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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 호모 사피엔스의 정체성을 알게 해주다

『향수』와 『혀』를 통해서 독자들은 우리의 원초적인 감각을 매우 감각적인 문체로 그려내고 있는 두 작가의 글 솜씨에 매료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학으로 볼 때 감각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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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을 시작하며

대학의 학과만 보더라도 정말 많이 있습니다. 이런 학과나 학문의 수는 근대 이래로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습니다. 그것은 인간들이 세상의 일이나 자연현상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어서였죠. 학문들을 좀 더 잘게 쪼개어 파악하면 전체를 쉽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방법은 많은 의문을 해소해주기는 했지만, 또 다른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에드워드 윌슨은 ‘통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요. 물론 윌슨은 생물학을 기본으로 인문학이나 사회과학과의 통합을 외친 것이지요. 통섭, 퓨전 등은 이 시대의 화두입니다.

저는 우리 주변에 있는 어떤 주제(감각, 사랑, 아름다움 등)에 대해서 문학이나 인문학적인 측면에서 본 책과 자연과학 측의 책을 하나의 칼럼에서 함께 다루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경계의 이쪽저쪽으로 나뉘어 있는 이질적인 책들을 하나의 주제로, 마치 한 권의 책을 읽는 느낌이 드는 그런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마치 담장처럼 서있어서 두 부분(인문/자연과학)이 만나지 못하게 하는 그 ‘경계’를 허물고 싶습니다. 이제 그런 글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물론 제 능력이 이런 부분을 멋지게 처리할 능력은 없습니다. 제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한번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

길을 걷다가 스쳐지나가는 사람에게서나 아니면 전철 안에서 간혹 향수 푸아종(Poison) 향기를 맡을 때가 있다. 그 순간 나는 그 향수를 뿌린 사람을 한번 쳐다본다. 동시에 나는 오래전 아주 기본 좋았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당연히 내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진다. 푸아종은 내 후각을 자극하면서 나에게서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주고 있다. 이처럼 후각은 우리의 기억과 바로 연결되어있다.

우리는 후각이외에도 시각, 청각, 촉각, 미각을 가지고 있다. 이 다섯 가지 감각을 오감이라고 말하는데, 오감은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이고, 또한 생식에도 필요하다. 우리는 오감을 통해서 바깥세상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해 이를 분석함으로써 세상을 지각할 수 있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문학 작품 속에서 보여주는 감각의 세계로 들어가 보기로 하자.


악마와의 거래였나?

『향수』, 파트리크 쥐스킨트 저/강명순 역 | 열린책들 | 2000년 08월
보통의 아이는 태어나서 엄마의 젖을 빨며 세상과 첫 대면을 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그가 태어난 장소는 시장의 생선가게 였고, 태어나자마자 생선 쓰레기 더미에 던져진다. 생선가게를 하고 있던 그의 엄마는 지난 몇 차례 죽은 아이를 낳았기에 이번에도 사산아를 낳은 것으로 지레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죽지 않고 용케도 살아난다. 생선 쓰레기 속에서 그는 울음소리로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하지만 그의 엄마는 살인죄로 교수형에 처해진다. 그의 삶의 시작은 엄마의 죽음과의 거래였던 것이다.

유모에게 맡겨진 그는 유모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다. 아니 사랑을 받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저주를 받는다. 그에게는 체취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를 키워본 사람들은 느낄 것이다. 아이의 머리에서는 젖비린내와 상큼한 냄새가 난다. 그러나 그에게는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았다. 유모는 그런 그를 ‘악마의 자식’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는 놀라운 후각을 가지고 있었다. 몸의 체취는 없었지만 그는 초능력적인 후각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것 또한 악마와의 거래였던가?

“갓난아기의 흐릿한 눈이 아직 목표물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반면에, 코는 확실하게 목표물을 겨냥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이름은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다. 그는 세상과 냄새로 교감한다. 그는 냄새로 나무를 인식할 뿐만 아니라 나무의 종류까지 구분할 수 있었다. 그는 세상의 모든 냄새를 소유하고 싶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은 오로지 그것들이 새로운 냄새여야 했다. 그 새로운 냄새를 위해서 소녀의 체취를 수집하기 시작한다. 그는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조향사(調香師)가 된 것이다.

