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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 정재승, 무한지식에 도전하다

인간이 과연 모든 것을 아는 게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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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은 매일 아침 9시 5분, MBC FM4U를 통해 방송되는 ‘도전 무한지식’의 내용을 책으로 정리한 것으로, 생활 속에서 만나는 작은 궁금증들을 과학의 눈으로 풀어간다.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정재승의 과학콘서트』. 이 두 권의 책으로 정재승은 과학을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쉽게 풀어쓰는 대중적인 필자로 자리매김했다. 본업인 연구에 매진했던 정재승이 방송작가 전희주와 공동으로 쓴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으로 독자를 찾아왔다.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은 매일 아침 9시 5분, MBC FM4U를 통해 방송되는 ‘도전 무한지식’의 내용을 책으로 정리한 것으로, 생활 속에서 만나는 작은 궁금증들을 과학의 눈으로 풀어간다.

“생각보다 저서가 적어서 놀랐습니다.”

“그렇죠? 다들 놀라더군요.(웃음)”

“연구하시느라 대중적인 과학책을 집필하실 시간을 내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어느 잡지에서 20세기의 영향력을 미친 책들을 꼽았는데, 그 대부분이 과학책이었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최첨단에 서 있어야 우리가 직면한 문제가 제대로 보이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 수 있거든요. 우리 시대의 가장 첨단은 과학인데, 그런 과학에 대해 일반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춰 글을 쓰는 분이 적다는 게 아쉬웠어요. 과학 분야의 최전선에 서 있으면서 쉬운 언어로 일반인들을 위한 책을 쓰자는 생각으로 낸 책들입니다. 그동안 연재한 것, 기획한 것이 꽤 많은데, 올해 쏟아질 예정입니다.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 다음 책으로 과학의 눈으로 본 고전 추리소설에 대한 겁니다.”

“과학하시는 분들,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경향이 있는 듯한데요.”

“질문을 하고 거기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과학과 비슷해서가 아닐까요.”

“어떤 추리소설 좋아하세요?”

“닥치는 대로 다 읽어요. 출발은 애거서 크리스티였고요. 지금도 열렬한 팬이에요. 대학 때는 포우를 좋아해서 단편들을 탐독했지요. 지금도 추리소설이 나오면 일단 사서 쌓아둬요. 제 다음 책이 추리소설에 대한 거예요. 예를 들어, 미스 마플은 범행 현장에 가지 않아도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고 범인이 누군지를 밝혀내잖아요. 그런데 만약에 백 년 전 상황에 CSI나 FBI가 간다면 같은 범인을 어떤 방식으로 잡을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언제쯤 나오나요?”

“올해 말로 예정되어 있어요.”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을 펴낸 KAIST 정재승 교수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에서 정재승은 ‘의사결정’에 대해 연구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여러 선택지 중에서 각각을 평가한 후 무엇을 선택하는가, 그러는 동안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관찰한다. 특히,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왜 잘못된 선택을 하는지가 궁금했다고. 그의 연구는 과학의 관점에서 인간을 이해하려고 하는 시도다.

“왜 우울증 환자들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살을 선택할까요? 왜 마약 중독자는, 한순간의 쾌락은 주지만 건강에는 치명적인 마약을 할까요? 사람들이 뭔가를 선택하는 과정이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수학적이고 합리적이지 않다는 거죠.”

“사람들이 의외로 합리적이지 않다는 말씀이신가요?”

“행동심리학의 많은 연구 결과를 보면, 인간은 의외로 합리적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선택은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과거의 기억, 현재 사용가능한 정보, 현재 처한 상황 등을 통해 선택을 하는데, 저는 겉으로 드러나 있진 않아도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생각, 그러니까 어떤 문제에 대해 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확실히 과학자의 태도지요. 철학자였다면 이유 존재 자체를 의심했을 테니까요.”

“저는 이유가 있고, 답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전 과학자죠.”

어렸을 때부터 정재승은 과학자의 삶에 매료되었다. 돈과 명예, 출세 혹은 타인의 인정을 쫓는 평범한 사람과 다르게 삶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문제, 평생을 바쳐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씨름하는 천체물리학자들의 삶이 고귀하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물리학자가 되어 우주의 기원을 밝히는 천체물리학자가 되고 싶었어요. 아마 옛날이었다면 철학자가 되었겠죠.”

“철학의 기원도 자연철학이니까요.”

“현대에서 그런 질문에 가장 정확한 답을 해줄 수 있는 건 과학이라고 믿기 때문에 과학자를 꿈꿨습니다. 석사 1학년 때까지 천체물리학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분야에 천재들이 너무 많아요.(웃음) 그 사람들이 연구해 놓은 것을 공부하는 데 청춘을 바쳐야 해요. 그러고 나서 맨 위에 벽돌 하나를 얹어 놓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에요. 그 과정이 힘들었고, 또, 천체물리학의 정보가 빈약해서 현대과학으로도 여전히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다음 이야기를 하기가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전공을 바꾸셨군요. 뇌과학으로.”

