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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음악의 다양한 접근

소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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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슬로코어 밴드 ‘잠’의 베이시스트에서 우연히 접한 보사노바의 매력에 끌려 발표한 ‘소히’의 데뷔작 <앵두>도 바로 ‘보사노바’, 더 정확히는 정통 브라질 음악을 표방한 앨범이었다.

리메이크가 한창이던 국내 가요계에서도 발라드는 곧 보사노바라는 도식이 확립되었을 만큼 이제 ‘보사노바’는 낯선 음악이 아니다. 삼바의 역동적인 리듬에서 한 템포 낮아진, 그러나 재즈적인 터치와 나른한 보컬로 이미 국내에서도 팬 베이스가 탄탄한 상황. 2006년 슬로코어 밴드 ‘잠’의 베이시스트에서 우연히 접한 보사노바의 매력에 끌려 발표한 ‘소히’의 데뷔작 <앵두>도 바로 ‘보사노바’, 더 정확히는 정통 브라질 음악을 표방한 앨범이었다. 타이틀 곡 「앵두」를 비롯한 「사람의 맘을 사로잡는 방법」 「둠둠」은 지금껏 여러 뮤지션들이 간간이 시도해 왔던 리듬 차용에서 벗어나 조금 더 깊게, 그러나 충분히 쉽고 매력적인 멜로디로 음악팬들을 사로잡았다.

4년 만에 신보로 돌아온 소히의 음악은 ‘mingle(섞다)’이라는 앨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여기에 ‘일렉트로니카’라는 요소를 더했다. ‘이한철’의 프로듀싱으로 이따금 그의 음악 색깔이 보이긴 하지만 타이틀곡 「그럼 그렇지」를 비롯한 「거짓말」은 전작을 잇는 브라질리언 음악을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단순히 ‘코드워크’에만 머물 수 있는 곡, 그럼에도 그 속에서 그루브를 찾으려고 하는 의지, 단순한 리스닝을 넘어 가끔은 발도 맞출 수 있고, 몸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소히의 음악이다.

2006년에 발표된 소히 1집은 이즘에서 올해의 음반으로 뽑았다. 단지 브라질 음악을 한다기보다 자기표현이 있어서 좋았다. 1집 때도 대중적으로 친숙하게 하자고 했었나.

“맞다. 2집도 다르지 않다. 1집 때보다 내 색깔을 더 내려고 했다. 이한철 씨가 처음에 2집 제의를 할 때 좀 더 음악적으로 색깔을 더 내려고 하는가, 아니면 더 대중적으로 갈 것인가를 물어봤는데 나는 당연히 후자를 택했다. 원래 이한철 씨는 뮤지션이 원하는 대로 색을 만들어 주는 프로듀서이다.”

이번 <Mingle> 앨범은 ‘섞는다’를 뜻하는 말이라 그런지 일렉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다. 전작과의 가장 큰 차이도 바로 이것인데, 1집의 약간 ‘모난 곳’이라 해야 할지, 그런 부분이 느껴지지 않더라.

“이번 앨범에서 모난 부분은 깎으려고 했던 게 있었다. 1집은 많이 서툴렀던 점이 있었고, 프로듀서에 많이 의존해 있었지만 이번 앨범은 대체적으로 하고 싶은 게 잘 반영된 것 같다.

1집 때의 재즈적인 요소들이 2집에서는 많이 없어져서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전반적으로 1집은 대중적이고 2집은 인디 취향이라는 말도 많이 듣는다. 음악적으로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최대한 할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에 대해 이한철 씨에게 많은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그럼 그렇지」 「Boa Tarde」 「Love」 같은 곡의 일렉 요소가 대표적인데 그러면 프로듀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인가.

“음반이 나오기까지 4년이 걸렸다. 곡을 그동안 많이 써 놨고, 내가 곡을 쓸 때는 기타 하나에 노래 하나, 이런 식으로 만든다. 그런데 이러다 보니 사람들한테 들려줄 때 온전히 그 느낌을 받아들이지 못하더라. 그래서 미디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한철 씨한테 들려줄 때도 미디로 내 느낌을 담아내고 그것을 보여주려고 했었다. 아무래도 미디를 사용하니 그런 것 같다.

원래 흑인 음악을 굉장히 좋아했다. 그런데 흑인들처럼 모든 걸 쏟아 내는 것, 그런 감정 과잉이 나랑은 조금 맞지 않다고 느꼈다. 특유의 ‘꺾기’ 같은 것들, 그런 것이 내게는 맞지 않았지만, 그 그루브를 좋아했다. 록 밴드이지만 ‘소닉 유스’(Sonic Youth),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aound) 같은 그룹은 그루브가 있다고 생각했고. 미디 음악을 하면서 그루브를 찾게 되더라. 그래서 2집 앨범이 조금 그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어쨌든 일렉 요소는 내 의견이 많이 반영이 됐고, 편곡으로는 많은 도움도 받았다.”



미디를 시작하고 난 후, (편곡적인 면에서) 남한테 좀 덜 맡길 수 있어서 좋아지는 것 같나.

