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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강연회] 고미숙의 에로스 특강

연애불능시대, 사랑탐구가 고미숙, ‘에로스 바이러스’를 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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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비출판사와 YES24가 마련한 <고미숙의 에로스 특강! : 대한민국 연애발달장애-고미숙의 진단과 분석>이 지난 12일 서울 동교동 그린비출판사에서 있었다. 강사는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고미숙 지음/그린비 펴냄)의 저자 고미숙 선생. 그 특강에는 사랑과 연애에 대해 사유하고픈 혹은 사연과 고민을 품은 25인이 모였다.

세간의 어떤 말에 대한 불만부터 얘기해야겠다. 사랑(들)이 있‘었’다. 달이 차오를 때까지, 사랑했다. 그러나 헤어짐, 피할 순 없었다. 아팠지만, 쓰라렸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말,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 이렇게 말한다. “인연이 아니었나보다.” 어이없었다. 췟, 그걸 위로라고. 인연이 아니라면, 우리가 어떻게 만날 수 있었을까. 우리는 어떻게 사랑할 수 있었단 말인가. 그 위로의 대부분은, ‘결혼’이라는 제도를 전제로 한다. 말인즉슨, 이렇다. 인연이 아니라는 말 앞에는, ‘결혼을 하지 못했으니’ ‘결혼에 이르지 못했으니’라는 말이 생략된 것이다. 아니, 사랑이면 사랑이지, 왜 결혼과 늘 연결지을까. 결혼이 사랑의 완성이라는 이 엉성하고 빈약한 이데올로기에서 사람들은 왜 벗어나질 못하는 거지? 이상하다. 불만이다.

이런 위로 같지 않은 위로를 해주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얘기했다. “인연이 아닌 게 아냐. 인연이 딱 그만큼이었던 게지.” 인연이 아니라는 말, 나는 그것을 내 사랑에 대한 모독이라고 여겼다. 사랑은, 연애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랬다. 한 세계(우주)가 다른 세계(우주)를 만나는, 일대 사건 혹은 사고. 이 엄청난 스파크, 파파파팍! 이 넓은 세상, 저 길고 긴 시간,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만난 우리 두 사람. 평행우주의 궤적이 어쩌다 공명하게 된 순간. 그게 사건사고가 아니면 대체 무어란 말인가. 사랑사건 혹은 사랑사고. 나는 약간 과장해서, 그 사건사고들, 신문방송에 나야 한다고 본다. 시시껄렁한 사건사고로 지면이나 전파 낭비 말고 이 일대 사건사고를 왜 싣지 않냐고! 오죽하면, 트루먼 카포티는 이런 말을 했을까. “세상의 모든 일 가운데 가장 슬픈 것은 개인에 관계없이 세상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만일 누군가가 연인과 헤어진다면 세계는 그를 위해 멈춰야 한다.”

그리하여, 헤어졌지만 새로운 세계를 알려 준 그 사랑(연애)에 나는, 고마워했다. 물론 경우마다 사유와 충격의 깊이나 폭은 달랐을지언정, 나는 그 사랑(들)이 지금의 나를 형성하는 요소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내 안에 그들 있다! 다시 돌아가자. 그 불만이 있다손, 마냥 그들을 탓할 것만도 아니었다. 그들이 ‘배운’ 혹은 ‘훈육 받은’ 것이 그런 걸. 학교랍시고, 사회랍시고, 배워주지 않는다. 따라서 그건 사회구조적인 문제다. ‘사랑’을 제대로 알려주거나 공부하게 만들지 못한. 사랑이 중요하다고 시부렁거리면서, 정작 사랑을 공부하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 못한 죄. 고작해야 영화나 TV드라마 등을 통해 왜곡된 사랑(연애)의 형태나 전달되도록 하고 말이야.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그래서 일단 시작은, 그런 통념에 유죄판결부터 내리고. 꽝!꽝!꽝!


