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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대 음악’의 출현, 그 성난 얼터너티브 록 - 너바나(Nirvana) <Nevermind>(1991)

‘직선적 펑크’의 원초적 파괴력을 표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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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지나면 너바나의 데뷔 앨범 <Bleach> 20주년 기념 앨범이 출시된다고 하죠? 지금까지 공개된 적 없는 공연 실황과 멤버들의 사진이 담긴 부클릿까지 첨부돼 있어 이 음반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며칠 지나면 너바나의 데뷔 앨범 <Bleach> 20주년 기념 앨범이 출시된다고 하죠? 지금까지 공개된 적 없는 공연 실황과 멤버들의 사진이 담긴 부클릿까지 첨부돼 있어 이 음반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보너스 트랙으로 라이브 버전들이 실려 앨범은 총 25곡의 방대한 양으로 꾸며집니다. 데뷔 앨범은 얼터너티브 시대의 개막을 알린 기념비적인 작품이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위업을 달성한 것은 두 번째 앨범이겠죠. 록의 폭발성, 저항성, 청춘성을 고루 갖춘 세기의 명반 <Nevermind>를 소개합니다.


너바나(Nirvana) <Nevermind>(1991)

「Smells like teen spirit」의 약동의 폭발하는 기타 록 하나로 일순간 음악 세상은 바뀌어버렸다. 그토록 맹위를 떨치던 마이클 잭슨이나 필 콜린스의 팝과 ‘투우장의 황소’가 된 헤비메탈은 삽시간에 무대에서 퇴각해야 했다. 이제 시대는 ‘돌아온 펑크 록’에 대권이 넘겨졌다.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의 그룹 너바나는 「Smells like teen spirit」과 이 곡이 수록된 앨범 <Nevermind>로 새 세대를 향해서는 긍정하고, 제도음악계를 향해선 부정하는 ‘얼터너티브 록’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포했다.

이 앨범은 1991년 가을 거센 반향을 일으키며 얼마 후 당시 주류 음악계를 지배하던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Dangerous>를 밀어내고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그들이 암약하던 비슷한 시기에 미국 시애틀의 다른 밴드들인 펄 잼(Pearl Jam), 사운드가든(Soundgarden), 앨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 등도 엄청난 상승 에너지를 뿌려 대며 잇따라 수면 위로 솟아올랐다.

당시 시애틀 언더그라운드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밴드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허름한’, ‘거지 같은’ 의미의 그런지(grunge)라고 불렀다. 전형적인 땅 밑 음악의 성격을 지닌 이 음악은 자신들을 축축한 습기에 기거하게 만든 1980년대와 극단적 팝으로 달려간 그 시대의 상업적 만개를 생생하게 목격하면서 와신상담 반란을 꿈꾸었다. 언론은 그들의 음악이 기존 음악에 대한 대안(代案)이란 의미에서 얼터너티브 록(alternative rock)으로 일컬었다. 주류에 적대적인 이러한 새 시대 펑크 록의 거센 웨이브를 견인한 그룹이 바로 너바나였다.

‘Nevermind’라는 음반 제목은 1970년대 펑크(punk)혁명을 이룩한 섹스 피스톨스(Sex Pistols)의 명반에서 따왔다. 너바나의 음악이 펑크의 호흡을 전수하여 그것을 활력의 근원으로 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일체의 가식이 없는 커트 코베인의 절규가 퍼져있는 「Territorial pissing」이나 「Drain you」 그리고 「Stay away」와 같은 곡에서 너바나는 거칠고 가차없는 기타 사운드와 노이즈로 일관한다. ‘곡선적 헤비메탈’의 세련된 볼륨에 대항하여 ‘직선적 펑크’의 원초적 파괴력을 표출한 것이었다.

하지만 너바나는 기타 솔로를 완전 소탕시킨 오리지널 펑크로 초지일관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Come as you are」나 「Something in the way」 등에 무차별 삿대질이 아닌, 그들의 음악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원천이자 중요한 사운드 패턴인 멜로딕한 리프와 선율을 심었다. 「Lithium」 역시 단순한 베이스라인의 멜로디를 구사해 ‘공감할 수 있는 아우성’임을 연출했다. 그들의 펑크는 ‘들을 수 있는 펑크’였다.

너바나의 그런지는 노랫말의 스타일도 달랐다. 폭발을 기다리는 잠재의식이 반영된 「Smells like teen spirit」만 하더라도 가사는 정형화된 내러티브를 거부하고 거칠게 내뱉어지는 단어들의 모호한 파편들로 채워졌다. 그것은 마치 암수표를 해독하는 것과 같아 누구도 뭐가 뭔지 확실히는 몰랐지만 당시 정신적 공황에 빠져 있던 젊은이들은 그것이 거대한 퍽 유(fuck you)임을 즉각 알아차렸다.