향수는 2퍼센트에서 승부가 나는 게임이다. 향수는 98퍼센트의 물과 알코올에 단지 2퍼센트의 지방과 향수 분자가 첨가되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조향사는 끊임없이 새로운 냄새를 얻기 위해 자신의 훌륭한 후각을 이용해서 각종 향기를 발굴해내거나 이들을 섞어서 새로운 냄새를 제조해낸다. 그렇다면 향수의 승부는 조향사의 후각 능력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발디니의 도제로 있던 그르누이는 그의 놀라운 후각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르누이는 그 당시 가장 유명한 향수인 ‘사랑과 영혼’을 뛰어넘는 향수를 만들어낸 것이다. 발디니는 그르누이가 만든 향기를 맡으며 이렇게 생각한다.

“‘사랑과 영혼’이 한 대의 바이올린에 의한 고독한 연주라면 이것은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비교할 만했다. 그 이상이었다.”

그르누이는 자신의 선천적인 후각능력으로 훌륭한 조향사였던 발디니를 감탄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정도에 만족할 그르누이가 아니다. 그는 인간의 냄새를 만들고 싶었다. 그는 자신에게 결핍되어 있는 인간의 냄새를 만들 계획을 세운다. 그것은 인간의 냄새일 뿐만 아니라 초인간적이기도 한 냄새, 말로는 이루 설명할 수도 없을 정도로 훌륭하고 활력이 넘치는 냄새, 그 냄새를 맡은 사람은 누구나 다 그 냄새의 주인을 마음속 깊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천사의 냄새’를 만들고 싶었다. 그는 냄새의 힘에 대해 이렇게 생각했다.

“냄새를 지배하는 자, 바로 그가 인간의 마음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향기 사냥’을 시작한다. 그 향기는 살아 있는 생명체로부터 ‘영혼의 냄새’를 탈취하는 것이었다. 여러 명의 순수한 처녀로부터 얻은 에센스를 혼합해 보면 각각의 부분들로 완성된 그림에서 발산하는 매력은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넘어서는 ‘성스러운 것’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다. 그는 25명의 처녀들로부터 에센스를 모았다.

자신이 원하는 향기의 성능을 시험한 장소는 그의 사형장이었다. 향기를 모으기 위한 살인행위는 발각이 나고, 그는 체포되었던 것이다. 사형장에서 일어나는 향수의 위대한 힘. 그것은 정녕 ‘천사의 향기‘였다. 그는 드디어 인간의 마음도 지배할 수 있는 향수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그러나 그 ’천사의 향기‘조차도 악마와의 거래였으니…….

후각이 예민하면, 조향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각이 예민하다면 아마도 좋은 음식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수 있다. 그러면 요리사가 보여주는 미각의 세계를 들여다보기로 하자.

먹는다는 것의 묘한 의미

『혀』, 조경란 저 | 문학동네 | 2007년 11월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먹는다는 행위는 미각에만 깊이 관여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을 떠올리며 음식을 먹어보니 그동안 내 생각이 부족했음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먹는 행위에는 여러 가지 감각이 총동원된다.

일단 음식은 냄새로 먼저 만날 수 있다. 주방에서부터 소리 없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음식 냄새는 우리로 하여금 군침을 흘리게 만든다. 이제 음식이 식탁으로 온다. 후각으로 잔뜩 우리를 들뜨게 했던 그 음식이 우리의 눈앞에 실체를 드러낸다. 우리의 시각은 음식의 아름다운 모습을 즐기게 된다. 그리고 젓가락이나 기타 도구를 이용하여 음식을 집어, 입으로 가져간다. 입술로 전해오는 음식의 촉각을 느낄 수 있으며, 또한 당연히 음식의 맛을 미각으로 만날 수 있다. 게다가 음식을 씹는 소리는 우리의 청각에까지 이른다. 자! 음식과의 만남은 우리의 모든 감각이 총동원되는 행위인 것이다.