“더 하기 어려워진다. 알아야 되는 것도 너무 많고, 악기 하나하나 체크해야 되고…… 음악은 계속 배우는 것 같다. 처음부터도 그랬고……. (음악을 ‘배우지’ 말라고 하는 뮤지션도 있다. 자연스러움이 없어진다는 말도 있지 않느냐.) 나도 그랬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없어질까 봐. 언젠가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 책을 읽었는데 다른 흑인 뮤지션은 그냥 ‘필’로 해야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마일스 데이비스는 음악은 계속 공부하는 거라고 쓴 걸 본 적이 있다.”

「보아 따르쥐(Boa Tarde)」 같은 곡은 가사가 굉장히 의미심장하다. 특히 ‘햇살은 가장 맑고 강한데 아픈 날을 대비해야 한다거나 삶이 다할 때를 예감해야해’ 이런 부분이 그렇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프셨을 때 병원에 있는데 그 상조 광고가 계속 나오는 거다. 그 시간에 티비를 보는 사람은 아프거나 직장이 없는 사람들일 텐데, 그 시간을 노려서 광고한다는 게 너무 비인간적으로 보였다. 그래서 쓰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지 가사에서는 안타까운 상황 같은 것을 말하려는 게 보인다. 모순된 상황 같은 것. 「그럼 그렇지」도 그렇고, 「강강수월래」도 그런 거 같다. 가사 중 ‘오늘 만큼은 니꺼 내꺼 없이 모두 공유하는 밤’에서는 소유욕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는데.

“이것도 타이틀 곡 「그럼 그렇지」와 마찬가지로 1집 작업할 때 즈음에 나온 곡이다. 처음에는 일부일처제에 대해서 쓴 거였다. 사실 연애에 빗대서 생각을 하면 ‘공유’라는 것이 참 파격적인 것 같다. 우리가 어떤 연애를 하려고 할 때 한 사람을 소유하려고 하는 것. 그런 것에 대한 노래다.”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가사가 나온 상황도 알고 싶다.

“일을 계속했었다. 퇴근하면서 어둑어둑해질 때, 그때의 기분이 참 좋았다. 이제 집에 가서 뭐 할까, 이런 걸 생각하는 것들이. 그럴 때 생각하면서 나온 노래다. 소탈해 보이지만 대범하지 못하고, 예민한 성격이라 가사를 쓰면서 해소하고, 그런 게 있다. 보통 가사를 쓸 때는 사람을 보고 드는 생각들을 쓴다. 가사는 일상,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담아내는 것이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은 무엇인가.

“보사노바는 보통 기타가 컴핑(Comping-코드를 찍는 리듬 플레이)을 하는데 사실 ‘질베르토’(Gilberto)도 기타로 컴핑을 하면서 보사노바가 시작됐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한국적인 느낌을 그런 컴핑으로 만들어 보자, 하고 해봤다. 브라질 색깔을 그대로 쓰는 거는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긴 시간 동안 들어 왔던 한국적인 것, 1980~1990년도 가요를 어떻게 섞어 볼까, 하는 고민을 했다. 그래서 「비온 뒤」라는 곡에서는 ‘자진모리’ 장단도 써 봤던 것이고.”

「강강수월래」는 가사에서 느껴지는 민요적인 느낌이 곡에서는 별로 느껴지지 않던데.

“멜로디적인 면에서 약간 그런 느낌을 넣으려고 했다. 리듬적인 면도 3박자이고. 후반부는 약간 록적인 느낌도 있다. 내가 예전에 록 밴드에서 활동하기도 했고.”

「그럼 그렇지」는 확실한 후크가 있고 이번 앨범 콘셉트에도 잘 맞는 곡인 것 같다. 보사노바, 일렉적인 요소, 가사. 모든 면에서 섞임이 잘 이뤄진 것 같다.

“감사하다. 「그럼 그렇지」는 1집 때 만들었던 곡이다. 그때 감수성이라 그런 것 같다. 사실 이 곡은 너무 단조로워서 공연 때는 안 하려고 했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소히 멜로디에는 소위 ‘뽕기’가 없는 것도 특징인데. 혹시 본인이 쓰는 멜로디를 듣고 “나 참 멜로디 잘 뽑는 거 같아”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지.(웃음)

(한참 생각하더니) 전에는 그랬다.(웃음) 멜로디라는 게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성이 있는데 그것이 계속 반복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요즘은 그걸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 노래가 비슷비슷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서.”

「그럼 그렇지」나 「Boa tarde」가 전형적인 소히 멜로디 같다. 변화를 준 부분이 있는가.

“「짜릿한 입맞춤」은 한철 오빠 느낌이 날 수 있는데…… 사실 그전에는 내가 코드를 많이 썼다. 그런데 이 곡은 코드가 많이 없고 멜로디적으로 더 신경을 많이 쓴 곡인 거 같다. 흑인 음악을 따보다 느낀 건데 코드가 4개밖에 없는지 몰랐다. 그런데 이 단순함에서도 기, 승, 전, 결이 다 나오고 계속 돌려도 지루하지가 않더라. 그래서 앞으로는 그런 식으로 음악 방향을 잡고 싶다.”

