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콘서트]공선옥과 성석제 작가를 만나다
음악과 책이 어울려 한바탕 즐거운 시간
지난 2월 26일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공선옥 작가와 성석제 작가의 북 콘서트가 있었다. 이 자리엔 록그룹 ‘트랜스픽션’과 ‘신소희’, 우리에게도 익숙한 ‘하우젠 버블송’을 부른 ‘윈터플레이’가 같이 했다.
지난 2월 26일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공선옥 작가와 성석제 작가의 북 콘서트가 있었다. 이 자리엔 록그룹 ‘트랜스픽션’과 ‘신소희’, 우리에게도 익숙한 ‘하우젠 버블송’을 부른 ‘윈터플레이’가 같이했다. 일반적인 작가의 강연회하곤 다르지만 작가를 만나 책 이야기를 나누는 점에선 닮았다고 할 수 있다.
평화방송에서 하는 북콘서트는 그동안 라디오로만 들을 수 있었는데 이번부터는 TV로도 방송이 된다고 했다. 그러니 신청을 하고도 못 가거나, 지방에 있어 그 혜택을 받을 수도 없었던 분들은 이제 편안하게 집에서 북콘서트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트랜스픽션과 공선옥 작가의 만남
트랜스픽션은 4인으로 구성된, 아나운서 박용환의 말처럼 21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록그룹이다. 공선옥 작가도 보자마자 십 대 그룹인 줄 알았다고 할 만큼 그들은 어려보였지만 이미 삼십 대를 넘긴, 데뷔 8년째의 중견(!) 그룹이다. 각자 중고등학교 때부터 밴드활동을 하였고, 원초적인 록을 하고 싶은 진정한 로커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대중에게 다가갈 수 없어, 아직은 팬들이 이해할 수 있는 음악으로 작업을 많이 한다고 한다.
트랜스픽션과 함께 자리를 한 공선옥 작가는 사실 트랜스픽션에 대해 알지도 못했단다. 전날 스무 살인 딸이 시끄러운 음악을 듣고 있기에 시끄러우니 소리 좀 낮추라고 하자 “내일 엄마가 만날 그룹들의 노래거든.”이라고 말해주어 그제야 음악을 들었단다. 공선옥 작가는 “내가 젊었을 때는 어른들이 듣는 음악만(문주란이란 가수를 예로 들었다) 들었다. 이런 록 음악은 잘 알지도 못했을 뿐더러 듣지도 못했다. 그래서 신기하고, 생소해서 재미있다.”며 들어보니 음악이 참 좋았다고 했다.
어둡지 않고 씩씩한 청소년들의 이야기, 『나는 죽지 않겠다』
트랜스픽션의 멤버, 해랑, 천기, 호진, 동욱은 북콘서트에 나오기 전에 공선옥 작가의 『나는 죽지 않겠다』를 읽었다며 표제작인 「나는 죽지 않겠다」 「라면은 멋있다」 「힘센 봉숭아」가 좋았다고 말했다. 특히 아르바이트 비를 받지 못해 친구와 함께 돈을 받으러 가는 「힘센 봉숭아」의 장면을 말하며 경험담들을 내놓을 만큼 공감했다. 벌써 삼십 대라고는 하지만 그들은 아직 젊기에, 그 시절의 추억이 어제 일처럼 느껴진 것이 아닐까?
아나운서 박용환은 박완서 선생이 “어른의 문턱에 들어선 청소년에게 더 이상 그런 속임수(권선징악의 해피엔드)는 통하지 않는다. 공선옥의 소설은 청소년에게 부질없는 환상을 주지도 않지만, 빈곤 등 문제를 다룬다고 해서 칙칙하거나 어둡지도 않고 씩씩하고 명랑하다.”고 했다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작가에게 물었다. “그냥 좋다. 정확하게 말씀해주셨는데 그런 평을 들으니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 작가의 작품을 딸은 뭐라고 하느냐는 질문에 “우리 집 아이들은 제 글은 안 읽는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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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플레이도 북콘서트에 나오기 전에 성석제 작가의 『지금 행복해』를 읽었다. 트럼펫을 연주하는 이주한은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일주일 전에 책을 한 권 건네주고선 꼭 읽고 오라고 하여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밤을 샐 만큼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해체된 가족들을 화해시키고 복원하는 작업을 위한 시범 도서 『지금 행복해』
작년 10월에 소설집 『지금 행복해』를, 올해 2월엔 다른 작가들의 문장들을 엮어 해설을 붙인 『맛있는 문장들』을 펴낸 성석제 작가는 몇 년 전에 들었던 강연회 이후로 오랜만에 만난 셈이다. 그의 글은 늘 코믹하고 재미있어서 책을 읽으며 혼자서 키득거리기도 잘하는데 오랜만에 성석제 작가를 보니 무척 반가웠다.
