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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성을 넘어서는 보편성의 향연 - 성경

성경은 비단 그리스도교 신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과연 보편적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 주는 고전의 반열에 오를 책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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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무엇일까요? 집계년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누적으로 친다면 성경만 한 책도 없을 것입니다. 세계 3대 종교 중에서도 늘 제일 먼저 언급되는 그리스도교의 경전인 성경은 구텐베르크가 인쇄기를 발명하면서 처음 찍어낸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아시다시피최초의 목판인쇄물은 한국의 불교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고, 최초의 활판 인쇄물은 역시 한국의 불교인쇄물 ‘직지심경’입니다.)

이미 <다시 보고 싶은 책>에서는 3대 종교 중 하나인 이슬람교의 경전 ‘코란’을 다룬 바 있습니다. 종교는 인류가 의식이라는 관념을 갖기 시작하면서부터 존재해 온 태초의 개념이고, 그 수천 년을 인류와 함께 지내왔다는 점에서 현대인에게도 여러모로 스승이 되는 개념입니다. 3대 종교 중에서도 가장 큰 교세를 자랑하는 그리스도교의 경전을 읽어보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입니다. 단, 본 코너가 종교적 색채를 띠는 코너가 아니고 대상으로 하는 독자 또한 특정 종교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이야기의 초점은 ‘성경’이라는 텍스트에 한정하는 점은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성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리스도교의 출현 배경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의 중동 지방에서 출현한 그리스도교는 그 출발점을 유대교와 같은 곳에 두고 있으며, 그렇기에 그리스도교의 뿌리를 살피는 과정은 유대교의 출발을 살피는 것과 같습니다.

유대교는 지금의 팔레스타인 지방에서 살아가던 유대민족의고유 종교입니다.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하여 단일민족 중심의 왕조를 유지하던 유대민족은 기원전 6세기경 신바빌로니아의 왕 네브캇네자르 2세의 침공으로 멸망하고, 민족의 지도층이 상당수 점령국 수도인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가는 형국을 맞이합니다. (바빌론 유수, B.C. 597)

유대 민족은 본래부터 원시 종교의 형태로 창조주에게바지는 일종의 제사 형태를 지내고 있었습니다. 이른바 번제燔祭라고 불리는 이 방식은 신에게 바치는 제물을 현물 그대로가 아니라 통째로 불에 태워, 그 타는 향과 연기로 신을 만족시키는 제의 형태였습니다. 그러나 바빌론 유수로 바빌론으로 끌려간 유대민족은 이러한 고유의 제의를 금지당했고, 종교지도자들이 있는 회당에서 주요 교의와 내용을 설교하고 이를 기도로 예배하는 형태로 서서히 변해가게 됩니다.

이후 중동 지방의 정세는 급변해서, 신바빌로니아는 페르시아 키로스 2세의 정벌로 인해 무너집니다. 키로스 2세는 바빌론에 묶여 있던 유대민족을 풀어 주고, 이들은 신이 약속한 땅,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가 이미 폐허가 된 유대 왕국의 재건을 시작합니다. 건설과 복구는 물리적인 도시와 공간에서뿐만 아니라 의식과 종교 분야에서도 일어났는데, 원시 종교 형태의 희미한 전승을 발전시킨 유대 신학자들은 유대 민족이 겪은 역사를 신을 중심으로 새롭게 정리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이 내용이 바로 유대교의 경전, 일명 토라Tora라고 불리는 구약의 모태가 됩니다.

이후 이집트에 포로로 끌려갔던 모세 일행의 가나안 귀환을 다루는 모세 5경, 그 이후 주요 선지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내용 등이 추가되면서 유대 민족의 경전은 지금 우리가 구약이라고 부르는 내용의 대부분을 갖추게 되는데, 이를 대략 B.C 1세기 경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구약을 중심으로 하는 유대교의 중심 교리는 어렵지 않습니다. 창조주 야훼와 유대 민족은 계약에 의해 맺어진 관계입니다. 유대 민족은 오직 단 하나의 신, 야훼만을 섬기고 그 외의 신에게는 일체의 경배를 드리지 않으며, 이에 대한 보답으로 야훼는 유대 민족만을 보살핌의 대상으로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이 기본 뼈대를 중심으로 하여 유대교는 최후의 종말이 다가왔을 때 신으로부터 구원받는 것은 오직 유대민족뿐이라는 종말의 개념을 포함한 종교로 인류 사회에 등장하며, 이 교리의 핵심 고리인 신과 인간의 계약을 ‘구약’이라고 부릅니다.

신과의 약속이 ‘구약’인 이유는 새로운 약속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새로운 약속이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시작되며,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의 분기점은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시작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말 그대로 신과의 계약을 새롭게 재정의하는데, 이는 유대교의 고전적 교리와 상당히 다른 부분을 보여 줍니다. 구약의 개념이 ‘여러 신 중 단 하나, 야훼만을 섬기는 여러 민족 중 단 하나, 유대민족만이 구원받는다’는 개념이라면, 신약은 ‘신은 오직 단 하나, 그리고 구원은 그 신을 믿는 모든 이에게’라는 형태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새롭게 정의되면서 민족종교가 아닌 범인류적 종교로 새롭게 태어난 그리스도교는 이쓈 그리스도의 행적을 다룬 경전, 그리고 그 제자들에 의해 초대 교회가 형성되는 과정, 컀류의 종말을 담은 묵시록까지를 포함하는 성경 전체의 모습을 서서히 갖춰 나가게 되며, 이러한 내용들이 구약을 포함하여 최종 정리된 본이 지금 우리가 읽을 수 있는 성경의 모습입니다.

