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적 변화를 꾀한 사람들
천재들
천재 한 사람이 범재와 둔재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천재경영론’은 얼토당토않다. “태어날 때부터 갖춘 뛰어난 재주, 또는 그런 재주를 가진 사람.” 천재(天才)의 사전적 정의는 오히려 그들의 ‘부양능력’을 제한한다.
천재 한 사람이 범재와 둔재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천재경영론’은 얼토당토않다. “태어날 때부터 갖춘 뛰어난 재주, 또는 그런 재주를 가진 사람.” 천재(天才)의 사전적 정의는 오히려 그들의 ‘부양능력’을 제한한다. 또 머리가 좋다기보다 각종 기예에 출중하다는 분위기를 풍긴다. 천재열전의 주인공들은 유명 짜한 인물이다. 천재는 널리 알려졌다.
독일 출판인 한스 노인치히(Hans A. Neunzig)의 『천재, 천재를 만나다(Genius Trifft Genius)』(장혜경 옮김, 개마고원, 2003)는 ‘천재들의 우정과 열정에 관한 작은 전기’다. “한스 노인치히는 이 책에서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에서 시작하여 괴테와 실러를 거쳐, 바그너와 니체, 아나이스 닌과 헨리 밀러,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와 막스 프리슈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예술가들의 경험들을 들려주고 있다.”(앞표지날개)
이 책은 2000년대 초반, 바이에른 방송국의 바이에른2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열한 차례 방송된 같은 제목의 방송시리즈를 엮었다. <천재, 천재를 만나다>는 ‘대등한 두 위인’을 주제로 삼았다. 하지만 프로그램 기획자는 주제가 방송에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린다. 시간 관계상 내용의 축약에 따른 세부묘사는 한계가 있어서다.
“그러자 한스 노인치히가 문제를 ‘서사적으로 해결하자’는 제안을 했고 2세기의 공간 안에서 벌어진 여러 만남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풀어가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그렇게 되면 두 사람이 어떻게 해서 교류하게 되었으며 실제 현실은 어떠했는지, 그런 원칙적인 문제들을 개별 경우들을 비교하는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었다. 중요한 건 예술가, 작가, 화가, 음악가들 사이의 결단과 우정과 작업 관계, 사랑 등을 관찰하여 서로에게서 느끼는 매력과 거부감 혹은 작품에 미친 영향력 등을 살펴보는 것이었다.”(페터 램멜레, 「천재를 만나기 전에」)
처음 만난 두 천재가 서로 반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렇지만 “천재는 천재를 이용하여 성공하지 않는다. 괴테 생전에 괴테의 위대함을 부각시키기 위해 실러를 폄하하려던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못했던 이유는 괴테의 꾸지람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너희 모두는 그에 비하면 너무나 궁색하고 너무나 세속적이다.’ 괴테는 그렇게 꾸짖었다. 천재는 천재를 보호하는 법이다.”
한편 “천재와 천재의 만남은 결코 제자가 되고 싶지 않았던 제자에게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해주었고, 제자는 그런 카타르시스를 통해 스승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각자가 인정하고 싶은 것보다 훨씬 가까운 사이였다.” 누구와 누가? 아일랜드 출신 작가 제임스 조이스와 사무엘 베케트가 그랬다.
사르트르와 카뮈는 말과 침묵으로 대별되었다. “사르트르는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반면 카뮈는 침묵했다. 그 침묵이야말로 사르트르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던 카뮈의 능력이었다. 훗날 카뮈를 상대하면서 사르트르가 미칠 것 같았던 것도 바로 그 침묵 때문이었다.”
『역사를 창조한 천재들의 불화사건』(동아시아, 2005)은 문필가 이덕희가 단행본 출간을 전제로 1998년 3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월간 <객석>에 연재한 칼럼을 모았다. “다만 제11장 「도스토예프스키 & 투르게네프」편과 각 장에 첨부된 ‘주’(200자 원고지 약 100여 매 정도)들은 이번에 새로 쓴 것이다.”(「책을 내면서」) 사건관련자 대다수는 무대예술가다.
“위대한 예술적 창조의 천재들은 인격적인 측면에선 부정적인 요소가 두드러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체로 그들은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이다.” 재능에 대한 자긍심, 남과 다르다는 별종(別種)의식, 과도한 상상력, 극도로 예민한 감수성, 불같은 열정, 상처받기 쉬운 자존심 같은 특징이 대인관계에 반영되어 원만한 교우관계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듯이 위대함에의 열정과 아름다움을 향한 순수한 찬탄의 마음을 지닌 이들은 마치 자력(磁力)에 이끌리듯 서로가 서로에게 강하게 이끌린다. 그리하여 이들 ‘자매혼’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의 원천 역할을 하며, 그 결과 인류의 위대한 유산이 되는 창조를 이룩하기도 하는 것이다.”
