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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섹스 기준이 다른 이유는 호르몬 때문? - [워너비 토크] 『여자는 사랑이라 말하고, 남자는 섹스라 말한다』 배정원

남녀, 그 아찔한 차이를 범(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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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이라는 것이 학문의 한 분야가 될 수 있을까? 성 전문가라면 언뜻 떠오르는 게 영화를 통해 잘 알려진 킨제이 박사 정도. 성 전문가라는 사람은 과연 무엇을 연구하는 사람일까? 일종의 심리학의 한 줄기로 봐도 되는 걸까?

정말 노력했다. 이 책을 읽으려고 얼마나 볼 빨개지는 상황을 감수했을까. 하루 두 시간 출퇴근 덕분에 대부분의 독서 생활은 차 안에서 이뤄진다. 이 책이 가방 속에 담긴 게 벌써 2주일. 옆자리에 앉은 어르신의 시선이 부끄러워, 앞에서 힐끔거리는 고등학생 남자아이가 민망해서 한 페이지를 펼치자 무섭게 가방 속으로 다시 back! 아 정말 나는 과연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나 있는 걸까?

생각해보니, 나도 초등학생 때 학교에서 성교육 비디오를 보고 뭔가 막연한 물음이 떠올랐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물어보지 않고 넘겼다. 어린 나이에도 알 수 있었다. 이런 질문은 나쁜 것이야. ‘性’, 암묵적으로 금기어인 단어가, 요즘은 마구잡이로 흔들리고 있다. 대중의 선망대상인 연예인이 당당하게 혼전임신임을 밝히고, 더 이상은 미혼모가 사회의 지탄대상이 되지 않는 세상. 성에 대한 담론들을 부끄러움 없이 한번 찬찬히 펼쳐놓을 필요가 있다.

‘no love no sex’ ‘no sex no love’ 사이

롯데시네마 건대입구관 VIP룸에서 열린 워너비 토크. 평소 영화를 좋아해 극장을 찾을 기회는 많았지만, VIP룸에 들어간 적은 처음이었다. 서른 개 정도의 좌석이 촘촘히 놓여 있는 은밀한 공간에 앉아 있자니, 작가를 만나기 전부터 흥분됐다. 성이나 연애에 대해서는 일부러 담백하게 굴려고 노력해 온 터라, 배정원이라는 이름의 작가는 만나본 적도 없었다. 아무래도 책이 남녀의 성담론인 만큼 동성친구들끼리 여럿 오거나, 혼자 머쓱하게 강연회장을 찾는 이들이 대부분. 하지만 몇몇은 커플끼리 왔는데, 이 커플은 질문 시간에 적극적인 태도로 놀라게 했다.


성학(性學)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과거 유교 제도권 아래에서는 『시경』에 “요조숙녀는 군자호구라”라고 노래한 것으로 봐서, 다소곳하고 정숙한 배우자감을 원한 것 같다. 그런데 민중문학의 집약체인 판소리 「춘향가」의 한 구절을 보면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아장아장 걸어라 걷는 태 보자~”라고 노래했다. 그것을 봐서는 일반 서민들은 나름 자유분방한 연애관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같다.

성이라는 것이 학문의 한 분야가 될 수 있을까? 성 전문가라면 언뜻 떠오르는 게 영화를 통해 잘 알려진 킨제이 박사 정도. 성 전문가라는 사람은 과연 무엇을 연구하는 사람일까? 일종의 심리학의 한 줄기로 봐도 되는 걸까? 에로티시즘은 과거 그리스신화부터 비롯해서 오늘날 예술에 이르기까지 그 뿌리가 깊다 할 수 있을 텐데, 처음으로 돌아가서 성이란 과연 뭘까. 남녀 간의 something만 의미하는 걸까?

이런저런 궁금한 점을 담고 찾아간 강연회 자리였다. 그리고 강연이 시작되고서 곧바로 내 실수를 깨닫게 됐다. ‘性’이라는 것을, 불순하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어설프게 유학자들을 흉내 내서, 性을 형이상학적으로 높은 자리에 올려놓고 고상한 척 가식을 떨었던 것이다. 그런 이상적인 위치에 오르기에, 성이라는 건 우리 주변에 있는 것인데.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배정원 작가의 질문 때문. 돌발적인 그 질문은 바로 “남자의 성기 세 가지는 무엇?”이었고, 답은 ‘음경, 혀(혹은 성대), 손가락’이었다.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그 답을 20대로 보이는 남성이 말한 것 같다.

사실 내가 간과한 부분이 있다. 책 제목부터 『여자는 사랑이라 말하고, 남자는 섹스라 말한다』라는 타이틀을 걸었는데, 내가 무슨 가식을 혼자 떨었던 것일까. 흔히들 남자는 사랑 없이도 섹스를 할 수 있다고 하고, 여자는 섹스보다는 사랑이 우선이라고 한다. 배정원 작가가 말한 그 이유는 ‘호르몬의 장난’ 때문이라고. 정신적인 관계를 맺는 것보다 육체적 관계를 좋아하는 것이 남성호르몬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남자가 나이가 들면서 여성호르몬이 많이 나오게 되는데, 그때 드는 늦바람은 무섭다고. 그 이유 역시 여성호르몬이 정신적인 관계 맺는 것을 선호하는 것 때문이다.

순결의 기준이란?