「산책」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행복하게 들린다. 그것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닌가.

“사실 1집의 「사람의 맘을 사로잡는 방법」도 그걸 고려하고 쓴 거다. 시간이 지나면서 굳이 그런 느낌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내가 자연스럽게 거기에 젖어들 수 있는 감성이 생긴 거 같다.”

사실 보사노바, 삼바가 우울한 음악은 아니다. 브라질 사람들이 대자연 속에서 연연해 하지 않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아마 그런 느낌이 아닐까.

“아이러니한 게 브라질 음악을 들으면 멜로디는 구성지고 우울한데 리듬은 굉장히 흥겨운 삼바고, 그런 게 신기하다. 알앤비를 포함한 흑인 음악을 다 쏟아내는 거라고 생각한다면, ‘엉엉’ 우는 사람이 있고 꾹꾹 참고 눈물만 뚝뚝 흘리는 사람이 있다. 나에겐 후자가 더 내 맘을 움직인다. 절제하는 것들…… 브라질에서도 그런 게 내 맘에 와 닿았다.”

‘소히’가 생각하는 자신의 가창력은 어떤가.

(한참 생각 후에) 어렵다.(웃음) 내 생각에는 연습을 하다 만 느낌이 있다. 아까 말한 그 ‘과잉’이 싫어서 그런 것 같다. 본격적으로 노래 연습을 하다 보니까 ‘내 나이가 서른이 다 되는데 그때부터 발성한다고 될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 당시 ‘연극’에 관한 책을 많이 봤는데 그때 ‘연극은 끝이 없다’라는 글을 보고 계속 연습하는 중이다.”

어떤 가수처럼 노래하고 싶은가.

“‘마리사 몬치’(Marisa Monte)이다. 40대 정도인데 ‘마리아 칼라스’가 되려고 이탈리아에서 유학하다가 가수가 된 케이스인데 발성이 너무 좋다. 그분처럼 노래하고 싶다.”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뮤지션은?

“1집 때는 ‘엘리스 헤지나’(Elis regina)라는 뮤지션을 보고 많이 좋아했다. 외모가 예쁠 뿐만 아니라 ‘윤복희’ 선생님 같은 느낌이 있는데 약물 중독으로 40대에 일찍 돌아가신 가수이다. 2년 전부터는 ‘마리사 몬테’(Marisa Monte)도 좋아했는데 송 라이팅도 잘하는 뮤지션이라 잘 듣고 있다. 지난번 우리나라에 공연을 왔는데 만나서 내 1집 앨범도 드렸다. 목소리를 모나지 않게 하는 창법, 약간 더 재즈적이고 그런 걸 많이 배웠다.

1960, 1970년대 한국 가요도 많이 들었다. 『한국팝의 고고학』을 쓰신 신현준 씨가 책을 쓰실 때 모아 두셨던 옛날 가요 파일을 많이 주셨다. 거기에 있는 곡들을 좋아한다. 특히 ‘박활란’ 노래를 듣고 많이 좋아했다.”


나를 뮤지션으로 만든 음반이나 뮤지션이 있나.

“신해철 1집이다. 「안녕」과 「P.M.7:20」이라는 곡을 특히 좋아했다. 당시 김광한 씨가 진행하던 <지구촌 영상음악>에서 빌보드 차트를 해 줬었는데 거기서 ‘에스 더블유 브이’(SWV)의 「I'm so in to you」라는 곡을 듣고 너무 좋아했었다. 내가 흑인 음악을 좋아하기 시작한 곡인 것 같다. 소닉 유스의 <Goo> 앨범도 좋아하고.

브라질 음악을 듣게 된 건 한 7~8년 전이다. 흑인 음악과 백인 음악이 잘 섞이고, 감정의 노출이 흑인 음악보다 더 절제되고, 신나는 리듬과 무심한 듯 내뱉는 음악. 그런 것에 매력을 느꼈다. 어느 날, 음반 가게를 갔는데 ‘아스트로 질베르토’(Astrud Gilberto)의 두 장의 앨범을 한 장 가격에 팔고 있었다. 커버도 예쁘고, 그냥 싸기도 해서.(웃음) 그 앨범 중 1번 곡이 「goodbye sadness」라는 빠른 보사였는데 굉장히 좋아했다.”


음악적으로 밴드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춤추면서 공연하고 싶어서 기타 놓고 노래만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막 추는 게 아니라 살짝 살짝이라도…… 그러려면 밴드가 있어야 되니깐 지금으로선 나의 꿈이다.”

팬들이 이번 앨범을 어떻게 들어 줬으면 하는가.

“우선은 재밌게 들어 주셨으면 한다. 섞임이라는 것도 어찌 보면 재미를 만들어 내는 부분인거 같아서……. 브라질 음악이 좋았던 건 유럽 음악(백인의 음악)과 흑인 음악이 섞이는 게 너무 좋았다. 그래서 브라질 음악이 풍부해진 것 같고…… 새로운 무언가가 나올 수 있으니까.


인터뷰: 임진모, 조이슬
사진: 김현이
정리: 조이슬
- 글 / 조이슬(esbo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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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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