『지금 행복해』에 수록된 작품들을 보면 여행과 관련된 이야기가 꽤 있는데. 그 이유는 많이 돌아다니다 보니 소설로도 쓰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작가는 여행을 좋아한단다. 여행이 그에겐 생활이라고 한다. 또한, 그는 십 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네 편의 장편과 열 편 이상의 중단편집을 펴낸 다작의 작가다. 소설가가 소설을 쓰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말하던 그는,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랐기에 아침이면 일이 있든 없든 어김없이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였었다. 작가가 되어서도 그때의 습관처럼 규칙적인 글쓰기를 하다 보니 어느 새 많다면 많은 작품을 쓰게 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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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 대해 작가는 아버지가 철이 없는 사람이지만 아들과 화해하는 과정에서 눈물에 중독이 된 사람이라고 했다. 성석제 작가는 소설 속 아버지처럼 아버지의 우는 모습을 목격하지 못했고 그도 아이들에게 눈물을 보인 적 없지만 아버지는 아마도 숨어서 울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단다. 어쩌면 그 역시도.
성석제 작가가 고른 맛있는 문장!
성석제 작가의 또 다른 책 『맛있는 문장들』은 일 년 동안 외국과 우리나라 소설에서 그가 좋아하는 문장을 발췌, 해설을 달아 이메일로 문장을 배달해주던 것을 묶은 것이다. 처음엔 그가 좋아하는 문장들만 배달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다 보니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매번 좋아하는 ‘단문장’만 보낼 것이 아니라 ‘잘 안 씹히고 쓴 문장’도 보내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정 기준으로 삼는 잘 읽히는 문장이란, 리듬을 타는 글들이다. 그 글을 읽었을 때 흥이 나고, 신이 나서 자꾸만 생각나게 만들고, 앞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글. 하나하나 수를 놓듯이 만든 문장들. 그런 것들을 고르는데, 그런 문장들은 좋다 나쁘다 할 수 없고, 이런 것도 있고, 저런 것도 있다는 것을 생각을 하며 고른 문장들이었단다.
성석제 작가에게 『맛있는 문장들』에서 제일 마음에 든 문장을 낭독해달라고 하니, 새롭게 통독한 문장가 중에, 연암 박지원보다 23년 연하이며 당대에 각광받던 박지원에 비해 글을 잘못 썼다고 벌을 받기도 한 문장가가 있었다며 그분의 문장을 읽겠다고 했다. 벌을 받으면서도 그 문장가는 자기 나름의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바로 이옥 선생의 글이다. ‘멋지다(佳)’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노래의 울림을 얻어낸 문장이다. 이옥 선생은 자유로운 정신과 얽매이지 않는 문체로 뛰어난 글을 쓴 천재적인 문장가였지만 그의 삶은 그리 ‘멋지다’라고 할 만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세상의 세밀한 곳에 관심을 가지고, 반복적으로 열거함으로써 어려움 속에서 즐거움을 만들어낸 분이라고 한다.
(…) 아침에도 멋지고 저녁에도 역시 멋지다. 날이 맑아도 멋지고 날이 흐려도 멋지다. 산도 멋지고 물도 멋지다. 단풍도 멋지고 바위도 멋지다. 멀리 조망하여도 멋지고 가까이 다가가 보아도 멋지다. 부처도 멋지고 스님도 멋지다. 비록 좋은 안주는 없어도 탁주라도 멋지다. 절대가인이 없더라도 초동의 노래만으로도 멋지다. (…) 이 선생은 말한다.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 이렇게 멋진 곳이 없었다면 이렇게 와보지도 않았을 게야.
<공선옥> 저11,700원(10% + 5%)
중견 소설가 공선옥이 지난 5년간 청소년을 위해 써온 단편소설을 엮었다. 급우들이 모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맡았다가 생활고에 시달리는 엄마에게 내주고 만 여고생의 이야기 「나는 죽지 않겠다」를 시작으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라고 외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울 엄마 딸」, 여자친구에게 선물을 사주기 위해 편의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