저자인 조경란의 감각에 대한 통찰력이 남다르다는 것을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주제는 ‘여자의 질투’이다. 음식이나 감각은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한 장식물에 불과한 것이다. ‘여자의 질투’는 어쩌면 아주 통속적인 주제이다. 그러나 통속적이라는 것은 사람들에게 가장 잘 어필할 수 있는 구석이 있다. 사람들은 이런 통속적인 주제에 감정이입이 쉽게 되고, 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혀』는 통속적인 부분으로 스토리가 흘러가다가 마지막에는 마치 추리소설처럼 우리의 기대를 벗어난 결말을 보여준다. 이 또한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여간 이 책은 우리의 감각에 대해서 아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저자가 감각에 대해서 아주 감각적인 표현을 하고 있는 부분을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음식을 먹을 때 입술은 피가 몰리면서 붉어지고 부풀기 시작한다. 사랑을 나눌 때의 성기들처럼 입술과 성기는 혀와 함께 특별한 성감대에 속한다. 모두 점막 피부로 되어 있고 신경이 밀집돼있기 때문이다.”

마치 과학책을 읽고 있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장면을 매우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독자들은 마치 영화에서 클로즈 업 한 화면을 보는 느낌이 들 것이다.

요리사인 주인공은 자신의 애인을 빼앗긴다. 연적인 자신이 요리사를 잠시 쉬면서 요리를 가르칠 때 학생이었던 전직 모델이었다. 주인공은 사랑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미각도 잃었다. 당연하지 않겠는가. 위에서 보듯이 음식을 먹는 행위와 섹스는 서로 닮은 점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애인을 빼앗아 간 연적에게 강한 질투를 보이는 주인공의 심정을 저자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포도주에 절인 복숭아를 먹을 땐 굉장히 날카로운 포크로 푹 찍어먹어야 맛있다.” 어찌 보면 잔인해 보이는 표현이지만 애인을 빼앗긴 여자가 상대방 여자에게 이렇게 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또한 주인공은 음식을 만드는 행위에 여러 가지 의미를 담뿍 담아 표현을 하고 있다.

“여자들이 음식을 만들 땐 음식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거기엔 분노와 불만과 요구와 슬픔과 그리고 애원이나 고통 같은 게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가장 좋은 건 물론 사랑이 담긴 음식이지만”

저자는 음식을 만드는 행위에 주인공의 심정으로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그러니까 여자들은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면서 그 안에 세상의 행복과 슬픔 모두를 버무린다.

주인공은 사람을 잃고 분노를 느낀다. 저자의 표현은 주인공의 심정을 독자들에게 그대로 보여준다. “사랑과 굶주림, 이 두 가지 모두 충족되지 않는다면 가장 커지는 감정이 바로 분노다.” 그렇다 주인공은 강렬한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은 이 분노를 아주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출시킨다. 독자들은 이 대목에서 아마 경악했을 것이다.

음식을 만들고 먹는 행위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감각을 총 동원한다. 일단 생존에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존에만 영향이 미칠까? 조경란이 보는 것처럼 먹는다는 것은 생식행위와 아주 닮아 있다는 저자의 말에 독자들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향수』『혀』를 통해서 독자들은 우리의 원초적인 감각을 매우 감각적인 문체로 그려내고 있는 두 작가의 글 솜씨에 매료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학으로 볼 때 감각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과학으로 본 멋진 감각의 세계

『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저/백영미 역 | 작가정신 | 2004년 07월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있다. ‘본다’는 행위의 중요성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 말이 맞는 것인지 ‘본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살펴보자.

“세계는 눈을 통해 들어올 때 가장 풍부한 정보와 가장 즐거운 느낌을 제공한다. (…) 인체의 감각 수용기의 70퍼센트는 눈에 모여 있으므로, 우리는 주로 세계를 봄으로써 그것을 평가하고 이해한다.”

인체의 감각 수용기 중에 70퍼센트가 눈에 있다면, 눈은 호모 사피엔스에게 가장 중요한 감각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눈은 어떻게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는지에 의문이 생길만하다.