‘사랑탐구가’ 고미숙 선생을 만나다

좀 길었다. 그린비출판사와 YES24가 마련한 <고미숙의 에로스 특강! : 대한민국 연애발달장애-고미숙의 진단과 분석>이 지난 12일 서울 동교동 그린비출판사에서 있었다. 강사는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고미숙 지음/그린비 펴냄)의 저자 고미숙 선생. 그 특강에는 사랑과 연애에 대해 사유하고픈 혹은 사연과 고민을 품은 25인이 모였다. 선천성연애결핍증 환자가 아니라면, 누구나 일생에서 겪을 연애와 사랑. 그러나 그게 쉽지만은 않다. 17세기 프랑스 사교계의 여왕, 니농 드 랑클로는 일찍이 말했다. “군대를 지휘하는 것보다 사랑을 할 때 훨씬 더 많은 재능이 필요하다.” “사랑은 굶주림 때문에 죽지는 않는다. 그러나 소화불량으로 죽는 경우는 많다.”

알다시피, 사랑(연애)은 우리를 가장 빛나게 하는 관계면서도, ‘고차’방정식이다. 그러나 풀리지 않을 방정식이 아니다. 답은 있다! 그걸 구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해서 그렇지. 그래서 고전평론가이자 인문학자 고미숙 선생이 나섰다. “학교와 교회, 집 어디서건 입만 열면 사랑타령이고, 미디어는 온통 사랑과 섹스를 쉬임없이 쏘아대고 있건만 정작 사랑의 열정을 누려야 할 청춘들은 부르짖고 있었다. 저 20세기 초 루쉰이 그랬던 것처럼 ‘사랑이 없는 비애를’, ‘사랑할 사람이 없는 비애’를.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를 쓸 때 그랬듯이, 나는 또! 분노했다.… 이 책은 이런 분노와 안타까움이 낳은 산물이다.”(pp.5~6)

고 선생이 운을 뗐다. 책에서 못 다한 이?기를 하겠단다. 정말 하고 싶은 얘기는 책에 쓰지 못했단다. 이런 만남의 장점은, 책과 달리 거칠게 말해도 소통이 되니까 좋단다. 그리고 이야기는 술술 풀려나갔다. 사랑이, 연애가 그리되면 좋으련만, 쯧. 그래서 이하, 사랑탐구가 고미숙 선생이 전하는 사랑과 연애의 달인이 되는 법.


자신의 몸을 아는 것, 사랑의 필요충분조건

사실 책에 나온 고미숙의 처방은 간결하다. ‘사랑을 하고 싶다면, 공부하라!’ 물론 여기서 공부는, 자격증, 학벌과는 거리가 멀다. 존재에 대한 탐구가, 공부다! 이 자리에서 그는 거듭 강조한다. “사랑이 눈물의 씨앗이고, 고민하고 짜증나게 하는데, 왜 공부를 하지 않는가. 공부의 관점에서 비췄을 때, 이 현상은 이상하다. 불경, 성경은 들어봤어도, 연애경, 사랑경은 들어보지 못하지 않았나? 사랑에는 분명 자유롭고 행복해지는 길이 있는데, 사랑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에 소통이 안 돼 사람들은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TV가 쏘아대는 드라마에서 그 불통을 익히 보아왔다. ‘사랑’한다는데, 이상하게 ‘불행’과 등가관계 같다. 사랑의 화신이라는데, 이거 웬걸, 저주의 화신 아닌가. 그 불행의 인과에는 불행하게도, ‘사랑’이라고 일컫는 무언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오만과 편견으로 가득 찬 왜곡된 사랑. 어떻게 된 일인가. 사랑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은 그런 게 아닌데. 따라서 그건 ‘참 사랑’이 아니다.