‘난 내가 왜 맛보았는지 잊어버렸어. 아, 그래. 그것이 날 웃음 짓게 한다고 생각해. 난 그것이 어렵다는 걸 알아냈어. 그것은 알아내기가 어렵지. 아, 괜찮아. 무엇이든지 신경쓰지마... 그것은 덜 위험하지. 우리가 여기 있어. 우리를 즐겁게 해줘. 흰둥이, 모기, 나의 성욕, 부정, 부정, 부정, 부정…….’

비평가 앤서니 드커티스의 이 곡에 대한 웅변은 거창하지만 적확하다. “정치를 언급하지 않는 정치적인 노래, 가사를 알 수 없는 찬가, 상업성을 비판하는 상업적 히트곡, 소외에 대한 집합적 외침. 이 곡은 새로운 시대와 불만족 젊음의 새로운 무리를 위한 「(I can't get no) Satisfaction」이었다. 그것은 만족 불능에 대한 커다란 만족의 선언이었다.”

그러한 시대와 세대 정서를 대변하면서 또 너바나는 상기한 대로 단지 ‘펑크의 재현’이라고만 말할 수 없는, 쉽게 귀를 포박하는 ‘팝적인 멜로디’를 구현해 대성공했다. 새 세대의 영리함이었다. 실상 그들은 섹스 피스톨스 또는 픽시지(Pixies) 펑크의 단선적 힘을 주로 흡입했지만 블랙 새버스(Black Sabbath)의 헤비메탈 음악에도 부분적으로 영감을 받았으며 R.E.M., 허스커 두(Husker Du), 미트 퍼피츠(Meat Puppets) 같이 멜로디가 살아있는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 그룹들의 음악에도 큰 빚을 졌다.

커트 코베인 스스로가 고백한 바 있다. “우리들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팝 포맷을 가지고 있으며, 블랙 플랙(Black Flag)와 블랙 새버스의 음악에, 신나고 팝적인 내크(Knack)와 베이 시티 롤러스(Bay City Rollers)의 음악을 가미한 그 무엇과 비슷하다.”

너바나는 이런 여러 음악들을 토대로 기존의 주류 음악과는 생판 다른 독자적 형체의 음악을 창조했다. 이것이 한편으로 얼터너티브 록의 중요한 특질이었다. 펄 잼, 사운드가든, 앨리스 인 체인스 같은 여러 밴드들의 음악적 스타일이 제각각 다름에도 불구하고 다 같이 얼터너티브 록으로 뭉뚱그려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꼭 사운드만이 얼터너티브 록을 형성하는 성질은 아니었다.

얼터너티브는 기존의 팝과 록에 적대적이라는 의미에서 비주류(언더그라운드)와 독립음반사(인디)와도 불가피한 관련을 맺는다. 1980년대 초반부터 미국 하드코어 씬 밴드들과 대학가의 로컬 밴드들은 주류에서 메탈 밴드들이 주지육림에 빠져 있을 때, 남모르게 언더그라운드를 지켜내고 있었다. 이들은 주류 음악과 메이저 음반사의 유통망에 반대해서 직접 소규모 저예산의 인디를 만들어 악조건 속에서도 앨범을 내며 활동했다.

하지만 점점 음악적 한계가 드러나고 R.E.M.이나 소닉 유스(Sonic Youth)와 같은 언더의 희망이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함에 따라 언더그라운드는 점차 보호막을 잃어가고 있었다. 너바나 역시 이 무렵 그들이 닦아놓은 ‘배신의 절차’를 밟았다. 1989년 인디 레이블인 서브팝(SubPop)에서 첫 앨범 <Bleach>를 내놓은 그들은 마침내 2년이 지나 메이저 레이블인 게펜 DGC에서 본 앨범 <Nevermind>를 발표했다. 어떤 사람들은 ‘배신의 결정체’라고 조롱했고 누구는 ‘언더그라운드 내공의 폭발’이라고 미화했다.

비록 제도권으로 넘어왔지만 커트 코베인과 크리스 노보셀릭(베이스), 데이브 그롤(드럼)은 순순히 주류에 해체되지 않았고 ‘주류 속의 비주류’, ‘질서 속의 무질서’를 보여주고자 했다. 많은 이들이 폭발적인 동의로 답했고 너바나는 그에 걸맞은 가공할 성공을 거두었다. 이들의 스퍼트는 인디 정신이 자본의 대(大)레코드사에 흡수 통합되는 역기능적 풍조를 초래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메이저 레이블이 인디와 언더를 주목하는 계기도 조성했다.

이 앨범은 새 세대, 이를테면 X세대의 부상과 맞물린 언더그라운드 키드들의 포효와 관련해 1990년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음반으로 남아있다. 이 음반은 모든 것이 지나가 버린 시대에서는 ‘분노와 이상의 좌절’이 베이비붐 세대의 ‘사랑과 평화’만큼이나 영감적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또한 자신들의 X세대가 ‘저항했지만 밝은 내일이 있는’ 히피 세대와 달리 ‘저항해도 내일조차 없는’ 세대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글 / 임진모 (jjinmoo@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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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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