천재들에게 특징적인 인격의 부정적 측면은 역사적인 불화사건을 유발하기도 한다. “세계문화사에 불멸의 족적을 남긴 위대한 창조적 천재들 사이에서 일어난 역사적인 불화사건을 추적하는 것은 당시의 시대적 조류에 대해서 뿐 아니라 그 주인공들의 인간적 면모에도 새로운 빛을 던져줄지도 모른다. 아울러 그들이 창조한 문화적 유산에 대해 또 다른 시각의 해석을 가능케 할지도 모른다.”(「머리글」)
천재음악가와 짝을 이룬 인물의 면면은 좀 낯설다. “‘작품1’의 트리오들은 카를 리히노프스키 공(1756~1814)에게 헌정되었으며, 1795년 여름, 아르타리아 사에 의해 출판되었다.”(「베토벤 & 리히노프스키」) 엄청난 부자였던 카를 리히노프스키는 베토벤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였다.
“아돌프 베른하르트 마르크스(1795~1860)는 오늘날엔 주로 음악이론서의 저자로 기억되고 있지만, 생전엔 작곡가, 비평가, 음악이론가로서 상당한 명성을 누렸다.”(「멘델스존 & 아돌프 마르크스」) 한스 폰 뷜로는 1865년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초연을 지휘했다. “안젤로 마리아니(1821~1873)는 베르디 당대에 이 작곡가의 작품을 가장 빼어나게 해석한 지휘자였다.”(「베르디 & 마리아니」)
잉에 슈테판(Inge Stephan)의 『천재를 키운 여자들(Das Schicksal der begabten Frau. Im Schatten beruhmter Manner)』(박민정 옮김, 이룸, 2007)은 ‘천재를 사랑한 여자들’이다. 이 책은 ‘유명한 남자’의 아내 혹은 애인인 여자들의 특별한 정체성 문제를 거론한다. 그녀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하고 배우자와의 ‘평등’한 삶을 위해 노력했으며 자신의 역할에 대해 깊이 성찰했다.
“이 책의 관심사는 가부장적 구조 속에서 이미 누이나 딸, 어머니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위한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사리지고 만 그런 관계가 아니라, 오히려 남성들과 같은 영역에서 파트너 관계로 활동했던 여성들에 관한 것이다.”
잉에 슈테판은 남자와 여자의 재능이 고르게 생산적으로 발전한 평행적이며 대화적인 구조를 보여주는 예를 찾으려 애썼으나 실상은 달랐다. “남성 파트너에 의해 여성의 재능은 이용당하고 파괴되었으며, 남성들의 작품에 창의적인 여성들이 참여한 부분은 역사적으로도 과소평가되거나 무시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여자들은 ‘아버지의 딸’이었다. 아버지의 딸들은 아버지와 ‘유친(有親)’했지만 어머니와의 관계는 몹시 나빴다. 클라라 비크와 카미유 클로델의 아버지들은 딸들의 예술 재능을 격려했다. “아버지는 카미유의 재蚣을 전적으로 지원했지만, 어머니는 주제넘은 것으로 치부해버렸다.” 밀레바 마리치 역시 “일찍이 그녀의 민첩한 이해력을 알아차린 아버지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다.”
조성관 기자의 『빈이 사랑한 천재들-클림트에서 프로이트까지』(열대림, 2007)와 『프라하가 사랑한 천재들-카프카에서 스메타나까지』(열대림, 2009)는 유럽 중부의 이름난 도시를 기반으로 활약한 천재예술가를 소개한다.
『빈이 사랑한 천재들』은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정신분석학의 프로이트, 작곡가 모차르트와 베토벤, 건축가 오토 바그너와 아돌프 로스 등이다. “나는 『프라하가 사랑한 천재들』에서 문학의 프란츠 카프카, 바츨라프 하벨, 밀란 쿤데라, 영화의 밀로스 포먼, 음악의 베드르지흐 스메타나, 안토닌 드보르자크 여섯 명을 택했다.”
저자는 『프라하가 사랑한 천재들』의 ‘머리말’ 「프라하는 프라하일 뿐!」에서 빈과 프라하를 대비한다. “‘빈’이 제국의 입장에서, 제국의 수도에 사는 천재들의 눈높이로 쓰여 졌다면 ‘프라하’는 피지배 민족의 관점에서, 피압박 민족이 배출한 천재들에 입각해서 전개될 수밖에 없다. 빈이 권력의 중심에서 느긋하게 주변을 내려다보는 입장이라면, 프라하는 변방에서 열패감 속에 권력의 본산을 올려다보는 위치에 있다.”
‘천재들의 과학노트’ 시리즈(전8권, 일출봉, 2007)는 “생물학, 화학, 지구과학, 해양과학, 물리학, STS(Science, Technology & Society), 우주와 천문학, 기상과 기후 등 여덟 권으로 구성되었다. 각 권에는 그 분야에서 선구적인 업적을 이룬 과학자 열 명의 과학이론과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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