“네. 당시 복잡계 이론이 유행했는데, 그중에서 뇌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우주론이 철학의 존재론이었다면, 뇌과학은 인식론에 가깝죠. 실제로 존재하는 것보다 사람이 어떻게 그것을 인식하느냐가 더 중요하고 그게 존재를 결정하기도 하고요. 뇌에서 벌어지는 일을 탐구하면 세상이 어떻게 생성되었는지는 답을 못 하더라도 최소한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인류는 어떤 모습인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20세기 초에 프로이트나 융과 같은 심리학자들의 업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뇌를 전공하는 과학자의 입장에서.”

“프로이트나 융은 예전에 많이 읽었어요. 대학 시절에. 그때는 뇌를 전공할지 몰랐으니까 그냥 취미로 재미있게 읽었어요. 프로이트와 융의 연구는, 굉장한 상상력을 발휘해, 문학적 은유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과학이 밝혀낸 사람의 실제 인지과정과는 많이 다르죠.”

“과학이 모든 걸 밝혀내면 세상이 재미없지 않을까요? 과학 때문에 인간의 상상력이 위축되는 그런 시대도 올까요?”

“과학자로 말하자면, 과학이 밝혀낸 삶의 진실, 자연의 진실은 인간의 상상력보다 훨씬 더 풍부해요. 과학자들이 밝혀낸 사실을 보면 훨씬 더 기발하고, 놀라워요. 옛날 사람들은 지구가 코끼리 위에 있다고 상상했는데, 실제 지구는 둥그렇고 자전과 공전을 하죠. 이 안에서 사람들이 떨어지지 않고 사는 게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인간의 상상력은 자기 경험, 인지 영역을 넘어서지 못해요. 제 아무리 뛰어난 인간이라도. 그런데 자연이 들려주는 상상력은 인간이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턱 하니 주거든요.”

“일종의 경이를 느끼겠네요.”

“그 앞에서는 누구나 그 경이로움에 탄복하고, 자연의 신비를 드러내는 것은 인간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하는 일이에요. 과학이 예술가들의 영감이나 상상력을 자극하지, 결코 예술가들이 과학의 진실에 자신의 상상력을 가두어둔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일반인들, 그러니까 과학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과학이 모든 걸 밝혀내고 있다고 믿지만, 과학 안에 있는 사람들은 과학을 하면 할수록 자연 앞에 겸손할 수밖에 없다. 예전에 비해선 많이 알고 있지만, 여전히 자연을 바라보면 경의를 느낀다고 정 교수는 말했다. 과학은 여전히 밝혀낸 것보다 밝혀낼 게 더 많다. 뇌과학만 해도 그렇다. 지난 30년간 밝혀낸 지식들이 이전 300년간 알고 있던 것보다 많지만 대부분이 빈칸이다. 지금의 지식이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 우리가 뇌에 대해 약 5% 정도를 알고 있다는 말이 있지만, 그것은 근거 없는 숫자라고 말했다.

“작년부터 카이스트에서 ‘사랑학’을 강의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올해도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사랑을 가르치려는 취지는 아니고요.(웃음) 전체를 조망하는 폭넓은 사고를 하고, 문학이나 미술이나 예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고, 다른 분야로 넘나들기를 잘하는 학생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한 강의입니다. 사실 카이스트에서는 전공 수업에 대한 고민은 없어요. 이 과학도들에게 어떻게 통합적 사고, 인문과 예술을 아우르는 시각을 길러줄까를 고민하죠.”

“학생들 반응은 어떤가요?”

“분야에 따라 다양한 관점이 있다는 것을 신선하게 여기더군요.”

“주제를 ‘사랑’으로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사랑만큼 대중적인 주제가 없고, 사랑만큼 여러 분야에 걸쳐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도 드물죠. 심리학, 문학, 생물학, 뇌과학, 심지어 로봇공학까지. 학생들이 ‘사랑이라는 건 20대에 누구를 만나서 사귀고 결혼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요. 아주 단순한 질문부터 첨예하게 다양한 의견들이 있고, 인문학적 관점과 자연과학적인 과점이 이렇게 다르고, 서로 일리가 있고…….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사랑의 본모습에 조금 더 가까운 것들을 아우를 수 있게 됩니다. 수업이 끝날 때쯤이면, 어떤 문제도 쉽게 단언할 수 없고,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자세를 갖게 됩니다.”