<연애시대>라는 드라마, 기억하는가. 감우성과 손예진이 나온 이혼 그 이후의 연애에 대한 이야기. <연애시대>는 연애를 이렇게 표현했다. “…내일이 기다려지지 않고, 일 년 뒤가 지금과 다르리라는 기대가 없을 때,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는 게 아니라, 하루를 견뎌낼 뿐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연애를 한다. 내일을 기다리게 하고, 미래를 꿈꾸며 가슴 설레게 하는 것. 연애란, 어른들의 장래희망 같은 것.” 고 선생은 그러나 지금을, 장래희망을 지대로 펼치지 못하는 시대라고 진단한다. “아무튼 이렇게 ‘연애담론’이 흘러넘치건만, 역설적이게도 지금 같은 ‘연애무능시대’도 드물다.… 한마디로 다들 연애에 대한 갈증으로 애를 태우면서도 연애를 ‘지대로’ 하는 인간들은 천고에 드문 것이다. 참, 말을 할수록 억장이 무너진다.” 장래희망만 가지면 뭐하나.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고 선생의 충고. “사랑에 대한 오만과 편견만 제대로 알아도 사랑으로 몸을 버리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고 선생이 ‘사랑을 위해’ 강조한 것은 자신의 몸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 몸의 ‘오장육부’를 통해 그 사람의 운명이 나오고, 마음의 지도가 그려진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오장육부의 각 장기는 각자의 역할이 있고 정서를 갖고 있다. 가령 신장은 생명의 근원으로 이것이 약하면 뼈가 약하고 정력이 약해진다. 간은 결단력과 상관있으며 화를 내면 간을 다치게 된다. 고 선생의 말씀. “몸은 몸 상태뿐 아니라 정서적 구조를 갖고 태어난다. 사람마다 슬픔이나 민감함을 느끼는 것이 다르고, 생긴 게 다른 만큼 오장육부도 다 다르다. 이것은 컴퓨터의 초기화 과정과 같다. 각자 존재의 리듬을 갖고 있는데, 자기에게 맞는 시대는 따로 있다.”

이것은 자신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20대까지 되는 일이라곤 하나 없었단다. 낯가림도 심하고 말 없는 왕따였으며 사람들 많은 곳에서는 말을 못했다. 지금과 달리, 백수 없던 시절에도 출판사를 원했으나, 판판히 떨어져 백수로 지내기도 했다. 간신히 들어간 출판사는 교정만 보는 출판사였던 탓에 책 만드는 즐거움은커녕 10개월 동안 고역을 겪었던 경험. 다만 공부하는 운은 타고 났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다. “인생은 오래 살고 봐야 한다. 한 시절에 승부가 났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존재의 리듬에 의한 정서적 구조가 삶의 흐름을 만드는 법이다. 균형을 잡고 태어난 사람은 없다. 틈이 있고 균열이 있어야 세상에 나오는 법이다.” 틈과 균열을 메우기 위한 노력과 관리가 삶의 동선잹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랑하기 위해 필요한 전제조건에 대한 사랑탐구가 고미숙의 진단.

“마음은 ‘심리서’에 맡기고 마음을 자신이 파악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면 뭐하나. 내 정서가 어디에 민감한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 자기가 자신을 공부하지 않고, 심리서나 자기계발서만 보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이건 자기가 알고 있던 걸 재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하나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점쟁이를 찾는 것도 의미가 없다. 몸도 자기 스스로 보고, 운명도 자신이 봐야 한다. 내가 내 몸을 알면 그 내공으로 인연을 만나게 되는 것이 이치다. 통찰하고 사유하지 못하면 병원을 가도 돌팔이를 만나거나 오진만 받는 경우에 걸릴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 나를 치료하는 건 나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불균형을 알아차리면 벗어날 길을 찾게 되고 스승을 만나게 된다. 고난을 겪어도 역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내가 나를 통찰함으로써 내가 주인이 되는 길을 알 수 있다.”


연애의 적, ‘화폐’를 경계하라

고 선생은 우선 편견의 제거 또한 연애의 중요한 조건이라고 봤다. 사람 인생이 계절의 순환마냥 봄-여름-가을-겨울을 차례로 겪는 것은 아니며, 특정 계절만 있으란 법은 없고, 계절 간 비교우위나 고정관념을 갖고 인생을 보는 것은 ‘틀린’ 것이다.