이에 대해서는 진화론에서 가장 적합한 설명을 하고 있다. 생명체가 지구에서 처음 탄생한 이래 생명체의 피부에는 빛에 민감한 부분이 있었다. 이 부위는 빛과 어둠을 구별할 수 있었고, 빛의 방향까지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기능은 아주 유용했고 눈이 발달하면서 세세한 모습과 색채까지 판단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세상을 보는 데에는 두 가지 세포가 관여한다. 간상세포는 흑과 백을 구분하며, 원추세포는 색을 구분한다. 간상세포는 색깔을 구분하지 못하므로 밤에는 색깔을 지각하지 못한다. 우리는 눈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10분의 1초 만에 시각 중추에 전달되고, 그런 다음 정보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보는 것은 눈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뇌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또한 본다는 행위는 빛이 우리 눈을 통과하여 우리 세포를 자극한다는 것을 뜻하는데, 이는 단순히 본다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빛은 우리의 기분을 변화시키고, 호르몬 분비를 자극하고, 생체 리듬을 활성화한다. 북구에 어둠의 계절이 오면 자살률이 높아지고, 정신병이 생겨나고, 알코올 중독이 증가한다. 구루병 등 일부 질병은 어린 시절 햇빛을 너무 적게 쐬서 생긴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에게 시각이 가장 중요한 감각이지만, 태어나면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기가 태어나면서 제일먼저 하는 행동은 엄마의 촉각을 느끼거나 아니면 숨을 쉬는 것이다. 엄마와의 촉각은 아기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인지 저자의 표현을 보도록 하자.

“태아에게 가장 먼저 발달하는 감각은 촉각으로, 신생아는 눈을 뜨거나 세상에 대해 알기도 전에 자동적으로 촉각을 통해 느낀다. 우리는 태어나면 보거나 말할 수는 없어도 본능적으로 신체접촉을 시작한다. 입술의 촉각 수용체 덕분에 젖을 빨 수 있으며, 따듯한 것을 향해 손을 내밀어 움켜쥘 수 있다. 신체 접촉은 ‘나’와 ‘타자’의 차이, 나의 외부에 누군가. 엄마가 있을 수 있음을 가르쳐준다. 엄마와 아기는 신체 접촉을 굉장히 많이 한다. 엄마를 만지고 엄마의 손길을 받는, 최초로 경험하는 따스함은 헌신적인사랑의 기억으로 평생토록 남는다.”

이렇게 촉각은 우리에게 중요한 감각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직립은 진화의 큰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한다. 즉 자유로워진 손으로 우리는 도구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가 생각하기에 자유로워진 두 손은 ‘포옹’할 수 있게 된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포옹은 촉각을 느끼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필자는 ‘프리 허그’ 운동에 대해서 아주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시각과 청각이 없이도 살 수 있다. 하지만 촉각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손이나 발에 불이 붙어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다보면 오감 중에서 어디 하나 중요하지 않은 감각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감각은 진화의 산물인 것이다. 감각이 우리에게 필요치 않았다면 이는 결코 ‘자연선택’되지 않았을 것이다.

감각을 하나하나 떼어놓고 설명을 하면 전체적으로 이해를 쉽게 해준다. 그러나 이렇게 설명을 하면 부족한 부분이 생긴다.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 이 책의 저자인 다이앤 에커먼은 '공감각(Synesthesia)'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공감각(Synesthesia)은 그리스어의 ‘syn(함께)’과 ‘aisthanesthai(지각하다)’를 더한 말이다. 이는 한 감각을 자극하면 다른 감각도 함께 자극을 받는 다는 것을 말한다. 조경란의 『혀』에서 보듯이 먹는 행위는 여러 가지 감각이 함께 자극을 받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가지 감각이 혼합되어 있다 보니 공감각은 혼란이 되기도 하지만, 이는 창조성을 타고난 사람들에게는 예술의 원동력이 된다. 가장 유명한 공감각자들은 바로 예술가라고 한다. 작곡가 스크리아빈과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작곡할 때 색깔과 음악을 자유롭게 연결시켰다고 한다. 또 보들레르는 향기, 색깔, 소리의 일치에 관한 시로 공감각을 사랑하는 상징주의 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랭보는 예술가가 생의 진실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모든 형태의 사랑, 고통, 광기”를 경험해보는 것이고, 이것은 “모든 감각의 거창하고 계획적인 혼란”으로 시작된다고 말했다.

『향수』『혀』란 제목의 문학작품에서 보면 저자들은 감각에 대해서 정말 많은 공부를 했고, 또한 이를 문자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흔히 우리들은 아름다운 경치와 같이 자연의 멋진 장면을 보면 그것이 아름다운 이유를 언어로 표현하는 데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다. 즉 느낌을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언어가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여하튼 작가들은 정말 표현력이 좋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또 과학으로 감각을 바라보면 문학만큼 재미는 없었지만, 인간이란 동물에게 있어서 감각이 자리하고 있는 위치와 중요성을 알아낼 수가 있다. 감각이라는 주제는 우리 즉 호모 사피엔스의 정체성을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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