“과학 쪽에서는 인문학 쪽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인데, 오히려 인문학 쪽에서는 과학에 무지할 때가 많은 듯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죠. 우리는 고등학교 때부터 문과와 이과가 나누어져 뇌의 어느 한쪽만 쓰도록 하는, 세계의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잖아요. 과학은 훈련이 필요해요. 선행지식이 있어야 그 다음 지식을 이해할 수 있고, 굉장히 추상적인 것들을 기호화해서, 그것이 실질적인 것들을 반영하는데, 그것이 익숙하지 않으면 접근하기 어려운 학문처럼 느껴져요. 숫자나 수식, 어려운 개념이 나오면 대부분 포기해 버리죠. 그런데 인문학이나 사회학에서 나오는 개념들도 과학 못지않게 어렵거든요. 또, 과학을 경시하는 풍조가 있는 듯해요. 자연을 이해하는 인간의 태도나, 합리적인 사고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국가 경쟁력, 이런 천박한 식으로 과학을 논하고 있죠. ‘나는 수학에는 젬병이었어.’ ‘나는 학교 다닐 때 과학은 빵점이었어.’라는 말을 인문학자들은 서슴없이 하거든요. 그 사람들은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아요. 그런데 ‘나는 라깡을 몰라.’ 이러는 건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에요. 사실 라깡이 더 어려운 거 아닌가요? 오히려 모르는 게 더 당연하고요. 과학자들의 경우, ‘나는 철학에 젬병이었어.’라는 말은 부끄럽게 생각하거든요. 서로의 학문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하고, 존중이 부족하죠. 두루 잘 알아야 올바른 지성의 개념이 비로소 성립된다고 봅니다.”

20세기는 지식에 도전하는 시대였다. 어쩌면 인간이 지(知)의 영역을 모조리 아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21세기는 거기서 한발자국 물러나 있다. 인간이 과연 모든 것을 아는 게 가능한가? 과학자들은 수많은 영역에서 분투하고 있지만 그 가능성이 ‘없다’ 쪽에 자신의 표를 던진다.

지식 역시 변했다. 옛날은 많이 아는 것이 똑똑함, 혹은 명석함을 의미했지만 지금은 많이 아는 것이 별다른 이점을 주지 않는다. 인터넷 덕이다. 매일 산더미 같은 지식들이 쏟아진다. 지식을 갖고 있는 건 더 이상 특권이 아니다. 지식이 지식에서 끝나버리면 그것은 수많은 서류 더미에 쌓인 폐지 중 하나일 뿐이다. 어떤 지식이든, 지식이나 정보로 끝나선 안 되고, 삶에 통찰력을 주는 지혜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정재승은 그런 지혜를 가진 사람이 새로운 시대의 지성인이라고 본다.

“이러이러한 지식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과학에서는 답보다 질문이 더 중요합니다.”
“라디오를 통해서 짤막한 과학 방송을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우리 시대에는 지식을 가르치는 것보다 지혜를 가르치는 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들 과학이라면 어렵게 생각하거든요. 편하게 과학을 접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신문의 단신 과학 기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신문 기사에는 사실만 나와 있지, 그것의 의미나 전체적인 맥락은 나오지 않잖아요. 그런 단문 기사, 화제성 과학 기사에 짤막한 코멘트를 하면서 그것을 통해 어떤 것을 생각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이러이러한 사실이 발견되었다고 하면 보통 사람은 ‘그게 뭐 어떻다는 거냐?’ 하는 생각이 들잖아요? 그래서 ‘그건 이렇다.’라는 걸 이야기해 주는 거죠.”

“책에 굉장히 많은 지식이 나오는데요. 혹시 이걸 전부 다 알고 계셨던 건가요?”

“설마요.(웃음) 이 책은 전희주 작가와 함께 썼어요. 많은 도움을 받았지요. 이 책은 ‘무한지식’에 도전하는 제가 공부했던 것들이에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여기저기 찾아서 공부를 하다가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것들만 방송했거든요.”

“평범한 생활 속 이야기들이 많아서 재미있었습니다. 아는 척 하기 좋은 책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데이트하다가 여자 친구가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 ‘핸드백이 무거우면 머리가 아프다.’라고 하거나, 커피전문점에 가서 커피를 못 고를 때 ‘선택지가 많을수록 만족도는 더 떨어진다.’ 하는 식으로.”

“‘선택’에 대한 이야기, 책에서는 초콜릿을 예로 들었는데요, 그 꼭지가 방송을 준비하면서 처음 준비했던 거였어요. 프로그램의 의도가 제일 명확하게 드러난 꼭지죠.”

“상식과 다른 과학적 사실들도 많이 나오더군요. 예를 들어, 밑줄 긋지 않은 책으로 공부해야 성적이 오른다는 꼭지 같은 거요.”

“밑줄이 그어져 있지 않을 때 인간은 능동적으로 사고하거든요. 좀 더 적극적으로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지요. 이미 그어진 밑줄은 수동적이게 만들어요. 자신이 직접 밑줄을 그으면서 생각하고, 의문점도 제기하면서 진짜 공부가 됩니다. 이 책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사실 이거예요. 의문을 제기하자. 그러니까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은 이러이러한 지식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과학에서는 답보다 질문이 더 중요합니다. <신의 아그네스>라는 연극에 이런 말이 나와요. ‘과학의 경이로움은 증명 가능한 해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증명할 수 없는 질문에 있다. 그리고 거기에 수많은 기적이 존재한다.’ 질문만 잘 던지고 나면 그 다음은 오히려 쉽죠. 『정재승의 도전 무한지식』은 2권도 나올 예정인데, 독자들이 ‘이번엔 어떤 질문을 했을까?’를 궁금해 했으면 좋겠어요. 이 책의 역할은 도전에 있지 않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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