고정관념은 연애에서도 있다. 이팔청춘을 향한 사회가 만들어낸 구속도 그것 중 하나. 이팔청춘의 연애를 우리는, 왠지 무시한다. 머리에 피도 안 말랐다면서. 그러나 고 선생의 지론은, “이팔청춘에 결혼하는 게 가장 좋다!” 타고난 팔자를 자연스럽게 겪되 나이에 맞게 겪는 것이 가장 좋단다. “자본주의가 도래하기 이전, 세계 모든 종족의 결혼적령기는 이팔청춘이었다. 로미오와 줄리엣도 그 나이에 ‘대형사고’를 쳤고, 결국 동반자살까지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당시 계몽주의자들에게 그런 건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pp.93~94) 엄청난 속도로 추진된 근대화는 ‘성에너지의 국가적 몰수’라는 대가를 치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는 것이 고 선생의 분석. 10대에 무슨 결혼이고, 섹스냐며 ‘버럭’ 하면서 ‘10대엔 공부’라는 고정관념이 형성된 것엔 이런 뒷배경이 있었다. 더 자세한 것은 책의 <20세기와 욕망의 배치>라는 챕터를 보시고.

무엇보다 고 선생이 지목한 사랑과 연애의 적은, ‘돈’이다. 돈이 영혼을 잠식하면서 파생된 사랑과 연애의 상품화. 돈은 우선 몸부터 예속시켰다. 오장육부의 장단점을 뭉개면서 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왜곡이 일어났다. 돈이 원하도록 세팅되고 욕망을 주입 당하게 된 것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이 시대는 연애를 특화시키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삶을 망각하고 연애에 몰입하도록 만들었다. 왜냐? 돈이 되니까! 고 선생의 한탄. “연애는 원초적 본능에 해당하고, 사랑은 다른 어떤 삶에 원동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용해서 연애에 전문성이 필요한 것처럼 포장했다. ‘작업’이라는 말의 탄생에도 그런 사회적 배경이 있다. 사회가 원하는 리듬에 개인의 리듬을 끼워 맞추려는 의도가 있었다.”


그리하여, 고 선생은 비기(秘技)를 알려준다. “일체의 ‘~Day’를 거부하라!” 고 선생은 되묻는다. “그것이 진정한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나?” 가슴에 손 얹고 생각해보자. ‘~Day’를 챙기면 사랑이고, 그렇지 않으면 비사랑인지. 말이 이어진다. “돈이 안 들어야 ‘정성’인데, 다른 사람 있는데서 과시하려는 것은 정성의 표현이 아니다. ‘쇼’를 하라고 부추기는 것을 봐라. 남에게 표현돼야 사랑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는데, 이건 원초적 리듬이 아니다. 그리고 그 ‘작업’ 이후를 생각해봐라. 레스토랑, 모텔, 유원지… 늘 비슷? 동선이고 반복이다. 꼬박 기념일을 챙기고 그러는데, 이건 그동안 (사귄) 인내에 대한 기념 같다. 100일? 곰이 사람이 되는 동안이니, 참 길지? (웃음) 너무 빈약하다. 사랑은 과시고, 받는 것이며, 받으면 놓지 않는 것이라는 개념, 즉 ‘소유’가 압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 한편으로 ‘연애권장시대’다. 둘러봐라. 모든 것이 커플 위주다. 화폐 쓰라고 부추긴다. 사랑에, 연애에 돈 쓰지 않으면 관계형성이 되지 않을 것처럼 호들갑이다. “지금은 재물에 집중하도록 다그친다. 존재의 리듬은 재물로 한 번 왜곡돼서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 엄청 힘들어진다. 재산이나 소유 때문에. 자신의 마음과 몸이 열리고 솔직담백하게 다가서지 못한다. 왜냐. 몸 자체가 왜곡돼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는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도록 만들면서 정작 원초적인 자기 것은 망각하도록 만든다. 결혼하면 재물만 덩그러니. 이혼할 때도 그게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몸이 열리는 사랑이 필요하다!” 과연, 우리가 미디어 등을 통해 접한 여느 이혼들의 쟁점은 언제나, 위자료 등 재산분할이다. 우습게도. 그들은 그들의 사랑을 그렇게 계산할 줄 밖에 모른다. 고 선생의 한마디. “재산을 나눌 게 없는 사람들은 아쌀하게 헤어지고 별로 아쉬울 게 없더라!” 얼쑤~


