보고 싶어요.”

소설을 쓰는 데 영향을 끼친 작가는 누구인가요? 작가님에게 의미 있는 이름이 궁금합니다.

“국문과 다니면서 공부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인성, 이청춘, 최수철 이런 소설들을 읽으면서 시작했어요. 이때의 소설들이 제 밑바닥에 깔려있고, 대학 때 도서관에서 우연히 읽었던, 바르가스 요사나 보네거트, 레이먼드 카버의 글들이 제게 충격을 줬던 것 같아요. 뭔가 새롭게 써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전직 기자, 카투니스트, 웹진 <문장>의 DJ 등등 다양한 활동이 새로운 글에도 영감을 주지 않나 싶어요. 다재다능한(!) 작가님이 지닌 창의력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오늘도 버스 타고 오는데, 장편소설에서 풀리지 않던 부분과 관련해 뭔가 딱 떠올랐어요. 거기서 좀 더 밀고 나가고, 밀고 나가면 생각이 앞으로 나가거든요. 어릴 때부터 그런 연습을 많이 했어요. 멍하니 생각하는 걸 되게 좋아하는데, 그런 연습 때문에 그나마 창의력이 생긴 게 아닌가 싶어요. 멍하니 있다는 건 시각적으로 열려있다는 의미예요. 어떤 이야기에 몰두해 있으면 보이? 족족 소설로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가 되거든요. 집중하고 몰두해 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김중혁 작가님은 소설 쓰는 게 스스로 질문하는 과정이라고 하셨는데요. 작가님에게 가장 큰 질문은 어떤 것인가요?

“우주는 뭘까?(웃음) 어릴 때 그런 생각 많이 하잖아요. 그런 생각들이 여전히 제일 중요한 질문이 돼요. 「세 개의 식탁, 세 개의 담배」에 그런 장면이 있어요. 어느 순간 커다란 우주에서 작은 지구의 한 지점으로 줌인, 줌아웃 되는 순간의 어지러운 느낌. 소멸하는 덩어리의 느낌. 그런 것들이 궁금해요. 죽음이라는 것도 그런 궁금증의 연장선에서 쓴 것 같고, 앞으로도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할 것 같아요. 아, 우주 코미디 이런 거 쓰고 싶어요. 김중혁 식의 SF소설.”

기대가 됩니다.(웃음)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 작품을 쓰면서, 자신의 묘비명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은데요.

“누가 물어보면 ‘좀 더 살아봐야겠어요.’라고 대답하려고 했어요.(웃음) 지난날의 시간으로만 따져본다면…… 누구 묘비명에 있었던 것 같은데, ‘잘~ 논다’? 음, 역시 좀 더 살아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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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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