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이토록 영화같은 당신
동성애자는 발각되면 살해되던 시기였기에...
<브로크백 마운틴>, 실수를 반복하는 증상
브로크백 마운틴에 젊은 남자, 에니스와 잭이 들어온다. 여기서 이들은 양들을 방목하며 여름을 보낸다. 동성애 영화, 맞다. 그러나 좋은 동성애 영화가 그렇듯이, 이 영화에서 ‘동성’이라는 점은 어떤 흥밋거리도 되지 않는다. 다만, 거대한 산 속에서 미약하기만 한 두 인간이 나누는 비루한 몸의 위로가, 영화의 스크린이 너무 넓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브로크백 마운틴>, 리안 감독,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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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은 이들에게 사랑의 환유이다. 산 속, 사람들의 시선이 없는 곳, 그러나 세상 밖으로 터져 있는 곳, 적어도 이 산 속에 있는 한 이들은 숨어들 필요가 없다. 문제는 산 속에서만 살 수 없다는 것인데, 산을 벗어난 ‘에니스(히스 레저)’와 ‘잭(제이크 질렌홀)’은 서로를 바라보는 것조차 힘겹다.
이 영화의 배경인 ‘브로크백 마운틴’은 ‘없는 산’이다. 영화의 원작자인 소설가 E. 애니 프루는 로키산맥 어디 즈음에 ‘브로크백 마운틴’을 가상으로 설정하였다. 영화 속 시간도 1963년. 그 시기가 아무리 ‘앵그리영맨angry young man’의 시기였고, 히피문화가 번성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그들은 소수자였고, 그 문화는 하위문화였다. 작가가‘없는 산’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소수자의 하위문화 이야기를 품을 곳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브로크백 마운틴에 젊은 남자, 에니스와 잭이 들어온다. 여기서 이들은 양들을 방목하며 여름을 보낸다. 동성애 영화, 맞다. 그러나 좋은 동성애 영화가 그렇듯이, 이 영화에서 ‘동성’이라는 점은 어떤 흥밋거리도 되지 않는다. 다만, 거대한 산 속에서 미약하기만 한 두 인간이 나누는 비루한 몸의 위로가, 영화의 스크린이 너무 넓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서로가 나눈 것이‘사랑’이라는 확신이 들수록 그들은 헤어질 준비를 서두른다. 동성애자라는 것이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살해당할 수도 있었던 시기였기에, 둘은 각자 여성과 결혼을 한다. 그러나 에니스는 아내와 섹스를 하면서 잭을 떠올리고, 잭은 마침내 에니스에게 엽서를 보낸다. 4년이 지나 에니스의 집에서 둘은 다시 만난다.
서로를 그동안 만나지 않았음에 대한 자책이라도 하듯, 몸을 부딪치며 둘은 키스한다. 그리고 그 광경을 에니스의 아내가 보게 된다. 에니스는 이혼하고, 에니스와 잭은 1년에 한 번씩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만나기로 하지만, 364일을 만나지 않고 있다가 하루를 만나게 되면, 그 364일의 기다림이 고스란히 사랑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원망과 자조와 두려움과 연민으로 자신과 상대를 괴롭히게 되는 법.
그 하루 동안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지 못했던 시간을되짚어 보느라 지쳐갔던 두 사람. 20년이 흐르고 어느새 둘은 중년이 되고 젊음과 늙음의 사이에서 더 이상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잃어버린 시간들에 대한 회한은 사랑의 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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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스의 옷과 잭의 옷이 겹쳐져 걸려 있는 장면, 언젠가 에니스가 잭을 뒤에서 안은 것처럼 걸려 있는 그 옷의 메타포에 대해서도 나는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 잭이 브로크백 마운틴에 묻히고 싶어했다는 것도, 에니스가 “I swear……”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재의미화하고 싶지가 않다. 아마 에니스가 잭의 죽음과 실연을 애도했다고 규정하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애도로써 떠나보내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것이 어리석은 짓이라 하더라도 잭을 자신에게 동일화하며 견뎌가는 것, 그것이 오히려 에니스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청명한 브로크백 마운틴 풍경을 떠올릴 때마다 나를 휘감는 현기증을, 그리고 그 현기증 뒤에 숨어 있는 어떤 기억을 아직은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나의 치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은 어떤 사랑의 증상을 반복하고 있습니까
사랑은 늘 실수의 반복입니다. 하지 말았어야 했던, 그러나 할 수밖에 없었던 일을, 다시 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또 다시 ‘그 상황’ 속에 자신을 밀어넣지만 결국 다시 같은 실수를 하게 됩니다.
오래 전 강박증적으로 실연에 스스로 가 닿는 한 사람을 알았습니다. 그의 실연반복강박증을 역설적으로 이용하여 그를 제게서 떠날 수 없게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지만, 저는 그런 연기 혹은 자기기뢸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를 서둘러 떠났지요. 그는 ‘드디어’ 저와 헤어졌다고 마음껏 아팠을 것입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흘러 저는 생각하는 것입니다. 지금 그는 누구와 이별하며 만나고 있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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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우리네 인생을 담고 있다. 책이 글자로 그것을 담았다면 영화는 영상과 음악, 텍스트를 모두 사용하여 인생을 담아낸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같은 인생'을 꿈꾸지만 그 역이 먼저이지 않을까? 그 정도로 영화는 우리네 인생과 맞닿아 있다. 그렇기때문에 우리는 영화를 통해 박장대소 하고, 위로를 얻고, 또 함께 ..
<제이크 질렌홀>,<히스 레저>11,000원(0%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