끝나는 것도 인연의 한 줄기다, ‘시절인연’

무엇보다 이 자리에서, 나는 말머리에 언급했던, ‘인연의 끝’에 대한 답을 얻었다. 시절인연. 그렇다. “시절인연이란 서로 다른 길을 가던 두 사람이 어떤 강한 촉발에 의해 공통의 리듬을 구성하게 된 특정한 시간대를 뜻한다. 일종의 매트릭스 같은 것이다. 사랑은 대상이 아니라, 나 자신의 문제다. 어떤 대상을 만나느냐가 아니라, 내 안에 잠재하고 있던 욕망이 표면으로 솟구칠 때 사랑이라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런데, 이 욕망이 솟아오르려면 시절을 타야 한다. 시절을 타게 되면 아주 작은 촉발만으로도 사랑에 빠지게 된다.”(pp.60~61) 존재의 리듬이 다 다른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이 사랑이요, 연애다. 우주의 시공간이 허락하지 않으면 단 하나도 할 수 없다, 는 진리! 고 선생 왈, “시절인연이 맞으면 스파크가 튄다.” 순정은, 그런 면에서 지구력과 연관이 있는 한편, 두 사람이 같은 지구력을 갖춰야 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그러니 헤어짐 혹은 이별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삶의 궤적에 있어서도 변곡점은 어느 순간, 느닷없이 찾아온다.”(p.242)

고로, 이별은 계절의 바뀜과 같다. 그렇게 잘 살던 부부가 갑작스레 찢어지는 것도 삶의 어떤 궤적에서 찾아오는 변곡점이다. 고 선생은 그것을 ‘대운’이 바뀌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10년 안에 올 수도 있고, 짧게는 5년 안에도 오는 것. 사랑이 문턱을 넘어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당장 오지 않는다고 안달할 필요도 없는 것. 우리는 그 사랑이 찾아올 동안 워밍업을 하면서 인연장을 구체적으로 조성하고 있으면 된다. “‘연애하고 싶어.’, ‘연애가 안 돼서 미치겠다.’고 이러지 말고, 물리적 장을 바꿔야 한다. 일상의 동선을 바꾸면 된다. 지점을 찾아내면 마디를 바꿀 수 있다.”


호모 쿵푸스’가 곧, ‘호모 에로스’

그렇다면 그 구체적 방법은 무엇인가. 고 선생은 역시나, 호모 쿵푸스. “서점 주변을 서성거려라. 백화점이나 인터넷 쇼핑몰에 서성거리지 말고. 몸의 균형을 바꾸기 전에는 마음이 바뀌지 않는다. 돈을 모아서 책을 사라. 책 사는 연습을 해라. 책을 가까이 두면 ‘인연장’이 생긴다. 대개 사람들은 삶의 50% 이상을 산만하게 쓴다. 대부분 시간을 멍청하게 보내고, 그렇지 않을 때는, 실연을 당했을 때, 누군가에게 꽂혔을 때, 그리고 돈을 뜯겼을 때다. (웃음) 깨어 있으라. 그건 대단한 게 아니다. 멍청함을 집중시키면 된다.”

사랑의 종지부, 연애의 끝을 두려워해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나를 극하는 것이 있어야 그 힘으로 살아갈 수 있다. 나를 넘어지게 한 사람이 스승이고, 고통을 스승으로 삼아야 한다. 연애를 한 시기로 못 박지 말고 인생 전체를 사랑으로 놓고 인생에 대한 자기비전을 만들어가는 ?세가 필요하다.” 우리는 느닷없이 만나고, 느닷없이 헤어진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삶의 진리다. 이별을 하나의 단계이자, 수순으로 바라보는 것. 나는 그것에 동의한다.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삶을 결정하듯이, 헤어짐의 내용과 형식이 사랑의 전체 여정을 결정한다. ‘모든 존재는 사라진다.’(정화스님)와 마찬가지로 모든 사랑은 이별을 향해 나아간다. 무상성(無常性), 사랑의 여정에 있어서 불멸의 진리는 오직 이것뿐!이다.”(p.242)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불멸의 사랑’이라는 망상 중의 망상에서 벗어나기!