강연회 현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오르가즘이나 남성 성기의 크기 유무와 여성의 만족감의 관계를 묻는 체험적인 질문도 오갔고, 섹스의 밑바닥은 생식이기 때문에 “남자는 되도록 다양한 여자들에게 씨를 뿌려, 자손을 널리 퍼뜨리고 싶어 한다. 한 사람의 배우자랑 365일 섹스하면 잘해야 1명의 아이가 태어난다. 하지만 365일 다른 여자와 섹스한다면 어쩌면 365명의 아이가 태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같은 인류학적 이야기도 나눴다. 그런데 다양한 질문과 사람들의 답변을 통해 느낀 것은 각자 성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배정원 작가는 ‘순결의 기준’을 여러 번 여러 사람에게 질문했다. 대답도 각양각색이었다. 아, ‘순결의 기준’에 대한 다양한 예시를 들었다. 정식(?) 성교까지 한 관계는 순결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오럴섹스만 했을 경우 순결하다, 순결하지 않다로 답변이 나뉘었다. 짙은 스킨십도 순결하지 않다고 보는 사람도 있었다. 사실 평소에 ‘순결의 기준’에 대해서 답변을 준비해놓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작가는 질문을 통해, 그 사람이 막연하게 가졌던 성에 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정리하게 했고 또 답변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성에 관한 지식과 생각을 좀 더 확립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섹스는 친밀감을 높여주는 행위지만 그것이 감각에만 치중하게 되면 자극은 점점 더 강해져야 한다. 따라서 실제 몸을 만지거나 핥거나 하는 접촉의 자극도 강해져야 하고, 제2의 뇌라고 하는 눈을 통해 받는 시각적인 자극도 더 자극적이지 않으면 흥분이 안 된다. (…) 섹스는 감각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관계의 문제이기도 하다. 강한 자극만을 찾아 감각개발만 하다보면, 상대를 알아가고 이해하고 상대를 받아들이는 마음과 영혼의 교통이 막혀버리고 서로에게 가졌던 애정의 기운조차 식어 버릴 수 있다.(pp.45~46)

사실 배정원 작가도 강조했지만, 성에는 양면성이 있다. 육체적인 사랑과 정신적인 사랑. 두 가지 중 어느 한쪽만 갖고는 이른바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기 힘들다. 섹스만으로 사는 부부와, 정만으로 사는 부부. 두 쪽 다 올바른 관계 맺기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강연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열기가 뜨거워만 갔다. 질문자가 줄지 않고, 오히려 계속 늘어서 주최 측이 정리를 해야 할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배정원 작가가 남긴 말은 “비뇨기관도 자주 써야 건강해요~”라는 말. 발칙한 남녀의 성에 대한 일목요연한 글을 쓴 작가지만, 그녀는 정말 귀여웠다.

대한민국 성교육의 현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 본 성교육 비디오. 남자 몸에서 나온 정자가 막 헤엄을 쳐서 여자의 난자와 만나 아이가 태어나는 과정이 애니메이션으로 그려졌던 게 어설프게 기억난다. 당시 내가 가졌던 성지식은 종잇장보다 얄팍했다. 그래서 비디오를 보고 질문을 하라는 선생님 말에 묻고 싶은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하지만 왠지 질문 받는 게 불편해 보이는 선생님. 그리고 정식 수업이라기보다는 청소 전 특별수업이었기에 질문해서 괜히 시간 끄는 것은 배려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질문 하나 못하고 그냥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그 당시 반 친구들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질문 하나 안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성교육 시간이 끝나고, 아무래도 궁금해졌다. 어떻게 남자의 정자는 여자의 난자 속으로 들어가는 것일까?? 설마 공기 중에 은밀한 정자용 통로가 있는 걸까? 그래서 정자가 자기 마음에 맞는 난자 속으로 들어가는 걸까? 올챙이 같은 ‘정자’와 커다란 먹는 배 같은 ‘난자’의 개념만 간신히 잡혔을 뿐 나머지에 대해서는 하얀 백지와도 같은 상태였다. 의문은 모락모락 커졌고, 청소를 하면서 주변 친구들 몇 명한테 물어봤지만 아이들도 고개를 저었다. 그 뒤로 한동안은 누군가의 정자가 내 난자 속으로 흘러 들어올까 봐 혼자 남몰래 걱정했다. 그 당시 나는 아직 초경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맙소사.


요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 수천 명이 초등학교에 배치될 예정이라고도 한다. 저항할 수 없는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 게다가 한 아이의 미래를 망칠 수 있는 극악 죄질의 유아 성범죄.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올바르지 않고 피하기만 했던 대한민국 성교육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책 『여자는 사랑이라 말하고, 남자는 섹스라 말한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성을 양지로 끌어내서, 거대 담론까지는 아닐지라도 심리학적 면이나, 생물학적, 진화적인 다양한 측면에서 성을 다루고 있다. 건강한 남녀 간의 관계 맺기에 대한 책인 것이다. 성이 더 이상 음란하지 않고, 음성적이지 않고, 솔직해질 때. 지금 사회의 많은 문제점이 해결될 것 같다.

『여자는 사랑이라 말하고, 남자는 섹스라 말한다』는 단순히 ‘남녀의 성’에 국한된 책이 아니다. 물론, 워낙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남녀 간의 사랑에 있어 궁금했던 점을 상당 부분 해결해줄 수 있기도 하다. ‘건강한 성인 남녀’의 ‘건강한 사랑과 성’을 다룬 이 책이, 부디 대한민국 청년 혹은 중년들의 필독서가 돼서 조금 더 건강한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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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사랑이라 말하고, 남자는 섹스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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