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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회]이제 그만 안녕을 고할까 합니다

이제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조금 갖고, 좀 더 재밌는 컨텐츠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그때는 좀 더 좋은 글과 그림으로 인사드리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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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란 직업은 클라이언트가 있어야 존재하는 직업이고, 클라이언트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얼만큼 잘 맞출 수 있는가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며 조건인 것 같습니다. 화가처럼 자신의 주관적인 세계관을 한 장의 그림에 모두 쏟아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의뢰의 주제와, 일정한 룰 그리고 한정된 유행의 제약 속에서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이런 한정된 틀 안에서 서로 다른 성격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세계를 마음껏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슬럼프나 극심한 딜레마에 빠지기 쉽습니다.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세계를 꺼내어 표현하기 보단 타인의 의뢰의 성격에 맞추다보니 그림 그리는 재미를 잃어버리는 것이죠.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일로서 자.유.롭.게 그릴 수 있는 기회란 좀처럼 없으니까요.

하지만, 저에게 있어 <한울의 그림으로 읽는 책>은 지치기 쉬운 생활 사이클에 굉장한 에너지가 되어준 작업이었습니다. 원고의 선택도, 원고의 내용도, 일러스트의 느낌도 모두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100퍼센트 자유로운 작업이었으니까요.

2년 동안 연재했던 한 코너를 접는다는 아쉬움은 굉장히 크지만, 나와 있는 컨텐츠의 양에 비해 제 추억과 연관되는 작품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어서 최근에는 힘에 부쳤던 게 사실입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점점 소멸되는 것보다 한꺼번에 타버리는 쪽이 훨씬 좋다는 생각에 <한울의 그림으로 읽는 책>은 이제 그만 안녕을 고할까 합니다.

이제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조금 갖고, 좀 더 재밌는 컨텐츠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그때는 좀 더 좋은 글과 그림으로 인사드리도록 할게요. 지금 메릴 스트립이 부른 ‘The Winner Takes It All’을 반복해서 들으며 원고를 정리하고 있는데 이 가슴 뭉클함은 뭔지 모르겠네요.

자, 그럼 오래 걸리진 않을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지금까지 거르지 않고 열심히 찾아봐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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