여러 판본의 성경

사실 성경은 여러 사람이 쓴 여러 개의 문서가 옴니버스 형태로 취합된 판본입니다. 그러다보니 그 취합에도 역사 속에서 다양한 의견의 충돌이 없을 수 없었습니다. 총 경전의 수는 그래서 지금까지도 논란의 대상이 되는데, 이른바 숭앙의 대상이 되는 정경政經으로서의 성경은 66권(구약 39, 신약 27)이지만 교파에 따라 이른바 제2경전, 또는 외경外徑이라 불리는 내용을 포함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입장이 다릅니다. 뿐만 아니라, 애초에 경전의 편집에서 제외되었던 이른바 위작, 또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문서들은 폐기되기도 하고 에티오피아 등 소수 초기교회 일부에서만 경전으로 인정하는 등 내막이 복잡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복잡한 그 내막에도 불구하고 일단 4대 복음서를 중심으로 한 그리스도교의 핵심 교리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복음福音(Gospel)이란 ‘듣는 이에게 복이 되는 소리’라는 의미로, 그리스도의 행적을 다룬 네 권의 책을 의미합니다. 마태오, 루가, 마르코, 요한의 4대 복음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과 행동을 기록하여 그로부터 비롯되는 그리스도교의 교리 핵심을 보존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들 복음서로부터 확인할 수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바로 그리스도교의 정수입니다. 그리스도는 자칫 자민족중심주의의 함정에 빠질 수 있는 유대교의 선민사상을 경계하고 범인류적인 보편성을 강조합니다. 이 내용을 보여주는 것은 루가복음서의 한 장면입니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리고로 내려 가다가 강도들을 만났다. 강도들은 그 사람이 가진 것을 모조리 빼앗고 마구 두들겨서 반쯤 죽여 놓고 갔다. 마침 한 사제가 바로 그 길로 내려 가다가 그 사람을 보고는 피해서 지나가 버렸다. 또 레위 사람도 거기까지 왔다가 그 사람을 보고 피해서 지나가 버렸다. 그런데 길을 가던 어떤 사마리아 사람은 그의 옆을 지나다가 그를 보고 가엾은 마음이 들어 가까이 가서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매어 주고는 자기 나귀에 태워 여관으로 데려가서 간호해 주었다. 다음 날 자기 주머니에서 돈 두 데나리온을 꺼내어 여관 주인에게 주면서 ‘저 사람을 잘 돌보아 주시오. 비용이 더 들면 돌아오는 길에 갚아 드리겠소’ 하며 부탁하고 떠났다. 자, 그러면 이 세 사람 중에서 강도를 만난 사람의 이웃이 되어 준 사람은 누구였다고 생각하느냐?” 율법교사가 “그 사람에게 사랑을 베푼 사람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께서는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하고 말씀하셨다. (공동번역성서, 루가복음 10장 30~37)

유명한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입니다. 대개 유대인들은 사마리아인을 미신 믿는 이방인으로 나쁘게 취급했고, 레위인들은 스스로를 선민 중의 선민으로 자처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비유에서는 결국 강도를 당한 이에게 진정 이웃은 사마리아인임이 드러나고, 이는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개념이 과연 얼마나 유효한지를 비유로 묻는 그리스도의 답변입니다.

이렇게 민족과 차별을 뛰어넘는 사랑이 가장 잘 드러나는 선언이 있습니다. 아마 이 글을 보시는 그리스도교인들께서는 외우고 계실, 예수 그리스도가 직접 인류에게 전파한 ‘주의 기도’ 첫 구절 일부를 보시겠습니다.

그러므로 이렇게 기도하여라.
하쎴에 계신 우리 아버지, 온 세상이 아버지를 하느님으로 받들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삿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듯이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시고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공동번역성서, 마태오복음 6장 9~13)

다른 구절보다 강조된 ‘아버지’ 개념이 바로 선언의 요체입니다. 신격이 경배의 대상인 절대자의 존재라기보다는 아버지로 불리는 모습, 신약에서 그리스도는 창조주를 아버지라고 수없이 부르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일부에서는 이를 가리켜 남아선호, 부계사회의 코드로 보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가 부르는 ‘아버지’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기도문의 예시를 보여주는 위 복음의 구절은, 곧 사람들이 창조주를 부를 때 ‘아버지’라고 부르라는 이야기입니다. 기도를 하는 모든 이가 창조주를 똑같이 ‘아버지’라고 부르게 되면, 그 기도하는 모든 이는 ‘형제’가 됩니다. 만인이 형제임을 강조하고, 그 만인이 모두 구원받을 존재임을 이야기하는 보편성이야말로 그리스도가 보여주는 ‘아버지’ 개념의 핵심입니다.

이러한 특수성에서 보편성으로의 변화가 신약에서 특히 두드러지고 있고, 적어도 지금의 그리스도교가 신약의 언명을 기반으로 서 있는 종교임을 감안할 때, 그리스도교의 핵심인 보편성은 성경을 읽는 모든 분들이 주안점을 두어야 할 부분일 것입니다. 그리스도는 사마리아인과 레위인의 차이가 없다는 것도 이야기했고, 모든 이가 창조주 아버지 앞에서 형제임을 기도문에 포함했습니다. 모든 이를 위해 그는 십자가에서 피를 흘린 것이고, 그 보편적 인류애의 정수가 담겨 있는 성경은 비단 그리스도교 신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과연 보편적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 주는 고전의 반열에 오를 책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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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우아하고 고고한 이미지가 되어버린 책 읽기가 어느 날부터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고, 그 뒤로는 어디 가서 취미가 책 읽기라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책보다 좋은 것은 먼지 날리는 시골 비포장도로에서 하루 두 번 오는 버스 기다리며 담배 한 대 피우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그는 나이가 좀 더 들고 감성과 지성이 경륜으로 불릴 쯤이 되면 포크 가수로 전업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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