지속이 반드시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식물인간으로 오래 살고 싶은 것이 아니듯. 삶에 있어 생로병사가 당연하듯, 사랑도 생로병사를 겪는다. 올 것은 반드시 오고, 지나간 것은 지나가게 하라. 그것이 고 선생이 전하는 ‘호모 에로스’의 필요충분조건. 그리고 역시나 공부. “공부를 한다는 것은 검법이나 수영을 익히는 것과 같다. 매일 검으로 몇 시간씩 허공을 갈라야 하듯, 몸을 단련하는 치열함과 강도로 정서의 흐름과 사회적 관계가 일으키는 몸의 반응을 치열하게 익히는 것, 그것이 공부다.”

공부하지 않은 ‘사랑’은 모래성이다. 아니 ‘사랑’을 호명해선 안 된다. 사랑이 어디 그렇게 쉬운 것이더냐. 사람은 어지간해선 바뀌지 않지만, 사랑은 그 사람을 달라지게 만든다. 그래서 사랑을 하려면, ‘연필’로 쓰는 것이 아니고, 제대로 해야 한다. 사랑은 살아가는 시공간과의 소통이다. 사회적 관계의 산물이다. 두 사람만의 것이 아닌 사회적인 사건사고! 더 넓은 세계로 입문하는 통로. “사랑은 궁극적으로 ‘삶을 아름답게 창조하는’ 행위”(p.219)이며, 사랑은 그래서, 어떤 시대적 기준을 들이대도, 불온하다. 모든 것을 바꾸기 때문이다. 사랑이, 혁명과도 일맥상통하는 이유다.

부디 당신의 사랑이, 연애가 당신의 삶과 유리되지 않길 바란다. 연애한다고 친구를 끊고, 사회적 관계망을 좁히는 것은, 연애가 아니다. “사랑의 능력에서 핵심은 사랑과 삶이 맺는 관계에 있다.”(p.260) 그리하여, 반복한다. 사랑에도 공부는 꼭 필요하다. 나는 사랑 안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것이 망라돼 있다고 본다. 그래서 좀 과장하자면, 우리가 배우는 것에 ‘사랑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쓸데없는 과목이나 학과를 만들어서 삶을 유린하지 말고, ‘사랑학과’를 만들어라. 물론 고 선생이 학과장을 맡아주셔야겠다.

고 선생의 일갈로 끝맺겠다. “흔히 연애가 시작되면,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가거나, 하릴없이 유원지를 헤매거나 한다. 한마디로 온통 소비를 통해서만 사랑을 확인하려 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참으로 부질없는 짓이다. 힘으로 일어선 자 힘으로 망한다고, 소비로 맺어진 연애는 반드시 소비로 무너지게 되어 있다. 사랑만큼 소중한 감정도 없지만, 사랑만큼 부서지기 쉬운 감정도 없다. 10년 이상을 한 이불 밑에서 알콩달콩 살던 부부도 순식간에 파국을 맞이하곤 하는데, 하물며 처녀총각의 연애야 말해 무엇하랴. 그래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하라는 것이다. 함께 책을 읽으면서 데이트를 하면 돈도 덜 들고 서로에 대한 신뢰도 높아진다. 또 책을 읽으면 주고받을 이야기도 자연 많아진다. 그러면 말하는 능력, 서사적 힘도 절로 붙게 된다. 일석삼조! 아니 사조!”(p.208)

당신의 사랑에, 연애에, 건투를 빈다! 즐~
‘에로스 바이러스’를 맞으면 연락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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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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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사랑타령으로 넘쳐나는데 정작 나는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현실! 저자 고미숙은 "사랑이란 대상이 나를 선택함으로써 이뤄지는 게 아니라, 내가 변화하며 열어가는 시공간적 인연의 장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연애불능의 시대, 그녀가 제안하는 ‘사랑할 때 꼭 기억해야 할 세 가지 테제’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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